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2번째 리허설
  • 등록일2007.02.12
  • 작성자권유정
  • 조회8365
좋아하는 외국 작가가 있는데,
그가 가진 특유의 재치와 박식함이 가장 큰 이유겠지만
그의 글에는 이것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다른 매력이 있다.
무엇보다 그는 일반인들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의 글을 쓴다.
대개의 "스타 지식인"들이 대중들의 지적 능력의 범위 밖에서 머물고 싶어하는 반면,
그의 글을 읽을 때 마다 느끼는 건
"가장 잘 아는 사람이 가장 쉽게 말한다"는 사실이다.

열 일곱에 가장 많은 들은 가곡은 caro mio ben이다.
듣고자 하는 의지와는 상관없이 고등학교 1학년 때 교실이 바로 음악실 옆이었는데,
음악 실기 시험 곡목은 caro mio ben
한 학년에는 15반이 있었고 한 반에는 50명이 넘던 시절,
불과 일주일 남짓한 시간에 아침부터 오후까지 그 곡만 500번은 넘게 듣다보니 지겨울 수 밖에.
정작 그 곡이 아름답다고 느낀건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다.
벚꽃이 바람에 하늘하늘 날리던 어느 봄날,
진행자의 조곤조곤한 목소리로 가사와 곡을 설명한 후에 들은
caro mio ben은 세상 어느 곡보다 아름다웠고 결국엔 차를 세웠던거 같다.
물론 이런 아름다운 노래를 아직도 엉망진창으로 듣고 있을 음악 선생님이
조금 안됐다는 생각도 잠시 들었다.

음악회가 시작하기 전엔 생소한 악기의 소리가 궁금했는데,
음악회가 끝난 후엔 그 때 그 봄날이 생각났다.
쉽고 친절한 설명과 아름다운 노랫말과 노래 때문에
모래알처럼 까칠했던 마음도 한결 부드러워진 주말, 잠시 생각을 해봤다.
그냥 마음 편하게 쉬러 간다고 생각했지만
나는 왜 이렇게 자주 하우스 콘서트를 들락거렸을까…
정작 들을 때는 몰랐지만, 해답은 박창수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리허설 할 때마다 좋은 자리를 찾아 마이크 위치를 바꾸는 시간이 많이 걸려요…”
같은 일을 오래 하다보면 요령이라는게 생겨서
리허설도 없이 대충 맞춰서 가고있는 내 모습을 되돌아보게 해주는 말이면서
어떻게 하우스 콘서트를 준비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단적인 말이다.
다음에는 또 얼마나 긴 리허설을 준비하시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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