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IANO] 2013년 11월- 그곳에 가면 음악을 듣는다!
  • 등록일2013.11.24
  • 작성자하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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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SSIC TO PEOPLE]
그곳에 가면 음악을 듣는다! - 박창수 편



박창수의 하우스콘서트는 음악을 ‘듣기’ 위해 사람들이 모인다. 귀로 듣고, 눈으로 듣고, 몸으로 듣고, 마음으로 듣는다. 연주자들의 미세한 떨림과 고스란히 전해오는 소리의 진동, 그리고 청중의 설렘이 더해져 음악이 되는 공간이다.


Q. 우리나라에 하우스콘서트(이하 하콘)에 대한 개념을 심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사람들이 하콘을 좋아하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A. 하우스콘서트라는 것이 어느 날 갑자기 생각해낸 무대는 아니다. 거슬러 올라가자면 유럽의 살롱 음악회가 토대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큰 공연장에 가서 음악을 듣는 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을 하는데, 그건 정말 착각이다. 음악이라는 건 결국 미세한 진동, 소리의 떨림인데 멀리 떨어진 연주자들의 미세한 진동을 느끼는 건 불가능하다. 멜로디와 프레이징은 들을 수 있지만, 마음을 울리는 떨림은 느껴지지 않는다. 결국 공연장이라는 것은 더 많은 인원을 수용하기 위해 만든 곳이기 때문에 그 넓은 공간에 맞는 인위적인 음향 설비가 불가피하다. 실내악 편성의 작품은 그에 맞는 작은 공간일 때 가장 소리 전달이 잘 이루어진다. 작은 편성엔 하콘 만큼 최적화된 공연이 없다.


Q. 소규모 편성엔 더할 나위 없이 좋지만, 아무래도 큰 편성에 대한 아쉬움이 있을 것 같다.
A. 하콘에서 단원 40명 오케스트라와 피아노 협연을 했었다. 당시 연주자는 41명인데, 청중은 30명이었다. 더 많은 관객을 들이고 싶었는데, 들어갈 공간이 없어서 많은 분들이 되돌아 가셨다. 그렇게 협소한 공간임에도 시도한 이유는 예고 재학 시절 오케스트라 합주를 참관한 경험이 있는데 그때의 기억이 아주 인상 깊었다. 진정으로 꽉 찬 사운드를 하콘 관객에게도 체험하게 해드리고 싶었다.


Q. 작년에 10주년을 맞아 일주일 동안 100개의 하콘을 만들어낸 것으로 안다.
A. 전국 23개 극장에서 100개의 콘서트를 진행했었다. 올해는 하루 100개를 도전했는데 사정상 실패했다. 65개 공연을 진행했다.


Q. 공연장 섭외가 관건일 것 같은데, 기준이 무엇인가. 하콘 특성상 대안공간에서의 연주가 더 적합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A. 공연장에서 하콘을 진행하면 객석에 앉는 것이 아니라 무대 위에 앉는다. 무대 자체가 마루바닥으로 되어있기 때문에 소리가 바닥을 타고 울린다. 작은 공간에서 느끼는 진동처럼 느껴진다. 처음엔 관객 불만이 많았다. 바닥에 앉으면 아무래도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하콘 연주 전 청중에게 항상 설명을 한다. TV 보듯이 공연을 ‘보고’ 싶으시면 의자로 가셔도 되지만, 상석은 무대 위가 될 거라고 말씀 드린다. 더불어 하콘에서는 약간의 불편함을 감수하면 정말 좋은 소리를 듣게 된다는 설명을 덧붙인다. 사실 공연장에서 중요한 것은 안락한 의자가 아니지 않나. 음악 자체가 중요한건데 본질을 잊고 편안함만을 추구하는 모습이 안타깝다. 편안함은 덜하더라도 진정 좋은 음악을 들어야하지 않을까.


Q. 하콘 관객의 연령대가 정말 다양하다.
A.  일반 공연장에선 8세 미만 아이들은 입장할 수 없게 되어있다. 하지만 하콘 사진을 보면 수십명의 아이들이 제일 앞자리에 앉아서 굉장히 집중력 있게 본다. 이유가 뭘까. 무대와 객석이 분리되어 있으면 그야말로 TV보듯이 보게 되는 것이다. 나랑 상관없는, 분리된 공간이기 때문에 움직이고 떠들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무대에 같이 있으면 뭔지 모르게 무대에 동화되어 버리는 것이다. 하콘 단골 관객 중엔 이제 막 걷기 시작한 아이들도 있다. 전혀 떠들지 않고 놀라울 만큼 집중해서 공연을 즐긴다. 진정한 교육이라고 생각한다. 음악회에 아이들을 억지로 데려가는 것은 너무 형식적인 일 아닌가.


Q. 무엇보다 하콘의 특징은 연주자 섭외력이다. 비결이 뭔가.
A.  별것 아니다(웃음). 나는 연주자들에게 만큼은 까다로운 사람이다. 하콘이 작은 무대지만 이 소수의 관객을 위한 새로운 레퍼토리를 요구한다 다른 곳에서 했던 프로그램이나, 큰 무대를 앞두고 리허설 형식의 연주는 절대 사양한다. 하콘만의 몇 가지 규칙은 반드시 지키고, 그 원칙 덕에 잘 유지되고 있는 거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공연 기획자들은 유명한 연주자를 불러오면 최고라고 생각한다. 국제 콩쿠르에서 1등 했다, 외국에서 유명하다 더라는 식의 우를 범하는데 그것 보단 가능성이 있는 연주자들을 발굴하는 것이 훨씬 가치 있는 일이다. 그 작업을 안 하는 것일 수도 있고, 못하는 것일 수도 있다. 보는 눈과 판단력이 필요한 작업이다. 김선욱∙김태형∙성민제∙조성진 등은 중고등학교 학생 시절부터 하콘에 섰던 친구들이다. 내가 이 친구들을 무명일 때 불렀다는 것을 말하고 싶은 것이 아니다. 연주자 입장에서 나를 알아봐줬던 사람을 잊지 않고 다시 찾는 게 당연한 일 아닐까. 이제 이 연주자들은 아무리 바빠도 자발적으로 하콘 무대에 선다. 나 역시 유명해졌으니 한번 나와달라는 식의 부탁은 하지 않는 게 원칙이다.


Q. 본인의 안목에 대해 묻고 싶다. 어떤 확신을 갖고 발굴하는지.
A.  다른 사람들보다 듣는 귀가 조금 발달한 건 있겠지만, 사실 다른 사람들이 더 많은 것을 갖고 있다. 우리나라 사회적인 문제로 접근해보면 자신감 부족이 가장 큰 원인이다. 내가 듣기엔 참 좋은데, 특별히 콩쿠르 수상 경력도 없고 사람들도 잘 모른다. 이런 상황에서 내가 그 사람의 팬이 되면 되는데, 사람들은 주변에서 인정을 안 하면 ‘내가 틀렸구나’ 생각한다.


Q. 그 동안 여러 우여곡절도 많았을 것 같다.
A.  내 성향이 ‘될 때까지 한다’는 오기도 좀 있고, 꾸준하고 성실한 것이 가장 중요하다. ‘저 착해요’ 라고 아무리 이야기 해도 소용없지 않나. 상대가 나를 착한 사람으로 인정하도록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백 번 말하는 것은 소용없다. 마찬가지로 하콘의 흐름과 분위기를 느끼고 믿을 수 있도록 우리의 계획대로 차분히 진행하는 것뿐이다. 요즘엔 세상도 빠르고, 사람들도 급하다. 하지만 예술가의 마음이 그러면 힘들어진다. 흔한 말이지만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고 하지 않나. 정말 맞는 말이다. 이것이 가치 있는 일이라고 판단되면 보상을 생각하기 보단 오랜 시간 자신의 희생을 각오하고 기꺼이 해야 한다.


Q. 연주자들도 하콘의 이런 마음을 알고 뜻을 함께 하는 것 같다.
A. 작년 100개의 공연을 진행할 때 58개 팀이 참여했는데, 시작 전에 개런티를 못 드릴 수도 있고, 차비는 드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전국 방방곡곡 어느 곳으로 가게 될지 모른다고 전제 했었다. 연주자 입장에서 기분이 좋지 않을 수도 있는 조건이었다. 63개 팀에게 말을 했고 5팀을 거절, 총 58개 팀이 함께 해주었다. 당시 연주자들 중에 김태형(3번)∙박종해(2번) 등 여러 번 무대에 선 친구들도 있다. 어떻게 돈을 받지 않고 연주할 수 있는지 사람들이 신기해했다.


Q. 결국, 예술의 본질에 가까워지는 현상같다.
A. 연주자들이 이 무대에 서고 싶은 마음이 들도록 흐름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Q. 하콘만의 특별한 연주가 있다고 들었다.
A. 연말에 갈라 콘서트를 한다. 연주자 30명, 관객 최대 120명, 가장 빠른 예매 기록이 11초만에 매진된 적이 있다. 출연자는 밝히지 않고, 하콘을 믿으면 오시라는 자신감으로 진행한다. 어느 해에는 김선욱∙조성진∙김태형이 한꺼번에 출연한 적도 있다. 세 사람 다 독주를 할 순 없으니 한 명은 독주, 두 명은 각각 두오로 프로그래밍을 해줬다. 갈라 콘서트는 연주자 개런티 없이 진행되고, 수익금 전액은 기부한다. 연주자들이 제일 서고 싶어하는 무대가 하콘의 갈라 콘서트이다. 또 하나는 얼마 전에 처음 시도한 공연인데 번개 콘서트를 해봤다. 피아니스트 김선욱이 일본에 있었는데, 내일 서울에 온다고 하더라. 이야기 끝에 번개 콘서트 아이디어가 나왔고, SNS에 출연자는 밝히지 않고, 시간과 장소만 공지했다. 약 60명이 왔다. 김선욱이 등장하는 순간 청중의 반응이 정말 뜨거웠다. 분위기도 정말 좋았고, 김선욱의 연주도 훌륭했다. 앞으로 종종 번개 콘서트를 가져볼 계획이다.


Q. 기억에 남는 연주자가 누구인가.
A. 하콘 무대에 선 뮤지션이 약 1500명이다. 정말 하나하나 다 기억에 남는다. 10명 내외면 이야기 할텐데, 너무 많다(웃음).


Q. 하콘 무대에 가장 많이 섰던 연주자는.
A.  김선욱이다. 독주 4회, 반주 5회로 기억한다. 중 3때 이 무대에 처음 섰는데, 당시 관객이 30명 왔었다.


Q. 우리나라 클래식의 방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지.
A. 잠재된 에너지가 굉장히 큰데, 그걸 건드려서 터뜨려주는 사람들이 더 많아져야 한다. 제대로 된 판단을 해서 움직일 수 있는, 진정한 공연 기획자가 더 많아져야 한다. 좋은 연주자들이 이렇게 많은데, 그들에게 공연 기회를 주지 못하는 건 안타까운 일이다.


Q. 하콘과 박창수의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
A. 일단 하콘의 계획은 몇 년 안에 1년에 5000개의 공연을 올리는게 목표다. 작년 100개 공연을 시작으로 매년 늘려가고 있는 것도 5000개 공연을 위한 과정이다. 작은 고비를 뛰어넘고 나면 완만한 흐름이 가파르게 오를 것으로 믿는다. 개인적으로는 자연스러운 세대교체를 이루고 싶다. 내가 지금처럼 7,80세까지 할 수도 있지만 그건 좋은 모습이 아니다. 세대교체가 필요한, 적절한 시기에 자연스럽게 물려주고 싶다. 내가 한 것을 그대로 이어받아서 답습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고, 자신들만의 아이디어를 살려서 발전시킬 수 있는 스태프가 많아졌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