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음악 7월호] 커버스토리 - 하우스콘서트의 기적 청중의 마음을 깨우다
- 등록일2020.07.03
- 작성자하콘
- 조회109
박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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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스콘서트의 기적
청중의 마음을 깨우다
‘소박한 듯 노블하게 조용한 듯 열정적으로’
더하우스콘서트의 모토이다. 박창수를 중심으로 하우스 콘서트를 이끄는 소수의 몇 사람이 만드는 큰 기적. 소박한 듯하지만 빈틈이 없는 그들이 오는 7월, 관객의 마음을 두드린다.
글· 김소연 기자 / 사진 제공· 더하우스콘서트
Miracle of ‘July Festival’
기적. 우리는 이 단어를 상식적으로는 일어날 수 없는 일, 또는 인간의 힘이 아닌 신에 의해 이루어졌다고 믿는 어떤 현상을 두고 쓴다. 하지만 기적이라는 말을, 하늘이 공짜로 주는 선물 보따리 정도로 여기며 ‘나에게도 이러한 기적이 뿅 하고 일어났으면…!’하고 뜬구름 잡듯이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적어도 최소한의 조건을 충족한 이들에게만 이 기적이란 단어를 붙여줄 자격이 주어지는 것 같다. 힘든 상황을 참고 묵묵히 목표를 향해, 또는 어떤 소원을 위해 어려움을 견디며 꾸준히 노력한 사람만이 얻을 수 있는 속이 꽉 찬, 매우 귀하고 값진 말이라는 것이다. 절대 그저 얻어지는 법이 없는 이 세상, 오죽하면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라는 속담이 있을까.
우리 음악계에서 기적이라는 말을 백 번 붙여도 아깝지 않은 이가 있다. 바로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로, 기획자로서 수많은 기적의 사례를 내고 있는 더하우스콘서트 대표 박창수이다. 현재까지 제764회의 ‘하우스콘서트’와 ‘하우스콘서트 대한민국 공연장 습격작전’, 원데이 페스티벌‘, ’원먼스 페스티벌‘ 등 실험적인 기획들로 문화예술계에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있는 박창수. 그의 독창적인 시도는 시공간을 뛰어넘어 연희동 자택에서 대학로로, 전국 문화예술회관으로, 라이브 중계를 통한 전 세계로 확장되어 왔다. 그리고 올해는 ’줄라이 페스티벌‘을 통해 하우스콘서트가 만들어갈 또 하나의 기적을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
“여러 가지 사회 분위기상 올해 페스티벌을 개최하는 데 무리가 있겠다고 생각했다. 작년에는 예산 문제로 쉬기도 했고, 요즘 코로나19로 인해 문화예술계가 많이 침체되어 있는 상황이라 공연을 열기에 쉽지 않은 환경이긴 하다. 하지만 이러한 현실 속에서도 예술은 계속되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무리를 해서 이번 페스티벌을 열게 되었다. 기왕이면 올해가 베토벤 탄생 250주년이니, 그를 기념하는 의미를 담아 베토벤을 메인 축으로 잡았다.”
클래식 음악(New Wave, Beethoven in July)과 국악·재즈(화요풍류), 실험(July Lab.), 무용(숨을 따라서) 등 다양한 순수예술 장르가 함께 펼쳐지는 ‘줄라이 페스티벌’에서 가장 시선을 사로잡는 것은 ‘Beethoven in July’ 시리즈의 라인업이다. 교향곡 전곡을 연주하는 피아노 포핸즈, 릴레이 연주로 이어지는 32곡의 피아노 소나타뿐만 아니라 10곡의 바이올린 소나타 및 5곡의 첼로 소나타까지 개성과 실력을 갖춘 피아니스트들이 대거 출연한다.
“원래 하우스콘서트에 피아니스트가 솔로로 출연하는 경우가 많지는 않은데 이번에는 피아니스트를 중점으로 라인업을 잡았다. 특히나 32곡의 소나타는 리스트에 오른 후보 90명을 놓고, 최종적으로 32명을 선정했다. 10대부터 70대까지 나이 비율과, 남녀의 비율 등 가장 좋은 컨디션이 무엇일지를 생각해서 결정했다.”
베토벤의 교향곡 전곡을 18인의 피아니스트가 포핸즈로 연주한 경우는 국내에서 최초라고 볼 수 있다. 또한 32명의 피아니스트가 32곡의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를 하루에 릴레이로 연주하는 일도 국내에서는 처음이다. 작품에 따른 아티스트는 베토벤의 초기, 중기, 말기의 시기별로, 곡의 성격과 넘버의 진행감에 어울리는 피아니스트들로 안배되었다.
“베토벤 교향곡을 피아노 포핸즈로 편곡한 몇 개의 에디션이 있다. 직접 지정을 해주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연주자들이 각자 좋아하는 버전으로 선택하게 하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처음에 교향곡을 페스티벌에 넣고자 했을 때 오케스트라를 섭외하기에 어려운 점이 있어, 피아노 솔로 편곡 버전으로 진행하려고 했다. 그런데 몇 명의 피아니스트에게 물어보니 혼자 오케스트라의 영역을 표현하는 게 효과도 떨어지고 너무 힘들다는 피드백을 받았다. 고민을 하다가 포핸즈 버전으로 결정했다. 베토벤 소나타 전곡의 경우 릴레이로 연주될 예정인데, 총 러닝 타임을 계산해보았더니 12~13시간 정도 걸리더라. 아마 처음부터 끝까지 다 보겠다는 관객이 최소 40명 정도는 될 거라고 예상한다. 베토벤의 음악적, 생애적인 흐름을 읽게 해주는 중요한 시도라고 본다.”
일반인이 보기에는 과연 가능할까 싶을 정도로 벅찬 스케줄이지만 하우스콘서트 일원들의 반응은 다르다. 예전 원먼스 페스티벌 때는 한 달에 650개나 되는 공연을 했는데 이 정도는 할 만하다는 것이다. 박창수 대표도 이전에 24시간 동안 새워가며 연주를 한 적이 있기 때문에, 하루 13시간 연주 정도는 이제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다.
기획도 ‘작곡’하듯이, 예술의 흐름들 만드는 일
‘더하우스콘서트’는 2002년 7월12일, 박창수의 자택에서 시작됐다. 마룻바닥의 진동을 통해 음악을 온몸으로 느끼는 새로운 경험, 무대와 객석의 경계가 없는 곳에서 연주자와 관객이 생생하게 공감하는 친밀한 분위기가 많은 이들의 호감을 얻었다.
“원먼스 페스티벌의 경우 전 세계를 상대로 라이브 중계가 이루어진 덕에, 해외에서 서로 가까이 사는 연주자들끼리 모여 커뮤니티를 만들기도 했다. 이러한 소통을 예술가가 상생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 기획이라는 건 하나의 흐름을 만들어나가는 것이다. 흐름을 만들고, 사람들 간에 영향을 주고받는 장을 열어주는 것, 18년 동안 하우스콘서트를 운영하며 가장 중요하게 여겨온 부분이다. 이 모든 일을 하우스콘서트의 직원 두 세 사람과 함께하는 일이다. 사람들은 이렇게 큰 기획을 하는 걸 보니 돈이 많나 보다, 직원이 많나 보다 생각한다. 하지만 시스템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운영하느냐에 따라서 가능성의 여부가 정해진다.”
놀라운 사실은, 하우스콘서트가 문화예술의 발전에 있어 ‘업적’이라 할 만큼 이토록 큰 결실을 이루고 있는데 스폰서가 없다는 것이다. 정해진 틀과 예산 내에서 밖에 생각하지 않는 우리 사회의 문제점 때문이다. 게다가 무조건 ‘유명한’ 연주자를 찾고, ‘좋은’ 연주자를 찾으려 하지 않는 문화의식의 문제도 있다. 리즈 국제콩쿠르 우승자 김선욱, 쇼팽 국제콩쿠르 우승자 조성진, 이 두 콩쿠르 스타의 단적인 예만 보아도 하우스콘서트가 중요시 여기는 가치를 알 수 있다. 이들이 콩쿠르에 나가기 전 하우스콘서트에서 연주할 때 관객 수는 25명 안팎, 콩쿠르에서 우승해 스타가 되어 하우스콘서트 무대에 섰을 때의 관객은 몇 백 명에 이르렀다.
“‘유명한’ 사람을 무대에 올리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예술적인 흐름을 만들어가느냐가 중요하다. 유명해진 다음 무대에 올리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다. 관객을 포함한 우리 모두가 스스로 판단하는 능력을 기르고, 연주자를 응원하는 마음이 중심이 되었으면 한다.”
예술의 흐름을 만들어나가는 것, 서로에게 영향을 주는 일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박창수는 기획의 과정을 ‘작곡’하듯이 하라고 말한다. 작곡이라는 건 소리를 어떻게 구조화시킬 것인가가 관건인데, 철저히 계획하고 논리적으로 접근하지 않으면 중간에 무너지고 만다. 그래서 그는 기획도 작곡하듯이, 1회부터 100회 단위로 계획을 짜고 전체의 흐름을 만들어간다.
“하우스콘서트를 750회가 넘도록 이어오면서, 생각처럼 세상은 빨리 바뀌지 않는다는 걸 절감했다. 문제 제기부터 대안까지 제시를 해주는데, 사람들은 그게 옳다는 걸 알면서도 수용하는 데 시간이 굉장히 오래 걸린다. 오래전 이야기이긴 한데, 하우스콘서트가 10년 즈음 되었을 때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외국에서 공부하고 온 아티스트들이 국내에 돌아와서 활동을 하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실력이 떨어지는 것이었다. 알아보니 외국에서 활동할 때보다 연주 횟수가 현저하게 줄어든 탓이었다. 그래서 우리나라에 공연장 개수를 파악하기 시작했고, 수많은 공연장의 무대가 활성화되지 않고 있다는 걸 발견했다. 우리는 일주일 동안 23개의 지방 공연장에서 100개의 콘서트를 열었다. 결과적으로 객석도 꽉 찼다. 그렇게 1년에 5,000개의 공연이 가능하다는 걸 보여줬고, 원데이 페스티벌에서는 같은 날 같은 시간에 전국에서 65개 공연을 동시에 진행했다. 어떻게 기획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매우 다르다.”
꾸준함이 만드는 소중한 가치
이제 연주자들에게, 관객들에게 하우스콘서트는 소중한 가치를 만드는 곳이라는 인식이 굳어졌다. 예술을 통해 소중한 가치를 만들고 문화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키고자 땀방울을 흘려가며 애써온 박창수의 노력은 남들이 불가능하다는 일을 가능하게 실현시키고 있다.
“우리 문화예술계의 상황이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이 일을 하는 이유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술계에 변화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페이를 많이 받지 않지만 연주자들이 하우스콘서트를 좋아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하우스콘서트는 연주자들의 마음으로 만들었다.’라고 이야기한다.”
음악기획자이자 기획자로서의 남들이 가지 않는 새로운 길을 열어온 박창수. 그는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서 혼란스러워하는 젊은 아티스트들에게 ‘꾸준함’을 잃지 말라고 이야기한다.
“제일 중요하고, 어렵고, 무서운 게 꾸준함이다. 꾸준한 사람을 당해낼 사람이 없다. 재능이 뛰어난 사람이 많은데, 꾸준함에 문제가 있어서 허물어지는 사람을 너무 많이 봤다. 젊을 때 반짝하던 사람들이 10년, 20년이 지나면서까지 그 빛을 지속하는 게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꾸준하기 위해서는 철저하게 계획하고 논리적이어야만 한다.”
하우스콘서트가 거점을 두고 있는 대학로는 요즘 상업문화가 주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이곳은 근본적으로 우리나라 문화예술의 중심지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예술의 중심지가 상업 지역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사실은 매우 위험하다며 문화인식을 변화시켜야 한다는 것이 박창수의 생각이다. 이는 하우스콘서트가 다른 곳에서 공연하면 받을 수 있는 매년 5,000만 원의 지원을 포기하고 굳이 대학로로 들어간 이유이기도 하다.
“코로나 이후 온라인 매체가 대체수단이 되어 변화를 일으킬 것이라는 의견도 많다. 하지만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본질까지 변한다고 착각하는 경우도 있는데, 크든 적든 무대에서 이루어지는 연주자와 관객 사이의 소통으로 예술이 형성되는 것이다. 어떤 매체와 같은 수단으로 예술이 전속되는 건 결코 아니다. 상황이 어렵겠지만, 소통의 예술은 꾸준히 유지해야 한다. 그래서 이번 줄라이 페스티벌도 31일 동안 한 장소에서 계속 꾸준히 개최되는 것에 의미가 있다.”
박창수는 최근 우리 사회가 점점 생각을 하기보다, 정해진 답만 알고 싶어 한다며, “답만 아는 것은 잠깐의 지식은 될 수 있지만 사람의 지혜는 될 수 없다.”고 말한다. 사고의 폭이 넓어질수록 그 사회는 더 특별한 가치를 만들어낸다. 순수예술을 통한 문화의식 계몽에 일조하며 관객의 마음을 깨워나갈 하우스콘서트의 기적은 우리 삶 가장 가까운 곳에서 소박한 듯, 조용하게, 그리고 꾸준히 일어나고 있다.
Cover Story #2. Talk about BEETHOVEN'S 9 SYMPHONY
https://blog.naver.com/julyfestival/222018948689
Cover Story #3. Talk about BEETHOVEN'S PIANO SONATA
https://blog.naver.com/julyfestival/222018482695
1.jpg)
하우스콘서트의 기적
청중의 마음을 깨우다
‘소박한 듯 노블하게 조용한 듯 열정적으로’
더하우스콘서트의 모토이다. 박창수를 중심으로 하우스 콘서트를 이끄는 소수의 몇 사람이 만드는 큰 기적. 소박한 듯하지만 빈틈이 없는 그들이 오는 7월, 관객의 마음을 두드린다.
글· 김소연 기자 / 사진 제공· 더하우스콘서트
Miracle of ‘July Festival’
기적. 우리는 이 단어를 상식적으로는 일어날 수 없는 일, 또는 인간의 힘이 아닌 신에 의해 이루어졌다고 믿는 어떤 현상을 두고 쓴다. 하지만 기적이라는 말을, 하늘이 공짜로 주는 선물 보따리 정도로 여기며 ‘나에게도 이러한 기적이 뿅 하고 일어났으면…!’하고 뜬구름 잡듯이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적어도 최소한의 조건을 충족한 이들에게만 이 기적이란 단어를 붙여줄 자격이 주어지는 것 같다. 힘든 상황을 참고 묵묵히 목표를 향해, 또는 어떤 소원을 위해 어려움을 견디며 꾸준히 노력한 사람만이 얻을 수 있는 속이 꽉 찬, 매우 귀하고 값진 말이라는 것이다. 절대 그저 얻어지는 법이 없는 이 세상, 오죽하면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라는 속담이 있을까.
우리 음악계에서 기적이라는 말을 백 번 붙여도 아깝지 않은 이가 있다. 바로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로, 기획자로서 수많은 기적의 사례를 내고 있는 더하우스콘서트 대표 박창수이다. 현재까지 제764회의 ‘하우스콘서트’와 ‘하우스콘서트 대한민국 공연장 습격작전’, 원데이 페스티벌‘, ’원먼스 페스티벌‘ 등 실험적인 기획들로 문화예술계에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있는 박창수. 그의 독창적인 시도는 시공간을 뛰어넘어 연희동 자택에서 대학로로, 전국 문화예술회관으로, 라이브 중계를 통한 전 세계로 확장되어 왔다. 그리고 올해는 ’줄라이 페스티벌‘을 통해 하우스콘서트가 만들어갈 또 하나의 기적을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
“여러 가지 사회 분위기상 올해 페스티벌을 개최하는 데 무리가 있겠다고 생각했다. 작년에는 예산 문제로 쉬기도 했고, 요즘 코로나19로 인해 문화예술계가 많이 침체되어 있는 상황이라 공연을 열기에 쉽지 않은 환경이긴 하다. 하지만 이러한 현실 속에서도 예술은 계속되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무리를 해서 이번 페스티벌을 열게 되었다. 기왕이면 올해가 베토벤 탄생 250주년이니, 그를 기념하는 의미를 담아 베토벤을 메인 축으로 잡았다.”
클래식 음악(New Wave, Beethoven in July)과 국악·재즈(화요풍류), 실험(July Lab.), 무용(숨을 따라서) 등 다양한 순수예술 장르가 함께 펼쳐지는 ‘줄라이 페스티벌’에서 가장 시선을 사로잡는 것은 ‘Beethoven in July’ 시리즈의 라인업이다. 교향곡 전곡을 연주하는 피아노 포핸즈, 릴레이 연주로 이어지는 32곡의 피아노 소나타뿐만 아니라 10곡의 바이올린 소나타 및 5곡의 첼로 소나타까지 개성과 실력을 갖춘 피아니스트들이 대거 출연한다.
“원래 하우스콘서트에 피아니스트가 솔로로 출연하는 경우가 많지는 않은데 이번에는 피아니스트를 중점으로 라인업을 잡았다. 특히나 32곡의 소나타는 리스트에 오른 후보 90명을 놓고, 최종적으로 32명을 선정했다. 10대부터 70대까지 나이 비율과, 남녀의 비율 등 가장 좋은 컨디션이 무엇일지를 생각해서 결정했다.”
베토벤의 교향곡 전곡을 18인의 피아니스트가 포핸즈로 연주한 경우는 국내에서 최초라고 볼 수 있다. 또한 32명의 피아니스트가 32곡의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를 하루에 릴레이로 연주하는 일도 국내에서는 처음이다. 작품에 따른 아티스트는 베토벤의 초기, 중기, 말기의 시기별로, 곡의 성격과 넘버의 진행감에 어울리는 피아니스트들로 안배되었다.
“베토벤 교향곡을 피아노 포핸즈로 편곡한 몇 개의 에디션이 있다. 직접 지정을 해주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연주자들이 각자 좋아하는 버전으로 선택하게 하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처음에 교향곡을 페스티벌에 넣고자 했을 때 오케스트라를 섭외하기에 어려운 점이 있어, 피아노 솔로 편곡 버전으로 진행하려고 했다. 그런데 몇 명의 피아니스트에게 물어보니 혼자 오케스트라의 영역을 표현하는 게 효과도 떨어지고 너무 힘들다는 피드백을 받았다. 고민을 하다가 포핸즈 버전으로 결정했다. 베토벤 소나타 전곡의 경우 릴레이로 연주될 예정인데, 총 러닝 타임을 계산해보았더니 12~13시간 정도 걸리더라. 아마 처음부터 끝까지 다 보겠다는 관객이 최소 40명 정도는 될 거라고 예상한다. 베토벤의 음악적, 생애적인 흐름을 읽게 해주는 중요한 시도라고 본다.”
일반인이 보기에는 과연 가능할까 싶을 정도로 벅찬 스케줄이지만 하우스콘서트 일원들의 반응은 다르다. 예전 원먼스 페스티벌 때는 한 달에 650개나 되는 공연을 했는데 이 정도는 할 만하다는 것이다. 박창수 대표도 이전에 24시간 동안 새워가며 연주를 한 적이 있기 때문에, 하루 13시간 연주 정도는 이제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다.
기획도 ‘작곡’하듯이, 예술의 흐름들 만드는 일
‘더하우스콘서트’는 2002년 7월12일, 박창수의 자택에서 시작됐다. 마룻바닥의 진동을 통해 음악을 온몸으로 느끼는 새로운 경험, 무대와 객석의 경계가 없는 곳에서 연주자와 관객이 생생하게 공감하는 친밀한 분위기가 많은 이들의 호감을 얻었다.
“원먼스 페스티벌의 경우 전 세계를 상대로 라이브 중계가 이루어진 덕에, 해외에서 서로 가까이 사는 연주자들끼리 모여 커뮤니티를 만들기도 했다. 이러한 소통을 예술가가 상생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 기획이라는 건 하나의 흐름을 만들어나가는 것이다. 흐름을 만들고, 사람들 간에 영향을 주고받는 장을 열어주는 것, 18년 동안 하우스콘서트를 운영하며 가장 중요하게 여겨온 부분이다. 이 모든 일을 하우스콘서트의 직원 두 세 사람과 함께하는 일이다. 사람들은 이렇게 큰 기획을 하는 걸 보니 돈이 많나 보다, 직원이 많나 보다 생각한다. 하지만 시스템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운영하느냐에 따라서 가능성의 여부가 정해진다.”
놀라운 사실은, 하우스콘서트가 문화예술의 발전에 있어 ‘업적’이라 할 만큼 이토록 큰 결실을 이루고 있는데 스폰서가 없다는 것이다. 정해진 틀과 예산 내에서 밖에 생각하지 않는 우리 사회의 문제점 때문이다. 게다가 무조건 ‘유명한’ 연주자를 찾고, ‘좋은’ 연주자를 찾으려 하지 않는 문화의식의 문제도 있다. 리즈 국제콩쿠르 우승자 김선욱, 쇼팽 국제콩쿠르 우승자 조성진, 이 두 콩쿠르 스타의 단적인 예만 보아도 하우스콘서트가 중요시 여기는 가치를 알 수 있다. 이들이 콩쿠르에 나가기 전 하우스콘서트에서 연주할 때 관객 수는 25명 안팎, 콩쿠르에서 우승해 스타가 되어 하우스콘서트 무대에 섰을 때의 관객은 몇 백 명에 이르렀다.
“‘유명한’ 사람을 무대에 올리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예술적인 흐름을 만들어가느냐가 중요하다. 유명해진 다음 무대에 올리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다. 관객을 포함한 우리 모두가 스스로 판단하는 능력을 기르고, 연주자를 응원하는 마음이 중심이 되었으면 한다.”
예술의 흐름을 만들어나가는 것, 서로에게 영향을 주는 일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박창수는 기획의 과정을 ‘작곡’하듯이 하라고 말한다. 작곡이라는 건 소리를 어떻게 구조화시킬 것인가가 관건인데, 철저히 계획하고 논리적으로 접근하지 않으면 중간에 무너지고 만다. 그래서 그는 기획도 작곡하듯이, 1회부터 100회 단위로 계획을 짜고 전체의 흐름을 만들어간다.
“하우스콘서트를 750회가 넘도록 이어오면서, 생각처럼 세상은 빨리 바뀌지 않는다는 걸 절감했다. 문제 제기부터 대안까지 제시를 해주는데, 사람들은 그게 옳다는 걸 알면서도 수용하는 데 시간이 굉장히 오래 걸린다. 오래전 이야기이긴 한데, 하우스콘서트가 10년 즈음 되었을 때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외국에서 공부하고 온 아티스트들이 국내에 돌아와서 활동을 하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실력이 떨어지는 것이었다. 알아보니 외국에서 활동할 때보다 연주 횟수가 현저하게 줄어든 탓이었다. 그래서 우리나라에 공연장 개수를 파악하기 시작했고, 수많은 공연장의 무대가 활성화되지 않고 있다는 걸 발견했다. 우리는 일주일 동안 23개의 지방 공연장에서 100개의 콘서트를 열었다. 결과적으로 객석도 꽉 찼다. 그렇게 1년에 5,000개의 공연이 가능하다는 걸 보여줬고, 원데이 페스티벌에서는 같은 날 같은 시간에 전국에서 65개 공연을 동시에 진행했다. 어떻게 기획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매우 다르다.”
꾸준함이 만드는 소중한 가치
이제 연주자들에게, 관객들에게 하우스콘서트는 소중한 가치를 만드는 곳이라는 인식이 굳어졌다. 예술을 통해 소중한 가치를 만들고 문화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키고자 땀방울을 흘려가며 애써온 박창수의 노력은 남들이 불가능하다는 일을 가능하게 실현시키고 있다.
“우리 문화예술계의 상황이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이 일을 하는 이유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술계에 변화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페이를 많이 받지 않지만 연주자들이 하우스콘서트를 좋아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하우스콘서트는 연주자들의 마음으로 만들었다.’라고 이야기한다.”
음악기획자이자 기획자로서의 남들이 가지 않는 새로운 길을 열어온 박창수. 그는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서 혼란스러워하는 젊은 아티스트들에게 ‘꾸준함’을 잃지 말라고 이야기한다.
“제일 중요하고, 어렵고, 무서운 게 꾸준함이다. 꾸준한 사람을 당해낼 사람이 없다. 재능이 뛰어난 사람이 많은데, 꾸준함에 문제가 있어서 허물어지는 사람을 너무 많이 봤다. 젊을 때 반짝하던 사람들이 10년, 20년이 지나면서까지 그 빛을 지속하는 게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꾸준하기 위해서는 철저하게 계획하고 논리적이어야만 한다.”
하우스콘서트가 거점을 두고 있는 대학로는 요즘 상업문화가 주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이곳은 근본적으로 우리나라 문화예술의 중심지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예술의 중심지가 상업 지역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사실은 매우 위험하다며 문화인식을 변화시켜야 한다는 것이 박창수의 생각이다. 이는 하우스콘서트가 다른 곳에서 공연하면 받을 수 있는 매년 5,000만 원의 지원을 포기하고 굳이 대학로로 들어간 이유이기도 하다.
“코로나 이후 온라인 매체가 대체수단이 되어 변화를 일으킬 것이라는 의견도 많다. 하지만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본질까지 변한다고 착각하는 경우도 있는데, 크든 적든 무대에서 이루어지는 연주자와 관객 사이의 소통으로 예술이 형성되는 것이다. 어떤 매체와 같은 수단으로 예술이 전속되는 건 결코 아니다. 상황이 어렵겠지만, 소통의 예술은 꾸준히 유지해야 한다. 그래서 이번 줄라이 페스티벌도 31일 동안 한 장소에서 계속 꾸준히 개최되는 것에 의미가 있다.”
박창수는 최근 우리 사회가 점점 생각을 하기보다, 정해진 답만 알고 싶어 한다며, “답만 아는 것은 잠깐의 지식은 될 수 있지만 사람의 지혜는 될 수 없다.”고 말한다. 사고의 폭이 넓어질수록 그 사회는 더 특별한 가치를 만들어낸다. 순수예술을 통한 문화의식 계몽에 일조하며 관객의 마음을 깨워나갈 하우스콘서트의 기적은 우리 삶 가장 가까운 곳에서 소박한 듯, 조용하게, 그리고 꾸준히 일어나고 있다.
Cover Story #2. Talk about BEETHOVEN'S 9 SYMPHONY
https://blog.naver.com/julyfestival/222018948689
Cover Story #3. Talk about BEETHOVEN'S PIANO SONATA
https://blog.naver.com/julyfestival/2220184826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