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2014년 11월 26일- 클래식 음악은 대중과 어떻게 소통하나
- 등록일2014.12.09
- 작성자하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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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라노 한예진(왼쪽)이 지난 12일 열린 ‘하우스 토크’에서 청중과 대화하다 악수를 하고 있다. | 하우스 콘서트 제공
연주자는 연주만 하고 청중은 듣기만 해야 하는 것일까. 최근 들어 이런 고정관념에 변화가 뚜렷하다. 연주자가 청중에게음악을 해설하고 연주를 선보이는 ‘렉처 콘서트’는 오래 전부터 있어왔지만 최근에는 연주자와 청중 사이의 보다 밀착된 대화와 소통이 현장에서 이뤄지고 있다. 또 청중으로만 머물렀던 일반 시민들이 연주에 참여해 무대에 서는 형태도 늘고 있다.
■ 연주자, 청중과 가까이 더 가까이
관객과 만남의 장 ‘하우스 토크’내달 17일까지 매주 수요일
▲ 박창수 감독•문화예술위 기획
대화하며 즉석 연주도 선보여
“편안한 분위기•생생한 교감”
지난 12일 서울 대학로의 ‘예술가의 집’ 1층에 자리한 예술나무카페에서는 작은 규모의 살롱 콘서트가 펼쳐졌다. 소프라노 한예진과 20여명의 청중, 그리고 ‘하우스 토크’로 이름붙여진 이날 콘서트의 기획자인 박창수 예술감독도 자리를 함께했다. 다들 편한 옷차림이었다. 먼저 박 감독이 연주자를 청중에게 소개했다. 이어서 한예진이 입을 열었다. “우리가 경제적으로 많이 성장했다고 하지만 정말 중요한 건 문화인 것 같아요”라며 시작된 그의 ‘토크’는 5분가량 계속됐고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세요?”라는 질문으로 마무리됐다.
분위기가 무르익자 청중의 질문과 의견도 쏟아졌다. “오페라와 뮤지컬은 무슨 차이가 있느냐?”는 질문, “순수예술은 너무 도도해서 넘을 수 없는 벽처럼 느껴진다”는 의견도 있었다. 한예진은 그렇게 청중과 소통하면서 헨델의 오페라 <리날도> 중에서 ‘울게 하소서’, 벨리니의 오페라 <노르마>에 나오는 ‘정결한 여신’ 등을 노래했다. 별도의 피아니스트 반주자도 없는 콘서트였다. 가정용으로 사용하는 소박한 업라이트 피아노를 한예진이 직접 연주하면서 노래했다. 연주를 마친 뒤에도 또 한번 즐거운 소통이 이어졌다. 한예진이 최근 내놓은 자신의 CD를 여러 장 꺼냈다. “오늘 몇 분께 꼭 드리고 싶어서 가져왔어요. 혹시 생일 맞으신 분 계세요?”
일반 연주회장에서는 볼 수 없는 풍경이었다. 지난 5일 시작해 다음달 17일까지 매주 수요일 진행되는 ‘하우스 토크’는 작곡가이기도 한 박창수 감독과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공동 기획한 프로그램이다. 박 감독은 “편안한 분위기와 생생한 교감”을 하우스 토크의 취지로 설명하면서 “일방적 강연이 아니라 연주자와 관객이 대화하는 만남의 장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지난 5일 바이올리니스트 이경선의 연주로 시작해 소프라노 한예진과 피아니스트 김예지를 거쳐 노부스 콰르텟의 리더인 바이올리니스트 김재영(12월3일), 해금 연주자 강은일(12월10일)로 이어진다. 클래식 연주자가 아니라 대중음악 싱어송라이터인 강산에(12월17일)가 하우스 토크의 마지막 주자로 나선다는 점도 신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