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저널] 더하우스콘서트 2022 신년음악회: 최희연(Piano)
- 등록일2022.02.22
- 작성자하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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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저널 2022년 2월호 Vol.386
전원적으로, 열정적으로
더하우스콘서트 2022 신년음악회: 최희연(Piano)
2022년 1월 10일 대학로 예술가의집
글 피아니스트 김진석
사진제공 더하우스콘서트

2022 더하우스콘서트 신년음악회 - 최희연(Piano)
공연을 관람하고 다음날 만난 지인에게 어제 공연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최고급 레스토랑의 내공 넘치는 메인 셰프의 주특기 같은 요리"라고. 그는 반짝이는 눈빛으로 알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사실 더한 극찬이 떠오르지 않아 이 정도 표현밖에 못 했노라.
박창수 대표가 이끄는 더하우스콘서트(하콘)는 2002년 7월 처음 문을 연 후, 현재까지 800회 이상의 공연을 선보이며 무대와 관객을 가장 가까이 잇는 매개자로서, 하우스콘서트라는 무대의 파이어니어 역할을 충실히 이어나가고 있다. 2022년은 하콘이 스무 번째 생일을 맞이하는 해이다. 20주년을 맞이한 올해 하콘의 행보 역시 기대되는 가운데, 2022 첫 무대인 신년음악회부터 그 선곡과 캐스팅은 과연 모두의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었다.
올해 첫 무대는 바로 베토벤 스페셜리스트 피아니스트 최희연의 베토벤 소나타 연주. 이미 두 번의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 연주로 청중들에게 베토벤 전문가로 깊이 기억되어 있는 그녀는 작년 두 번째 베토벤 소나타 음반을 출시, 현재 전곡 녹음 챌린지를 묵묵히 이어가고 있는 중이다.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는 서른두 곡이나 되는 방대한 분량을 가지고 있다. 때문에 이날 연주처럼 베토벤 소나타만으로 무대를 꾸밀 때 선곡에 따라 연주자마다 완전히 다른 내용의 스토리텔링과 의미 전달이 가능하다. 공연 전, 피아니스트 최희연이 선택받은 50인의 청중들에게 과연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까가 궁금했다.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발걸음으로 등장한 최희연은 가벼운 날갯짓과 같은 인사 후 곧바로 '피아노 소나타 1번 내림바단조, Op.2, No.1' 소나타에 몰입하였다. 여느 공연장과 다른, 이곳 하우스콘서트에서만 느낄 수 있는 나뭇 바닥에서 오는 진동은 더 큰 울림을 주었다. 최희연은 돋보이는 프레이징 처리로 많은 내면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전달하였다. 균형과 절제 속에서도 베토벤 특유의 형식미가 돋보였으며, 특히 4악장에서 보여준 힘이 넘치는 악상 진행은 관객 모두를 몰아의 경지에 이르게 하였다.
신년음악회의 상징에 어울리는 소나타 1번의 오프닝에 이어 연주된 작품은 '15번 라장조' <전원>. '전원'이라는 부제를 베토벤이 의도했든 그렇지 않든 연주자는 1악장에서 계속되는 왼손 4분음표의 맥동으로 목가적 아름다움을 그려냈으며, 무대를 장악하려 하지 않아도 내공에서 나오는 탄탄한 연주력은 그 동기가 정교하게 쌓고 쌓여 뜨거운 환희로 막을 내리게 하였다.
이어지는 무대는 '6번 바장조, Op.10 No.2'. 앞서 전원 소나타를 감상했지만 또 다른 '전원'을 감상하는 듯한 기분은 5번 운명교향곡(c-minor) 뒤에 따라오는 6번 전원교향곡(F-major) 순서가 귀에 익어서만은 아닐 텐데, 연주자는 마치 음악적 표현에 한계가 없는 듯 베토벤 내면의 경관을 펼쳐 보였다.
이윽고 맞이한 '23번 바단조, Op.57' <열정>. 이미 휴식 없이 60분간 달려온 여정인데 마지막 곡이 '열정'이란다. 청중들을 숨도 못 쉬게 만든 열정적인 1악장과 두꺼운 라인의 2악장을 거쳐 3악장에 다다랐을 때도 그녀는 지치지 않았다. 그야말로 압도적인 코다로 열정 소나타를, 하콘 신년음악회의 막을 내린 연주자는 한 공간 속에 함께 있었던 모든 청중들에게 2022년 한 해를 힘차게 만들어갈 에너지와 용기, 기대감을 선사하였다.
마지막 곡까지 끝나고 나서야 인터미션을 생략하고 하나의 대서사를 완성하고자 한 예술가의 넓은 뜻을 이해하였고, 깊이 동의하였다. 오늘 연주의 여운이 가시기까지는 꽤 많은 시간이 필요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