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입니다.
  • 등록일2007.09.23
  • 작성자장정화
  • 조회6417
보고 싶은 연주자의 연주를 그렇게 코 앞에서 마이크없는 라이브로 들을 수 있다니...
정말 여러가지로 감격스러운 하루였습니다.

처음 찾은 하콘이었는데,
박창수 주인님을 비롯하여 모든 분들 친절하시고,

또 너무 좋았던 것은 모든 분위기가 아날로그 시대의 분위기였다는 거죠.

어젯밤 뭔가를 말하고 싶어 이 곳을 열었다가
느낌만큼 글을 쓸 재주가 없어 그냥 닫고 말았지요.

헌데 오늘 올라온 글들을 보다보니
헉~~~~ !!  어제 깜짝 연주회가 있었다구요?

이런~~~ 기절하도록 좋았을 그 순간을 놓치고 말았다니요..
사실 그런 시간을 기대안한 건 아니지만,
어제 끝나자 마자 2층 베란다에서 내려다 보다
연주자분들이 나가시는 모습을 봐서

오늘은 너무 힘든 연주라 바로 돌아들 가시나보다 싶어
섭한 마음을 쓸어내렸었죠.

제 딸과 동갑인 김선욱군을 보면서
순간 순간 천진한 고만 나이의 모습과 연주할 때의 성숙한 기운을 내뿜는 걸 보며
너무 너무 귀엽고

안 그래두 얼마전 호암아트홀서의 독주회 프로그램을 보며
인상 자체만으로 뭔가가 있을 거 같은 연주자로 feel이 팍 꽂혔었는데
그 때와 그 이후 세종문화회관 연주회 모두 갈 상황이 안되어 못가다가
혹 그 후 연주회는 없나 찾다가 하콘이란 곳도 첨으로 알게 되었고,
어제 첨으로 김선욱군의 연주도 들을 수 있었지요.

저같은 사람이 찾아갈 정도면 많은 분들이 찾으실 거 같아,
2시간 전쯤에 갔다가 7시부터 입장이라길래
딸아이와 차안에서 햄버거 먹고,
또 딸아이가 좋아하는 개와 강아지들에 심취해 있기도 하다가 입장~~

그 많은 사람들 신발은 어떡하나 싶기도 했는데
모~~ 그냥 현관에 벗어놓고 들어가도 되게 모든 것이
위에 말씀드린 것처럼 아나로그 분위기라는 것이
신기했습니다.

집도 맘에 들었고,
그 안에 180명이란 사람들이 들어설 수 있단 것도 기적이었고,
시작전부터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냄새(?)들...
안 그래두 걱정스러웠더랬습니다.
이 찜통 더위에서 연주자들 무리없이 연주할 수 있을지 걱정스러웠는데
제 생각처럼 어떤 분이 연주 시작전까지 문좀 열어놓자고 제의하셔서
다행이 문이 열리긴 했으나 그닥 시원하진 않았지요.
맘 속으로는 아~~ 나 돈 많이 생기면 여기 기부하고 싶다..란 생각이..
평소엔 막강 파워를 자랑한다던 에어콘을 빵빵히 켰음에도
실내온도가 28도를 넘어서 있더니 문을 열어놓고 나니 29도 넘고
연주회가 시작되면서는 그것이가 30도를 넘어서다니요..
마지막 연주 끝날 무렵엔 30.9도까지 올라갔었다는...
이것이 이름하여 "사우나 연주회"로다 싶었습니다.
대견한 연주자들...
땀으로 인해 바이올린 현들이 괜찮을지 걱정도 되고.

연주에 대해선 제가 감히 뭐라 말씀드릴 능력은 안되지만,
음반을 들을 때 녹음실에서 연주된 연주와 라이브공연을 녹음한 연주를 들을 때 차이처럼
큰 공연장에서 듣는 연주에 비해 더 오리지날 라이브를 듣는 느낌으로
정말 너무 너무 황홀했었습니다.

김선욱군의 섬세하게 다양한 강도로 쳐내는 피아노 소리의 매력에 흠뻑 빠진 전
개인적으로 두번째 베토벤 곡이 젤 좋았습니다.
담 번엔 듀오 연주말고, 따로 따로 들어봤으면 하는 바램도 그득 안고...

하콘만의 분위기에 그래두 참여하고자 끝나고 와인과 맛있는 치즈도 먹고
(참고로 그 치이즈 이름이 뭔지 궁금하네요.. 흰색과 노란색이 섞인... ㅋㅋ)

뭔가 그 후가 없을까 기대는 가시지 않았지만,
연주자가 떠난 모습을 본 지라(사실은 아니었지만요.) 그만 가자는 딸아이의 말에 따라
섭한 마음을 남겨놓은 채 자리를 떴었답니다.

하콘 스러운 분위기 답게
좀 더 여유있는 공간에서 이 곳 어느 연주회 사진속에서 처럼
연주 시작부터 와인 한 잔씩 따라들고 빙 둘러 앉아 구경할 수 있다면...
하는 바램도...
어제처럼 제가 좋아하는 연주자 연주를 찾아오면
그런 건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
제목에서 처럼 못내 걱정입니다...

박창수 선생님을 비롯해서 하콘의 모든 분들께 정말 감사했습니다.
제가 받아온 것이 연주에 대한 감동뿐이겠습니까?
그 더위에도 불구하고
성실히 프로의 모습을 보여준 아직은 어린 연주자들임에도 그들한테 많은 걸 배워올 수 있었고
(참 부러웠습니다.. 두 분 연주자 속에 무궁무진 아직 뿜어내지 못한 열정이 그득한 모습을 보며
그 열정과 기로 앞으로 더욱 더 훌륭한 연주자로 거듭나실 그 모습들이..)
하콘을 찾는 사람들한테 최대한 많은 것을 베풀고 싶어하셨던 주인장님의 마음을 통해서도
가슴 가득 따스함을 안고 올 수 있었구요..
가면 갈수록 많은 사람들한테 알려질 하콘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
지금 모습 그대로 지속되면 좋을텐데,
더욱 많은 사람들이 찾게 되면 변화할 수 밖에 없을 거 같은 하콘이
제목에서 처럼 또한 걱정입니다.

저렴한 가격에 더욱 좋은 연주를 들을 수 있었던 행복한 곳...
그런 곳이라면 클래식 기타 연주회를 열어도 참 좋을 것 같단 생각도 들었습니다.

다시 한 번 행복을 주신 하콘의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구요.
하콘분들도 풍요롭고 꽉 찬  한가위 보름달만큼 행복한 추석 보내시기 바랍니다.

피에쑤 : 참 미리 예약제는 여러 문제가 있다면
연주 당일 그 곳을 일찍 찾는 사람들한테는 미리 입장권을 나눠주시는 것도 고려해 보셨음 합니다.
어느 정도 적정 입장인원을 정해놓고, 어제같은 경우 그만큼의 입장권만 나눠주는 것도...
그럼 일찍 가서 입장권 받고 인근 어딘가에서 저녁 식사를 한 뒤 들어갈 수도 있을 거 같네요.

잘 쓰지도 못한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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