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문화재단 미래와 인재] 하우스콘서트 - 강선애, 한진희 더하우스콘서트 매니저
  • 등록일2019.01.11
  • 작성자하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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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문화재단 - 미래와 인재 2019 Vol.11

 

좋아하는 일을 함께하는 단짝 친구,

강선애, 한진희 더하우스콘서트 매니저

 



가을이 깊어가던 10월 어느 날, 베토벤 피아노삼중주 5번 "유령"의 선율을 따라 대학로 예술가의 집 3층 공연장으로 들어섰다. 반들반들한 마룻바닥이 눈에 들어왔다. 신발을 벗고 살금살금 안으로 들어가자 강선애 더하우스콘서트 수석매니저와 한진희 매니저가 공연 리허설을 하는 모습이 보였다. 



공연을 지켜보는 강선애의 눈길과 리허설 현장을 카메라에 담는 한진희의 손길이 조심스러웠다. 어떻게든 연주자가 편안한 분위기에서 리허설을 하도록 배려하는 매니저들의 따뜻한 마음이  느껴졌다.







마룻바닥콘서트 <하우스콘서트>의 살림꾼들



<하우스콘서트>는 관객이 연주자와 같은 높이의 마룻바닥에 앉아 오감을 열고 연주를 즐기는 작은 공연이다. SBS문화재단이 후원을 시작한 2015년부터 지금까지 총 256회 공연이 열렸다. 1,120명의 연주가가 무대에 올랐고, 14,030명의 관객이 관람했다. 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허물고, 연주자와 관객 모두가 행복해지는 이 공연의 기획자이자 대표는 피아니스트 박창수 대표. 그러나 공연의 모든 실무를 담당하며 더하우스콘서트의 살림을 꾸려나가는 이들은 강선애 수석매니저와 한진희 매니저다. 박창수 대표도 농담처럼 "저는 말만 하고 일은 이 친구들이 다합니다."라고 공언할 정도로 하우스콘서트를 이끌어가는 실세들이다. 

 

 



하우스콘서트가 내게로 왔다



더하우스콘서트는 참 많은 공연을 해내고 있다. 매주 월요일마다 예술가의 집에서 정기 하우스콘서트 공연을 열고, 도곡동 율하우스와 목동 포레스트 카페에서도 수시로 공연을 한다. 매달 전국 방방곡곡에 있는 문화예술센터 등에서는 하우스콘서트 전국 공연을 하고, 매년 7월에는 전 세계를 무대로 원먼스 페스티벌을 연다. 이렇게 정신없이 바쁜 일정을 강선애, 한진희 두 매니저가 소화해 낸다. 어릴 때부터 단짝 친구였다는 두 사람은 즐거운 놀이를 하듯 힘든 일도 척척 해내고 있다.



"하우스콘서트와는 대학교 2학년 때 자원봉사를 하며 처음 만났습니다. 졸업하고 금호문화예술재단에서 4년간 공연기획을 했는데, 저는 금호처럼 엘리트 예술을 하는 것보다 우리나라 문화예술 수준을 높이려는 하우스콘서트의 예술철학이 더 좋았습니다. 마침, 10년 동안 하우스콘서트를 혼자 이끌어 온 박창수 대표님이 1호 직원을 뽑는다며 함께 일하자는 제의를 하셔서 더하우스콘서트의 수석매니저가 됐습니다. 월급이 반으로 줄었고, 1평짜리 열악한 사무실에서 힘들게 일해야 했지만 행복했습니다."



2012년, 하우스콘서트 1호 직원이 된 강선애는 <하우스콘서트> 10주년 기념으로 1주일간 100개의 공연을 벌이는 페스티벌을 성공적으로 개최했다. 작곡과 출신 공연기획자의 실력을 발휘한 성과였다. 그런데 페스티벌이 끝나자 박창수 대표가 "전국 문화예술회관으로 공연을 확산시키겠다."라는 공표를 했다. 전국에 400개가 넘는 문화예술회관 공연장이 있지만, 정작 공연은 하지 않고 비어있는 현실을 안타까워했던 박 대표의 아이디어였다. 공표는 박 대표가 했지만 책임은 강선애가 져야했다. 



온실 속 화초처럼 어려움 없이 대기업 문화예술재단 직원으로 일했던 강선애는 그때부터 잡상인 취급을 받아가며 전국 문화예술회관을 찾아다녔다. 공연장 섭외를 하며 서러움도 많이 당했다. 울기도 많이 울었지만 포기할 수 없었다. 강선애는 그해 11월부터 3개월간 전국 문화예술회관 100곳을 돌며 공연장 섭외를 했다. 그렇게 고군분투하던 강선애는 단짝 친구 한진희를 떠올렸다. 세상에서 제일 친한 친구와 제일 좋아하는 일을 함께한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하는 바람을 한진희에게 내비쳤다. 경영학을 전공한 한진희의 똑 부러지는 일 처리 솜씨를 본 박창수 대표도 단박에 매니저 자리를 제의했다.



"친구 때문에 하우스콘서트와 친숙했지만, 매니저 제안을 받자 걱정이 앞섰습니다. 단짝 친구와 함께 일하다가 우정에 금이 가는 일이 생기면 어쩌나 해서요. 물론 기우였죠. 저희 일이 정신없이 바쁘잖아요. 공연들을 관리하고, 연주자를 섭외하고, 자료를 받아서 정리하고, 프로그램을 정리해서 홈페이지에 올리고, SNS로 홍보하고, 1주일에 한 번 팟캐스트 '소심음감'도 진행하니까요. 전국프로젝트 공연은 물론이고 원먼스페스티벌 준비도 해야 합니다. 수시로 대표님과 기획 회의도 해야 하고요. 인턴직원과 자원봉사자들의 도움도 받지만 대부분이 저희가 해야 하는 일들인데, 아마 일반적인 회사 분위기면 불가능했을 겁니다. 우리 둘이 오랜 친구고 제일 친한 사이라 일하면서 노는 것 같고, 또 노는 것 같으면서도 일하는 것 같은 분위기 때문에 즐겁게 놀이하듯 일하는 것 같습니다."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선택한 행복한 사람들



공자가 말했다. 가장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선택하면 평생 단 하루도 일할 필요가 없다고. 고된 월요일 공연을 준비하면서도 뭐가 그리 즐거운지 생글생글 웃는 두 사람을 보는데 저절로 공자의 말이 떠올랐다. 사실, 하우스콘서트 매니저의 일상은 고달프기 짝이 없다. 매주 월요일마다 그녀들은 오전 근무를 마치고 예술가의 집으로 달려와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공연 준비를 해야 한다. 원래 사무실이던 곳을 공연장으로 꾸미느라 책상과 의자를 빼내고, 마룻바닥을 쓸고 닦고, 공연장 장식을 한다. 오후 5시부터 공연 리허설을 하고, 공연이 끝난 뒤에 연주자와 관객이 함께 하는 와인 파티도 준비한다. 공연이 끝난 뒤에 연주자와 관객이 함께 하는 와인 파티도 준비한다. 파티가 끝나고 관객들이 돌아가고 나면, 뒷정리하고 사무실을 원래대로 원상 복구시킨다. 이렇게 모든 일이 끝나면 밤 11시 반이다. 이번 주는 화요일과 목요일에도 도곡동 율하우스와 목동 포레스트에서 열리는 공연 준비도 해야 한다. 매일매일 쏟아지는 연주자들의 공연의뢰도 체크해야 하고, 연말에는 새로운 공연장을 섭외하기 위해 트렁크를 끌고 지방에 있는 문화예술회관 순례를 할 예정이다. 아무리 놀이하듯 일한다지만 일이 너무 많아 보였다. 그녀들에게 이렇게 할 일이 산더미 같은데, 왜 하우스콘서트가 좋으냐고 물었다.



"더하우스콘서트는 16년간 계속 뭔가 새로운 것을 만들어냈고, 문제를 제기했고, 거기에 대한 행동을 스스로 보여준 곳입니다. 앞장서서 누군가를 설득하는 일을 계속해왔고요. 거대한 연주 홀에서 연주하던 연주자들은 처음엔 집에서 연주하는 저희 개념을 받아들이지 못해서 거절도 많이 했지만, 지금은 너도나도 출연하고 싶은 무대가 됐습니다. 지방 프로젝트도 처음엔 연주자들이 어떻게 지방에 내려가느냐며 난감해 했는데, 지금은 거부감 없이 많이들 지방공연을 하십니다. 새로운 공연형식인 원먼스페스티벌도 지금은 많은 연주자와 공감하고 있고요. 이렇게 저는 계속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며 우리 문화예술을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더하우스콘서트가 좋습니다."



"저는 하우스콘서트만큼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일을 만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우리 문화예술 발전을 위해 소신 있게 열심히 일하는 단체의 일원이라는 것에 감사하고 있고요. 하우스콘서트와 함께 나날이 성장하는 제 모습도 참 좋습니다." 

 

 



그녀들의 꿈의 무대, 하우스콘서트 전용 극장



일이 너무 좋아서, 일이 너무 바빠서 연애하고 결혼할 시간이 없었다는 83년생 동갑내기 강선애, 한진희. 그들이 꿈꾸는 무대는 어떤 것인지 궁금했다. 



"우리만의 공간인 무대를 갖고 싶습니다. 예술가의 집도 우리 공간이 아니거든요. 월요일 이 시간에만 사용하는 곳이고, 다른 공연장들도 사정은 마찬가지입니다. 계약이 끝나면 어떻게 될지도 모르고요. 언제든지 우리가 활용할 수 있는 우리만의 공간이 있었으면 하는 것이 저희가 꿈꾸는 무대입니다. 하우스콘서트가 추구하는 공연이 매일매일 펼쳐질 수 있는 곳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