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2016년 3월 3일 - “이제는 파산 직전 하콘 그래도 계속돼야”
  • 등록일2016.06.14
  • 작성자하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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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파산 직전 하콘 그래도 계속돼야”

 

박창수 예술감독의 희망가

 

 

 

 

“이제 파산 직전입니다. 그래도 하우스콘서트는 계속돼야 합니다.”
 




하우스콘서트(이하 ‘하콘’)가 좌초 위기에 처했다. 2002년 7월 예술감독 박창수(52·작곡가)의 서울 연희동 자택에서 처음 열렸던 이 음악회는 14년째 이어지면서 한국 클래식문화의 명물로 자리해온 ‘작은 콘서트’다. 2008년부터 녹음·사진 스튜디오 등을 빌려 하콘을 계속 개최해 왔고, 2014년부터는 대학로 ‘예술가의 집’에서 매주 연주회를 이어오고 있다. 또 2012년부터 ‘하우스’의 개념을 확대해 전국의 문화예술회관에서 하콘을 마련했다. 2013년에 259개, 이듬해에는 515개의 연주회를 치렀다. 어떤 공연은 무료였고, 비싸야 입장료 2만원을 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달 29일 ‘예술가의 집’에서 박 감독은 하콘의 위기를 심각하게 털어놨다. “지난해 515편의 공연을 만드는 데 총 9억원의 예산이 들었습니다. 그중 직원들 월급과 사무실 유지비로 나간 돈은 1억1000만원이고, 나머지는 전부 공연에 쏟아부었습니다. 결과적으로 1000만원 적자였죠. 하지만 괜찮습니다. ‘적자’가 저희의 모토였으니까. 지금까지 한 번도 수익을 남겨야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습니다. 조금이라도 돈이 남으면 한 편이라도 공연을 더 만들어야죠. 하지만 웬일인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등에서 받아 오던 지원에서 줄줄이 떨어지면서 난관에 처했습니다. 솔직히 지금 암담합니다. 그렇지만 하콘은 계속돼야 합니다. 이제 저를 비롯해 세 명의 매니저는 그저 ‘하콘의 일꾼’일 뿐이죠. 14년을 이어온 하콘은 우리의 사회적 자산, 한국의 문화역량 가운데 하나입니다.”
 




‘왜 14년 전에 하콘을 시작했느냐?’는 질문에 박 감독은 이렇게 말했다. “월드컵에 취해 있을 때였죠. 연주회도 대형화, 상업화되던 시기였습니다. 이건 아니라는 생각을 했던 거죠. 그리고 또 하나는 연주자들에게 무대가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해외에서 귀국해 2~3년 지나면 오히려 연주력이 떨어지는 이유가 뭘까요? 무대가 없어서 그렇거든요. 좋은 연주자들도 많고, 음악을 듣고 싶어 하는 청중도 사실은 많아요. 그 잠재력이 눈에 쉽게 띄지 않을 뿐이죠. 제가 하콘 10주년을 맞던 2012년에 조사를 한 게 있습니다. 전국에 중극장 이상 규모의 공연장이 400개가 넘습니다. 그중 절반은 지자체 문화예술회관이고 나머지는 민간 공연장이죠. 한데 1년에 평균 10회의 공연도 올리지 못하는 곳이 허다합니다. 좀 쇼크였죠. 그렇게 많이 지어놓고 민방위훈련을 하는 경우들이 많았으니까. 이런 현실을 공무원들이 인식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하콘을 전국적으로 확대한 거죠.”
 




물론 논쟁이 있을 수 있다. 지역 문화예술회관의 입장에서는 다른 주장을 펼 수도 있다. 하콘이 지나치게 규모를 키우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올 수 있다. 그럼에도 전국적으로 확대된 하콘의 성공은 엄연한 사실이다. 예컨대 문화부의 지원을 받아 진행됐던 2014년(3~11월)에는 전국 111개의 공연장에 3만4009명의 청중이 다녀갔다.
 




하지만 이제 하콘은 경제적 난관에 봉착했다. 연주자들의 개런티와 공연진행비, 최소한의 인건비와 사무실 유지비 등을 모두 자체 감당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박 감독과 3명의 매니저들이 지난달 ‘예술가의 집’에서 연 하콘에 ‘후원의 밤’이라는 이름을 붙인 이유다. 그날 박 감독은 1부의 연주 순서가 끝난 뒤 청중 앞에서 ‘풀뿌리 모금’을 호소했다. 연간 10만원, 100만원의 개인 회원들로 하콘을 지켜나가겠다는 것이 그의 뜻이다.





매주 월요일 열리는 하콘의 입장료는 성인 2만원, 청소년 1만원이다. 수요일마다 문화예술계 인사를 초청해 진행되는 ‘하우스 토크’의 입장료는 성인 1만원, 청소년 5000원이다. 입장료가 저렴하다 해서 연주자들이 ‘듣보잡’일 거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그동안 하콘을 거쳐간 이들 중에는 유명 연주자들, 실력파 뮤지션들이 즐비하다. 클래식이 중심이지만 간혹 재즈나 월드뮤직, 때로는 강산에 같은 대중음악 싱어송라이터가 청중과 만나기도 했다. 하우스콘서트 후원회장을 맡은 원로 피아니스트 이경숙 서울사이버대 석좌교수(72)는 “나도 하콘에 네댓 번 출연했던 연주자”라며 이렇게 말했다. “산골 초등학교에서 35명의 아이들 앞에서 연주한 적이 있어요. 조율도 제대로 안된, 완전 고물 피아노였죠. 한데 얼마나 고맙고 감동적인 시간이었는지 몰라요. 일부 스타에만 열광하는 문화, 휘황찬란한 대형 연주회에만 사람이 몰리는 걸 바꿔보겠다는 것이 하콘의 취지죠. 작지만 신뢰할 수 있는 무대를 지금껏 만들어왔습니다. 이 소중한 음악회가 사라지지 않도록 저도 힘을 보태려 합니다.”
 





/문학수 선임기자 sachimo@kyunghyang.com/

 

 

 

출처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603022107225&code=9603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