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의 습격
  • 등록일2007.03.05
  • 작성자권유정
  • 조회8752
작가 김영하의 글 가운데 재미있는 글이 하나 있습니다.  
이성에게 자신을 오래도록 기억하게 만드는 방법에는 2가지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변태짓을 시키는 것이고.. -_-;
나머지 하나가 음악을 선물하는 거라고 합니다
아래가 그 노래에 얽힌 추억을 적은 글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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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에 비하면 음악을 주고 받는 정도는 아무것도 아닐지 모른다.
레코드 가게에 들러 CD를 고른다. 돈을 주고 포장하여 이성에게 주면 된다.  
받은 사람은 집에 돌아와 포장을 벗기고
CD를 플레이어에 밀어넣은 뒤 편안한 자세로 음악을 들으면 된다.
거기엔 어떤 터부도 없다.
얼핏 보기엔 선물을 주고 받는 행위는 아름답고 평화롭고 건전해보인다.
그런데 세월이 가면 문제가 달라진다. 사람이 떠나도 음악은 남는다.
CD를 버려도 어디선가 누군가는 그 음악을 틀고 있으므로
우리는 거리에서, 카페에서, 술집에서 무방비상태로 음악의 습격을 받게된다.  
그럴 때 우리는 어제 퇴직한 우편배달부처럼 우울해진다.
마음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음악에 휘둘리게 된다.
그럴 때 음악은 변태의 추억보다 훨씬 더 잔혹하고 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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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글과 알맹이는 다르지만
Harada Yuriyuki 연주는 정말 말 그대로 음악의 습격이었던거 같습니다.
한번도 들어보지 못한 프리 음악에 대해 막연한 상상만 하고 있던 나에게
좋아, 내가 그 실체를 알려주지… 하듯 들려준 연주의 습격을 받고보니
시간이 지나면서 차츰 익숙해지긴 했지만 사실 뭐랄까…
머리는 좀 복잡했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한참 지나서야, 머리가 왜 복잡했는지 알 수 있었는데,
음악은 아름다워야한다… 음악엔 멜로디가 있어야한다…
내 머리속에 이런 여러가지 고정관념들과 생각들이 자리 잡고 있어서
서로 부딪히다보니 복잡할 수 밖에 없었던거 같습니다
다음에 연주를 들을 땐,
생각으로부터 말 그대로 free해진 다음에 들어봐야겠다는...
개성있는 두 분의 솔로도 인상적이었지만 개인적으로는 2부가 더 흥미로웠는데요.
마치 치열한 현실을 달리고 있는 누군가에게
이리 오라 손짓하는 꿈의 메신저가 서서히...
그러나 끊임없이 보내는 메시지를 보고있는 느낌이었습니다.
이 날 깨진 가장 큰 고정관념은… 피아노가 타악기도 될 수 있다는 점!
처음 하라다씨가 건반을 내리치는 소리에 정말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습니다.

비오는 주말, 집 안에 틀어박혀
제게 음악의 습격으로 남은 “She was too good to me” 라는 곡에
repeat를 걸어 여러 번 들었습니다.
학교 다닐 때 남자친구가 지키지 못할 약속과 함께, 선물한 노래였는데
결국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고 (지금에 와서야 하는 생각이지만 제목부터가
절대 지켜질 수 없게 만드는 제목 아닌가요 -_-;) 지금은 얼굴조차 가물가물하지만
이 음악을 듣는 날이면 종종 옛날 생각이 납니다.
다들 이런 추억의 노래 하나쯤은 다 가지고 살겠죠?
가끔 궁금해지곤 합니다.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 어떤 노래로 기억이 될지...
또 그 사람들은 내 생각을 조금은 해주며 살고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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