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의 바이올린 연주회(*^_^*)
- 등록일2007.06.25
- 작성자권호순
- 조회7453

비가 살짝 뿌린 무더운 토요일 밤이었습니다.
너무 긴장한 나머지 땀줄기는 목을 타고 등으로 줄줄 흘렀습니다.
마치 제가 연주하러 가는 듯이 그랬습니다.
조그맣고 예쁜 나무간판의 "HOUSE CONCERT"가 보였습니다.
현관에 들어서는 순간 빈손이 부끄러워, 얼른 이름을 말하고 2층으로 올라갔습니다.
아담하게 꾸며진 2층은 방석이 예쁘게 놓여있었습니다.
순간 마음이 편안해졌습니다. 방석을 당겨서 앉았습니다.
비 오듯 흐르는 땀을 어쩔 수 없이 그냥 흘렸습니다.
등 뒤에서 에어컨바람이 살살 다가와 긴장을 풀라고 속삭이고 있었습니다.
박창수님께서 일어나 콘서트의 시작을 알렸습니다.
궁금한 것을 물어보라는데 차마 질문을 못했습니다.
5년이나 되었는데 아직도 모른다는 것이 창피하고 죄송했습니다.
벌써 155회! 놀랐습니다.
양고운님께서 보라색 원피스를 입고 사뿐사뿐 제비처럼 나오셨습니다.
예수님의 죽음에서 부활까지 연관시켜 연주에 담았다고 설명해주었습니다.
첫 번째 곡
네 번째 악장에서는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양고운님 혼자 연주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양고운님 뒤에는 또 다른 양고운님 세 명이 더 있었습니다.
조명에 비친 그림자가까지 네 명이서 4대의 바이올린을 연주하고 있었습니다.
양고운님은 바하였다가 예수님이었다가 다시 바하였다가를 반복했습니다.
자꾸 눈물이 어른거렸습니다. 양고운님 얼굴에 예수님 형상이 겹쳤습니다.
바람이 닿는 곳에 있는 나도 이렇게 더운데 연주를 하는 양고운님은 얼마나 더울까?
에어컨이 연주자의 등 뒤에 있었더라면 좋았을 걸 하는 아쉬움을 혼자 가졌습니다.
쉬는 시간 양고운님은 자리를 뜨지 않으셨습니다. 저도 그냥 앉아있었습니다.
그래야 할 것 같았습니다.
2부
조용한 선율로 시작한 2부는 2악장 Fuga에서는 성령이 살아나셨다고 외치고 있었습니다.
아름다운 3악장이 흐르고, 환희의 4악장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2부에서는 양고운님과 바하뿐이었습니다. 예수님은 이미 내 안에 계셨습니다.
기쁨과 환희의 박수로 연주회가 끝났습니다.
무지 더울 텐데 앵콜 곡을 2곡이나 해주셨습니다.
혼자 온 것이 점점 더 미안해졌습니다.
연주회는 끝나고 와인 파티가 시작되었습니다.
선약이 있어서 참석도 못하고 살그머니 빠져나왔습니다.
어미 개와 강아지가 문 밖에서 배웅을 해주었습니다. 쓰다듬어도 가만히 있었습니다.
초대받고 빈손으로 간 것이 자꾸만 맘에 걸려 지나가는 아주머니께 제과점을 물었습니다.
조그만 케익을 사들고 초를 155개로 만들어서 다시 갔습니다.
부끄러워서 불쑥 내밀고 어떻게 인사를 했는지도 모르게 도망치듯 나왔습니다.
이렇게 멋진 콘서트가 있었다니 왜 모르고 있었을까. -_-
돌아오는 밤바람이 무척이나 달콤했습니다. 더위도 물러갔습니다.
행복한 밤이었습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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