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6년 9월 20일 - 김선욱 연주에 탄성… 장사익 노래에 어깨 들썩
- 등록일2016.09.20
- 작성자하콘
- 조회98
김선욱 연주에 탄성… 장사익 노래에 어깨 들썩
[500회 맞은 '하우스콘서트']
김선욱과 장사익 무대 펼쳐… 박창수 자택서 시작해 대학로로
정경화·조성진 등 2300명 출연, 14년간 3만명 관객 찾아
마룻바닥 위에 놓인 피아노 한 대, 그 앞으로 영국 리즈 콩쿠르 우승자로 유럽 무대에서 활약하는 피아니스트 김선욱(28)이 들어와 앉았다. 눈 감고 호흡을 고르던 그가 처음 연주한 곡은 모차르트가 피아노 독주용으로 쓴 론도. 단조 선율이 차분히 흐르다 마지막엔 위로와 희망을 던지는 메시지에 관객들은 숨죽여 빠져들었다. 이어 지난해 첫 독주 앨범을 낼 만큼 자신의 대표곡으로 자리 잡은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29번 '함머클라비어'를 펼쳤다. 혼신을 다한 연주에 마룻바닥에 앉아 감상하던 관객들은 "앙코르!"를 외쳤다.
19일 오후 8시 서울 대학로 예술가의집 3층, 피아니스트 박창수(52)씨가 꾸려온 '하우스콘서트'가 열렸다. 이날은 의미가 남달랐다. 하우스콘서트가 500번째 공연을 맞았기 때문이다. 처음엔 누가 출연하는지도 미리 알려주지 않는 '묻지 마 공연'을 기획했다. 하지만 곡절 끝에 콘서트 이틀 전 1부 공연은 김선욱, 2부는 소리꾼 장사익(67)이 출연한다고 알렸다. 3주 전 연주자가 누구인지도 모르고 일찌감치 치열한 예약 경쟁을 뚫었던 관객 183명은 이날 김선욱이 등장하자 작은 탄성을 질렀다.

19일 저녁 서울 대학로 예술가의집 3층에서 500번째 하우스콘서트가 열렸다. 피아니스트 김선욱은 베토벤 소나타 ‘함머클라비어’를 선사했다. /고운호 객원기자
"내가 어느덧 늙은이의 나이가 되어/ 사랑스러운 것이 그냥 사랑스럽게 보이고/ 우스운 것이 거침없이 우습게 보이네…." 최고의 소리꾼 중 하나인 장사익은 차분하던 콘서트장 분위기를 단박에 바꿔버렸다. "이짝으로 와요. 그래야 분위기가 더 나지…" 하며 관객들을 더 가까이 불러 앉힌 그는 구수하면서도 찰진 탁성(濁聲)으로 '대전블루스' '봄날은 간다' '댄서의 순정'을 연달아 부르며 가을밤의 정취를 살렸다. 관객들도 어깨를 흔들고 환호성을 지르며 공연을 즐겼다.
하우스콘서트는 2002년 7월 서울대 음대 작곡과 출신인 박창수씨가 당시 살고 있던 서울 연희동 단독주택 2층 거실에서 시작됐다. 중곡동, 역삼동, 도곡동을 거쳐 2014년 말부터 대학로로 옮겼지만 마룻바닥에 앉아 연주자의 숨결을 느끼며 연주를 즐기는 건 여전하다. 한 달에 두세 차례 열리는 콘서트 관람료는 2만원. 연주 후엔 가벼운 와인 파티가 곁들여진다. 송년 음악회 등 특별한 경우는 5만원이다.
2012년부터는 전국문화예술회관 같은 공연장, 단독주택·아파트 등 가정집, 사찰·교회·성당, 학교, 군부대 등 전국 곳곳에서 동시에 작은 음악회를 열어 왔다. 음악회가 서울에만 편중되어선 안 된다며 전국으로 무대를 넓힌 것이다. 지난 7월엔 한 달 동안 60여 개국에서 펼치는 하우스콘서트를 SNS로 실시간 중계하는 '원 먼스 페스티벌'을 여는 등 파격 프로젝트도 마다하지 않는다.

장사익은 구수하면서도 찰진 목소리로 ‘봄날은 간다’ 등 삶의 애환을 토해내는 유행가를 불렀다. /고운호 객원기자
하우스콘서트에는 무대와 객석의 경계도, 연령 제한도 없다. 갓난아기를 업고 온 엄마는 칭얼거리는 아이를 달래며 끝까지 연주를 들었다. 불과 두세 걸음 앞에 옹기종기 모여 앉은 관객들 앞에서 연주를 했던 음악가들은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끝까지 듣는 모습이 잊히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우스콘서트를 연습 무대쯤으로 생각하고 왔다가 혼쭐난 연주자도 있었다. 하지만 한 번이라도 마룻바닥 무대에 서본 이라면 하우스콘서트에 임하는 자세는 예술의전당 공연과 다르지 않다.
500회까지 관객 수는 3만명에 연주자만 2300명이 나섰다. '바이올린 여제' 정경화를 비롯해 가야금 명인 황병기, 피아니스트 외르크 데무스와 조성진 등 클래식 음악인들과 기타리스트 이병우, 가수 강산에 등이 연주자로 나섰다. 박창수씨는 "기쁘지만 한편으론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500회에 이르기까지 그 발자취를 지켜봐 준 분들, 언제나 응원해준 분들을 위해 오늘 무대를 바치고 싶다"고 했다.
/김경은 기자/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6/09/20/2016092000071.html
[500회 맞은 '하우스콘서트']
김선욱과 장사익 무대 펼쳐… 박창수 자택서 시작해 대학로로
정경화·조성진 등 2300명 출연, 14년간 3만명 관객 찾아
마룻바닥 위에 놓인 피아노 한 대, 그 앞으로 영국 리즈 콩쿠르 우승자로 유럽 무대에서 활약하는 피아니스트 김선욱(28)이 들어와 앉았다. 눈 감고 호흡을 고르던 그가 처음 연주한 곡은 모차르트가 피아노 독주용으로 쓴 론도. 단조 선율이 차분히 흐르다 마지막엔 위로와 희망을 던지는 메시지에 관객들은 숨죽여 빠져들었다. 이어 지난해 첫 독주 앨범을 낼 만큼 자신의 대표곡으로 자리 잡은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29번 '함머클라비어'를 펼쳤다. 혼신을 다한 연주에 마룻바닥에 앉아 감상하던 관객들은 "앙코르!"를 외쳤다.
19일 오후 8시 서울 대학로 예술가의집 3층, 피아니스트 박창수(52)씨가 꾸려온 '하우스콘서트'가 열렸다. 이날은 의미가 남달랐다. 하우스콘서트가 500번째 공연을 맞았기 때문이다. 처음엔 누가 출연하는지도 미리 알려주지 않는 '묻지 마 공연'을 기획했다. 하지만 곡절 끝에 콘서트 이틀 전 1부 공연은 김선욱, 2부는 소리꾼 장사익(67)이 출연한다고 알렸다. 3주 전 연주자가 누구인지도 모르고 일찌감치 치열한 예약 경쟁을 뚫었던 관객 183명은 이날 김선욱이 등장하자 작은 탄성을 질렀다.

19일 저녁 서울 대학로 예술가의집 3층에서 500번째 하우스콘서트가 열렸다. 피아니스트 김선욱은 베토벤 소나타 ‘함머클라비어’를 선사했다. /고운호 객원기자
"내가 어느덧 늙은이의 나이가 되어/ 사랑스러운 것이 그냥 사랑스럽게 보이고/ 우스운 것이 거침없이 우습게 보이네…." 최고의 소리꾼 중 하나인 장사익은 차분하던 콘서트장 분위기를 단박에 바꿔버렸다. "이짝으로 와요. 그래야 분위기가 더 나지…" 하며 관객들을 더 가까이 불러 앉힌 그는 구수하면서도 찰진 탁성(濁聲)으로 '대전블루스' '봄날은 간다' '댄서의 순정'을 연달아 부르며 가을밤의 정취를 살렸다. 관객들도 어깨를 흔들고 환호성을 지르며 공연을 즐겼다.
하우스콘서트는 2002년 7월 서울대 음대 작곡과 출신인 박창수씨가 당시 살고 있던 서울 연희동 단독주택 2층 거실에서 시작됐다. 중곡동, 역삼동, 도곡동을 거쳐 2014년 말부터 대학로로 옮겼지만 마룻바닥에 앉아 연주자의 숨결을 느끼며 연주를 즐기는 건 여전하다. 한 달에 두세 차례 열리는 콘서트 관람료는 2만원. 연주 후엔 가벼운 와인 파티가 곁들여진다. 송년 음악회 등 특별한 경우는 5만원이다.
2012년부터는 전국문화예술회관 같은 공연장, 단독주택·아파트 등 가정집, 사찰·교회·성당, 학교, 군부대 등 전국 곳곳에서 동시에 작은 음악회를 열어 왔다. 음악회가 서울에만 편중되어선 안 된다며 전국으로 무대를 넓힌 것이다. 지난 7월엔 한 달 동안 60여 개국에서 펼치는 하우스콘서트를 SNS로 실시간 중계하는 '원 먼스 페스티벌'을 여는 등 파격 프로젝트도 마다하지 않는다.

장사익은 구수하면서도 찰진 목소리로 ‘봄날은 간다’ 등 삶의 애환을 토해내는 유행가를 불렀다. /고운호 객원기자
하우스콘서트에는 무대와 객석의 경계도, 연령 제한도 없다. 갓난아기를 업고 온 엄마는 칭얼거리는 아이를 달래며 끝까지 연주를 들었다. 불과 두세 걸음 앞에 옹기종기 모여 앉은 관객들 앞에서 연주를 했던 음악가들은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끝까지 듣는 모습이 잊히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우스콘서트를 연습 무대쯤으로 생각하고 왔다가 혼쭐난 연주자도 있었다. 하지만 한 번이라도 마룻바닥 무대에 서본 이라면 하우스콘서트에 임하는 자세는 예술의전당 공연과 다르지 않다.
500회까지 관객 수는 3만명에 연주자만 2300명이 나섰다. '바이올린 여제' 정경화를 비롯해 가야금 명인 황병기, 피아니스트 외르크 데무스와 조성진 등 클래식 음악인들과 기타리스트 이병우, 가수 강산에 등이 연주자로 나섰다. 박창수씨는 "기쁘지만 한편으론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500회에 이르기까지 그 발자취를 지켜봐 준 분들, 언제나 응원해준 분들을 위해 오늘 무대를 바치고 싶다"고 했다.
/김경은 기자/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6/09/20/2016092000071.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