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다감] 2014년 7월 14일- 한날한시 ‘원데이 페스티벌’ 열린 서촌 명물 대오서점
- 등록일2014.07.22
- 작성자하콘
- 조회1508
[한중일서 동시에 즐기는 공연 ‘원데이 페스티벌’] ① 서울 서촌 대오서점
12일 오후 7시. 평소 조용하고 호젓한 분위기인 서촌 골목 어귀 안쪽에서 갑자기 흥겨운 노랫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부부가 함께, 혹은 강아지나 친구와 함께 골목을 걷던 사람들이 노랫소리가 들려오는 쪽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노랫소리를 따라 들어간 곳은 60년 넘게 이곳을 지켜온 서촌의 명물 대오서점. 활짝 열린 문 안쪽으로 노래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
“파이팅맨이야 난~”
“어느 곳에 있다 해도 어느 곳에 갖다놔도.”
“파이팅맨이야 난~”
“배가 많이 고플 때도 콜록콜록 아플 때도.”
한중일 예술가들의 동시다발 공연 ‘원데이 페스티벌’이 지난 12일 토요일 오후 7시, 한국과 중국, 일본에서 동시에 진행됐다. 이번 페스티벌에는 3개국 예술가 400여 명이 참여해, 94개의 공연을 선보였다. 원데이 페스티벌은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박창수 씨가 대표로 있는 ‘더하우스콘서트’가 주최하는 공연으로, 지난해에 이어 올해가 두 번째이다.
지난해에는 국내 각지에서 294명의 예술가가 참여해 65개 공연을 펼쳤지만 올해는 중국과 일본까지 범위를 확대해 국제 행사로 치러졌다. 공연장을 벗어나 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허무는 하우스콘서트의 취지답게 한·중·일 94개 공연장은 저마다 다른 이야기와 성격을 품고 있다. 이날 한국에선 47개, 중국에서 18개, 일본에서 29개 공연이 준비돼 시민들의 큰 호응을 받았다.
이날 ‘원데이 페스티벌’이 열린다는 소식을 전해듣고 필자도 친구와 함께 서촌에 위치한 대오서점을 찾았다. 좁은 서촌 골목길을 돌고 돌아 도착한 대오서점에는 먼저 온 관객들로 이미 만원이었다. 이곳에서 판매하는 커피와 수박주스를 하나씩 들고 좁은 자리를 비집고 들어갔다. 입장료는 무료였다.
종로구 서촌에 위치한 대오서점은 60년이 넘은 서점이다. 옛 한옥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옛날 참고서와 책들이 꽂혀있는 오래된 서가는 그 자체로 예술이다. 최근 북카페로 모습을 바꿨지만 오래된 서점의 고즈넉한 분위기는 여전하다. 공연이 시작되길 기다리던 사람들은 오래된 서점이 가지고 있는 멋과 이야기에 푹 빠졌다.
이날 대오서점에서 펼쳐진 ‘원데이 페스티벌’의 공연팀은 ‘김포크와 우주정복자’. 싱어송라이터 김포크를 중심으로 작사·작곡 및 건반 연주를 하는 레베카와 작곡과 공연기획을 하는 베이시스트 우주정복자로 이뤄진 팀이다. 이번 공연에는 그럼&퍼커션 연주자인 Spacebrother와 기타 전장호가 함께 참여했다.
“안녕하세요. 원데이 페스티벌의 현장 스태프입니다.” 정확히 오후 일곱시가 되자, 현장 스태프가 시작을 알렸다. “원데이 페스티벌은 바로 오늘, 7월 12일 오후 7시에 한국, 중국, 일본에서 동시에 페스티벌을 즐길 수 있는 축제입니다. 지금 여러분이 계신 서울 대오서점 외에도 한중일 곳곳곳에서 동시에 공연이 시작될 예정입니다.”
그의 말대로 원데이 페스티벌의 가장 큰 특징은 특정한 날짜, 특정한 시간에 여러 공간에서 공연이 동시다발적으로 개최된다는 점이다. 특히 공연장이라는 한정된 틀에서 벗어나 서점, 카페, 미술관, 관공서 등 사람이 모이는 장소라면 어디든 제한을 두지 않는다. 대오서점 역시 그런 장소이다. 관객들은 좁은 서점 안에서 저마다 무릎을 붙이고 어깨를 웅크리고 앉아야 했지만 공연의 취지에 공감하기에 어느 누구 하나 불평하지 않았다. 오히려 공연에 대한 설렘과 열기로 가득했다.
현장 스태프의 소개가 끝나자 자연스럽게 공연이 시작되었다. 다섯 명으로 이뤄진 연주자들은 오랜 시간 다져온 호흡을 자랑했다. 연주되는 곡은 김포크의 노래를 비롯해 강산에, 한대수, 송창식 등 여러 가수의 노래로 구성됐다. 사람들은 처음 듣는 노래에는 박수를 치고 익숙한 노래는 따라부르며 저마다의 방식으로 공연을 즐겼다.
김포크(본명 김재열) 씨는 “3개국의 연주자들이 한날 한시에 공연을 한다는 것이 매우 의미있는 것 같다.”며 “오늘 공연을 보러 와주신 분들이 공연을 마음껏 즐겨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 씨는 “평소에도 대오서점에서 평상음악회 형태로 공연을 종종 하고 있다.”며 “원데이 페스티벌이 끝나도 다시 찾아와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공연 도중 그는 대오서점에 대한 간단한 설명도 곁들였다. “대오서점의 역사는 아주 오래 전부터 시작됐습니다. 이 서점을 처음 시작하신 할머니, 할아버지의 이름을 한 글자씩 따서 ‘대오서점’이라는 이름이 붙었지요. 이 서점의 손주 분께서 대오서점을 위해 미국에서 음악 공부를 중단하고 한국에 돌어왔다.“며 대오서점의 손자 장재훈 씨를 가리켰다.
장재훈 씨는 “이 서점은 제가 어릴 때부터 뛰어놀던 곳”이라며 서점 한 쪽에 걸려있는 사진을 가리켰다. 대오서점에서 찍은 사진에는 장재훈 씨의 어릴 적 추억이 담겨있었다. 장 씨는 이어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시고 난 뒤, 할머니께 서점 문을 닫을 것을 여러 차례 말씀드렸지만 원치 않으셨다. 사실 서점의 간판은 20년밖에 되지 않았는데, 자식들이 간판을 떼자 할머니께서 몰래 다시 달았놓으셨을 만큼 서점에 대한 애정이 깊으시다.”라고 설명했다.
잠시 후 장재훈 씨가 건반 앞에 앉자 사람들이 환호했다. 미국에서 음대에 다니다가 대오 서점을 위해 귀국했다는 장재훈 씨를 위한 헌정 연주가 시작됐다.
“우리 동네 대오 서점에는 손주님이 멋지다네~”
한 시간이 조금 넘는 시간동안 대오서점 안에는 흥이 넘쳤다. 관객들은 김포크 씨와 함께 노래를 배우고 불렀으며, 연주와 노래를 마음껏 즐겼다. 김포크 씨가 교과서에 등장하는 시에 가락을 붙여 만든 노래는 쉽지만 아름다웠다. 공연 한 시간이 눈 깜짝할 새에 흘러갔다.
연주가 끝나자 사람들은 저마다 앵콜을 외쳤다. 연주자들이 더 이상 준비한 곡이 없다며 난색을 표하자 앞자리의 관객 중 한 명이 아직 연주되지 않은 곡의 이름을 외쳤다. 김포크 씨가 그 곡은 코러스가 필요하다고 말하자 관객들이 여기저기서 코러스를 자처하고 나섰다. 짧은 연습 후 마지막 앵콜곡이 시작됐고 관객들과 연주자들은 한마음으로 마지막 곡을 훌륭하게 소화했다.
한중일 동시다발 공연인 ‘원데이 페스티벌’을 벌이게 된 데는 날로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3개국의 현실에 대한 우려가 깊이 반영됐다고 한다. 7월 12일 하루 만큼은 3개국 곳곳에서 한마음으로 연주하는 연주자들의 공연에 힘입어 3개국의 사람들이 즐겁게 공연을 즐길 수 있었으면 한다. 이 작은 공연들 하나하나가 사람들의 마음에 뿌리내려 싹을 틔우길 기대해본다.
정책기자 강윤지(직장인) hi_angie@naver.com
2014.07.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