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김성현 기자 기사- 방석 깔고 둘러앉아 듣는 모차르트 소나타
- 등록일2013.02.19
- 작성자강영옥
- 조회2167
입력 : 2013.02.19 14:03
올해 개인적인 화두 가운데 하나가 "음악과 삶이 만나는 공간"입니다. 음악이 그저 접근 불가능하거나 신성 불가침의 영역이 아니라 우리의 삶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반드시 그래야 한다는 생각이지요. 하우스 콘서트(http://freepiano.net/thc)의 "대한민국 공연장 습격 작전"에 관심을 쏟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일 거에요.
하지만 하우스 콘서트를 취재할 때마다 행복과 근심이 교차하곤 합니다. 행복감은 기대에 부풀어 있는 관객의 모습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이지요. 근심은 이 무대를 위해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고생한다는 안쓰러움 때문일 거에요. 지난 번 인터뷰에서 박창수 선생님을 농반진반으로 "몽상가"라고 불렀지만, 때로 이 일은 "민간"이 아니라 "공공"의 임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적도 있지요. 행복과 근심 끝에 김제에서 작성한 기사입니다. 사진에서도 엿볼 수 있지만, 무대에 있을 때만큼은 잠시 근심을 잊을 수 있지요. 이들에게도 언제나 "파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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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인구 9만3000명의 전북 김제시 성산길의 김제문화예술회관. 오후 6시 30분에 공연장 문이 열리자 부모들은 아이들 손을 잡고 총총 입장을 서둘렀다. 관객들이 향하는 곳은 객석이 아니라, 무대 위에 놓인 방석이다. 신발을 벗고 엄마 품에 포근하게 안겨 있는 소년의 표정은 편안하기만 하다. 거실 같은 일상 공간도 얼마든지 음악회장이 될 수 있다는 취지로 2002년 피아니스트 박창수(49)씨가 시작한 "하우스 콘서트"가 전국 공연장을 찾아간 것이다.
이날의 "초대 손님"은 바이올리니스트 김응수(37) 한양대 교수와 피아니스트 채문영(35)씨 부부. 불과 두세 걸음 앞에 옹기종기 앉은 관객 170명을 앞에 두고, 이 부부는 모차르트의 바이올린 소나타 18번으로 문을 열었다. "10년차 부부"의 앙상블에 부녀(父女) 관객은 손을 맞잡고 손동작으로 조용히 춤을 췄다. 갓난아기를 업은 엄마는 아이가 칭얼거리려고 하자 연방 달래며 계단을 내려갔다. 하우스 콘서트에는 무대와 객석의 경계도, 사실상 연령 제한도 없다.

24일 김제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하우스 콘서트에서 바이올리니스트 김응수 교수와
피아니스트 채문영씨 부부가 연주하고 있다. /하우스콘서트 제공
바이올린을 갓 배우기 시작한 딸 한경(7)이와 함께 공연장을 찾은 회사원 장현진(33)씨는 "연주회를 볼 기회가 드문데, 가까이서 연주자의 표정까지 볼 수 있다는 점이 좋다"고 말했다. 중학생 아들과 연주회를 관람한 학원강사 김영미(43)씨는 "학기 중에는 짬을 내기 어려운데, 방학이라 모처럼 공연장을 찾았다"고 했다. "카르멘 환상곡"과 "치고이네르바이젠"으로 1시간가량의 연주회를 마친 김 교수는 "아이들이 반짝이는 눈망울로 끝까지 듣는 모습이 잊히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창수씨가 서울 연희동 단독주택 2층을 개조해서 연주회장으로 만든 건 지난 2002년. 10여년간 세 차례 이사를 거쳐 지금은 도곡동의 스튜디오 율하우스에 둥지를 틀었다. 이달로 333회째 공연. 박씨는 "음악회가 서울에만 편중되어선 안 된다"면서 지난해 "하우스 콘서트"의 전국 진출을 선언했다.
"지방자치제 도입 이후 전국에 중극장 이상의 공연장이 민간 공연장을 합쳐 400여 곳이라고 해요. 하지만 여전히 연주자들은 무대에 대한 갈증을 느끼죠. 하드웨어인 공연장과 소프트웨어인 연주자를 이어줘야 음악의 실핏줄도 통한다고 생각했어요."
지난해 7월 의정부에서 경남 거제까지 전국 23개 공연장에서 1주일간 100회의 공연을 게릴라 콘서트처럼 펼쳤고, 9000여 관객이 다녀갔다. 힘을 얻은 박씨는 올해 연중 상시 전국 공연을 기획했다.
그래서 전체 공연명도 "2013 하우스 콘서트 대한민국 공연장 습격사건"이다. 올해는 전국 공연장에서 신청을 받아 300~400회까지 연주 횟수를 늘리고, 2~3년 뒤에는 다시 1000회까지 늘린다는 게 박씨의 꿈이다.
난관도 있다. 무대 위에 관객들이 앉아서 연주를 듣는 "하우스 콘서트" 방식에 난색을 보이는 공연장도 많았다. 유명 연주자만을 선호하거나, 예산 부족을 이유로 거절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전국 120개 공연장을 찾아가며 발품을 팔았던 "하우스 콘서트" 매니저 강선애(29)씨는 "장기적으로 이 공연장들을 설득하는 것도 과제"라고 했다. "무모한 도전이 아니냐"는 질문에 박씨는 "지역에는 관객이 없다고 하지만, 정작 찾아가보면 반응은 직접적이고 뜨겁다. "현실은 달라지지 않는다"는 고정관념이 문제 아닐까. 몽상가라도 불러도 좋다. 언제든 전투태세는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김제=김성현 기자 danpa@chosun.com
올해 개인적인 화두 가운데 하나가 "음악과 삶이 만나는 공간"입니다. 음악이 그저 접근 불가능하거나 신성 불가침의 영역이 아니라 우리의 삶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반드시 그래야 한다는 생각이지요. 하우스 콘서트(http://freepiano.net/thc)의 "대한민국 공연장 습격 작전"에 관심을 쏟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일 거에요.
하지만 하우스 콘서트를 취재할 때마다 행복과 근심이 교차하곤 합니다. 행복감은 기대에 부풀어 있는 관객의 모습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이지요. 근심은 이 무대를 위해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고생한다는 안쓰러움 때문일 거에요. 지난 번 인터뷰에서 박창수 선생님을 농반진반으로 "몽상가"라고 불렀지만, 때로 이 일은 "민간"이 아니라 "공공"의 임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적도 있지요. 행복과 근심 끝에 김제에서 작성한 기사입니다. 사진에서도 엿볼 수 있지만, 무대에 있을 때만큼은 잠시 근심을 잊을 수 있지요. 이들에게도 언제나 "파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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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인구 9만3000명의 전북 김제시 성산길의 김제문화예술회관. 오후 6시 30분에 공연장 문이 열리자 부모들은 아이들 손을 잡고 총총 입장을 서둘렀다. 관객들이 향하는 곳은 객석이 아니라, 무대 위에 놓인 방석이다. 신발을 벗고 엄마 품에 포근하게 안겨 있는 소년의 표정은 편안하기만 하다. 거실 같은 일상 공간도 얼마든지 음악회장이 될 수 있다는 취지로 2002년 피아니스트 박창수(49)씨가 시작한 "하우스 콘서트"가 전국 공연장을 찾아간 것이다.
이날의 "초대 손님"은 바이올리니스트 김응수(37) 한양대 교수와 피아니스트 채문영(35)씨 부부. 불과 두세 걸음 앞에 옹기종기 앉은 관객 170명을 앞에 두고, 이 부부는 모차르트의 바이올린 소나타 18번으로 문을 열었다. "10년차 부부"의 앙상블에 부녀(父女) 관객은 손을 맞잡고 손동작으로 조용히 춤을 췄다. 갓난아기를 업은 엄마는 아이가 칭얼거리려고 하자 연방 달래며 계단을 내려갔다. 하우스 콘서트에는 무대와 객석의 경계도, 사실상 연령 제한도 없다.

24일 김제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하우스 콘서트에서 바이올리니스트 김응수 교수와
피아니스트 채문영씨 부부가 연주하고 있다. /하우스콘서트 제공
바이올린을 갓 배우기 시작한 딸 한경(7)이와 함께 공연장을 찾은 회사원 장현진(33)씨는 "연주회를 볼 기회가 드문데, 가까이서 연주자의 표정까지 볼 수 있다는 점이 좋다"고 말했다. 중학생 아들과 연주회를 관람한 학원강사 김영미(43)씨는 "학기 중에는 짬을 내기 어려운데, 방학이라 모처럼 공연장을 찾았다"고 했다. "카르멘 환상곡"과 "치고이네르바이젠"으로 1시간가량의 연주회를 마친 김 교수는 "아이들이 반짝이는 눈망울로 끝까지 듣는 모습이 잊히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창수씨가 서울 연희동 단독주택 2층을 개조해서 연주회장으로 만든 건 지난 2002년. 10여년간 세 차례 이사를 거쳐 지금은 도곡동의 스튜디오 율하우스에 둥지를 틀었다. 이달로 333회째 공연. 박씨는 "음악회가 서울에만 편중되어선 안 된다"면서 지난해 "하우스 콘서트"의 전국 진출을 선언했다.
"지방자치제 도입 이후 전국에 중극장 이상의 공연장이 민간 공연장을 합쳐 400여 곳이라고 해요. 하지만 여전히 연주자들은 무대에 대한 갈증을 느끼죠. 하드웨어인 공연장과 소프트웨어인 연주자를 이어줘야 음악의 실핏줄도 통한다고 생각했어요."
지난해 7월 의정부에서 경남 거제까지 전국 23개 공연장에서 1주일간 100회의 공연을 게릴라 콘서트처럼 펼쳤고, 9000여 관객이 다녀갔다. 힘을 얻은 박씨는 올해 연중 상시 전국 공연을 기획했다.
그래서 전체 공연명도 "2013 하우스 콘서트 대한민국 공연장 습격사건"이다. 올해는 전국 공연장에서 신청을 받아 300~400회까지 연주 횟수를 늘리고, 2~3년 뒤에는 다시 1000회까지 늘린다는 게 박씨의 꿈이다.
난관도 있다. 무대 위에 관객들이 앉아서 연주를 듣는 "하우스 콘서트" 방식에 난색을 보이는 공연장도 많았다. 유명 연주자만을 선호하거나, 예산 부족을 이유로 거절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전국 120개 공연장을 찾아가며 발품을 팔았던 "하우스 콘서트" 매니저 강선애(29)씨는 "장기적으로 이 공연장들을 설득하는 것도 과제"라고 했다. "무모한 도전이 아니냐"는 질문에 박씨는 "지역에는 관객이 없다고 하지만, 정작 찾아가보면 반응은 직접적이고 뜨겁다. "현실은 달라지지 않는다"는 고정관념이 문제 아닐까. 몽상가라도 불러도 좋다. 언제든 전투태세는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김제=김성현 기자 danpa@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