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등록일2007.02.26
  • 작성자권유정
  • 조회8443
1.
몇 년 전 오다가다 만난 한 남자가 저에게 물었습니다.
꿈이 뭐에요?
“이 사람 연주회 보러 가는거요”
주섬주섬 가방안에 들어있던 CD를 보여주며 말한 저에게 그가 말했습니다
“그런거 말고… 과연 이게 이루어질 수 있을까…
그러나 이루어질 수 있는 약간의 가능성도 있는,
그래서 죽을 때까지 가슴에 품고 사는…
또 살아가는 희망이 되는거 그런게 꿈이지…”
무시당한 제가 -_-; 이번엔 그에게 물어봤지요.
“그럼 당신 꿈은 뭔데?”
“내셔날 지오 그래픽 사진작가!”
조금 어이없어 하면서 피식 웃었지만,
사실 그 때 그의 모습은 좀 멋있었습니다.

2.
한 때 제게 꿈이었던 그 연주자가 봄에 우리나라를 찾습니다.
프로그램도 아직 미정이고 독주나 협주가 아니라
실내악이라 고민을 하다가 얼마전 티켓팅을 하긴 했는데
앞으로도 이 연주자의 독주나 협주는
실연으로는 듣기가 힘들거 같아 실망을 하고 있던 즈음,
하콘 메일을 받았습니다. 이번엔 실내악이라네요.
이상하게 실내악은 손이 잘 가지 않고
그러다보니 실내악 공연을 본 것도 정말 오랜만이었던거 같습니다.
특히 라벨의 현악 4중주는 처음 들어본 곡인데
강렬하고 느낌이 독특해서 음반을 찾아보고 있는 중이긴 하지만
음반으로 들으면 어떨지 모르겠어요
제가 그 날 앉은 자리는 처음 앉아본 자리긴 한데
이 날 연주가 지금까지 하콘에서 들은 소리중에서
다른 악기들보다 가장 울림이 좋았던거 같습니다.

3.
제 기억이 맞다면…
그 사람이 마지막이었던거 같아요.
이제 나이를 많이 먹은 나에게 아무도 꿈 같은걸 물어보는 사람은 없습니다.
나이는 몇 살?  결혼은 안 해? 남자는 있구?
이런 것들만 종종 물어보곤 하지요,
막상 꿈이 뭐냐고 물어보면…
어떤 대답을 해야할지 망설이겠지만 말입니다.
어쨌든 올 해는 좀 빨리 걸어서
꿈에 여러 발자국 더 다가갈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음, 하콘 식구들의 꿈은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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