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저널] 커버스토리 - 예술의 본질을 묻다, 더하우스콘서트
- 등록일2022.07.12
- 작성자하콘
- 조회164
음악저널 2022년 6월호 - Vol.390
[Cover Story]
예술의 본질을 묻다, 더하우스콘서트
티켓 파워가 있는 연주자의 경우 솔로 리사이틀이나 작은 편성의 앙상블 공연임에도 수천 명이 들어가는 대형 공연장에서 여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본다. 하지만 오케스트라와 합창단이 들어가고도 남을 사이즈의 공연장에서 악기 한두 대의 소리가 모든 관객들에게 제대로 전달되기를 기대한다는 것은 난센스에 가깝다.
자택 거실에서 시작된 ‘더하우스콘서트’는 국내 살롱음악회의 붐을 이끌었을뿐 아니라 획기적인 기획과 도전적 행보로 공연예술계 전체에 잔잔하지만 뜨거운 화두를 던져왔다. 이들이 추구하는 것은 바닥을 통해 전해지는 소리의 진동처럼 날 것 그대로의 예술적 감동이다. 올해로 20주년을 맞은 하우스콘서트의 박창수 대표, 강선애, 한진희 매니저를 만났다.
벨라 바르톡 집중 탐구
벨라 바르톡(1881-1945)은 민족적 소재를 바탕으로 자신만의 독창적 음악세계를 구축한 헝가리 대표 작곡가다. 오페라와 발레음악, 중소규모의 실내악 작품을 비롯해 수많은 피아노 작품을 남겼지만 국내에서 주로 연주되는 건 ‘비올라 협주곡’과 ‘바이올린 협주곡 2번’, ‘관현악을 위한 협주곡’ 등 일부 작품에 국한된다. 이러한 배경에는 연주자에게 극도의 난해함을 안기는 복잡한 작곡 기법이 원인으로 꼽힌다. 현대 음악에 있어 독보적인 자취를 남긴, 하지만 즐겨 연주되지 못했던 바르톡의 음악 세계를 제대로 만날 기회가 찾아온다. ‘더하우스콘서트(대표 박창수/이하 하콘)’가 7월 한 달간 대학로 예술가의집에서 개최하는 ‘2022 줄라이 페스티벌’의 주제가 바로 벨라 바르톡이다. 베토벤(2020년), 브람스(2021년)에 이은 세 번째 집중 탐구 작곡가이다.
베토벤, 브람스 이후로 바르톡을 선정한 이유가 궁금하다.
베토벤, 브람스 이후 많은 사람들이 슈만이나 슈베르트를 예상하는데 하콘이 원래 사람들이 예측하는 대로 따라가는데 거부감이 있다. 늘 예측 가능한 것을 넘어서려고 한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내년에는 슈베르트, 내후년에는 슈만, 그 다음 해에는 스트라빈스키를 계획하고 있다. 너무 앞서서 생각한다고 의문이 들 수도 있겠지만 하콘이 늘 해오던 방식이다.
7월 1일 개막공연에서 바르톡의 유일한 단막 오페라인 ‘푸른 수염의 성’을 국내 초연하는데 소규모 오케스트라 편곡 버전의 콘서트 형식으로 선보여 눈길을 끈다. 이 밖에도 잘 연주되지 않았던 작품들까지 모두 연주하는 건가?
우리 상황에서 연주할 수 있는 작품은 모두 올린다고 보면 된다. 작품 수로는 대략 90여 곡이다. 준비에 돌입한 건 1월부터이고 자료 조사하고, 악보가 있는지 체크하는 과정부터 시작해 스케줄을 짜고 아티스트 섭외까지 꽤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개막일이 마침 하콘의 900회 공연인데 그동안 100회 단위의 공연을 할 때 좀 더 특별한 콘셉트로 진행을 했기 때문에 오페라를 생각했다. 바르톡의 작품들이 사실 듣기에는 그렇게 어렵지 않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좋아할 수 있는 곡들인데 테크닉적으로 어려우니 연주자들이 회피하는 것이다. 익숙한 곡만 연주해 주는 것이 좋은 기획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바이올리니스트 권혁주, 피아니스트 김선욱. (164회 공연)
피날레 콘서트에서 27곡의 피아노 작품들과 ‘현과 타악기, 첼레스타를 위한 음악’이 약 8시간에 걸쳐 연주되는 것도 특별하지만 ‘루마니안 포크 댄스’를 7개의 팀이 릴레이로 연주하는 공연이 특히 흥미롭다.
이 역시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포인트인 예측 가능하지 않은 상황으로 연출하고 싶다는 것에서 나온 기획이다. 하루에 같은 곡을 다른 악기 편성으로 7번 듣는 경험은 다른 어디에서도 하기 어렵지 않겠는가.
20주년인 만큼 참여하는 아티스트들도 특별할 것 같다.
브람스나 베토벤 같은 경우는 연주자들이 대부분 기꺼이 연주를 하려고 하지만 바르톡 같은 경우는 알려진 몇 곡 외에는 다 새로 연습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주로 새로 연습해서 할 도전 의지가 있는지를 보고 연주자를 섭외했다. 여기에 새로운 연주자들을 찾아내는 것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항상 일정 비율은 신인도 포함시키려 한다. 하콘과 같이 성장한 연주자들 중 대표적인 피아니스트 김선욱 등 의미 있는 연주자들과 함께 신진 공모로 새로 들어온 연주자들, 하콘 무대에 많이 섰던 선생님들까지 여러 세대가 함께 어우러지는 무대가 되도록 신경 썼다.
마룻바닥이 주는 감동
매주 월요일마다 하우스콘서트가 열리는 대학로 예술가의집. 3층으로 올라가 공연이 열리는 장소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먼저 신발장에 벗은 신발을 놓아야 한다. 무대와 객석 구분이 없는 나무 바닥, 그곳에 준비되어 있는 방석에 앉아 흘러나오는 실황 음악을 듣노라니 자연스레 마음을 가다듬게 된다. 시간이 되자 박창수 대표의 아티스트에 대한 소개가 있고 이어서 연주자가 신발을 벗은 채 피아노 앞으로 걸어 나온다. 맨 앞줄 관객과는 단 두 걸음 정도의 거리를 두고 인사하는데 얼굴에서 긴장과 기대가 섞인 표정이 묻어 나온다. 연주가 시작되자 관객의 시선은 오롯이 연주자에 집중된다. 건반 위 손의 움직임, 가끔 들리는 허밍 소리, 이마에 맺힌 땀방울이 나무 바닥을 울리는 피아노 소리와 함께 그대로 전달된다. 공연은 인터미션 없이 한 시간 남짓 이어지는데 마지막 앙코르가 끝나자 따뜻한 환호가 터져 나왔다. 이상은 지난 5월 9일에 열린 제894회 하우스콘서트, 피아니스트 김상영의 공연 스케치.
바닥에 앉아 감상해서인지 관객들의 집중력이 상당히 높다는 인상을 받았다. 차분하면서도 열의에 찬 분위기랄까.
하콘에는 관객들의 집중력을 높이기 위한 여러 가지 비밀 요소들이 있다. 보통은 길이가 긴 쪽의 끝을 무대로 한다면 우리는 반대로 관객이 둘러앉을 수 있도록 넓게 무대를 구성한다. 연주자들의 의자도 보통 연주 의자보다 1.5cm 정도 낮게 둔다. 연주자들이 뒤로 기댈 수 없고 몸을 앞으로 숙여야 한다는 불편함이 있겠지만 그렇게 함으로써 더 연주에 몰입하도록, 관객들과 좀 더 가까이 있도록 한다. 여기에 바닥의 울림 역시 집중력을 높이는 요소가 될 수 있다.

553회 공연
자택의 2층 거실에서 시작한 하우스콘서트의 콘셉트를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1회 공연은 어땠나?
나와 일본 피아니스트 둘이 연주했다. 첫 연주 때는 50명이 살짝 넘는 관객이 온 것 같다. 관객들은 공통적으로 ‘이게 얼마나 지속될까’라는 의문을 품고 공연에 왔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했겠지만 성격상 무엇이든 시작하기 위해서 철저하게 준비하고 한 번 시작하면 끝까지 하는 편이다.
시작 때부터 이렇게 20년 동안 지속이 될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는 뜻인가?
그럴 것이라 생각하긴 했지만 사실 몇 번의 위기가 있었다. 재정적인 부분이 제일 컸고, 장소를 옮기는 과정도 쉽지 않았다. 그뿐만 아니라 지칠 수밖에 없는 상황도 위기였다. 뭘 하든지 꾸준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 기본적인 생각이라 힘들어도 여전히 하고 있는 것 같다.
개인의 영역에서 공공의 영역으로
공연과 공연장의 의미에 대해 신선한 반향을 일으키며 고유의 입지를 만들어가던 하우스콘서트는 시작한 지 10년이 되던 즈음부터 그 영역을 넓히기 시작했다. 우리 음악계에 보이는 문제를 제기하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공공의 목적을 가지고 움직이기 시작한 것. ‘대한민국 공연장 습격작전(2012)’이 그 시작이라고 볼 수 있는데, 일주일간 전국 21개 도시에 위치한 23개의 공연장에서 100회의 공연을 1일 최소 7개, 최대 18개 전국 각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펼친 대규모 프로젝트였다. 이 기획은 전국 각지에 수준 높은 공연장이 조성되어 있음에도 대부분의 음악회는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고 스타급 연주자들이 출연하는 단발성 대형 공연에 편중되어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것이다.
간단히 설명하면 비어있는 공연장을 연주로 채우자는 기획이었다.
그렇다. 전국에 400여 개가 넘는 공연장마다 매달 한 번씩 콘서트를 열면 1년에 약 5천 개의 공연을 만들 수 있다. 연주자들에게 연주 기회를 주면서 동시에 지방 공연장을 활성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어 문화계의 지각을 흔들어보려고 했던 생각이었다. 이런 수적인 부분을 계산해 일주일에 100개의 공연을 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2012년에 그런 프로젝트를 진행한 것이다. 같은 콘셉트로 하면 사람들이 익숙해지기 때문에 그다음 해에는 같은 날, 같은 시간에 65개의 공연을 동시에 한 ‘원데이 페스티벌’을 열었고 그다음 2014년에는 더 발전시켜 한중일 3개국에서 94개의 공연을 동시에 진행시켰다. 이런 식으로 계속 진화시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많은 사람들이 흔히 오해하고 있는 부분이, 하우스콘서트의 대표적인 일이 매주 대학로에서 공연을 올리는 것이라 생각하는 점인데, 사실은 대학로 공연은 베이스로 깔고 있는 것이고 이런 문제 제기를 하는 페스티벌에 더 큰 의미를 두고 있다.
특히 한중일에서 몇십 개의 공연을 동시에 진행한 것이 놀랍다. 교통비만 해도 그렇고 국내 페스티벌과는 규모 자체가 달랐을 텐데.
몇 번의 미팅을 통해 각 나라가 가진 특색에 따라 철저히 준비했다. 한국의 경우 공간과 연주자를 매칭 시키는 작업을 직접 했고, 일본은 연주자가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경우가 많았다. 중국이 가장 어려웠다. 땅이 큰 나라이기 때문에 어떻게 들어갈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직접 지역 한인 회장을 만나 협조를 구했고 중국 내륙 깊숙한 지역까지 연주자 60명을 보낼 수 있었다. 총예산이 1억 5천 정도 들었던 것 같은데 그중 절반 정도는 지원을 받았고, 절반은 사비를 쓸 수밖에 없었다. 라이브를 하고 싶었지만 그러기엔 돈이 너무 많이 들기도 했고 당시에는 시스템이 잘 구축이 되어있지 않아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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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원먼스 페스티벌. (미국)
2015년에는 전 세계로 진출해 6대주 27개국, 155개 도시에서 432개 공연을 개최했다!
사실 2012년 처음 23개 공연장을 섭외했을 때가 가장 힘들었다. 지방 공연장들이 처음에 이메일, 전화를 해도 반응이 없었기 때문에 결국 강 매니저가 울면서 직접 순회하고 다녔다. 재밌는 점은 일주일에 100개의 공연을 하겠다고 했을 때 아무도 믿지 않았고 2013년에 같은 시간에 65개를 한다고 했을 때 역시 아무도 믿지 않았지만 해냈다. 이후에 한중일에서 하겠다고 했을 때도 그게 어떻게 되겠냐는 반응이었고 그다음에 전 세계에서 하겠다고 하니깐 미쳤냐는 반응이 나왔다. 도전하는 것은 예술가로서 당연한 거고 어떻게 하는 것이 기획의 제대로 된 모습인지를 보여주고 싶었다.
왜 하는데? 왜 하면 안 되는데?
24시간 동안 24회의 공연을 연속으로 한다. 쉽게 상상하기 어려운 이 발상은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인 박창수 대표가 1998년 홍대 시어터제로에서 진행한 프로젝트 <에바다>에서 처음 시도되었다. 20년 후인 2018년 그는 이 기획을 하우스콘서트에서 다시 실행하였다. 솔로 즉흥 연주에서 24팀의 아티스트와 함께하는 즉흥연주로 확장된 이 프로젝트는 2020년, 24개 클래식 연주팀(총 인원 87명)이 24시간을 채우는 것으로 시도되었다. 이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서울문화재단 ‘온라인 미디어 예술활동 지원사업’에 선정된 기회를 좀 더 많은 클래식 연주자와 관객들(유튜브 생중계)에게 돌려주기 위한 방법이었다. 같은 해 베토벤을 주제로 연 줄라이 페스티벌의 마지막 날에는 32개의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을 32명의 피아니스트들이 릴레이로 연주했는데 이 또한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각각의 연주자가 연주하는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을 한자리에서 듣는다. 역시 예상을 벗어나는 기획이다.
2020년 7월 31일 오전 11시에 시작해서 그날 밤 12시까지, 약 13시간 동안 1번부터 32번까지 쭉 이어졌다. 베토벤 소나타의 경우 한 연주자가 몇 달에 한 번씩, 또는 몇 년에 걸쳐 전곡을 연주하는 것은 굉장히 많았는데,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에는 그의 인생 전부가 담겨 있고 흐름이 있기 때문에 띄엄띄엄 들으면 그 의미가 꺾인다고 생각한다. 놀랐던 점은 1번부터 32번까지의 연주를 다 본 관객들이 40명이나 있었다는 점이다. 하콘의 공연을 보면서 관객이 체득을 하고 교육이 되어 더 오랜 시간 집중할 수 있는 것 같다. 어떤 사람들은 박창수의 폭력이라고도 한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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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 박재홍. 2020 줄라이 페스티벌
13시간 동안 이어진 공연의 분위기는 특별할 수밖에 없었겠다.
이런 연주자들이 한데 모이는 것도 신기했지만 무대를 위해 탐구하고 열심히 준비한 모습, 좋은 자리에 앉기 위해 일찍부터 와서 복도에서 기다리고 있는 관객들, 또 유튜브 생중계를 보는 관객들이 댓글 하나하나에 집중하면서 작품에 대한 얘기, 베토벤에 대한 얘기를 같이 할 수 있다는 것 모두 감동적이었다. 1번을 연주한 문지영 씨가 연주가 끝나고 바로 객석으로 들어와 다음 공연을 봤다. 그 이후 줄줄이 연주하는 분들이 연주 후에 모두 객석으로 와 다 같이 보는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상기된 연주자들이 또 다음 연주자들의 공연을 보면서 박수를 보내고.. 베토벤의 작품도 청력을 잃고 혼을 불태우면서 썼던 후기 작품으로 흘러가며 마지막 32번의 종지를 다 함께 듣는데 소름이 돋아서 눈물이 날 정도였다.
코로나의 영향도 있겠지만 현재 유튜브를 통해 모든 공연을 생중계하고 있다. 실시간 참여수와 조회수가 상당히 높은데 훌륭한 음향도 이유 중 하나인 듯하다.
가진 녹화 장비가 썩 좋은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가장 좋은 소리를 끌어내려고 굉장히 애를 쓰고 있다. 예를 들면 마이크 각도를 1도만 바꿔도 소리가 달라진다. 좋은 소리를 뽑아내려고 실험을 많이 해 자체적으로 최소한 이 정도 소리는 돼야 한다는 기준을 세운 것이다. 기초적인 장비를 가지고도 연주자와 음악에 애정을 가지면 이렇게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 우리의 자존심이자 자부심이다.
함께 성장하고 동행하다
하우스콘서트는 지난 20년의 역사를 사진과 영상, 음원으로 차곡차곡 기록해 왔다. 예전 자료를 보다 보면 현재 활약하고 있는 아티스트들의 앳된 모습과 그 시절 연주를 발견하는 재미가 있다. 이렇다 할 프로필이 없는 학생 연주자라 할지라도 가능성을 알아보고 솔로 무대에 서도록 독려한 경우가 상당하다. 그러다 보니 이제는 하콘이 좋은 신인 연주자를 발굴하고 소개하는 무대로도 인식되고 있다.
어린 시절 하콘 무대에 선 연주자들을 보면 재목을 알아보는 안목이 탁월하다는 생각이 든다.
자랑 같지만 연주자들의 연주를 들으면 얼만큼 성장할 수 있는 연주자인지가 자연스럽게 보인다. 긴 호흡을 가지고 있는지가 기준이라면 기준인데 다른 연주자와 함께 연주하는 걸 보고 솔로로 데뷔시킨 경우도 많다. 하지만 신인을 발굴하는 것만큼 원로들이나 중진들에게 기회를 줘서 긴장을 늦추지 않게 하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콘에는 15살에서 70살 정도까지 다양한 나이대의 연주자들이 고르게 분포되어 있다.
연주자 입장에서 부담되고 불편한 요소가 있지만 지금은 많은 연주자들이 서고 싶은 무대가 되었다. 대표님의 조언이 듣고 싶어 서고 싶어하는 연주자들도 있다고 들었다.
아티스트들이 하콘의 무대를 통해 어떤 면에서 훈련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연주를 통해 전달하고 소통하는지가 중요한 것이지 불편함을 주는 외형적인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는 걸 본능적으로 느낀게 아닐까. 연주자들은 사실 굉장히 이기적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우에 따라서 내려와야 한다는 걸 알게끔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연주자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얘기는 하콘의 무대가 너무 무섭다는 것이다. 익숙해지고 자연스러워지는 과정을 겪으며 서고 싶어 하는 무대가 되었을 것이다. 나는 굉장히 직설적인데 공연 후 연주자들과 음악적 코멘트를 나누기도 한다.
관객에게도 바닥에 앉아 감상하는 점이 편안함을 주는 요소는 아니다.
바닥에 앉는다는 것이 그들에게는 생경한 경험이다. 그래서 아이들까지도 하콘 공연장에서는 얌전히 감상을 하곤 한다. 큰 공연장은 결국 많은 사람들을 수용하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하기 위해서 만든 것이지 사실 관객은 소리를 제대로 듣지 못한다. 실제 소리라는 것은 그 공간에 맞는 사이즈의 공연일 때 진짜 소리를 듣게 되는 거고 그때 음악이 이런 느낌을 전달해 주는구나라는 걸 알게 되는 거다. 파동을 못 느끼는 소리는 사실 라디오 소리나 다름없기 때문에 하콘의 바닥에서 울림을 느끼면 비로소 진짜 소리를 듣는 경험에 눈뜨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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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원데이 페스티벌, 피아니스트 김태형. (진천 상신초등학교)
그동안 기초예술교육의 중요성을 꾸준히 강조해왔고 ‘스쿨클래식’이 그러한 의도가 가장 직접적으로 드러난 기획이라는 생각이 든다. 실제 현장이 산만하지는 않나?
물론 산만하다. 하지만 학교 연주는 아이들 중 몇몇 감수성 예민한 아이들에게 무언가 남을 것이고 그 아이들이 앞으로 많은 사람에게 받은 감동을 어떠한 형태로든 전할 것이라는 생각에서 하는 것이다. 모든 아이들이 동의하고 동조할 수는 없겠지만 기초 교육이라는 것은 그 단 몇 사람을 만들어내기 위한 것이다. 즉각적인 반응이 오는, 많은 사람이 좋아하는 것을 쫓는 것이 좋은 기획이 아닐 때가 많다. 연주자들을 그들의 모교로 보내기도 하는데 학교에도 자긍심을 줄 수도 있고 연주자 역시 자신을 되돌아보는 기회가 되리라 본다.
문화가 바뀌면 세상이 바뀐다
전국에 있는 400여 개의 문화예술회관 중 70퍼센트 정도에는 풀 사이즈 피아노가 구비되어 있다. 그럼에도 피아노 연주가 많이 이루어지지 않아 길이 안 들어있는 경우가 많다니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에 반해 하우스콘서트를 20년 동안 책임지고 있는 피아노는 1978년 뉴욕산 중고 스타인웨이이다. 박창수 대표는 “케이팝이 한류라는 이름으로 국가의 선두 문화로 여겨지는데 인기가 있고 많은 수익을 거둔다는 이유로 그것이 대표성을 띠게 된다면 상당히 모순적이라고 본다”라고 주장했다.
지금까지 하콘을 이끌어오는 과정이 쉽지 않은 만큼 후원의 역할이 중요해 보인다.
우리의 문제는 지원을 5천만 원을 받는다면 6천만 원을 쓴다는 것이다. 현재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공간후원과 SBS문화재단의 후원이 있고 그 외 프로젝트별로 신청해서 받는 국가 지원금이 있다. 그런 경우 선정이 되기도 하고 안 되기도 한다. 그래서 CMS를 더 알리고 후원도 더 찾아보려 하고 있다. 현재 개인 사업자도 CMS를 할 수 있게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시스템을 만들었고 그걸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매월 정기적으로 후원하시는 분들이 늘고 있다. ‘텀블벅 크라우드 펀딩’의 경우 2016년부터 프로젝트별로 한시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앞으로를 위해서 정기 후원이 조금 더 탄탄해지는 게 필요할 것 같다. 2022년 말까지 100명의 후원자를 모으고 싶다는 목표를 갖고 있는데 현재 71명이 참여해 주셨다.
20주년이라는 것이 사람이라면 독립된 성인이 되는 시간인 만큼 하콘에게도 새로운 기점이 되리라고 본다. 앞으로의 계획을 소개해 준다면?
표면화될지 모르겠지만 자연스러운 세대교체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더 늦기 전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음악가로서 활동에 다시 집중하려고 한다. 하콘을 다음 세대에 넘겨주는 것과 본업을 되찾는 것을 동시에 하는 적절한 시점을 모색하고 있다.
하우스콘서트와 나
피아니스트 김태형
제가 처음 하콘을 만났던 2007년 즈음에는 하콘처럼 개인적인 공간에서 꾸준한 기획으로 다양한 공연을 선보이는 곳이 없었습니다. 첫 연주 날, 마룻바닥에 앉아 감상하는 청중으로부터 전해지는 교감이 특별했고 연주 후에 스낵과 음료를 마시며 연주자와 청중이 자연스럽게 얘기를 나눌 수 있게끔 한 것도 신선했습니다. 특히 초등학교에서 연주했던 순간이 가장 기억에 남아있습니다. 당시 저는 지방 초등학생들에게 흥미롭게 설명을 덧붙이는 방식으로 하되 제대로 된 클래식 음악을 연주해 준다면 어떻게 반응할지가 궁금했습니다. 단 한 명이라도 좋은 기억을 가진다면 충분하다고 생각했죠. 감성이라는 것이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열어주어야 하는데 음악 과목 비중은 적어지고 뻔한 클래식 음악만 듣는 것 같아 아쉬웠거든요. 총 두 차례 초등학교에서 연주했는데 학생들은 피아노에서 나는 소리에 신기해했고 저는 그들에게 다가가는 방법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하콘은 음악의 본질을 관객에게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차별화됩니다. 쉽고 뻔하지 않은 기획을 선보임으로써 관객과 타협하지 않지만 오히려 진한 감동을 가지고 가게끔 하죠. 이제 하콘은 지난 20년 동안의 발걸음들이 다져져 단단하게 자리 잡았고 고유의 빛을 내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지금처럼 값진 시간들 선물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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첼리스트 한재민, 피아니스트 김선욱. (811회 공연)
첼리스트 한재민
하콘을 처음 만난 건 2017년 초등학교 5학년 때, 하콘 연말 갈라 콘서트에 실내악으로 출연했던 날이었습니다. 그때 무대에 나가 의자에 앉았을 때 첼로 핀 바로 앞쪽에 관객분이 앉아 계셔서 굉장히 놀랐었는데요, 그 분위기가 참 따뜻했던 기억이 아직도 납니다. 그날 박창수 대표님이 한 시간짜리 프로그램을 할 수 있는지 물어보셔서 다음 해에는 단독 무대에 섰는데 그게 제 인생 첫 리사이틀이었습니다. 관객들이 초집중해서 감상하는 분위기여서인지 처음으로 긴장이란 걸 한 날이었고요. 하콘에서 연주하고 나면 관객들과 소통하는 시간도 좋지만 대표님과 공연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시간이 있는데 그게 또 묘미랍니다. 연주에 만족한 날 오히려 어떤 말씀을 하실까 떨려요. 하콘의 가장 큰 매력은 소리의 전달이 인위적이지 않다는 점인데요, 아주 작은 다이내믹까지 원하는 대로 표현할 수 있다는 거죠. 아마 관객들도 섬세한 울림을 그대로 느끼실 거라 생각하는데 그러다 보니 연주자로서 관객과의 소통에 대해서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소리로 눈으로 대화로, 소통과 교감이 친밀하게 이루어진다는 점이 하콘만의 시그니처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하콘의 다양한 무대를 통해 많이 느끼고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앞으로도 쭉 함께하고 싶습니다.
관객 곽선경
2007년 여름, 하콘을 처음 만난 이후 그 어느 무대에서도 느낄 수 없는 진동과 울림의 마약과도 같은 매력에 이끌려 하우스 토크, 온라인 콘텐츠들, 예술가로서의 박창수 대표가 보여주는 무대, 여름 페스티벌까지 하콘의 성장 과정에 관객으로, 스텝으로 함께 해왔습니다. 미래가 전도유망한 젊은 연주자들을 소개하고 재발견해내는 데에도 균형 있는 관심을 쏟고, 예술이 만드는 긍정적인 사회 효과에 대한 인식의 기본 토양을 가꾸어 나가는 공적인 역할까지 자처하면서 근본적인 문화 토양 구축을 위해 오늘도 고집스럽게 그리고 우직하게 나아가는 하콘을, 찐팬으로서 아끼고 사랑합니다.
관객 류효영
2014년 4월, 아이들과 함께한 두 번의 공연 관람 성공으로 하콘은 우리 가족의 새로운 데이트 장소가 되었습니다. 이후 연 10회 정도씩 꾸준히 하콘을 찾곤 했지요. 하콘과 성장한 세월이 본인들 인생의 반 이상을 훌쩍 차지하다 보니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이곳에 대한 애정은 매우 깊습니다. 이것은 하콘이 제공하는 공연의 우수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나아가 이곳을 만들어가는 분들의 한결같은 진정성이 주는 감동이 더 큰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지금처럼 하콘 옆에서 특별한 생일들을 축하하며 함께 살아가고 싶습니다.
관객 연미혜
미취학 아동이었던 딸아이와 함께 즐길 수 있는 클래식은 CD나 라디오 정도가 전부였던 시절, 라이브로 듣고 싶은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하콘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된 것처럼 지하로 이어지던 율하우스의 계단을 따라 내려가던 첫날의 떨림과 공연의 감동이 생생합니다. 자연스레 매주 하콘을 찾았고 문화예술에 대한 단단한 중심으로 만들어지는 공연을 바라보는 목격자로서 감사하고 행복했습니다. 하콘의 나아가는 길이 건강하고 행복하기를 기원합니다. 개인적으로는 30주년에도 이런 질문에 즐겁게 답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관객 오수희
2017년 여름, 클럽M의 공연이 나의 첫 하콘이었습니다. 좋아하는 연주자들의 모습을 코앞에서 보고, 공연 후 같이 와인을 마시면서 이야기 나누고 사진도 찍었던 날, 아마도 그때부터 하콘의 매력에 빠져서 지금까지 쭉 이어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특히 갈라콘서트가 기억에 남습니다. 연주자, 프로그램이 모두 사전 비공개인 상태로 예약을 먼저 하고, 공연 당일 무대에서 공개되는 순간을 기다리는데, 기다림이 큰 만큼 기대도 큰 공연이고,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의 큰 종합선물 같은 공연이었답니다. 올 연말에는 수십 명의 연주자들로 북적북적하는 갈라콘서트가 재개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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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번개콘서트, 피아니스트 손열음. (514회 공연)
관객 이은희
7년 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생활하던 곳이 지방이었던 탓에 직접 하콘을 관람하게 된 건 한참 후인 피아니스트 손열음이 출연한 번개콘서트였어요. 바닥에 앉아있는 관객들 앞에 연주자가 맨발로 저벅저벅 걸어 나와 연주하던 그 시간은 저에게 하콘은 바로 이런 곳이라고 각인이라도 시키는듯한 강렬한 첫 기억이었습니다. 특히 24시간 프로젝트나 줄라이 페스티벌 같은 긴 호흡의 기획들을 좋아하는데 하콘에서 궁극적으로 이루고자 하는 일의 정수를 맛보는 기분이랄까요. 다른 분들도 하콘의 가치를 잘 알아주시고 적극 동참해 주셨으면 하는 마음이 큽니다.
글 김희선
사진제공 더하우스콘서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