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밤 억새꽃처럼
  • 등록일2007.10.18
  • 작성자박수진
  • 조회6250
하우스콘서트와 처음 만난 그 묘한 여운이
입 안에 남아있는 와인의 향기처럼 지금까지 이어지는 듯 하네요^^


저는 오늘 처음으로 하우스콘서트를 찾았습니다
우연히 하우스콘서트를 알게된 후
일주일동안 오늘만을 손꼽아 기다렸답니다   :)


약도를 들고 연희동을 찾아가는 제 모습을 누군가가 봤다면
보물섬 지도를 들고 금은보화를 찾으러가는 사람으로,
혹은 자신만의 숨겨둔 아지트를 찾아 가는 여덟아홉살 먹은 꼬마아이로
착각했을런지도 모를만큼,,
호기심과 설렘으로 가득했습니다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감춰둔 보물을 찾아낸 기분!
나만의 아지트를 발견한 기분!

그 감격 때문에 이렇게 밤잠을 못이루고 관람기를 적어봅니다^-^



오늘의 연주는 string trio로
바이올린에 김영기, 비올라에 강주이, 첼로에 김우진씨였습니다^-^

하우스콘서트의 매력은 관객과 연주자가 함께 호흡하고
악기의 음색과 아름다운 음악의 선율을 그 작은 공간 안에서
함께 체감할 수 있다는 것 같습니다.


베토벤과 도흐나니의 세레나데를 들으면서
어느새 저는 연주하시는 분들과 함께 호흡하고 있는 저를 발견했습니다
악장과 악장 사이 그 오묘한 긴장감을 함께 느끼기도 하고
선율의 흐름을 타며 몸을 움직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악기를 연주하는 것이 아니라
악기와 정말 하나된 듯한 연주자 분들을 보며 감탄에 감탄을 반복했습니다
연주가 진행되면서 저는 점점 그 환상적인 분위기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황혼이 드리운 들판,
가을 바람,
그리고 흔들리는 억새꽃이 오버랩되면서
자연스럽게 눈을 감고 음악을 감상하기도 했습니다


외로움과 그리움을 간직하고 있지만
자유롭고 더없이 씩씩해 보이는 억새꽃의 그 움직임과
너무 잘 어울리는 그 변화무쌍한 선율의 전개가
제 마음을 감동시켰습니다


그리고 비슷한 듯 너무나도 다른 악기인
바이올린과 비올라 그리고 첼로의 음색을 비교해보는 것도
하나의 재미였습니다
다같이 연주하다가 번갈아가며 연주하기도 하고
너무나도 조화로운 연주였던 것 같습니다


오늘 밤 제 마음에 가을을,
그리고 소중한 추억을 선물해주신 하우스 콘서트에
오늘 음악을 들으며 생각난 시를 선물하고 관람기를 마치려 합니다



가을사랑                    
                                    도종환

당신을 사랑할 때의 내 마음은
가을 햇살을 사랑할 때와 같습니다

당신을 사랑하였기 때문에
나의 마음은 바람부는 저녁숲이었으나
이제 나는 은은한 억새 하나로 있을 수 있습니다

당신을 사랑할 때의 내 마음은
눈부시지 않은 갈꽃 한 송이를
편안히 바라볼 때와 같습니다

당신을 사랑할 수 없었기 때문에
내가 끝없이 무너지는 어둠 속에 있었지만
이제는 조용히 다시 만나게 될
아침을 생각하며 저물 수 있습니다

지금 당신을 사랑하는 내 마음은
가을 햇살을 사랑하는 잔잔한 넉넉함입니다.





댓글

0개의 의견이 등록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