170번째 하우스콘서트에 다녀왔습니다.
  • 등록일2007.11.21
  • 작성자박경진
  • 조회5779
언젠가 "하우스콘서트"라고..
말만 들어도 가슴 설레는 이 단어를 보고 흥분된 마음으로 메일링을 신청한것이 첫 인연이 되었습니다.
그 이후, 이제서야 연희동을 찾게 되었는데, 저는 운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아무 생각없이 갔던 첫 방문에 박창수선생님의 연주를 접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인트로 뮤직이었던 이순용님의 "스크래치무늬:)가 있는 낡은 콘트라베이스"로 부터의 나직한 울림은 매력적이었고, 황이현님의 수줍은듯 차분한 기타소리는 사춘기의 솔직함과 용기를 담은듯한 감미로움이었고, 발칭유 아나스타시우의 재치있고 기발한 연주와 함께들려준 생활과 문화에 대한 스토리들은 흥미로웠습니다.
그리고, 저에게 특별하게 다가온건 박창수선생님과 커다란 피아노였습니다.
전반부에는 분위기를 받아들이느라 제대로 감상하지 못했지만, 시간이 흘러갈수록 무언가를 끊임없이 말하려는 감정이 이입된 피아노의 소리와 연주자의 몸짓과 눈빛이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낯선 마룻바닥에 앉아있는 내 눈과 귀에는 검정색피아노.소리.연주하는사람.조명.공기.그리고 나. 이렇게만 보이고 느껴졌습니다.
연주자의 미세한 감정이 어두운 객석에 앉은 저에게까지 고스란히 전달되는것같아 너무나도 흥미진진한 시간 이었습니다.
이게 바로 훌륭한 연주와 하우스 콘서트가 품어내는 매력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땀에 흠뻑 젖을 만큼이나 몰입된 연주와 연주가 끝난 후 몰입에서 깨어나오느라 잠시 주춤하시던것 까지도 기억이 납니다.
제 눈엔 그렇게 보였는데 그랬었나? 라고 하시면 할말이 없지만요 ^^*
연주하시는 내내 무엇에 관한 생각과 느낌으로 저런 음악을 만들어 내는 걸까 궁금했답니다.
저는 또 나름대로, 이 생소한 감정들을 잃어버리지않고 고스란히 담아가고픈 욕심에 눈을 감은채 들어보기도 하고, 피아노 소리로부터 떠올려지는 생각들을 상상해보기도 하면서 신기하기만 한 선생님 연주에 귀를 쫑끗 세우고 눈을 동그랗게 떳다가 감았다가 하면서 음악듣기에 몰입했습니다.
연주를 들으면서 저의 감성 또한 되살아나는듯 해서 뜻깊고 감사한 시간이었습니다.
저에겐 연주시간이 너무 짧은 듯 느껴졌고, 그 날 이후로 계속 "다시 듣고 싶다.."라는 작은 소망이 생겼습니다.
제가 가진 시디중 가장 비슷한 느낌이라고 생각되어 오래전 사서 묵혀두었던 리게티의 음반도 다시 찾아 듣게되었답니다 ~*

그리고 또 다른 저의 느낌 한 가지를 감히 조심스레 적어본다면, 발칭유 아나스타시우와 박창수선생님의 연주가 잘 융화되지 못한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부분적으로 봤을땐 아..참 좋다..라고 느낀 부분도 있었지만요.
제가 주제를 모르고 들어서 그런걸까요. 선생님이 표현하시는 감성과 발칭유 아나스타시우님이 표현하신 감성이 조금은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음악을 잘 모르는 사람의 소견이니 그렇게 이해해주십사 부탁드리고싶습니다:) 그리고 박창수선생님의 생각도 궁금했답니다.

그리고 또 한가지는, 이번에 내주신 와인의 이름이 궁금해서 꼭 여쭤봐야지 했었습니다.
차를 가져가서 제대로 즐기지 못해 아쉬웠지만 꽤나 부드러운 맛이었던것 같아요.
그렇게 느끼면서도 레이블도 확인하지 않은 이 허술함 ^^; 은 사실 와인을 잘 모르기 때문이겠죠. 힛~*
처음엔 치즈-그 촉촉하던 치즈-를 한 조각 집어먹었다가 너무 맛있어서
와인에 까지 손이 갔는데 안마시고 왔으면 정말 억울했을거라고 생각했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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