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다감] 2014년 7월 16일- 성당이 연주장으로…‘원데이 페스티벌’ 파주
- 등록일2014.07.22
- 작성자하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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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서 동시에 즐기는 공연 ‘원데이 페스티벌’] ② 파주 광탄성당
인간은 소리가 전해주는 특정 진동, 떨림에 감동받는다. 에밀레종의 떨림과 진동이 듣는 이에게 편안함과 안정감을 선사해 주듯이 말이다. 음악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소리란 한 곳에서 진동이 만들어져 주변으로 퍼져나가는 현상을 일컫는데, 옛 성인들은 인간이 왜 음악적 떨림에 감동을 받는지에 대해 줄곧 연구했다고 한다. 오늘날에는 유튜브를 통해 눈으로 보는 음악도 대세를 이루고 있지만 듣는 음악으로부터 얻게 되는 전율과 감동은 여전히 유효한하다.
여기 음악을 통해 감동과 전율을 전해주고자 하는 이가 있다. ‘더하우스콘서트’의 박창수 대표이다. 객석이 아닌 무대 위에 자리잡은 관객들은 연주자의 숨소리, 땀방울 등을 고스란히 바라보며 살아있는 연주를 관람할 수 있다. 고교시절 마룻바닥을 통해 전해지는 악기의 진동에 감동받아 줄곧 이를 음악적 이상으로 삼아왔다. 지난 2002년 자택 ‘율하우스’에서의 첫 공연을 시작으로 12년 동안 400회 이상의 공연을 펼쳤다는 그가 시야를 넓혀 한중일 3개국에서 한날한시에 벌어지는 공연 ‘원데이 페스티벌’을 기획했다.
그는 “한국, 중국, 일본은 오랜 세월 국가 간 갈등으로 대립해왔다. 이제 동북아는 경계를 넘어 공동체 의식을 갖고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중·일은 급속한 경제발전으로 각종 정치 사회문제에 직면해 있다. 문화는 이러한 문제들이 해결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이제 한·중·일 국민들은 문화 수준을 높이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원데이 페스티벌은 박 대표의 이 같은 이상이 실현된 프로젝트이다. 원데이 페스티벌은 특정한 날짜, 특정한 시간에 여러 공간에서 공연이 동시다발적으로 개최되는 행사이다. 지난해에는 한국 전역 294명의 아티스트들이 65개의 공연장에서 1만 명의 관객과 만나 큰 호응을 얻었고, 올해는 7월 12일, 한중일 56개 도시에서 94개의 공연이 열렸다.
각국의 공연장은 예술회관, 서점, 카페, 경찰서, 성당 등 일반적인 상식을 벗어난 장소들이었고, 공연 내용 또한 연극과 연주를 혼합한 공연이 있는가 하면 즉흥연주, 마임, 창작국악, 일렉트로닉 악기와의 협연 등 다채롭게 구성됐다.
이날 필자는 파주 광탄성당에서 열린 원데이 페스티벌에 다녀왔다. 광탄성당은 지역적으로 문화예술을 풍요롭게 접할 수 있는 곳은 아니었다. 위치상 번화가가 아닌 시골인지라 문화예술 공연을 접할 기회가 많지 않은 곳이다.
광탄성당 원데이 페스티벌을 기획한 김도현(요셉) 신부는 “지난해 서울기타콰르텟 공연을 진행했는데 지역민들에게 반응이 좋았다. 이번에는 피아노 연주로 꾸며진다. 피아노는 이곳 주민들에게 비교적 친숙한 악기이다. 지역아동센터의 아이들에게도 어린 시절 좋은 음악적 경험을 제공해주고 있다. 또 지난해보다 홍보도 활발히 이뤄져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이날 광탄성당에서의 공연은 시각장애를 딛고 피아니스트로 거듭난 김상헌 군의 연주로 꾸며졌다. 세 살 적부터 음악적 재능을 보여온 그는 피아노 연주에 늘 열정적이었다. 그의 어머니는 “어릴 적 클래식 음악을 틀어주면 집중력 있게 끝까지 들었다.”며 남다른 그의 재능을 들려줬다. 남들보다는 다소 늦게 전문 레슨을 받기 시작했지만 강도 높은 연습으로 당당히 서울대 음대에 합격했다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음악에 대한 그의 열정과 포부도 남달랐다. “원데이 페스티벌은 클래식이 대중화 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기독교인인데 기독교의 교리가 전도를 통해 전파되듯 클래식이 가진 음악적 가치가 원데이 페스티벌을 통해 대중들에게 전해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연주에 앞서 김 군은 자신이 선택한 곡에 대한 설명을 곁들였다. 그가 연주할 곡 ‘월광’의 어원과 ‘그라나다의 저녁’이 담고 있는 이야기, ‘비오는 정원’은 단조에서 장조로 변화되는 곡이라는 점 등을 들려주며 청중들의 이해를 도왔다.
공연이 시작되자 모두가 숨을 죽인 가운데 김 군의 연주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음악 감상에 임하는 관중들은 매우 진지했고 김 군의 연주를 꽤 대견스러워하는 모습이었다. 바흐, 베토벤, 드뷔시로 이어지는 연주는 한 곡이 끝날 때마다 깊은 울림을 줬다.
준비된 공연이 끝났지만 관중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에 앵콜 공연이 이어졌다. 문화 소외지역이라지만 관중들의 태도는 수준 높은 그것 못지않았다. 모든 공연이 끝나자 관객들의 박수가 끊이지 않았다. 관객들은 앞다퉈 연주자와 사진 촬영을 하며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감동의 메시지를 전했다. 필자도 오랜만에 의외에 장소에서 수준 높은 공연을 감상했다는 기분에 몹시 마음이 들떠 있었다.
이날 원데이 페스티벌의 참여 결정을 보류했던 음악인들이 아쉬움을 토로했다는 후문이다. 그만큼 현장의 반응은 기대 이상으로 뜨거웠다. 더하우스콘서트가 지금껏 후원 없이 오랜 시간 공연을 지속해올 수 있었던 이유도 이렇듯 음악을 순수하게 음악 자체로 감상하려는 관객들과 음악인들 덕분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더하우스콘서트 공연은 문화가 있는 날(매달 마지막 수요일)에도 동참하고 있다. 매달 마지막 주 수요일 전국의 공연장에서는 하우스콘서트가 꾸미는 다채로운 공연들을 관람할 수 있다. 파주 광탄성당에 울려퍼지던 피아니스트 김상헌 군의 청아한 피아노 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맴돈다. 이번 공연은 ‘귀’가 아닌 ‘몸’으로 느낄 수 있는 공연이었다. 이처럼 ‘좋은’ 공연이 앞으로도 늘 우리와 가까운 곳에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정책기자 박주연(프리랜서) brightstar8733@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