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스테이지] 여전히 둘러앉아 도란도란 즐기다 - 하우스콘서트 1000회
  • 등록일2023.11.15
  • 작성자하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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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 이 공연을 말한다_ 하우스콘서트 1,000회



역사의 기록은 앞서 가는 사람의 몫

1천회라는 금자탑을 쌓은 건 시간

시작은 한 사람이지만 끝은 무한대로




2002년 월드컵 때문에 난리였던 서울이 조용해졌다. 7월이라 이제 본격적인 여름 더위가 시작되고 있었다. 서울 주택가 연희동 골목길에 들어서면 나즈막히 음악소리가 들린다. 그 소리를 따라 가보면 양옥집 2층에서 나는 음악소리다. 거기 거실에는 스무여명이 빼곡히 둘러 앉아 연주자의 음악을 듣고 있었다. 이것이 우리나라 최초 '하우스콘서트'의 시작이다. 이 하우스콘서트의 주인장 '박창수'는 음악계에서 기인으로 통한다.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인 박창수는 젊은 시절 서울대 작곡과를 뛰쳐 나와 현실적인 음악보다는 실험적인 음악이 더 좋다며 여기저기를 쏘다니며 자신만의 음악세계를 펼친 사람이다. 필자와는 1986년 대학로에 있었던 바탕골 소극장에서 'Chaos'라는 전위 음악 퍼포먼스를 하면서 만났다. 이후 그는 실험 음악과 즉흥 연주 퍼포먼스로 활동하면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고 급기야 2002년에는 아무도 시도하지 않았던 자신의 집에서 '하우스콘서트'를 시작했다.



이후 지칠법도 한데 해를 거듭할수록 용맹정진하는 수도승처럼 앞으로 앞으로 달려 나가면서 국내에 '하우스콘서트'의 아류를 양산한 주범(?)으로 떠올랐다. 시간이 지남에 그 수많은 아류들은 다 무대 뒷편으로 사라졌지만 원조만은 아직도 굳건히 버티고 버텨 드디어 1,000회를 돌파하는 무대를 가졌다. 지난 21년간 연인원 4,700명의 연주자와 5만 8천명의 관객이 만들어 낸 어마어마한 기록이다. 이 기록은 하우스콘서트가 멈추지 않는 한 깨기 어려울 것이다.



이번 1,000회의 공연은 특별한 의미로 공연장에서 이루어졌다. 그것도 최고의 시설이라는 '롯데콘서트홀'에서 말이다.

공연장에 들어서면 깜짝 놀란다. 객석이 텅 비어 있기 때문이다. 이번 공연도 역시 하우스콘서트답게 객석을 다 비우고 전부 무대 위로 올라오게 한 것이다. 그 누구보다도 연주자와 최대한 가깝게 마주 앉아 음악을 보고 듣게 하는 컨셉트이기 때문이다. 콘서트홀의 특성상 어쩔 수 없이 합창석과 그 옆 좌석까지만 개방했다. 텅 빈 객석을 바라보며 연주를 들으니 묘한 기분이 들었다. 연주자의 입장인 셈이다. 연주자들은 무대에서 이렇게 꽉 찬 객석을 바라보며 연주를 하는게 아닌가.



첫번째 연주는 '에라토 앙상블'의 모차르트 교향곡 1번 in E-flat major, K. 16을 들었다. 한마디로 시작치고는 너무 쌈빡했다. 가볍지도 않게 그렇다고 무겁지도 않게 정말 모차르트 음악답게 음악회의 문을 열었다. '에라토 앙상블'은 바이올리니스트 양성식이 음악감독을 맡아 2011년 창단한 앙상블이다. 최고의 솔로이스트들이 모여 환상적인 하모니를 선사한다.



두번째 연주는 우리나라 최연소 첼리스트로 2023년 영 차이코프스키 국제콩쿠르에서 우승을 한 '김정아'양의 무대였다. 우리에게 너무도 잘 알려진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 No. 1 in G major, BWV 1007 - 1, Prelude를 정말 말끔하게 연주해냈다. 어리다고 생각할 수 없는 성숙한 연주였다.



세번째는 색소폰 연주자로 세계 최고의 기량을 자랑하는 '브랜든 최'와 피아니스트 '문재원'의 무대였다. 첫 곡으로 P. Creston : Concerto for Alto Saxophone and Orchestra, Op. 26-1, Energetic을 연주했다. 현란한 손가락의 움직임을 따라 색소폰 소리는 피아노 반주에 맞춰 춤을 춘다. 두번째 곡인 P. Iturralde : Pequena Czarda도 한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한 기교로 연주했다. 브랜든 최는 프랑스 리옹 국립음악원에서 최고연주자과정을 마치고 미국 신시내티 음악원에서 석, 박사 과정을 마쳤다. 한국인 최초로 미국 링컨센터에서 단독 리사이틀을 한 실력자이다. 피아니스트 문재원 역시 독일 하노버 국립음대 최고연주자과정을 졸업한 실력파이다. 피아니스트 손열음과 듀오 앨범을 내기도 했다.



네번째는 파이프 오르간 연주였다. 롯데콘서트홀은 국내 최고의 파이프 오르간이 설치되어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연주자는 볼 수가 없었고 소리만 들을 수 있었다. 바흐의 Toccata and Fugue in D minor, BWV 565를 연주했다. 이 곡도 우리에겐 너무나도 유명한 곡이다. 파이프오르간 곡으로 자주 연주되는 곡이다. 장려한 도입부로 시작되는 대담한 악상의 전개는 장엄함을 느낀다. 토카타란 자유롭고 즉흥적인 형식으로서 건반 악기의 시주(試奏)에 흔히 쓰인다. 파이프 오르가니스트 박준호는 독일 뉘른베르크 콩쿠르 우승을 비롯해 유럽의 권위있는 국제 콩쿠르에서 입상해 세계 오르간계에 이름을 알렸다. 미국 오스틴 텍사스 주립대학 오르간 교수를 역임하였다.



다섯번째 무대는 조금 색다른 조합이다. 바로 국악기로 잘 알려진 '생황'의 등장이다. 한국의 대표 생황 연주가 김효영과 하프 연주가 황세희 그리고 타악 재즈뮤지션 김정균의 등장이다. 이 세 연주가의 묘한 조합은 우리를 들뜨게 했다. '박경훈' 작곡의 '생황을 위한 푸리' 음악은 뉴스타일의 현대음악이라고 할 만큼 신선했다.



여섯번째 무대로 '아레테 콰르텟'이 등장한다. 하이든의 String Quartet in G major, Hob.lll:41의 1번, 3번, 4번 악장을 연달아 연주한 '아레테 콰르텟'은 2023 모차르트 국제 콩쿠르 1위 및 모차르트 현악사중주 최고해석상을 수상한 뛰어난 팀이다. 바이올린에 전채안, 유현석, 비올라에 장윤선, 첼로에 박성현이 맡고 있다.



일곱번째 무대는 피아니스트 문지영의 바흐 Chromatic Fantasy & Fugue, BWV 903으로 이번 무대 최고 절정을 이루었다. 부조니 국제 피아노 콩쿠르 우승을 한 문지영은 정명훈을 비롯해 유럽 최고의 지휘자들과 호흡을 맞춘 최고의 기량과 풍부한 감정을 가진 연주자다. 섬세한 손놀림으로 맑고 청아한 음율을 선사한 그녀의 기교는 오랜 가뭄의 기다림 끝에 주는 단비 같았다.



여덟번째 마지막 무대는 '앙상블 블랭크'가 장식했다. 이들은 Steve Reich - Eight Lines 곡을 섬세하게 연주했다. 현대음악 작곡가인 스티브 라이히(Steve Reich)는 미니멀작곡가로 유명하다. 강하고 규칙적인 박(Pulse)과 극도로 단순한 리듬 패턴 및 멜로디를 끊임없이 반복 진행시키며 음을 만들어 간다. '앙상블블랭크'는 현대음악을 비롯한 다양한 시대의 작품으로 관객들에게 새로운 아름다움의 미학을 전파하고 있다.



이렇게 하우스콘서트 1,000회의 공연은 순식간에 지나가 버린 짧은 시간의 아쉬움 속에 마무리 했다.

이제 또 다른 1,000회의 시작이다. 21년후 2,000회에서 주인장 박창수는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을까?



송인호 편집장

굿스테이지 2023. 11. 1



원문 링크 : http://www.goodstage.com/m2023/11/12_review_hacon1000.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