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2016년 9월 20일 - 둘러앉아 즐기는 ‘집밥’ 같은 음악, 500회
- 등록일2016.09.21
- 작성자하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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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째 이어진 한국 클래식 문화의 명물 ‘하우스 콘서트’

지난 19일 저녁 서울 대학로 ‘예술가의 집’에서 열린 하우스콘서트 500회 공연 무대에 오른 피아니스트 김선욱씨(왼쪽 사진)와 소리꾼 장사익씨. 하우스콘서트 제공
지난 19일 밤, 서울 대학로 ‘예술가의 집’ 3층. 대조적인 카리스마를 지닌 두 예술가의 공연이 펼쳐졌다.
시작은 피아니스트 김선욱의 베토벤 피아노소나타 29번 ‘함머클라비어’. 연주 시간만 40분이 넘고 기교적으로도 까다로워 난곡 중의 난곡으로 꼽히는 이 곡을 그는 능란한 기교를 바탕으로 매끄럽게 풀어나갔다. 질주하는 피아노의 육중한 울림이 공연장 마룻바닥에 앉은 관객 183명의 몸에 그대로 전달됐다. 2부는 올해 초 성대수술을 받고 다음달 복귀 무대를 준비 중인 소리꾼 장사익의 무대. 퓨전 재즈밴드의 반주를 바탕으로 재해석된 ‘대전블루스’ ‘봄날은 간다’ ‘댄서의 순정’ 등 대중가요의 명곡들이 흘러나오자 청중들의 어깨가 들썩였다.
이날 무대는 2002년 7월부터 14년째 이어지며 한국 클래식 문화의 명물로 자리 잡은 ‘하우스콘서트’의 500번째 기념공연이다.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인 박창수 예술감독(52)의 연희동 자택에서 출발한 하우스콘서트는 역삼동, 도곡동 등으로 자리를 옮기며 2014년 말부터 대학로에 자리 잡았다. 클래식을 중심으로 국악, 재즈, 대중음악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하우스콘서트는 일반 공연장과 달리 청중이 연주자의 호흡을 온몸으로 체험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다. 전문 연주자들에게는 쉽게 기회를 잡기 어려운 대형 공연장 밖에서 자유롭게 청중을 만날 수 있는 자리이다.
공연 직후 만난 김선욱은 “지금처럼 유명해지기 전 하우스콘서트를 통해 독주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며 “하우스콘서트는 음악이 멀리 있는 게 아니라 우리 가까이에 있다는 걸 알려주는 역할을 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중학교 3학년이던 2004년 타악기 연주자의 반주를 위해 하우스콘서트에 출연, 인연을 맺은 후 지금까지 10여 차례 공연했다.
하우스콘서트는 14년째 2만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을 유지하고 있지만,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와 피아니스트 손열음, 가야금 명인 황병기, 기타리스트 이병우, 가수 강산에 등 정상급 연주자들이 무대를 장식해왔다. 누적 관객은 3만명, 출연한 연주자들도 2300여명에 이른다.

박창수 예술감독
박창수 감독은 10주년이었던 2012년에 하우스콘서트를 전국으로 확대했다. 개점휴업 상태인 전국 자치단체의 공연 인프라를 활용해 공연문화의 수도권 집중 현상을 완화해보자는 취지였다.
또 기존 대학로 하우스콘서트 이외에 지방 순회공연과 문화체육관광부의 ‘문화가 있는 날’ 공연 등으로 영역을 확장해왔다.
14년 동안 쉬지 않고 500회를 이어올 수 있었던 힘은 ‘꾸준함’이다. “4년 전에는 콘서트를 앞두고 수술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 있었어요. 의사들의 만류를 뿌리치고 콘서트 진행을 하고 다시 입원했죠. 9년 전 독일에 있을 때는 하우스콘서트 때문에 한국에 왔다가 콘서트 다음날 다시 독일로 돌아가기도 했습니다.”
하우스콘서트가 제자리를 잡아나가면서 재정적으로는 오히려 더 어려움에 처했다. 박 감독은 2014년에 문체부의 ‘문화가 있는 날’ 공연 250개를 만들었지만, 지난해에는 160개에 그쳤다. 올해는 9개로 급감했다. 그는 “이미 자리를 잡았으니 더 지원해주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대학로 하우스콘서트는 2008년부터 문화예술위원회의 지원을 받고 있고 작년부터는 SBS문화재단에서도 도움을 주고 있어 그나마 다행”이라고 말했다.
501회 공연에는 재즈 기타리스트 빅 주리스(Vic Juris)가 출연할 예정이다. 박 감독은 “실력 있는 연주자인데 예약자가 30명밖에 안돼 아쉽다”며 “유명한 연주자만 찾을 게 아니라 좋은 연주를 능동적으로 찾아나서는 문화가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출처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609202057025&code=960313#csidx14bc4e9b90a6374b9bb519cb073d2a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