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룻바닥과 구두코는 땀으로 범벅
- 등록일2007.09.22
- 작성자최지훈
- 조회6922
수화기 너머 아내의 목소리가 다급하다. "오늘 저녁 시간돼요?" 무슨 소리인가 싶어 자세히 물었더니 김선욱씨의 피아노 연주가 있다고 한다. 참고로 처는 김선욱씨의 열혈팬이다. 그의 국내 연주를 딱 한번 빼고 다 갔다. 물론 옆자리는 늘 내 차지였다. 이상하다. 그의 연주일정은 다 알고 있는데, 오늘은? 하우스 콘서트란다. 이른바 집 연주회다. 방송에서 본 적이 있다. 아하. 그래도 급한 일이 있는데, 게다가 인천에서 서울 연희동까지 시간에 맞추어 갈 수 있을까?
저녁 7시. 이미 연주회가 열리는 2층은 사람들로 꽉 차 있다. 그렇게 가자고 조르던 아내는 7시 30분이 넘어서야 도착. 사정사정해서 비집고 들어가 스피커옆으로 자리를 잡았다. 드디어 김선욱씨와 권혁주씨의 등장. 박수사례. 열기가 후끈 달아오른다.
첫 곡은 타르티니의 바이올린과 피아노 소나타. 이른바 "악마의 트릴"이다. 바이올린에서 거친 소리가 뿜어져나온다. 처음부터 저렇게 거세게 몰아붙이다니, 대체 어쩌려구? 연주자들의 뒷모습만 보고 있기 뭐해 눈을 감고 듣는다. 그러다 들었다. 땀이 뚝 뚝 떨어지는 소리를. 눈을 뜬다. 바닥은 이미 땀으로 흥건하다. 건반 위도 마찬가지다. 두 젊은 연주자가 마음껏 젊음을 과시한다. 정말 악마적으로 두들기고 켜대는군.
베토벤의 바이올린과 피아노 소나타 C단조 작품 30-2. 이게 또 어렵다. 살짝 곁눈질로 보니 악보에 음표가 어지럽게 인쇄되어 있다. 물론 걸작이긴 하다. 문제는 거두절미하고 음악으로 바로 들어가는 과감성이 극대화된 곡이라는 점. 그만큼 연주자들을 처음부터 끝까지 밀어붙인다는 이야긴데. 아니나 다를까? 다시 땀이. 이번에는 양복깃에서 뚝뚝 구두코로. 이미 온 몸이 땀으로 범벅이 되었으리라.
쉬는 시간. 연주자들도 힘이 들었겠으나 관객들도 기진맥진. 180명이 오셨다고 한다. 참고로 정원은 50~60명 정도. 쥐가 난 다리도 앉았다 일어섰다 하며 풀고 바람도 쐬며 후반전을 대비한다. 시원한 냉수 한 잔이 간절했다.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소나타 E 플랫 장조 작품 18. 왜 하필 슈트라우스의 곡을? 섬세하게 연주해야 돋보이는 곡일텐데. 연주를 들으며 내내 그 생각을 했다. 두 사람에게는 썩 잘 어울리는 곡이 아니었다는 말. 물론 듣는 이의 취향은 제각각이기 마련이다.
끝났다. 당초 예정했던 두 곡의 앙코르는 한 곡으로 줄었지만 아쉬움보다는 안쓰러움이 앞섰다. 가정집 연주회 특유의 여유로움으로 공연을 즐기기엔 사람들이 너무 많았기에. 또 너무 더웠다. 이 모두가 두 연주자의 유명세탓이었다. 와인 한 잔과 치즈로 요기를 달래고 마을버스를 타고 연세대학교 앞에서 내려 포장마차에서 떡볶기와 순대로 저녁식사를 때웠다. 10년 만에 찾은 집이다. 맛은 여전했으나 어묵 국물은 좀 짰다. 집에 도착하니 밤 12시 30분. 긴긴 저녁이었다.
뒷이야기.
처음 가본 가정집 연주회. 벌써 164회째란다. 돈이 벌리지 않을게 눈에 뻔히 보이는데, 주인장 대단하시다. 입장료는 어른 2만 원, 아이들은 만 원이다. 비싸다고 여기실 분들도 있겠으나, 직접 연주자를 가까이서 보고 연주를 들을 수 있는 호사치고는 싼 편이다. 게다가 연주가 끝나면 간단한 음료와 먹을거리도 즐길 수 있으니. 연주회를 도와주시는 분들(여성, 남성 포함)의 미모와 친절도 빠트려서는 안된다. 상대적으로 덜 유명한(?) 분들의 연주회때 다시 찾고 싶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홈피 참조. http://www.freepiano.net/thc/
저녁 7시. 이미 연주회가 열리는 2층은 사람들로 꽉 차 있다. 그렇게 가자고 조르던 아내는 7시 30분이 넘어서야 도착. 사정사정해서 비집고 들어가 스피커옆으로 자리를 잡았다. 드디어 김선욱씨와 권혁주씨의 등장. 박수사례. 열기가 후끈 달아오른다.
첫 곡은 타르티니의 바이올린과 피아노 소나타. 이른바 "악마의 트릴"이다. 바이올린에서 거친 소리가 뿜어져나온다. 처음부터 저렇게 거세게 몰아붙이다니, 대체 어쩌려구? 연주자들의 뒷모습만 보고 있기 뭐해 눈을 감고 듣는다. 그러다 들었다. 땀이 뚝 뚝 떨어지는 소리를. 눈을 뜬다. 바닥은 이미 땀으로 흥건하다. 건반 위도 마찬가지다. 두 젊은 연주자가 마음껏 젊음을 과시한다. 정말 악마적으로 두들기고 켜대는군.
베토벤의 바이올린과 피아노 소나타 C단조 작품 30-2. 이게 또 어렵다. 살짝 곁눈질로 보니 악보에 음표가 어지럽게 인쇄되어 있다. 물론 걸작이긴 하다. 문제는 거두절미하고 음악으로 바로 들어가는 과감성이 극대화된 곡이라는 점. 그만큼 연주자들을 처음부터 끝까지 밀어붙인다는 이야긴데. 아니나 다를까? 다시 땀이. 이번에는 양복깃에서 뚝뚝 구두코로. 이미 온 몸이 땀으로 범벅이 되었으리라.
쉬는 시간. 연주자들도 힘이 들었겠으나 관객들도 기진맥진. 180명이 오셨다고 한다. 참고로 정원은 50~60명 정도. 쥐가 난 다리도 앉았다 일어섰다 하며 풀고 바람도 쐬며 후반전을 대비한다. 시원한 냉수 한 잔이 간절했다.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소나타 E 플랫 장조 작품 18. 왜 하필 슈트라우스의 곡을? 섬세하게 연주해야 돋보이는 곡일텐데. 연주를 들으며 내내 그 생각을 했다. 두 사람에게는 썩 잘 어울리는 곡이 아니었다는 말. 물론 듣는 이의 취향은 제각각이기 마련이다.
끝났다. 당초 예정했던 두 곡의 앙코르는 한 곡으로 줄었지만 아쉬움보다는 안쓰러움이 앞섰다. 가정집 연주회 특유의 여유로움으로 공연을 즐기기엔 사람들이 너무 많았기에. 또 너무 더웠다. 이 모두가 두 연주자의 유명세탓이었다. 와인 한 잔과 치즈로 요기를 달래고 마을버스를 타고 연세대학교 앞에서 내려 포장마차에서 떡볶기와 순대로 저녁식사를 때웠다. 10년 만에 찾은 집이다. 맛은 여전했으나 어묵 국물은 좀 짰다. 집에 도착하니 밤 12시 30분. 긴긴 저녁이었다.
뒷이야기.
처음 가본 가정집 연주회. 벌써 164회째란다. 돈이 벌리지 않을게 눈에 뻔히 보이는데, 주인장 대단하시다. 입장료는 어른 2만 원, 아이들은 만 원이다. 비싸다고 여기실 분들도 있겠으나, 직접 연주자를 가까이서 보고 연주를 들을 수 있는 호사치고는 싼 편이다. 게다가 연주가 끝나면 간단한 음료와 먹을거리도 즐길 수 있으니. 연주회를 도와주시는 분들(여성, 남성 포함)의 미모와 친절도 빠트려서는 안된다. 상대적으로 덜 유명한(?) 분들의 연주회때 다시 찾고 싶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홈피 참조. http://www.freepiano.net/th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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