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5년 7월 17일 - 전교생 17명 산골학교서 열린 정경화 콘서트
  • 등록일2016.06.14
  • 작성자하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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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생 17명 산골학교서 열린 정경화 콘서트

 

버스조차 드문드문 다니는 강원도 횡성 춘당초등학교서 바흐 무반주 소나타로 감동 줘

유치원생들과 바이올린 합주도… 아이들 "동화책주인공 만나 기뻐"






"동화책에서 보던 유명한 선생님이 우리 학교에 오신다고 해서 너무 좋아요."

 

강원도 횡성에 사는 아홉 살 진주는 한 달 전부터 7월 16일이 오기를 손꼽아 기다렸다. 세계적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67)가 이날 학교를 찾아 연주를 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진주가 다니는 학교는 횡성읍에서 차로 30분 넘게 걸리는 청일면의 춘당초등학교. 읍내에서 버스가 한 시간에 한 대꼴로 다니고, 유치원생(8명)까지 포함해야 전교생 17명인 산골 학교다. 오후 1시 30분 2층 소강당에 전교생이 모였다. 소식을 듣고 찾아온 주민과 학부모 40여명이 '청중'으로 앉았다.

 

춘당초등학교 학생들이 먼저 오카리나로 예술가를 맞았다. 맏형인 6학년 육전진 등 6명이 오카리나 인기곡인 '산골 소년의 사랑 이야기'를 연주했다. "야, 너무 잘한다. 앙코르!" 정경화의 얼굴에 따뜻한 웃음이 흘렀다.

 

 



정경화가 16일 춘당초등학교에서 연주에 앞서 유치원생 8명의 바이올린을 하나하나 조율해주고 있다. /하우스콘서트 제공

 

 

아이들은 바이올린으로 악기를 바꿨다. 이 학교는 지난 3월부터 전교생이 일주일에 2시간씩 바이올린을 배우고 있다. 김미경 교장은 "TV에서만 보던 바이올린을 직접 배우게 될 줄 몰랐다며 아이들이 아주 좋아한다"고 했다. "같이 연주할 사람!" 정경화의 즉흥 요청에 6학년 흥준이가 나섰다. 바흐의 미뉴에트 2번을 골랐다. 처음엔 불협화음이 나오더니 시간이 흐르자 비슷하게 음이 맞았다. 정경화는 함박웃음을 지으며 "야, 바이올린 잘하네" 하고 흥준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여러분, 뭘 들려 드릴까요. 제 연주는 전부 심각해서…." 청중의 요청을 받은 바이올리니스트는 '대니 보이', 비발디 '사계' 등을 연주했다. 그러다 성에 차지 않았던지, "젊은 시절 무대에 오르기 전 긴장을 풀기 위해 꼭 한 번씩 연주했던 곡을 해보겠다"며 바흐의 무반주 소나타 1번 1악장 아다지오를 시작했다. 거장(巨匠)의 연주가 흘러나오자 강당 안이 숙연해졌다. 학교 뒷산 소나무 숲에서 때마침 불어온 한 조각 바람처럼 가슴까지 시원하게 만드는 연주였다.

 

정경화의 콘서트는 피아니스트 박창수가 기획한 '원 먼스 페스티벌(One month festival)' 일환으로 열렸다. 2002년 서울 연희동 자택 거실에서 '하우스콘서트'를 시작한 박창수가 7월 한 달 동안 세계 27개국에서 올리는 432개 공연 중 하나. 이날만 해도 영국 포트체스터의 세인트 메리교회, 이스라엘의 텔아비브대,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한국문화원, 독일 하이델베르크의 가정집 등에서 14개의 콘서트가 열렸다. 피아니스트 김태형도 전북 무주의 구천초등학교를 찾아 가정용 업라이트 피아노로 리사이틀을 열었다.

 

연주가 끝나자 춘당초등학교 전교생은 '정경화 선생님'에게 쓴 그림 편지를 책으로 묶어 선물했다. 표지는 '꿈꾸는 바이올린'. 정경화를 모델로 한 동화책과 같은 제목이다. 정경화는 출연료에 개인 돈을 보태 전교생에게 고급 연주용 오카리나를 선물했다. "연습 열심히 하고, 내년에 또 같이 연주하자." 산골 학교에서 열린 '정경화 리사이틀'은 이렇게 막을 내렸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5/07/16/2015071604341.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