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보그여도 괜찮아
- 등록일2007.04.23
- 작성자권유정
- 조회7896
원래 잡식성이기도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에 SF책을 꽤 보게 되었는데요
살면서 이런 장르에 관심을 가질꺼라고는 생각을 그다지 해본적은 없는데
이 쪽 책들을 보면서 이상한 버릇이 하나 생기긴 했습니다
순간 순간 혹시 이거 누군가가 만들어 놓은 가상현실…? 내지는
누군가 내 머리속을 조정하고 있는건 아닐까 하는 생각들을 자주 하게 됐다는거죠.
예전에 사무실에서 매일 아침 메치니코프 라는 이름의 야쿠르트를 마신 적이 있습니다
늘 일어나는데 바빠서 아침이란건 도저히 챙겨 먹을수가 없으니
저거라도 챙겨먹자.... 라는 마음에 난생 처음 야쿠르트 신청을 하게 되었는데
지금에 와서야 생각해보면 참 이상한 일이었어요
마치 내가 언제 자리를 비운다는걸 알고 있다는 듯이
잠시 자리를 비우고 돌아와보면
늘 아무런 기척없이 야쿠르트는 내 책상위에 놓여져 있었고
때론 내가 자리에 있을 때 조차도 한참 일을 하다가
옆을 스윽 돌아보면 어느새 놓여진 야쿠르트...
그러나 당시엔 한번도 의문을 가져본 적이 없었습니다.
또 나 아닌 다른 누구도 이거 누가 놓고갔지? 라고 물은적이 없습니다.
아무도 보지 못했는데 말이죠.
(야쿠르트는 오로지 배달이 되지 않았을 때만 문제가 됩니다
제 시간에 배달되는 야쿠르트 따위엔 아무도 관심이 없어요)
어쨌든 생각해보니 나는 야쿠르트를 받아먹는 몇 달 동안
야쿠르트 아줌마와 이야기를 해본 적이 거의 없었습니다.
한 달 먹은 돈을 낼 때 조차 아줌마가 휘리릭 영수증을 놔두고 가면
사무실 여직원에게 돈을 맡기면 그만이었거든요.
어쩌면 말이죠. 그 야쿠르트 아줌마는 유령...
또는 야쿠르트 회사에서 만든 사이보그가 아닐까… 했다가
주위 사람들에게 큰 비난을 받은 후 더 이상 말을 꺼내진 않았지만
가끔 유령… 이라고 생각되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기도 하고
가끔 누군가 나를 위해 사이보그를 보내준건 아닐까 하는 상황과 마주칠 때도 있습니다.
그 날도 너무 많은 일들이 한꺼번에 일어나 정신이 없던 일주일을 보내고
하콘 마루바닥에 멍하니 앉아있는데 네 명의 남자들이 ‘쨘’ 하고 나타났습니다.
생긴 것도 블랙 코미디에 나오는 조연들처럼(미안합니다 -_-;) 생긴 네 사람이
각자 자신들의 악기를 손에 들고 연주를 하는데…
이상하게 처음부터 난 웃겼습니다.
정말 연주 잘하는 사람들이라고 소개를 받자마자
뭘 그런 말씀을 다… 하듯이 한 번씩 슬쩍 삑사리를 내주는 것도 웃겼고
여운따윈 필요 없어요… 하고 마지막에 음악을 착착 끊는 것도 웃겼고
악기에 가려 얼굴도 보이지 않는 튜바 주자가 찰랑찰랑 탬버린을 흔드는 것도 웃겼고
그러는 사이 슬금슬금 즐거워지기 시작했습니다.
이 사람들이 정말 연주 잘하는 사람들이구나 생각했던건 재즈를 연주할 때 였는데
어느 순간 탄력을 받자마자 통통 공이 튀듯이 날아다니는 그들의 소리에
함께 있던 사람들의 몸도 마음도 함께 움직이고
그렇게 옹기종기 모여 앉아 풀어지는 나를 보고 있노라니
아, 저 사람들. 모래알처럼 까칠한 날 위해
누군가가 보내준 사이보그구나 하는 생각도 했던 거 같습니다.
그들이 사이보그가 아니라는걸 알게 된 건
와인 파티가 한창이던 때 였는데요
사람들이 웃고 즐기는 사이를 어슬렁거리며 혼자 돌아다니다가
우연히 그들의 악보철을 보게 되었습니다.
뭐가 들었나 싶은 마음에 허락도 없이
이런 곡도 있네… 이것도 연주해주지… 해가며
설렁설렁 악보를 넘기다가 순간 마음이 쨘해지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손으로 직접 그린 악보들이 보였거든요.
연주를 하기 위해 악보를 하나 하나 손으로 그렸겠거니 하는 생각이 드는 순간
이상하게 마음 한 편이 아려와서 잠시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생각은 하지만...
아마 그냥 보통의 악보들만 있었다면
아직도 나는 그들을 사이보그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를 일 입니다.
하지만 그게 무슨 상관 있나요
그들이… 그들의 음악이…
어느 봄 날 저녁, 나를 행복하게 해줬는데… :)
최근 몇 년 사이에 SF책을 꽤 보게 되었는데요
살면서 이런 장르에 관심을 가질꺼라고는 생각을 그다지 해본적은 없는데
이 쪽 책들을 보면서 이상한 버릇이 하나 생기긴 했습니다
순간 순간 혹시 이거 누군가가 만들어 놓은 가상현실…? 내지는
누군가 내 머리속을 조정하고 있는건 아닐까 하는 생각들을 자주 하게 됐다는거죠.
예전에 사무실에서 매일 아침 메치니코프 라는 이름의 야쿠르트를 마신 적이 있습니다
늘 일어나는데 바빠서 아침이란건 도저히 챙겨 먹을수가 없으니
저거라도 챙겨먹자.... 라는 마음에 난생 처음 야쿠르트 신청을 하게 되었는데
지금에 와서야 생각해보면 참 이상한 일이었어요
마치 내가 언제 자리를 비운다는걸 알고 있다는 듯이
잠시 자리를 비우고 돌아와보면
늘 아무런 기척없이 야쿠르트는 내 책상위에 놓여져 있었고
때론 내가 자리에 있을 때 조차도 한참 일을 하다가
옆을 스윽 돌아보면 어느새 놓여진 야쿠르트...
그러나 당시엔 한번도 의문을 가져본 적이 없었습니다.
또 나 아닌 다른 누구도 이거 누가 놓고갔지? 라고 물은적이 없습니다.
아무도 보지 못했는데 말이죠.
(야쿠르트는 오로지 배달이 되지 않았을 때만 문제가 됩니다
제 시간에 배달되는 야쿠르트 따위엔 아무도 관심이 없어요)
어쨌든 생각해보니 나는 야쿠르트를 받아먹는 몇 달 동안
야쿠르트 아줌마와 이야기를 해본 적이 거의 없었습니다.
한 달 먹은 돈을 낼 때 조차 아줌마가 휘리릭 영수증을 놔두고 가면
사무실 여직원에게 돈을 맡기면 그만이었거든요.
어쩌면 말이죠. 그 야쿠르트 아줌마는 유령...
또는 야쿠르트 회사에서 만든 사이보그가 아닐까… 했다가
주위 사람들에게 큰 비난을 받은 후 더 이상 말을 꺼내진 않았지만
가끔 유령… 이라고 생각되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기도 하고
가끔 누군가 나를 위해 사이보그를 보내준건 아닐까 하는 상황과 마주칠 때도 있습니다.
그 날도 너무 많은 일들이 한꺼번에 일어나 정신이 없던 일주일을 보내고
하콘 마루바닥에 멍하니 앉아있는데 네 명의 남자들이 ‘쨘’ 하고 나타났습니다.
생긴 것도 블랙 코미디에 나오는 조연들처럼(미안합니다 -_-;) 생긴 네 사람이
각자 자신들의 악기를 손에 들고 연주를 하는데…
이상하게 처음부터 난 웃겼습니다.
정말 연주 잘하는 사람들이라고 소개를 받자마자
뭘 그런 말씀을 다… 하듯이 한 번씩 슬쩍 삑사리를 내주는 것도 웃겼고
여운따윈 필요 없어요… 하고 마지막에 음악을 착착 끊는 것도 웃겼고
악기에 가려 얼굴도 보이지 않는 튜바 주자가 찰랑찰랑 탬버린을 흔드는 것도 웃겼고
그러는 사이 슬금슬금 즐거워지기 시작했습니다.
이 사람들이 정말 연주 잘하는 사람들이구나 생각했던건 재즈를 연주할 때 였는데
어느 순간 탄력을 받자마자 통통 공이 튀듯이 날아다니는 그들의 소리에
함께 있던 사람들의 몸도 마음도 함께 움직이고
그렇게 옹기종기 모여 앉아 풀어지는 나를 보고 있노라니
아, 저 사람들. 모래알처럼 까칠한 날 위해
누군가가 보내준 사이보그구나 하는 생각도 했던 거 같습니다.
그들이 사이보그가 아니라는걸 알게 된 건
와인 파티가 한창이던 때 였는데요
사람들이 웃고 즐기는 사이를 어슬렁거리며 혼자 돌아다니다가
우연히 그들의 악보철을 보게 되었습니다.
뭐가 들었나 싶은 마음에 허락도 없이
이런 곡도 있네… 이것도 연주해주지… 해가며
설렁설렁 악보를 넘기다가 순간 마음이 쨘해지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손으로 직접 그린 악보들이 보였거든요.
연주를 하기 위해 악보를 하나 하나 손으로 그렸겠거니 하는 생각이 드는 순간
이상하게 마음 한 편이 아려와서 잠시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생각은 하지만...
아마 그냥 보통의 악보들만 있었다면
아직도 나는 그들을 사이보그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를 일 입니다.
하지만 그게 무슨 상관 있나요
그들이… 그들의 음악이…
어느 봄 날 저녁, 나를 행복하게 해줬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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