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사리빙] 2015년 10월호 - 가까이 더 가까이, 당신 곁의 음악회 하우스콘서트
  • 등록일2016.06.14
  • 작성자하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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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스콘서트

가까이 더 가까이, 당신 곁의 음악회








으리으리한 대형 공연장이 아니다. ‘집 안 거실’ 같은 공간에서 펼쳐지는 하우스콘서트는 우리 곁에 바짝 다가온 공연으로 풍성한 감동을 선사한다. 관객과 연주자 사이의 ‘틈’을 줄이고, 새로운 예술 감상의 ‘숨’을 튼 무대 속으로.

 

작고 좁다. 그래서 더욱 매력적인 음악회, 바로 하우스콘서트다. 그 이름 그대로 마치 우리 집 거실을 떠올리게 하는 아늑한 공간에 모여 앉아 즐기는 시간은 바로 앞의 생생한 음악 소리는 물론 연주자의 작은 숨소리와 공기의 파장, 바닥을 통해 전달되는 음악의 진동까지 더해져 한층 풍성한 감상을 누릴 수 있다.

 

하우스콘서트는 유럽의 왕족이나 귀족들이 예술가들을 자신의 집으로 초청해 열었던 살롱 음악회와 그 궤를 함께한다. 새로운 예술가를 발굴해 소개하는 일종의 아트 마켓 역할을 해왔는데, 여전히 해외에서는 프라이빗한 고급 문화로 잘 알려져 있다. 국내 하우스콘서트는 이를 보다 대중화하는 방향으로 저변이 확대되고 있다. 어디서든 열리며,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자유로운 분위기의 공연으로 입소문을 타고 있는 것. 국내 하우스콘서트의 선두 주자로 알려진 ‘더하우스콘서트’ 박창수 대표는 13년 전, ‘제대로 된 음악회’를 꿈꾸며 색다른 무대를 선보였다.

 

“대형 공연장을 선호하는 관객이 많은데, 사실 좋은 무대란 음악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는 공연장입니다. 음악은 귀로만 듣는 것이 아니라 피부로도 느껴야 하거든요. 몇천 명이 모인 곳에서, 무대 멀리 떨어져서 확성기를 통해 듣는 것보다 바로 코앞에서 음악을 감상해야 더욱 풍성하게 즐길 수 있지요. 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거둔 음악회로 공연 문화의 잘못된 인식을 바꾸고, 새로운 음악 감상 방법을 널리 알리고 싶은 마음에 하우스콘서트를 열었습니다."

 

지인 100명에게 ‘음악회에 초대합니다’란 메일을 보매 연희동 자택에서 거실 콘서트를 연 것이 시작이었다. 그로부토 6년 동안 200회의 공연을 진행한 후, 집 밖으로 나와 카페, 갤러리, 도서관 등으로 무대를 확장시켜 클래식, 국악, 대중음악, 실험 음악 공연과 독립영황 상영 등 장르를 넘나들며 다채로운 무대를 선보였다. 2012년부터는 전국 및 해외 공연장에서 ‘페스티벌’ 개념의 하우스콘서트를 여는 등 새로운 행보로 주목받고 있다.

 

더하우스콘서트는 색다르고 생동감 넘치는 공연으로 자리 잡으며 공연계에 하우스콘서트 열풍을 일으켰다. 더하우스콘서트가 열린 지 10년이 된 시점에 300개에 이르는 하우스콘서트가 생겨난 것이 이러한 사실을 입증한다. 대형 공연장 중심의 공연 문화를 벗어나 전국 곳곳의 다양한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양질의 하우스콘서트는 지금 이 순간에도 하나둘 늘어나고 있다.

 



 

무대와의 거리, 50cm



더하우스콘서트가 열리던 날, 작곡가 배동진의 공연을 앞두고 대학로 예술가의 집으로 관객들이 모여들었다. 맨발로 들어선 반들반들한 마룻바닥이 객석이자 무대가 된다. 모두가 집 거실에서처럼, 방석 하나씩을 차지하고 앉자 공연이 시작되었다. 객석에서 무대까지의 거리는 50cm 남짓. 바이올린과 비올라, 첼로, 피아노, 클라리넷 등이 이룬 감동의 하모니가 이토록 가까이에서 펼쳐졌다. <눈 위의 발자국 위에 또 하나의 발자국(Des pas-Des pas sur la neige)> 무대가 시작되자 연주자들은 악기의 관에 바람을 불러넣고 현을 문질러 내는 소리로 겨울 풍경을 자아냈는데, 그 섬세하고 작은 소리가 귓가에 착 달라붙는다. 어디 이뿐인가. 악보를 넘길 때마다 들려오는 팔랑거리는 종이 소리와 작은 발걸음 소리도 음악과 한데 어우러진다. 미세하게 떨리는 현악기 줄을 보는 것만으로도 소리의 진폭은 확장되고, 가까이에서 연주자와 눈을 맞추니 더욱 깊은 교감이 완성된다. 그야말로 시각과 정서의 호사를 한껏 누릴 수 있는 무대다.

 

작은 음악회이지만 되레 더 깊고 풍성한 세계와 만나는 하우스콘서트. 규모와 명성만으로 예술을 치켜세우기 바쁜 시대, 작음을 강조하는 음악회가 더없이 소중하게 다가오는 가을이다. 

 

 

글 : 에디터 김주희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