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브스프리미엄] 임윤찬과 한재민을 일찌감치 알아봤던 ‘마룻바닥 콘서트’, 어느새 1천 회
- 등록일2023.11.15
- 작성자하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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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룻바닥에 앉으면 특별한 공연이 펼쳐진다! 더하우스콘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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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색다른 음악회가 열렸습니다. 평소 관객들이 앉던 2,000여 석의 객석은 합창석 일부를 제외하면 텅 비었고, 이날 관객들은 모두 무대 위로 올라가 마룻바닥에 앉았습니다. 연주자들이 객석을 등지고, 문자 그대로 ‘코앞’에 자리 잡은 관객들을 바라보며 연주했습니다. 바로 더하우스콘서트의 1000회 기념 공연이었습니다.
더하우스콘서트(이후 ‘하콘’)는 박창수 대표가 2002년 자신의 연희동 집을 개조해 작은 음악회를 열기 시작한 게 시초입니다. 작곡을 전공한 그가 예고 재학 시절 친구들과 함께 집에서 연습하던 경험이 밑바탕이 됐습니다. 가까운 거리에서 마룻바닥을 타고 올라오는 음의 진동까지 느끼며 듣는 음악이, 공연장에서 듣는 음악보다 훨씬 좋았던 거죠.
연주자 코앞에서 보고, 와인파티도 즐기는데 3만 원
하콘은 200회를 연희동에서 진행하고 이후 몇몇 공간을 옮겨 다니다가 지금은 대학로 예술가의 집에 정착해 매주 월요일 저녁에 진행되고 있습니다. 공간이 바뀌었지만 하콘의 콘셉트는 그대로입니다. 연주자와 관객의 거리가 눈빛과 숨결까지 느껴질 정도로 굉장히 가깝고, 관객은 마룻바닥에 앉아 온몸으로 타고 오는 진동을 느끼며 음악을 감상합니다. 모든 공연은 녹음·녹화해 기록으로 남깁니다. 코로나19 팬데믹 때부터는 유튜브 생중계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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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하우스콘서트 공식 페이스북
하콘은 팬데믹으로 잠시 중단된 시기가 있었지만, 관객과 연주자가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조촐한 와인 파티를 공연 후에 엽니다. 연주자는 그날 들어온 티켓 수입의 절반을 개런티로 가져갑니다. 티켓은 특별 공연을 제외하면 3만 원입니다. (연주자 코앞에서 공연도 보고 와인 파티도 즐기는데 3만 원이면 정말 착한 가격 아닌가요?)
21년 이상 이어온 하콘의 출연자들은 모두 42개국 4,700명에 이릅니다. 클래식 음악이 주축이지만 가요와 국악, 영화음악과 재즈, 무용 등 다른 장르 예술가들도 함께 했습니다. 강산에, 크라잉넛, 10cm도 이 무대에 섰던 뮤지션들입니다. 하콘은 스타 연주자들을 일찌감치 발굴해 낸 ‘선구안’으로도 유명합니다. 김선욱, 조성진, 임윤찬, 한재민까지, 내로라하는 음악가들이 국제 콩쿠르 우승으로 뜨기 전부터 이 무대를 거쳐갔습니다.
*하콘 유튜브에 올라있는, 하콘의 역사를 소개한 짤막한 영상(▶ 영상 보러 가기)입니다. 김선욱, 조성진, 임윤찬, 그리고 정경화 같은 낯익은 얼굴들이 등장하네요.
2,000석 객석 놔두고 관객도 무대에 올린 이유
하콘의 1000회 기념 콘서트는 처음으로 대학로를 벗어나 롯데콘서트홀이라는 대형 공연장으로 ‘진출’했지만, 관객도 연주자와 함께 무대에 오르게 하면서 티켓은 300장만 팔았습니다. 박창수 대표에게 굳이 그렇게 한 이유를 물으니 ‘남들 하는 대로 하기는 싫었다’고 하더군요. 관객과 연주자의 거리가 가까운 하콘의 ‘정체성’을 지키겠다는 거죠.
박 대표는 피아노로 실험성 짙은 즉흥 연주, 프리 뮤직을 하는 작곡가이며 연주자이기도 한데요, 그렇게 남들과는 다른 실험적 음악을 하는 것처럼, 하콘 역시 남들과 다른 실험을 해왔습니다. 집에서 공연하는 하우스 콘서트 형식을 국내 처음으로 도입했고, 한 달 동안 전국 공연장에서 동시다발로 공연을 여는 ‘원 먼스 페스티벌’을 열면서 ‘대한민국 공연장 습격작전’을 수행했고, 국내외에서 하루 24시간 동안 공연을 이어가는 ‘원 데이 페스티벌’, 한 작곡가의 작품 세계를 집중 탐구하는 ‘줄라이 페스티벌’ 등 새로운 도전을 이어왔습니다.

이번 1,000회 공연은 8팀이 출연하는 갈라 콘서트 형식으로 열렸습니다. 모차르트가 8살 때 작곡했다는 교향곡 1번으로 시작해 현대 작곡가 스티브 라이히의 1979년작 ‘Eight Lines’로 끝났습니다. 챔버 오케스트라와 현악 4중주, 색소폰과 피아노, 생황과 하프 퍼커션 등등 다양한 편성의 곡들이 펼쳐졌는데요, 바흐의 ‘토카타와 푸가’를 자주 듣기 어려운 파이프 오르간 연주로 들려준 것도 좋았지만, 특히 11살 소녀 첼리스트 김정아 양의 비범한 연주가 관심을 끌었습니다.
김정아 양은 권혁주 콩쿠르 대상 수상 당시의 연주 영상(▶ 영상 보러 가기)을 접하고 연락해 섭외했다고 합니다. 하콘은 갈라 콘서트에서 어린 유망주를 소개하는 전통이 있는데요, 노래도 하고, 리듬도 타야 하는 현대 작품(콩쿠르 당시 연주했던 곡입니다)을 놀라운 집중력으로 기막히게 소화했습니다. 권혁주 콩쿠르는 30대 초반에 세상을 떠난 천재 바이올리니스트 고 권혁주를 기려 지난해부터 열리는 콩쿠르인데, 권혁주 역시 하콘을 사랑하고 하콘이 사랑했던 연주자였습니다.

박창수 대표는 8팀의 연주가 모두 끝난 후 마이크를 잡았습니다. ‘긴 마라톤을 완주한 기분’이라며, 이제 하콘의 대표직을 다음 세대에 넘기고 예술감독으로 남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관객에 대한 감사 인사, 앞으로도 하콘을 지지해 달라는 부탁도 했습니다. 관객들이 하나둘씩 차례로 일어나 박수를 치기 시작했습니다. 따뜻한 기립 박수를 받으며 퇴장하는 박창수 대표를 보면서 저도 마음이 뭉클해졌습니다. (하콘 1,000회 공연 실황은 아직 날짜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SBS 문화가중계에서 방영할 예정입니다.)
1,000회 공연 전에 박창수 대표, 강선애 수석매니저를 골라듣는뉴스룸 커튼콜에 초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강선애 수석 매니저는 학창 시절 아르바이트로 하콘과 인연을 처음 맺었고, 안정된 직장을 박차고 나가 ‘하콘 1호 직원’이 된 산 증인입니다. 긴 이야기 중 일부만 발췌해 소개합니다.
출연자 선정 원칙 - 프로필 보지 않는다, 소리를 듣는다

김선욱이나 조성진, 임윤찬, 한재민 등 콩쿠르 우승으로 유명해지기 전에 하콘 무대에 섰던 연주자들이 많습니다. 하콘이 신예 출연자들을 선정하는 기준이나 원칙이 무엇인지 물었습니다.
“일단 연주자들의 프로필을 보지 않습니다.”
저는 ‘일단 연주자들의 프로필을’ 다음에 나올 말이 ‘봅니다’일 거라고 무심히 생각하다가 정신이 번쩍 들었어요. 프로필을 보는 건 당연한 절차라고 생각했으니까요. 그런데, 프로필을 보지 않을 수가 있을까요?
“프로필을 안 본다는 의미는, 안 좋게 쓰이는 프로필은 거의 없거든요. 그러니까 판단하기 어렵다는 겁니다. 어느 학교 나왔다, 어느 콩쿠르에서 우승했다는 것도 참고가 될 수는 있지만 그것만 보고 믿을 수 있을 만큼은 안 된다는 거죠.”
강선애 매니저가 부연 설명을 했습니다. 하콘에 신예 연주자들이 무대에 서고 싶어서 많이 연락해 오는데, 그러면 연주 영상이나 음원을 받아서 프로필은 빼고 박 대표에게 전달한다는 겁니다. 이 연주자가 몇 살이냐, 이런 정도만 체크한다고 했습니다.
“프로필을 보는 건 먼저 그 연주자의 소리를 들어보고 확인을 하는 경우여야 합니다. 그리고 잘한다고 해서 무대에 서는 건 아니에요. 제 나름의 방식인지 모르겠지만, 연주가 가지는 호흡을 주로 봅니다. 얼마나 긴 호흡을 가지는 연주자인지, 이 친구가 얼마만큼 성장할 수 있을지를 봅니다.”
- “긴 호흡이라는 건 구체적으로 어떤 걸 뜻하는 건가요? 직관적으로 느껴지시는 건가요?”
“직관적인 것도 있고요, 논리적으로 전체 음악적인 *프레이징(phrasing)을 어떻게 소화해 내느냐에 따라 이 사람이 얼마만큼 성장할지가 달라진다는 걸 제가 여러 번 확인했어요. 그게 척도가 되죠. 지금은 좀 부족해 보이더라도 긴 호흡을 다룰 줄 아는 친구들이 있거든요. 그런 친구들은 언젠가는 꼭 빛을 내죠.”
*선율을 프레이즈(phrase)로 나누는 것, 즉 악상을 자연스럽게 분할해서 정리해 연주하는 것을 프레이징이라고 합니다. 여기서부터 저기까지가 노래의 한 단락이고, 그다음에는 또 다른 단락이 시작되고, 이런 걸 파악해서 노래가 자연스럽게 흘러가도록 연주하는 거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 “프레이징도 다 배우지 않나요?”
“배워서 되는 게 있고요, 본인이 타고나는 것도 있죠. 노력으로만 되지는 않아요. 긴 프레이징을 할 경우는 실제로 연기자가 호흡이 가빠지기도 하거든요. 보충을 한다면 프로그램에 어떤 곡들을 어떻게 배치하고 구성할 것인가, 이것도 호흡하고 관계가 있죠. 또 지난해 이런 프로그램을 했으면 올해는 어떤 식으로 할 예정인가, 이런 얘기도 나누다 보면 이 연주자가 긴 호흡을 갖고 생각하고 있는지 아닌지 알 수 있죠.”
"요놈 잡아야겠다"와 "또 하나 나왔구나"

김선욱 피아니스트, 2016년, 제500회 하우스콘서트 / 출처 : 하우스콘서트 공식 홈페이지 (Shin-joong Kim)
하콘의 단골 출연자 중 한 명인 피아니스트 김선욱은 예원학교 졸업 직전 다른 연주자의 반주자로 와서 하콘과 첫 인연을 맺었습니다. 반주자가 눈에 띄어 공연이 끝나고 나서 이거 쳐봐라, 저것도 쳐봐라, 이렇게 요구를 했더니 다 척척 소화해 내더라는 겁니다. 그래서 박창수 대표가 이런 생각을 했답니다.
“요놈 잡아야겠다!”
첼리스트 한재민도 그렇게 ‘하콘이 어린 시절부터 발굴한 연주자입니다. 2017년 초등학교 5학년 때 하콘 갈라콘서트(▶ 영상 보러 가기)에 처음 출연했습니다.
“선생님이 갈라콘서트 보고 또 ‘요놈 잡아라’ 해서, 그다음 해 2월에 바로 리사이틀을 잡았어요. 두 달밖에 안 남았는데 리사이틀 준비할 수 있겠냐 했더니 바로 하겠다고 하더라고요. 당시 공연 관객 20명 정도를 앞에 두고 연주했죠. 그 후에도 계속 성장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여러 차례 출연하게 했거든요. 앙상블도 있었고, 선생님하고 즉흥 연주도 했었죠.” (강선애)
하콘이 ‘발견한’ 연주자는 하콘에서 한 번의 공연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이후에도 계속 다양한 형식의 무대를 기획하면서 성장을 지켜봅니다. 한재민은 피아니스트 김선욱과 함께 했던 2020년 연말 공연(▶ 영상 보러 가기)을 비롯해 많은 연주를 했습니다. 피아니스트 임윤찬은 2021년 초 하콘 신년 음악회(▶영상 보러 가기)로 리사이틀을 했고, 같은 해 연말에 피아니스트 배진우와 함께 'JJAT(쟂) 듀오'로 또다시 하콘에서 연주했습니다. (▶ JJAT듀오 공연 실황 보기)
JJAT이 무슨 뜻인가 했더니, 키보드를 한글 모드로 놓고 감탄사 WOW를 치면 ‘쟂’이 되는데, 이를 다시 영어로 풀어쓴 이름이랍니다. 두 대의 피아노를 연주한 듀오 멤버 이름은 ‘페루치오 림, 부조니 배’입니다. 유명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인 페루치오 부조니의 이름을 딴 것 같은데요, 그 재기 발랄함에 미소 짓게 됩니다.
- “반 클라이번 콩쿠르 나가기 전이었는데, 연주 보고 어떠셨나요?”
“또 하나 나왔구나!”(웃음)
믿고 보는 하콘의 '번개 콘서트'
하콘은 객석과 무대의 경계를 허물면서, 연주자와 관객의 물리적인 거리뿐 아니라 심리적인 거리도 좁혔습니다. 연주가 끝나면 시작되는 와인 파티도 그래서 하는 거고요. 하콘 1회 때부터 지속해 온 와인 파티에선 관객들끼리 공연 감상을 나누는 건 물론이고, 방금 연주를 마친 연주자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사진 찍고, 사인받는 광경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때로는 와인 파티가 자연스럽게 출연자 오디션이 되기도 합니다.
“연주자 친구가 악보 넘겨주는 페이지 터너로 왔는데, 그 사람도 피아노 전공자인 거예요. 그러면 저희는 와인파티 때 ‘아무거나 한 번 쳐봐’ 하고 부추기는 거죠. 그럼 선생님이 보시고 그 친구한테 특정 프로그램을 요청할 때도 있고, 그런 식으로 발굴되는 신예 연주자들이 종종 있습니다.” (강선애)

제204회 하우스콘서트 : 외르크 데무스
하콘의 ‘번개’ 콘서트 얘기도 해야겠네요. 번개는 공연 이틀 전 출연자를 밝히지 않은 채 공지됩니다. 관객은 하콘의 기획력을 믿고 그냥 보러 가는 거죠. 2008년 번개 콘서트 1회 출연자는 무려, 당시 80세였던 오스트리아의 피아노 거장 외르크 데무스(▶ 영상 보러 가기)였습니다. 총 8번 쳤던 하콘의 ‘번개’ 주인공은 외르크 데무스 외에도 김선욱, 에라토 앙상블, 에드워드 아우어, 정경화, 손열음, 클라라 주미 강처럼 쟁쟁한 국내외 음악가들이었습니다.
저는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 번개 콘서트를 직접 봤는데요, 그가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자신을 바라보는 어린이 관객들과 일일이 눈을 맞추는 모습이, 정말 인상적이고 따뜻한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연주자들이 공통적으로 관객들의 집중도가 정말 높다고 하세요. 그래서 만들어지는 공간의 분위기가 있잖아요. 차분한 가운데 정말 자기만 쳐다보고 있는 관객들의 모습, 이런 분위기가 한 시간 넘게 유지되거든요. 이런 것들이 음악에도 다 반영이 되니까. 그래서 여기서 연주할 때 너무 좋기도 하지만, 그래서 떨리고 어려운 무대라고도 하시죠.”
사비 털어 넣으며 하콘을 지켜온 이유
하콘은 이렇게 많은 연주자들이 서고 싶어 하는 무대로 자리 잡았지만 돈을 버는 것과는 관계가 멉니다. 약 40평 남짓한 대학로 예술가의 집 2층 회의실에서 공연을 여는데, 연주자들과 촬영·음향 스태프들의 자리를 빼고 나면 관객은 많아야 150명 정도까지 수용할 수 있습니다. 관객 100명이 왔다 하면 티켓 수입은 300만 원, 절반을 개런티로 주고 나면 150만 원이 남죠. 이 정도로 살림을 꾸려갈 수 있을까요?
더구나 코로나 기간에도 공연을 중단하지 않기 위해 새로 장비를 사서 유튜브 생중계를 시작했고, 무관중 공연으로 티켓 수입이 없을 때도 연주자에게 일정액의 개런티는 지불했습니다. 공공지원과 민간의 후원도 받고 있지만, 그래도 모자라는 돈은 박 대표가 사비로 충당했습니다. 집을 팔고, 전세를 월세로 바꾸고, 이런 식으로 필요한 운영 자금을 마련해 왔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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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산을 털어 넣으면서까지 이렇게 끌어온 원동력은 뭘까요? 왜 그렇게 하시는 건가요?”
“한두 사람이 희생을 하면 좋은 결과물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게 보이기 때문에, 아니, 희생이라는 말은 어울리지 않아요. 수고를 좀 하자, 그러면 전체가 좋아질 수 있다는 게 보이거든요. 그래서 포기할 수 없었어요. 그리고 제 자신이 미련해서 그런 것도 있는 것 같고요.”
그는 우리나라가 경제적 발전에 비해 기초 문화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했습니다. ‘기초 문화’를 1퍼센트라도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다면 만족할 수 있을 거라고도 했고요. 해외 유명 단체의 대형 공연도 좋지만, 보통 사람들이 일상 속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좋은 음악회가 많아진다면 그런 게 바로 풀뿌리 문화, 기초 문화 아닐까요.
“기초 문화는 상업 문화하고 대비된다고 표현하면 될 것 같아요. 우리나라가 기초 과학 분야 노벨상이 나오지 않고 있잖아요. 기초 문화도 기초 과학 같은 역할을 한다고 생각해요. 이게 탄탄해야 하는 거죠. 정치든 사회든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을 문화가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 “힘드시지만 그래도 언제 보람을 느끼세요?”
“지금은 연주자들이 지방 공연장 문이 열렸다고 하면 연주하고 싶어 해요. 10년 전에는 다들 하기 싫어했거든요. 이렇게 달라진 게 하콘이 한 일 중에 가장 보람이 큰 일 아닌가 생각해요.”
제가 하콘을 처음 취재한 것은 2012년 하콘이 10주년을 맞아 원 먼스 페스티벌을 시작했을 때였습니다. 한 달간 전국 공연장을 찾아가는 ‘대한민국 공연장 습격작전’이라고도 불렸죠. 당시 경기도 광주의 한 공연장 무대 위, 마룻바닥에 앉아서 진행했던 인터뷰를 잊을 수 없습니다. 박창수 대표의 조용조용 느릿한 말투 속에 불합리한 현실에 대한 고민, 하지만 현실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단단한 결기, 현실을 조금이라도 나은 방향으로 바꿔보겠다는 열정이 느껴졌으니까요.
하콘 2,000회, 3,000회를 위해
강선애 수석매니저는 2012년 원 먼스 페스티벌을 성사시키기 위해 안정된 직장을 그만두고 하콘에 합류했습니다. 그만큼 하콘에 대한 애정이 컸고, 불합리한 현실을 바꿔보자는 박 대표의 뜻에 깊이 공감한 거죠.
저는 그가 금호문화재단에 근무하던 시절 처음 만났는데, 안정된 직장을 그만두고 하콘으로 간다는 결정에 놀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온갖 난관을 돌파한 강선애 매니저의 활약 덕분에 원 먼스 페스티벌은 첫 해 1주일에 100회 공연이라는 결실을 맺었죠.
강선애 매니저는 공연 섭외와 진행을 위해 전국 방방곡곡 안 가본 곳이 없다 해서 음악계의 ‘강삿갓’이라는 별명까지 얻었습니다. 그는 박창수 대표가 세대교체를 위해, 자신의 음악에 집중하기 위해 내려놓은 대표직을 이어받았습니다. ‘강삿갓’ 신임 대표는 하콘이 지켜온 원칙은 그대로 고수하면서, 하콘이 특정 공간이나 공연을 넘어, 확장된 ‘플랫폼’으로 더 다양한 시도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1,000회 공연이 끝난 뒤에도 하콘은 계속 앞으로 나아갑니다. 하콘 홈페이지에는 앞으로의 공연 일정이 줄줄이 올라와 있네요. 하콘의 프로그램 안내에 항상 나오는 문구가 ‘소박한 듯 노블하게, 조용한 듯 열정적으로’인데요, 정말 그렇게 앞으로도 하콘을 이어가며 2,000회, 3,000회 맞을 때까지 쭉 연주자와 관객들에게, 친밀하게 음악을 나누고 소통하는 기쁨을 선사하기 바랍니다.
*박창수 대표는 하콘 1,000회를 맞아 ‘우연을 필연으로’라는 제목으로 책을 내기도 했습니다. 박 대표와 강선애 수석매니저가 출연한 커튼콜은 할 얘기가 너무 많아서 2부로 나뉘어 공개됐습니다. 좀 길지만 지루하지 않아요. 고 권혁주 김선욱, 임윤찬 등의 연주 영상도 맛볼 수 있고,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이 많으니 함께 보셔도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