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객석] 더하우스콘서트 줄라이페스티벌 - 어느 순간, 베토벤하우스가 되다
  • 등록일2020.08.31
  • 작성자하콘
  • 조회110
더하우스콘서트 줄라이페스티벌 ; 어느 순간, 베토벤하우스가 되다

7월 1-31일 대학로 예술가의집











서양의 문화인 클래식 음악이 극동 아시아에 위치한 우리나라에서 오늘날과 같은 문화적 공감대를 갖게 된 것은 수많은 음악가의 진정성 가득한 노력의 결과이다. 그중에서도 소규모 살롱 콘서트의 기여는 흥미로다. 공연자와 관객이 물리적 거리가 가까워 자연스럽게 소통하게 되고, 일반에 공개된 살롱 콘서트가 늘어나면서 예술은 접근할 수 없는 환상에서 삶 속의 문화로 점차 자리잡았다. 이러한 변화의 선두에 더하우스콘서트가 있다. 2002년에 시작된 이 음악회는 국내외 정상의 음악가, 무게감 있는 프로그램, 적극적인 홍보로 브랜드의 가치를 높여 독보적인 위치에 있다.



지난 7월 내내 열렸던 줄라이 페스티벌은 이러한 더하우스콘서트의 행보에 또 하나의 정점으로 기억될 것이다. 베토벤 탄생 250주년을 맞아 교향곡 전곡을 피아노 연탄으로 연주하는 순서와 하루 동안 연주하는 피아노 소나타 전곡, 그리고 현악 소나타 전곡 프로그램은, 베토벤의 예술을 깊이 다룰 뿐만 아니라 바쁜 일상 속에서 잊힌 인류의 정신을 되새기게 했다. 이외에도 여러 클래식 작품과 다양한 장르의 음악으로 우리 시대의 소리 예술을 오롯이 풀어놓았다.



필자가 참석한 7월 8일에는 교향곡 2번과 7번이 연주되었다. 이진상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를 제외한 세 연주자는 모두 학생으로서 여러 콩쿠르와 각종 수상을 통해 실력을 인정받은 재원들이다. 교향곡 2번에서는 이진상이 연주하는 저음 파트가 탄탄한 기반이 되어, 고음 파트를 맡은 김송현은 패시지의 특징적인 표현에 집중했다. 이렇게 지존의 무게감과 젊음의 활력이 조화를 루어 작품을 투명하게 비춤으로써, 오케스트라의 음색으로 입혀진 선입견을 제거하고 음표들이 갖는 순수한 메시지를 직접적으로 전달했다.



교향곡 7번은 특징적인 리듬으로 해석의 방향이 명확한 작품이다. 이 곡을 연주한 배진우와 정진우의 능력은 이를 구현하는 데에 부족함이 없었다. 하지만 질주하면서 실수가 보이기도 했는데, 대곡을 2중주로 연주하는 상황은 분명 낯설었을 터다.



7월 15일 공연에서는 교향곡 4번과 5번이 연주되었다. 김희재와 최현아, 두 피아니스트가 연주하는 교향곡 4번은 폭넓은 다이내믹과 섬세한 연주로 공간에 어울리는 음향을 만들어냈으며, 관현악에서 묻혀있던 화음을 끄집어냈다. 이것이 피아노 연주가 관악과 다르게 들리는 이유 중 하나이다. 수준 높은 성과를 이룬 전문연주자로서 여유를 잃지 않으며, 서정적인 표현에도 남다른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교향곡 5번은 피터 옵차로프 교수와 함깨 11세의 조수연이 무대에 올라 관심을 끌었다. 저음을 맡은 옵차로프는 적극적으로 리드하면서도 열정을 감추지 않았다. 특히 우나코르다 페달을 사용하여 극적 표현력을 배가시키는 효과는 인상적이었다. 조수연은 비록 민첩함과 음량의 차이를 극복하기 어려웠지만, 시종일관 음악적인 표현을 놓치지 않고 훌륭히 맞대응함으로써 기억에 남을 앙상블을 들려주었다.



전체적으로는 크지 않은 공간에서 울리는 그랜드 피아노의 음량이 청력의 역치를 넘어서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경우 연주자들은 콘서트홀에서 연주하듯이 전력을 다하기보다는, 공간이 수용할 수 있는 정도에 맞춰 다이내믹 범위를 조절하는 유연성을 발휘하는 것이 필요하다. 주어진 공간에서 가장 뛰어난 음향을 만드는 것, 즉 공간이라는 악기를 연주하는 능력 또한 음악가에게 필수적인 덕목이자, 청중과 마음으로 소통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글: 송주호(음악 칼럼니스트) / 사진: 더하우스콘서트





출처: 월간 객석 2020년 8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