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저널] [NOW AND FUTURE] 움직이는 음악, 소리를 입은 몸
  • 등록일2025.08.05
  • 작성자하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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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저널 2025년 6월호 Vol.426


[음악저널] [NOW AND FUTURE] 움직이는 음악, 소리를 입은 몸


글 이승훈 사진제공 더하우스콘서트, 음악동인고물, GS아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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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직이는 음악, 소리를 입은 몸





음악 장르 자체는 동(動)보다 정(靜)에 가깝다. 연주자의 움직임 외에는 공연에서 동적인 요소는 찾기 어렵다. 그러나 동의 장르, 무용과 결합할 때 음악은 내재된 역동성을 마음껏 발휘한다. 소리는 몸을 따라 흐르고, 몸은 소리를 따라 춤춘다.

익숙했던 바흐의 고전적 선율은 현대적 움직임 안에서 다시 태어나고, 전통 음악은 현대적 감각으로 우리 앞에 펼쳐지며, 고대의 신화는 무대 위에서 살아 숨 쉰다. 음악과 무용, 고전과 동시대, 전통과 실험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 세 공연을 통해 음악과 무용의 협업이 선사하는 다양한 세계를 경험해보자.



바흐X무브먼트 프로젝트

<바흐X무브먼트>는 음악과 무용의 수평적 협업을 통해 바흐의 고전 레퍼토리를 현대무용으로 재해석한 융합 프로젝트다. 이 프로젝트는 2022년,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이 본래 춤곡으로 구성되었다는 점에서 착안해 시작되었으며, 2023년에는 바흐의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와 ‘파르티타’ 연주와 무용을 결합하였다. 이어 2024년 9월에는 대학로극장 쿼드에서 <앙코르, 바흐X무브먼트>라는 이름으로 다시 무대에 올랐다. 이 앙코르 공연은 블랙박스 극장의 유연한 공간 구조를 적극 활용해 무대를 런웨이 형식으로 재구성하고, 객석을 입체적으로 배치했다. 음악에는 이머시브 사운드(몰입형 사운드) 기술이 적용되어 관객이 소리의 흐름과 움직임을 보다 입체적으로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이러한 무대 환경은 단순히 음악을 듣고 무용을 보는 것을 넘어, 공간 전체를 하나의 감각 구조로 확장하려는 시도의 일환이었다.

공연은 이틀간 진행되었다. 첫날에는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 전곡, 둘째 날에는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와 ‘파르티타’ 전곡이 연주되었다. 각 곡은 연주자와 무용수의 일대일 협업을 통해 구현되었다. 이 무대에서 연주자는 단순히 음악을 들려주는 데에 그치지 않고, 무용수 역시 음악에 반응하는 수동적 존재에 머물지 않는다. 두 예술가는 한 공간에서 음향과 움직임으로 공간 자체를 조율하며, 청각과 시각을 넘나드는 감각의 주체가된다.

이번 프로젝트는 음악가에게, 악보가 기보된 ‘음’과 ‘몸’의 대화를 시도하는 새로운 창작의 장을 열었다. 반면, 무용수에게는 정해진 템포와 박자에 맞춘 제작 음원이 아닌, 라이브 연주의 섬세한 호흡과 즉흥성에 반응해야 하는 도전이 주어졌다. 

익숙한 틀을 넘어 서로의 언어를 탐색하고 교감한 이 협업은, 고전과 현대, 음악과 무용이 교차하는 새로운 감각 구조의 가능성을 제시하였다. 공연을 주최한 더하우스콘서트 강선애 대표와 첼리스트 이정란, 안무가 은혜진에게 이번 프로젝트에 담긴 메시지를 들어보았다.






이 프로젝트는 바로크시대 레퍼토리인 바흐의 무반주곡을 현대무용과 결합해 왔습니다. 이번 앙코르 공연은 그 연속이자 확장으로 보이는데요,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무엇이었나요?


강선애 바흐의 작품들은 수백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는 음악입니다. 이번 프로젝트는 바흐의 무반주 작품이 지닌 생명력을 현대무용과 결합해 오늘날 관객들과 소통하려는 시도였습니다. 핵심 메시지는 ‘경험의 확장’으로, 장르가 다른 예술가들이 만나 새로운 예술적 가능성을 탐색하는 데 중점을 두었습니다. 클래식 연주자와 무용수가 서로의 언어를 이해하고 무대를 함께 완성해가는 과정은 관객에게도 새로운 감상 방식을 제공했으며, 단순한 협업을 넘어 모두가 연결되는 경험의 장을 이루고자 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습니다.


음악과 무용의 결합은 장르 간 협업을 넘어서 감각의 작동 방식 자체를 재설계해야 하는 복합적인 작업입니다. 이번 공연에서 음악, 무용, 공간이 어떻게 ‘하나의 구조’로 작동하길 바라셨나요?


이정란 바로크의 정점에 있는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과 전혀 접점이 없는 현대무용의 결합에 처음에는 의구심을 가졌지만, 결국 기본으로 돌아가 각 춤곡의 리듬감과 캐릭터를 최대한 살리는 데 집중했습니다. 춤곡의 본질은 리듬이며, 연주자가 이를 충분히 표현할 때 무용수와 관객 모두가 음악 본연의 생동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무용수는 선과 움직임에서 영감을 얻고, 관객은 음악과 무용의 시너지를 통해 더 큰 감각적 체험을 하게 됩니다. 음악과 무용의 본질이 통한다고 믿으며,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함으로써 하나의 감각 구조로 완성되길 기대했습니다.


은혜진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은 음악적으로 너무나 완결된 구조를 가지고 있어 무용을 얹을 틈을 찾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안무를 구성할 때 두 가지 방향에 집중했습니다. 첫째,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 5번’ 중 <사라방드>가 잉마르 베르만 감독의 영화 <외침과 속삭임>(Gries and Whispers, 1972)에 사용된 장면에서 착안했습니다. 배우의 대사 없이 음악만으로도 인물의 복잡한 내면이 드러난 장면에 주목하여, 무용수들 간의 미묘하고 복잡한 심리 변화를 움직임으로 풀어내고자 했습니다. 둘째로, ‘과거를 돌아보며 미래를 바라보는 시선’이라는 주제 아래, 음악이 지닌 회고적 서사를 따라 무용수들의 감정선을 설계했습니다. 그리고 그 회상의 끝에서 마주하는 희망과 승리의 순간을 형상화하고자 했습니다.




출처 : 음악저널

원문 보러가기 : https://blog.naver.com/eumakjournal/2238860474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