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문화재단 미래와 인재] 하우스콘서트 - 박창수의 24시간 공연
- 등록일2020.02.24
- 작성자하콘
- 조회98
SBS문화재단 - 미래와 인재 2020 Vol.12
박창수의 24시간 공연
"Why Should? Why Shouldn't?"

문화 예술의 대중화와 젊은 예술가 양성을 돕고자 SBS문화재단이 2015년부터 후원하는 ‘하우스콘서트’는 관객과 연주자가 같은 높이의 마룻바닥에 앉아 오감을 열고 연주를 즐기는 작은 공연이다. 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허물고 연주자와 관객이 모두 행복해지는 이 공연의 기획자이자 대표는 피아니스트 박창수다.
얼마 전, 하우스콘서트에서 특별한 공연을 알려왔다. 박창수 대표의 24시간 연속 공연, “Why should? Why shouldn’t?”다. 하우스콘서트가 늘 새롭고 신선한 공연을 기획한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24시간 공연은 정말 특별하게 느껴졌다. 더구나 올해가 처음이 아니란다. 작년에 박창수 대표가 혼자 공연했던 것에 이어, 올해는 게스트 연주자 24개 팀을 초청해 합동 공연을 한단다. 더 놀라운 것은 즉흥 공연이라는 것! 어떤 연주를 할지 협의 한 번 하지 않고, 리허설도 없이 즉석 공연을 펼친다는 것이다. 과연 가능할까 싶었다. 박창수 대표가 각각 24개 팀 연주자들과 어떤 협연을 펼칠지도 궁금했다. 문제는 공연장에서 24시간 공연을 지켜보는 것이었다. 밤을 새우며 공연을 볼 일이 걱정이었다. 다행히, 그의 공연은 인터넷 채널로 생중계되었고, SBS문화재단은 우선 그의 24시간 공연을 영상으로 지켜보았다. 그리고 다음 날 오후 3시, 그의 23번째 공연이 열리는 도곡동 율하우스를 찾았다.

3 p.m./ take 23: 박창수 ×추다혜, 이한주, 임희영, Kentaro Kujirai
율하우스 무대는 단출했다. 목재로 지어진 24평 공간에 피아노 한 대가 달랑 놓여있었다. 하우스콘서트 무대가 그렇듯 객석은 따로 없었다. 마룻바닥에 앉거나, 1인용 의자가 몇 개 놓여있는 것이 전부였다. 공연은 매시 정각에 시작했다. 오후 3시. 2시 공연이 끝나고 휴식을 취하느라 부산하던 객석이 먼저 조용해졌다. 짧은 적막이 흘렀고, 박창수 대표와 게스트들이 입장했다. 따로 만들어진 무대가 없는 공간이 꽉 찬 느낌이었다. 그의 23번째 공연 게스트는 소리꾼 추다혜와 일렉트로닉 기타리스트 이한주 그리고 MUTDANCE 단원 임희영과 일본 부토 무용가 Kentaro Kujirai였다. 서울예대와 중앙대에서 민요와 노래연기를 공부한 소리꾼 추다혜는 씽씽밴드 보컬이었고, 경기국악제에서 대상을 받은 재원이다. 일렉트로닉 기타리스트 이한주는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미디어와 사운드 작업자고, 이화여대와 동대학원을 졸업한 임희영은 전통을 바탕으로 새로운 춤을 제시하는 MUTDANCE 단원이다. Kentaro Kujirai는 일본 부토의 역사라 불리는 아키라 카사이 댄스컴퍼니 멤버로 활동했고, 2015년부터 다양한 분야의 퍼포머들과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부토란 일본 전통예술 ‘가부키’, ‘노’와 서구 현대 무용이 만나 탄생한 아방가르드 무용의 한 장르다.
공연이 시작됐다. 게스트들이 뿜어내는 그로테스크한 분위기가 무대를 압도했다. 소리꾼 추다혜의 소리는 특별했다. 작은체구에서 울림이 크고 긴소리가 흐느끼듯 퍼져 나오자, 일본 부토 무용가 Kentaro Kujirai가 흐느적흐느적 춤을 추기 시작했다. 음울한 무대 분위기가 전형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관객에게는 생소했다. 전위예술을 보는 느낌인데, 이상하게 편안 했다. 박창수의 피아노가 합세했다. 무용가 임희영이 난입하듯 무대로 나와 춤사위를 펼쳤다. 소리꾼의 소리와 박창수의 피아노 그리고 이한주의 일렉트로닉 기타가 묘하게 조화를 이뤘다. 일본과 한국의 춤꾼들은 즉흥 공연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환상적인 어울림을 자아냈다. 작은 공간을 휘저으며 큰 춤을 추는 그들이 서로 부딪치지 않고 춤사위를 보여주는 것도 신 기했다. 어느새 박창수의 피아노가 게스트들의 공연을 뚫고 중심에 서기 시작했다. 박창수가 연주에 몰입할수록 그의 열정을 받아내기에 피아노가 버거워 보였다. 그렇게 26분간 단아하게 펼쳐졌던 무대가 뜨겁게 달아올랐다. 죽은 이의 영혼을 위로하는 진혼곡을 보는 것 같았다. 피아니스트와 춤꾼, 소리꾼 그리고 기타리스트는 조금 전에 만났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완벽한 즉흥 공연을 창조했다. 30명 남짓한 관객은 그들이 빚어내는 하모니에 압도되어 숨을 죽였다.
“박창수 대표의 24시간 즉흥 공연은 첫 타임부터 관객이 많았습니다. 새벽 3, 4시에도 관객이 많았고요. 박창수 대표는 현대음악 중에서 가장 전위적인 음악을 하는 분입니다. 실험과 도전을 멈추지 않는 작곡가고요. 그의 연주는 폭발적인 에너지를 갖고 있어서 관객들의 감정을 직접적으로 건드리는 편입니다. 평소에 박창수 대표는 말소리도 행동도 조용한데, 피아노 앞에서 연주할 때는 야수처럼 에너지가 엄청납니다. 들어서 예쁜 음악은 아니지만 아름다움이 정형화된 것이 아니기에, 박 대표의 연주를 좋아하고 들으러 오는 관객들도 많습니다. 이번 공연도 24시간을 함께 하는 관객들이 몇 분 계세요.”
강선애 하우스콘서트 수석매니저는 박창수 대표의 연주를 난해하면서도 서정적이라고 표현했다. 박 대표의 24시간 공연을 지켜보는 그의 얼굴에도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24번째 마지막 공연까지 30분 정도 시간이 남았다. 마지막 공연 게스트는 색소포니스트 강태환. 세계 프리뮤직 계의 거장이다. 공연 대기실에는 박창수 대표와 노장의 프리 뮤지션 강태환이 낯선 타인처럼 조용히 앉아만 있었다. 연주를 위한 사전 준비는 전혀 없었다. 지금까지 다른 게스트들도 그랬단다. 어떤 연주를 어떻게 할지, 서로 비밀을 지키려는 사람들처럼 침묵을 유지하고, 무대에서 그 열정을 풀어놓았단다.
4 p.m./ take 24: 박창수 ×강태환
드디어, 박창수 24시간 공연의 마지막 무대가 시작됐다. 박창수 대표의 피아노와 프리 뮤지션 강태환의 알토 색소폰의 따로 또 같이 연주가 23분 동안 이어졌다. 난해하지만 서정적인 마지막 무대였다. 조용한 감동의 물결이 객석을 휘감았다. 즉흥연주 대가들의 무대를 지켜보는 관객들의 얼굴에 행복한 미소가 번졌다.
공연이 모두 끝났다. 프리 뮤지션 강태환이 퇴장하고, 박창수 대표가 그의 피아노 곁에 섰다. 열정적으로 피아노를 연주할 때와 달리, 박 대표는 작고 여린 목소리로 공연을 마친 소감을 전했다.
“작년에는 솔로로 24시간 공연을 했고, 올해는 게스트를 초청해서 24시간 공연을 했습니다. 원래 공연은 솔로보다 듀엣이나 트리오가 편하거든요. 이번 공연은 게스트들이 계속 바뀌니까 새로운 느낌으로 공연이 이어지고, 24개의 공연이 모여서 하나의 작품이 만들어지는 것에 중점을 두었습니다. 일체 협의 없이 무대에 올랐기에 각각 어떤 에너지로 무대가 채워질지, 러닝 타임이 얼마나 될지 몰랐고요. 초대 게스트와 교감에 근거해서 무대를 만들었습니다. 게스트 중엔 즉흥연주가 처음인 분들도 많았고, 그런 연주자들이 참여했다는 것이 더 의미 있었습니다. 솔직히 제게는 작년보다 힘든 무대였지만, 함께해준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24시간 계속된 무대가 모두 끝난 후…
박창수 대표의 24시간 공연이 모두 끝났다. 마지막 인사를 하는 그에게 쏟아지는 박수 소리가 특별하게 들렸다. 동탄에서 온 현지숙 씨의 얼굴엔 아쉬움이 가득했다. 그는 11월 1일 오후 5시부터 다음날 오후 5시까지, 24시간 동안 박창수 대표의 공연을 지켜본 열성 관객 중 한 명이었다.
“모든 공연이 다 좋았습니다. 다 특색 있는 즉흥 공연이었으니까요. 저는 개인적으로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인 박창수의 음악을 너무 좋아합니다. 우리나라에 이런 음악가가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고요. 꼬박 하루 동안 공연을 보는 일도 힘들지 않았습니다. 24시간 공연이었지만, 공연은 매 시각 정시에 시작해서 30분 정도, 짧게는 15분 정도였기에 공연 사이사이에 쉬면서 눈을 붙일 수 있었거든요.”
관객들이 모두 돌아간 시간, 하우스콘서트 식구들이 부지런히 뒷정리를 시작했다. 박 대표의 공연을 함께하느라 24시간 이상 잠을 못 잤을 텐데, 생동감이 넘쳤다. 성공적으로 공연을 끝낸 기쁨에 들뜬 모습이었다. 그러나 무대 뒤에서 만난 박창수 대표의 표정은 담담했다. 왜 이렇게 24시간이나 계속되는 무모한 공연을 기획했는지 물었다.
“우리 사회는 너무 가벼워져 있습니다. 현대화될수록 깊이 생각하고 고민하는 과정이 배제되어 있다고 생각했으니까요. 그래서 생각하고 공부하는 분위기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한 시간짜리 공연을 던지는 것보다 짧은 것에 익숙해진 우리 사회에 이렇게 긴 호흡으로 가는 공연이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습니다.”
가까이 앉아서 보니 박창수 대표의 손가락마다 테이프가 감겨있었다. 연주하느라 손가락 여기저기 물집이 생겼고, 그게 너무 아파서 테이프를 감고 피아노를 쳤다고 했다. 부상 투혼을 한 연주자에게 지금 가장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우선 밥을 먹었으면 좋겠습니다. 공연 24시간 전부터 밥을 못 먹거든요. 그러니까 48시간째, 음료수만 마시고 버텼습니다. 우선 밥 먹고, 씻고 자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합니다. 그래야 다음 음악을 준비하겠지요?”
박창수의 24시간 공연
"Why Should? Why Shouldn't?"

문화 예술의 대중화와 젊은 예술가 양성을 돕고자 SBS문화재단이 2015년부터 후원하는 ‘하우스콘서트’는 관객과 연주자가 같은 높이의 마룻바닥에 앉아 오감을 열고 연주를 즐기는 작은 공연이다. 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허물고 연주자와 관객이 모두 행복해지는 이 공연의 기획자이자 대표는 피아니스트 박창수다.
얼마 전, 하우스콘서트에서 특별한 공연을 알려왔다. 박창수 대표의 24시간 연속 공연, “Why should? Why shouldn’t?”다. 하우스콘서트가 늘 새롭고 신선한 공연을 기획한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24시간 공연은 정말 특별하게 느껴졌다. 더구나 올해가 처음이 아니란다. 작년에 박창수 대표가 혼자 공연했던 것에 이어, 올해는 게스트 연주자 24개 팀을 초청해 합동 공연을 한단다. 더 놀라운 것은 즉흥 공연이라는 것! 어떤 연주를 할지 협의 한 번 하지 않고, 리허설도 없이 즉석 공연을 펼친다는 것이다. 과연 가능할까 싶었다. 박창수 대표가 각각 24개 팀 연주자들과 어떤 협연을 펼칠지도 궁금했다. 문제는 공연장에서 24시간 공연을 지켜보는 것이었다. 밤을 새우며 공연을 볼 일이 걱정이었다. 다행히, 그의 공연은 인터넷 채널로 생중계되었고, SBS문화재단은 우선 그의 24시간 공연을 영상으로 지켜보았다. 그리고 다음 날 오후 3시, 그의 23번째 공연이 열리는 도곡동 율하우스를 찾았다.

3 p.m./ take 23: 박창수 ×추다혜, 이한주, 임희영, Kentaro Kujirai
율하우스 무대는 단출했다. 목재로 지어진 24평 공간에 피아노 한 대가 달랑 놓여있었다. 하우스콘서트 무대가 그렇듯 객석은 따로 없었다. 마룻바닥에 앉거나, 1인용 의자가 몇 개 놓여있는 것이 전부였다. 공연은 매시 정각에 시작했다. 오후 3시. 2시 공연이 끝나고 휴식을 취하느라 부산하던 객석이 먼저 조용해졌다. 짧은 적막이 흘렀고, 박창수 대표와 게스트들이 입장했다. 따로 만들어진 무대가 없는 공간이 꽉 찬 느낌이었다. 그의 23번째 공연 게스트는 소리꾼 추다혜와 일렉트로닉 기타리스트 이한주 그리고 MUTDANCE 단원 임희영과 일본 부토 무용가 Kentaro Kujirai였다. 서울예대와 중앙대에서 민요와 노래연기를 공부한 소리꾼 추다혜는 씽씽밴드 보컬이었고, 경기국악제에서 대상을 받은 재원이다. 일렉트로닉 기타리스트 이한주는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미디어와 사운드 작업자고, 이화여대와 동대학원을 졸업한 임희영은 전통을 바탕으로 새로운 춤을 제시하는 MUTDANCE 단원이다. Kentaro Kujirai는 일본 부토의 역사라 불리는 아키라 카사이 댄스컴퍼니 멤버로 활동했고, 2015년부터 다양한 분야의 퍼포머들과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부토란 일본 전통예술 ‘가부키’, ‘노’와 서구 현대 무용이 만나 탄생한 아방가르드 무용의 한 장르다.
공연이 시작됐다. 게스트들이 뿜어내는 그로테스크한 분위기가 무대를 압도했다. 소리꾼 추다혜의 소리는 특별했다. 작은체구에서 울림이 크고 긴소리가 흐느끼듯 퍼져 나오자, 일본 부토 무용가 Kentaro Kujirai가 흐느적흐느적 춤을 추기 시작했다. 음울한 무대 분위기가 전형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관객에게는 생소했다. 전위예술을 보는 느낌인데, 이상하게 편안 했다. 박창수의 피아노가 합세했다. 무용가 임희영이 난입하듯 무대로 나와 춤사위를 펼쳤다. 소리꾼의 소리와 박창수의 피아노 그리고 이한주의 일렉트로닉 기타가 묘하게 조화를 이뤘다. 일본과 한국의 춤꾼들은 즉흥 공연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환상적인 어울림을 자아냈다. 작은 공간을 휘저으며 큰 춤을 추는 그들이 서로 부딪치지 않고 춤사위를 보여주는 것도 신 기했다. 어느새 박창수의 피아노가 게스트들의 공연을 뚫고 중심에 서기 시작했다. 박창수가 연주에 몰입할수록 그의 열정을 받아내기에 피아노가 버거워 보였다. 그렇게 26분간 단아하게 펼쳐졌던 무대가 뜨겁게 달아올랐다. 죽은 이의 영혼을 위로하는 진혼곡을 보는 것 같았다. 피아니스트와 춤꾼, 소리꾼 그리고 기타리스트는 조금 전에 만났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완벽한 즉흥 공연을 창조했다. 30명 남짓한 관객은 그들이 빚어내는 하모니에 압도되어 숨을 죽였다.
“박창수 대표의 24시간 즉흥 공연은 첫 타임부터 관객이 많았습니다. 새벽 3, 4시에도 관객이 많았고요. 박창수 대표는 현대음악 중에서 가장 전위적인 음악을 하는 분입니다. 실험과 도전을 멈추지 않는 작곡가고요. 그의 연주는 폭발적인 에너지를 갖고 있어서 관객들의 감정을 직접적으로 건드리는 편입니다. 평소에 박창수 대표는 말소리도 행동도 조용한데, 피아노 앞에서 연주할 때는 야수처럼 에너지가 엄청납니다. 들어서 예쁜 음악은 아니지만 아름다움이 정형화된 것이 아니기에, 박 대표의 연주를 좋아하고 들으러 오는 관객들도 많습니다. 이번 공연도 24시간을 함께 하는 관객들이 몇 분 계세요.”
강선애 하우스콘서트 수석매니저는 박창수 대표의 연주를 난해하면서도 서정적이라고 표현했다. 박 대표의 24시간 공연을 지켜보는 그의 얼굴에도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24번째 마지막 공연까지 30분 정도 시간이 남았다. 마지막 공연 게스트는 색소포니스트 강태환. 세계 프리뮤직 계의 거장이다. 공연 대기실에는 박창수 대표와 노장의 프리 뮤지션 강태환이 낯선 타인처럼 조용히 앉아만 있었다. 연주를 위한 사전 준비는 전혀 없었다. 지금까지 다른 게스트들도 그랬단다. 어떤 연주를 어떻게 할지, 서로 비밀을 지키려는 사람들처럼 침묵을 유지하고, 무대에서 그 열정을 풀어놓았단다.
4 p.m./ take 24: 박창수 ×강태환
드디어, 박창수 24시간 공연의 마지막 무대가 시작됐다. 박창수 대표의 피아노와 프리 뮤지션 강태환의 알토 색소폰의 따로 또 같이 연주가 23분 동안 이어졌다. 난해하지만 서정적인 마지막 무대였다. 조용한 감동의 물결이 객석을 휘감았다. 즉흥연주 대가들의 무대를 지켜보는 관객들의 얼굴에 행복한 미소가 번졌다.
공연이 모두 끝났다. 프리 뮤지션 강태환이 퇴장하고, 박창수 대표가 그의 피아노 곁에 섰다. 열정적으로 피아노를 연주할 때와 달리, 박 대표는 작고 여린 목소리로 공연을 마친 소감을 전했다.
“작년에는 솔로로 24시간 공연을 했고, 올해는 게스트를 초청해서 24시간 공연을 했습니다. 원래 공연은 솔로보다 듀엣이나 트리오가 편하거든요. 이번 공연은 게스트들이 계속 바뀌니까 새로운 느낌으로 공연이 이어지고, 24개의 공연이 모여서 하나의 작품이 만들어지는 것에 중점을 두었습니다. 일체 협의 없이 무대에 올랐기에 각각 어떤 에너지로 무대가 채워질지, 러닝 타임이 얼마나 될지 몰랐고요. 초대 게스트와 교감에 근거해서 무대를 만들었습니다. 게스트 중엔 즉흥연주가 처음인 분들도 많았고, 그런 연주자들이 참여했다는 것이 더 의미 있었습니다. 솔직히 제게는 작년보다 힘든 무대였지만, 함께해준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24시간 계속된 무대가 모두 끝난 후…
박창수 대표의 24시간 공연이 모두 끝났다. 마지막 인사를 하는 그에게 쏟아지는 박수 소리가 특별하게 들렸다. 동탄에서 온 현지숙 씨의 얼굴엔 아쉬움이 가득했다. 그는 11월 1일 오후 5시부터 다음날 오후 5시까지, 24시간 동안 박창수 대표의 공연을 지켜본 열성 관객 중 한 명이었다.
“모든 공연이 다 좋았습니다. 다 특색 있는 즉흥 공연이었으니까요. 저는 개인적으로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인 박창수의 음악을 너무 좋아합니다. 우리나라에 이런 음악가가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고요. 꼬박 하루 동안 공연을 보는 일도 힘들지 않았습니다. 24시간 공연이었지만, 공연은 매 시각 정시에 시작해서 30분 정도, 짧게는 15분 정도였기에 공연 사이사이에 쉬면서 눈을 붙일 수 있었거든요.”
관객들이 모두 돌아간 시간, 하우스콘서트 식구들이 부지런히 뒷정리를 시작했다. 박 대표의 공연을 함께하느라 24시간 이상 잠을 못 잤을 텐데, 생동감이 넘쳤다. 성공적으로 공연을 끝낸 기쁨에 들뜬 모습이었다. 그러나 무대 뒤에서 만난 박창수 대표의 표정은 담담했다. 왜 이렇게 24시간이나 계속되는 무모한 공연을 기획했는지 물었다.
“우리 사회는 너무 가벼워져 있습니다. 현대화될수록 깊이 생각하고 고민하는 과정이 배제되어 있다고 생각했으니까요. 그래서 생각하고 공부하는 분위기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한 시간짜리 공연을 던지는 것보다 짧은 것에 익숙해진 우리 사회에 이렇게 긴 호흡으로 가는 공연이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습니다.”
가까이 앉아서 보니 박창수 대표의 손가락마다 테이프가 감겨있었다. 연주하느라 손가락 여기저기 물집이 생겼고, 그게 너무 아파서 테이프를 감고 피아노를 쳤다고 했다. 부상 투혼을 한 연주자에게 지금 가장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우선 밥을 먹었으면 좋겠습니다. 공연 24시간 전부터 밥을 못 먹거든요. 그러니까 48시간째, 음료수만 마시고 버텼습니다. 우선 밥 먹고, 씻고 자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합니다. 그래야 다음 음악을 준비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