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리구리해
  • 등록일2008.10.12
  • 작성자모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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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창한 가을날 아침
꿈에서 "오지마!"를 우렁차게 외치던 중
윙~하는 컴퓨터 소리와 함께 들려오는 알람소리에 번쩍 정신이 들었더랬다.
뒷얘기도 궁금하고 긴박한 상황이어서 조금 더 베개에 얼굴을 파묻었지만 끊긴 꿈이 이어 꿔줄리도 없고 해서 부랴부랴 외출준비를 했다.
얼마전 구입한 책을 손까지 베어가며 신나게 읽으며 도착한 아, 이 얼마만인가 대학로.
복닥거리는 인파속에서 울리는 전화를 받으며 사람을 만나고 사람을 기다리고...
벤치에 앉아 고개를 들며 하늘을 보던 중 기겁하며 놀란 촘촘히 앉은 비둘기떼에 자리를 옮겼다.
나름 어릴 때 보고 충격이 컸던 영화 탓이었을까. 새떼가 달갑지 않았다.
자리를 옮기고 얼마 안돼 왠 아주머니 한 분께서 설문을 부탁했는데 주제가 만화여서 낼름 수락하고 설문을 하던 중 아주머니께서 동행인의 팔을 치우며 가방을 가리키시는게 아니겠는가. 피해 왔더만 이 무슨 날벼락인가. 그랬다. 비둘기똥이었다. 그리하여 또 자리를 옮기고 부랴부랴 설문도 끝내고 여전히 또다른 동행인을 기다리다 틀어져버려 명동으로 이동해 버렸다.
역시나 사람들로 복닥이는 명동에서 고민끝에 음식점에 들어가 점심을 먹다 추워하며 벗어둔 자켓을 입던 중 이건 또 뭐란말인가.
지하철에서 왠 구리한 냄새가 나서 왤까? 옆 사람 가방에 새똥이 떨어졌는데 왜 내 개방에 조금 묻었을까 싶어 닦았는데 왜지? 했었는데 그 이유가 밝혀지는 순간이었다.
입고있던 자켓에 그만 나무 위에 있던 한 녀석이 찍하고 똥을 싸버린 것이었다.
부랴부랴 화장실에 가서 닦긴 했지만 그 찜찜한 기분은 정말이지 달갑지 않았다.
오랜만에 대학로며 명동에 갔는데 이 무슨 똥세례란 말인가. 이 화창한 가을날에.
어느 누군가에겐 이 화창한 가을 하루가 구리구리한 날이 될 수도 있는 거였다.
결국 자켓은 차간 밤에 달빛을 받으며 처량맞게 옷걸이에 걸려 건조대에서 말려지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축축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