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2016년 9월 20일 - 김선욱의 피아노 선율과 장사익의 숨결에 휘감기다
  • 등록일2016.09.20
  • 작성자하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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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욱의 피아노 선율과 장사익의 숨결에 휘감기다

 

하우스콘서트 500회 공연 현장 



(서울=연합뉴스) 권수현 기자 = "여기 이만큼 더 들어와도 돼유. 거기 애기들도 이짝으로 와유. 이런 데서는 가까이 둘러앉아 침 튀는 거도 보고 해야 분위기가 나지."

 

소리꾼 장사익이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로 던지는 말에 관객들이 웃음보를 터뜨리며 슬금슬금 중간 쪽으로 다가앉는다. 곧이어 애조띤 해금 선율과 함께 구성진 노래가 흐른다. "내가 어느덧 늙은이의 나이가 되어, 사랑스러운 것이 그냥 사랑스럽게 보이고 우스운 것이 거침없이 우습게 보이네." 

 

'하우스콘서트' 500회 공연에서 노래하는 소리꾼 장사익
'하우스콘서트' 500회 공연에서 노래하는 소리꾼 장사익[더하우스콘서트 제공]



19일 저녁 대학로 예술가의집 3층에서 '하우스콘서트'(이하 하콘) 500회 공연이 열렸다.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박창수가 2002년 7월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에서 시작, 매주 월요일 연주자들과 마룻바닥에 앉은 관객이 함께 숨 쉬어 온 세월이 14년이 쌓였다.



박창수 하우스콘서트 대표는 원래 이날 출연자를 현장에서 공개하는 '깜짝' 공연을 기획했지만 연주자 사정으로 출연진이 바뀌는 등 우여곡절 끝에 연주회 이틀 전 출연자를 공개했다. 1부는 하콘 단골인 피아니스트 김선욱이, 2부는 올해 초 성대수술을 받고 내달 복귀 무대를 준비 중인 소리꾼 장사익이 맡았다.



"지가 여기 나온 이유가…실은 여기 대장님이신 박창수 선생하고 같은 동네 살고 있습니다."



이날 처음 하콘 무대에 오른 장사익이 밝힌 의외의 뒷이야기에 작은 공연장 안을 빼곡히 채운 관객 180여명이 다시 '와하하' 하고 웃는다. 장사익은 이어 '대전블루스', '봄날은 간다', '댄서의 순정' 등 유행가들을 그만의 색깔과 특유의 입담을 곁들여가며 풀어냈고 관객들은 손뼉으로 박자를 맞춰가며 선율에 흥을 실었다.



공연장 안 열기가 후끈 달아오를 무렵 출입문 밖에 단정한 정장 차림의 청년이 선 채로 귀를 기울이다 나직이 탄성을 뱉었다. "아…정말 저런 건(흥은) 클래식에서는 안 나와요. 할 수가 없어."



소리꾼 장사익 '하우스콘서트' 500회 공연
소리꾼 장사익 '하우스콘서트' 500회 공연[더하우스콘서트 제공]



앞서 1부 공연을 마친 뒤 2부를 지켜보던 피아니스트 김선욱이다.



말은 이렇게 하지만 김선욱은 이날 그 누구에게 지지 않을 뜨거운 무대를 보여줬다. 첫 곡인 모차르트 '론도 A단조'(K.511)의 서정적 선율로 마음을 어루만진 뒤 두 번째 곡인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29번 '함머클라비어'로는 장엄함과 비애, 정열, 환희까지 다양한 정서를 펼쳐냈다.



마룻바닥을 울리는 피아노 소리뿐만 아니라 지근거리에서 움직이는 그의 손가락 놀림, 페달 밟는 구둣발의 진동, 땀방울이 스민 머리카락의 찰랑거림까지 손에 잡힐 듯 느껴진 '공감각적 무대'에 관객들은 숨을 죽이고 집중했다. 건물 밖에서 진행된 다른 공연 소리나 공연 도중 일어났다던 경주 여진의 흔들림은 비집고 들어올 틈이 없었다.



김선욱은 중학교 3학년 때 처음 하콘에 출연했다. 그는 "처음 하콘 무대에 선 게 2004년으로 기억한다. 반주 아르바이트를 많이 할 때였는데 그때도 타악기를 연주하는 지인의 반주를 해줬다"며 "박창수 대표님이 나보다 스물네 살 위의 '용띠 띠동갑'인데도 나를 꼬마가 아니라 동료 연주자이자 친구로 대해줬던 기억이 난다"고 돌아봤다.



피아니스트 김선욱 '하콘' 500회 공연 모습
피아니스트 김선욱 '하콘' 500회 공연 모습[더하우스콘서트 제공]



그렇게 인연을 맺은 김선욱은 틈만 나면 박 대표의 연희동 자택에 들러 음반을 듣고 공연 영상을 보며 밤새 음악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 하콘에도 단독 콘서트만 4차례, 협연까지 합치면 10여 차례나 무대에 오르며 '하콘의 아이콘'이 됐다.


그는 "나는 하콘에 너무 많이 와서 이제 신비감이 없다. 당분간은 안 오고 싶다"며 너스레를 떨면서도 "하콘은 완벽하게 세팅이 된 전문 공연장 연주회와는 또 다른 즐거움이 있다. 오늘 출연진을 몰라도 큰 부담 없이 찾아와 '생음악'을 들을 수 있지만 음악적 진지함도 함께 한다. 그렇게 '맛을 들인' 관객들이 더 깊은 음악 세계로 빠져들 수 있다고 믿는다"고 '하콘 예찬'을 폈다.



2부 공연까지 모두 끝나고 와인과 과자 등 간단한 먹을거리와 함께 작은 파티가 이어졌다. 소문난 와인 애호가인 김선욱이 운전해야 한다며 아쉬운 표정으로 입맛만 다시는 사이 관객들은 삼삼오오 모여앉아 와인과 함께 이야기꽃을 피웠다.



박창수 대표는 집으로 향하는 관객과 일일이 인사를 나누며 감사를 전했다. 그러면서 다음 공연 소개도 빼놓지 않았다.



"몇백 회째 공연이나 갈라 같은 무대도 있지만 501회 공연도 이어집니다. 다음 주에는 재즈 연주자들 사이에서는 알아주는 기타리스트인 빅 주리스(Vic Juris)가 오고요, 그밖에도 보석 같은 공연이 많으니 특별한 날만 오지 마시고 언제든 부담 없이 들러주세요."



'하우스콘서트' 500회 출연자로 공연한 피아니스트 김선욱
'하우스콘서트' 500회 출연자로 공연한 피아니스트 김선욱 [더하우스콘서트 제공]


 

/권수현 기자 inishmore@yna.co.kr/

 

 

출처 :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6/09/20/0200000000AKR20160920074100005.HTML?input=1195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