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경쾌한 이중생활
  • 등록일2007.02.11
  • 작성자이정미
  • 조회8799
작은 공간에서 음악을 듣는다는 것이..
마루바닥에 맨발로 털썩 앉아 음악을 듣는다는 것이..
스무명 남짓의 사람들만을 위해 준비된 음악을 듣는다는 것이..
천천히 나즈막히 읊조리듯 말을 내뱉는 박창수님의 목소리를 듣는다는 것이...

내가 느꼈던 이 가슴을 함께 느꼈으면 했던 사람이 있었는데,결국 또 혼자 그 곳에 가게 되었습니다.
꼭...한 번 그 사람과 가고 싶었는데...

두 분이 부부라는 사실에 그 날의 테마가 어쩌면 더 많이 와 닿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함께 운을 맞추는 모습이며...설명해주고, 나직히 읽어주고 하는 모습들이 참 보기 좋았습니다.

게다가 스피닛이라는 악기는 그냥 작은 피아노 인줄로만 알았지...
작은 피아노에서는 신기하게도 하프소리가 났습니다...제 귀에는...
어느 소주 CF에서 여자 모델들에게서 남자 목소리가 나오면서 "나 영장 나왔어.."하는 광고가 생각나더군요...
마치..눈속임하는 것인양..

가끔 오페라나 음악회에서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를 들으면서, 이태리어를 전공(그 언어를 배운 내가 아는 유일한 사람입니다.)한 괴팍하기 이를데 없는 회사 선배의 얼굴이 떠오르곤 했습니다.
대책없는 이기주의자라고 생각했던 그 사람은...저 노래말들을 알아들을 수 있을까하며...이 단 한가지가 그 사람을 대단해 보이게 했습니다.아주 짧은 시간이지만..

그 날은...번역까지 해주시고,곡 설명까지 해주시니...
평소 음악회에서 알아 들을 수 없는 생소한 말들을 알아듣는 척 하고 앉아 있었던 것과는 사뭇 다르더군요^^

사랑과 이별을 노래하는 곡들인데....
왜 제게는 다 이별을 노래하는것만 같은지...
오히려 이별을 노래한다는 제비꽃 어쩌구 하는 Le violette가 경쾌하니..발랄하게 들리더라구요..
역시...언어의 힘은 대단한 거죠??

이 날은 좀 오래오래 남아 그 여운을 느끼고 싶었는데...방송 촬영까지 하니..혼자 온 저로서는 조금 어색하더군요^^
혹시 카메라에 스치듯 잡히기라도 하면,
다들...
회사에선 깐깐하기 이를데 없는 저 노처녀 버럭선배가, 회사밖에선 저렇게 유하게 앉아 어울리지도 않게 바로크음악을 감상하는...
이중생활을 한다고 할까봐..쿠쿠

그런데..그...초코파이를 보는 순간...저것만은 꼭 하나 먹고 가야 겠다는 일념하에...
아..그거 되게 맛나더군요..
이거..시중에서 파는 건가요??
매일매일이 다이어트인 저로서는....참으로...인내하기 힘든 고난의 시간이었습니다....

집밖을 나서는데...그 초코쿠키의 맛이 입가에 달콤하니 남고...마지막 곡으로 한 번 더 들려주신 그 경쾌한 음정이 귓가에 가벼이 남아...

"제비꽃...나의 너무나 큰 소망을 꾸짖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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