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향기
  • 등록일2008.05.08
  • 작성자모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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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새벽 잠에서 깨어나 어머니의 심부름으로 단지 내에 쓰레기를 버리러 현관문을 나섰다.
잔뜩 쓰레기를 품에 안고 현관문 옆 거우을 보며 잠시 고민을 했지만 어차피 이 시간이면 오가는 사람을 만나지 않으거라고 생각을 하고 잠옷을 입은 채 엘리베이터를 탔다.
그런데 기분이 참 묘했다. 그저 한달정도라고 생각했는데 여기저기 감싸는 공기가, 풍경이 낯설었다. 옆집 현관문엔 교회스티커가 붙혀져 있어 원래 있었나?라며 고개를 갸웃했는데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며 어라? 원래 여기가 이랬나?라며 모든게 낯설게 느껴져 당혹스러웠다. 쓸데없는 것에 질긴 기억력을 자랑스러워 했는데 아니었나보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건물 현관문이 열리는 순간 등산을 마치고 집으로 가시는 단지 주민을 마추쳐 잠시 움찔했다. 그래서 재빨리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고 걷다가 코를 자극하는 냄새에 주변을 두리번 거렸다.
꽃이다. 단지내 짧고 좁은 길을 따라 화단에 심어진 꽃들이 펴서 새벽 공기를 가득 꽃향기로 채우고 있었다. 아, 꽃이구나. 조금 놀랐다. 이렇게 꽃향기가 진동하려면 이보다 더 많은 꽃드이 피어야 하는데 이 정도로도 이렇게 진한 향을 낼 수 있다니. 공기가 촉촉한 새벽이라 그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쓰레기를 버리고 돌아오는 길에 좀 더 향기를 맡고 싶어 천천히 걸었지만 아까와 달리 코를 자극하진 못했다. 무방비상태여서 더 강렬했을라나.
이른 새벽은 참 오랜만이었다. 음영이 짙은 하늘을 보는 것도 찬 새벽 공기를 접하는 것도 그 공기를 코로 들이켰던 것도 늘 자는 중이라 잠시 잊고있었는데... 아직까지 잠들지 않은 지금, 오늘도 새벽구경을 해보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아, 더불어 새벽, 호숫가에서 들어보고 싶다고 생각했던 노래도 들어봐야겠다. 물냄새를 맡을 수 없지만 꽃냄새가 있으니 나쁘진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