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2015년 6월 8일 - 내달 27개국 154도시 432차례 공연 … 또 큰일 낸 음악계 ‘이단아’ 박창수
- 등록일2016.06.14
- 작성자하콘
- 조회79
내달 27개국 154도시 432차례 공연 … 또 큰일 낸 음악계 ‘이단아’ 박창수
스타만 음악가인가 … 그들만의 리그 바꿔놓겠다
1500명 참여 ‘원 먼스 페스티벌’
연주자 개런티 적게 주는 대신 무대 자주 설 수 있게 만들어…무명 실력파에게 날개 달아줘

작곡가·공연기획자 박창수씨는 자신의 삶이 ‘실험’과 맞물려 있다고 한다. 서울대 작곡과 학생일 때 학교 앞마당에 불을 낸 후 무용 퍼포먼스를 벌여 경찰 조사를 받기도 했다. 지금도 남들이 하지 않는 일을 하며 살아간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어지러운 숫자들이 잠시 지나가게 하자. 박창수(51) 작곡가·공연기획자가 그동안 벌인 일을 설명하려는 참이다. 2012년 일주일 동안 전국 21곳 공연장에서 100회 공연을 열었다. 2013년엔 한날한시에 전국 65곳에서 공연을 개최했다. 지난해에는 한·중·일 총 94곳에서 같은 날 같은 시간에 공연을 했다. 이 많은 공연들의 콘셉트를 정하고 연주자들을 섭외해 프로그램을 짜는 게 그의 일이다.
이번엔 숫자가 확 늘어난다. 한 달 동안 27개국 154개 도시에서 432차례 공연을 연다. 참여하는 연주자가 1500명이다. 국내 연주자 중엔 정경화(바이올린)·황병기(가야금)·강은일(해금) 등이 참여한다. 다음 달 1~31일 열리는 ‘원 먼스 페스티벌’이다. 피아노 독주회, 재즈 음악회, 실내악 공연 등이 국내 초등학교 강당, 미국 재즈 클럽, 영국 교회, 스페인 수도원에서 이어진다. 아프리카 부르키나파소에서도 한 차례 무대를 마련했다. 이번에도 432개 공연이 일일이 그의 손을 거쳤다. 지난해 초부터 전세계 연주자들을 섭외해 공연을 기획했다.
그는 혹시 공연의 규모·숫자에 집착하는 게 아닐까. 한꺼번에 많은 곳에서 열리는 공연에 4년째 매진하는 이유가 뭘까. 4일 박창수를 만나 물었다. 그는 2002년 서울 연희동 주택에서 ‘하우스 콘서트’를 기획해 소규모 음악회의 기틀을 만든 인물이기도 하다.
- 한 달 432개 공연이면 하루 14개 꼴이다. 이렇게 많아야 하는 이유가 뭔가.
“문화 환경을 흔들어놓고 싶다. 연주자들에게는 무대가 부족하다. 청중은 좋은 연주에 대한 판단력이 없다. 행정기관은 문화가 있는 삶을 만들 수 있는 능력이 없다.”
- 연주자에게 무대가 부족한가? 오히려 공연에 청중이 없는 것 아닌가?
“그렇지 않다. 연주자들에게 ‘돈이냐 무대냐’ 물으면 열에 아홉은 ‘무대’라 한다. 갓 유학 마치고 온 연주자들은 정말 잘한다. 2년만 있으면 실력이 떨어진다. 공연 기회가 없으니까. 그리고 청중은 남들이 유명하다고 골라놓은 연주자의 공연만 본다. 그러니 감동이 없다. 또 나 같은 개인도 이렇게 콘텐트를 활용해 공연을 많이 만들 수 있다는 걸 정부기관에 보여주고 싶다. 전세계 공연을 한국에서 주도하는 건 또 얼마나 멋진가.”
- 전세계 1500명 연주자 네트워크를 어떻게 확보할 수 있었나.
“그동안 많은 시도를 하면서 연주자들에게 신뢰를 쌓아왔다. 그 인연이 해외에까지 뻗었다. 어젯밤 일본 삿포로의 연주자들에게서 전화가 왔다. 이번 페스티벌에 참여하고 싶다고. 사실 연주자 중 절반은 자발적으로 참여하겠다고 연락해왔다.”
- 무엇이 연주자들에게 신뢰를 줬나.
“돈보다 연주 기회를 줬기 때문이다. 나는 좋은 연주자라고 해서 개런티를 더 주지 않았다. 대신 연주 기회를 줬다.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씨와 14살짜리 연주자가 회당 받는 개런티는 똑같다. 다만 좋은 연주자는 더 자주 연주하도록 하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현재 국내 음악계의 개런티 구조도 흔들고 싶기 때문이다.”
- 사명감 또는 애국심으로 하는 일인가.
“특별한 애국자는 아닌데…. 그저 잘못된 게 눈에 보이니 하는 일이다. 이번에도 돈, 경제논리에 휘둘리지 않는 페스티벌도 있다는 걸 보여주려 한다. 7월 공연을 위해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9000만원을 지원 받았는데 포스터·프로그램 인쇄·발송 비용만 1000만원, 연주자 개런티 등까지 총 3억원이 든다. 올해 벌어놓은 돈으로 충당해 한 푼도 남기지 않는다.”
- 그동안도 이윤을 남기지 않았나.
“지난해엔 수익이 남을 뻔했다. 연말에 부랴부랴 무료 공연을 열어서 돈을 써버렸다. 10원이라도 남기면 음악계로 던지는 주장에 힘이 실리지 않는다.”
그가 양에 집착하는 이유는 역설적이게도 질 때문이다. 대규모 공연이 음악판의 기초 체력을 키워 전체 문화 수준이 올라갈 것이라 본다. “내후년쯤 한 해 5000회 공연을 달성한 후 잠적할 것”이라는 그는 본래 작곡가다. “경북 영양에 장소도 봐 놨다. 집 짓고 조용히 들어가 작품 활동만 할 생각”이라고 했다.
글=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박창수=1964년생. 작곡가·피아니스트·공연기획자. 서울예고, 서울대 음대 작곡과 졸업. 86년 퍼포먼스 ‘카오스’로 공식 데뷔. 99년 색소폰 연주자 강태환과 듀엣으로 즉흥연주자로 이름을 알림. 2002년 적은 수의 관객이 가정집에서 음악을 듣는 ‘하우스 콘서트’를 기획해 현재까지 400회 이상 진행. 이후 각종 음악제 및 문화체육관광부 문화가있는날 등에 참여, 다양한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출처] http://article.joins.com/news/article/article.asp?total_id=17974377&cloc=olink|article|default
스타만 음악가인가 … 그들만의 리그 바꿔놓겠다
1500명 참여 ‘원 먼스 페스티벌’
연주자 개런티 적게 주는 대신 무대 자주 설 수 있게 만들어…무명 실력파에게 날개 달아줘

작곡가·공연기획자 박창수씨는 자신의 삶이 ‘실험’과 맞물려 있다고 한다. 서울대 작곡과 학생일 때 학교 앞마당에 불을 낸 후 무용 퍼포먼스를 벌여 경찰 조사를 받기도 했다. 지금도 남들이 하지 않는 일을 하며 살아간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어지러운 숫자들이 잠시 지나가게 하자. 박창수(51) 작곡가·공연기획자가 그동안 벌인 일을 설명하려는 참이다. 2012년 일주일 동안 전국 21곳 공연장에서 100회 공연을 열었다. 2013년엔 한날한시에 전국 65곳에서 공연을 개최했다. 지난해에는 한·중·일 총 94곳에서 같은 날 같은 시간에 공연을 했다. 이 많은 공연들의 콘셉트를 정하고 연주자들을 섭외해 프로그램을 짜는 게 그의 일이다.
이번엔 숫자가 확 늘어난다. 한 달 동안 27개국 154개 도시에서 432차례 공연을 연다. 참여하는 연주자가 1500명이다. 국내 연주자 중엔 정경화(바이올린)·황병기(가야금)·강은일(해금) 등이 참여한다. 다음 달 1~31일 열리는 ‘원 먼스 페스티벌’이다. 피아노 독주회, 재즈 음악회, 실내악 공연 등이 국내 초등학교 강당, 미국 재즈 클럽, 영국 교회, 스페인 수도원에서 이어진다. 아프리카 부르키나파소에서도 한 차례 무대를 마련했다. 이번에도 432개 공연이 일일이 그의 손을 거쳤다. 지난해 초부터 전세계 연주자들을 섭외해 공연을 기획했다.
그는 혹시 공연의 규모·숫자에 집착하는 게 아닐까. 한꺼번에 많은 곳에서 열리는 공연에 4년째 매진하는 이유가 뭘까. 4일 박창수를 만나 물었다. 그는 2002년 서울 연희동 주택에서 ‘하우스 콘서트’를 기획해 소규모 음악회의 기틀을 만든 인물이기도 하다.
- 한 달 432개 공연이면 하루 14개 꼴이다. 이렇게 많아야 하는 이유가 뭔가.
“문화 환경을 흔들어놓고 싶다. 연주자들에게는 무대가 부족하다. 청중은 좋은 연주에 대한 판단력이 없다. 행정기관은 문화가 있는 삶을 만들 수 있는 능력이 없다.”
- 연주자에게 무대가 부족한가? 오히려 공연에 청중이 없는 것 아닌가?
“그렇지 않다. 연주자들에게 ‘돈이냐 무대냐’ 물으면 열에 아홉은 ‘무대’라 한다. 갓 유학 마치고 온 연주자들은 정말 잘한다. 2년만 있으면 실력이 떨어진다. 공연 기회가 없으니까. 그리고 청중은 남들이 유명하다고 골라놓은 연주자의 공연만 본다. 그러니 감동이 없다. 또 나 같은 개인도 이렇게 콘텐트를 활용해 공연을 많이 만들 수 있다는 걸 정부기관에 보여주고 싶다. 전세계 공연을 한국에서 주도하는 건 또 얼마나 멋진가.”
- 전세계 1500명 연주자 네트워크를 어떻게 확보할 수 있었나.
“그동안 많은 시도를 하면서 연주자들에게 신뢰를 쌓아왔다. 그 인연이 해외에까지 뻗었다. 어젯밤 일본 삿포로의 연주자들에게서 전화가 왔다. 이번 페스티벌에 참여하고 싶다고. 사실 연주자 중 절반은 자발적으로 참여하겠다고 연락해왔다.”
- 무엇이 연주자들에게 신뢰를 줬나.
“돈보다 연주 기회를 줬기 때문이다. 나는 좋은 연주자라고 해서 개런티를 더 주지 않았다. 대신 연주 기회를 줬다.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씨와 14살짜리 연주자가 회당 받는 개런티는 똑같다. 다만 좋은 연주자는 더 자주 연주하도록 하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현재 국내 음악계의 개런티 구조도 흔들고 싶기 때문이다.”
- 사명감 또는 애국심으로 하는 일인가.
“특별한 애국자는 아닌데…. 그저 잘못된 게 눈에 보이니 하는 일이다. 이번에도 돈, 경제논리에 휘둘리지 않는 페스티벌도 있다는 걸 보여주려 한다. 7월 공연을 위해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9000만원을 지원 받았는데 포스터·프로그램 인쇄·발송 비용만 1000만원, 연주자 개런티 등까지 총 3억원이 든다. 올해 벌어놓은 돈으로 충당해 한 푼도 남기지 않는다.”
- 그동안도 이윤을 남기지 않았나.
“지난해엔 수익이 남을 뻔했다. 연말에 부랴부랴 무료 공연을 열어서 돈을 써버렸다. 10원이라도 남기면 음악계로 던지는 주장에 힘이 실리지 않는다.”
그가 양에 집착하는 이유는 역설적이게도 질 때문이다. 대규모 공연이 음악판의 기초 체력을 키워 전체 문화 수준이 올라갈 것이라 본다. “내후년쯤 한 해 5000회 공연을 달성한 후 잠적할 것”이라는 그는 본래 작곡가다. “경북 영양에 장소도 봐 놨다. 집 짓고 조용히 들어가 작품 활동만 할 생각”이라고 했다.
글=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박창수=1964년생. 작곡가·피아니스트·공연기획자. 서울예고, 서울대 음대 작곡과 졸업. 86년 퍼포먼스 ‘카오스’로 공식 데뷔. 99년 색소폰 연주자 강태환과 듀엣으로 즉흥연주자로 이름을 알림. 2002년 적은 수의 관객이 가정집에서 음악을 듣는 ‘하우스 콘서트’를 기획해 현재까지 400회 이상 진행. 이후 각종 음악제 및 문화체육관광부 문화가있는날 등에 참여, 다양한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출처] http://article.joins.com/news/article/article.asp?total_id=17974377&cloc=olink|article|defaul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