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성여대신문] 2012년 9월 10일- 공연, 관객과의 경계를 허물다
  • 등록일2012.09.20
  • 작성자류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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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스 콘서트, 신발 벗고 들어오세요
• 이수현 기자  skfg312@naver.com

"좋은 공연문화가 자리 잡기를 바라는 마음인 거죠.
  저 같은 사람도 하나쯤은 있어야 하지 않나요?"

  학창시절, 누군가는 친구들과 집에 모여 기타를 치며 문득 이런 생각을 했다. ‘집에서 콘서트가 열린다면 어떤 기분일까?’ 20년 뒤, 그 꿈은 정확히 실현됐다. ‘박창수의 하우스 콘서트!’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 박창수 씨는 어린 시절 꿈꿨던 ‘집에서 열리는 콘서트’, 일명 ‘마룻바닥 콘서트’를 잊지 않고 이뤄냈다. 우리집 마룻바닥에서 콘서트라니? 그 모습이 머릿속에 쉽게 그려지진 않는다. 실제로 초창기 주위에서 적잖은 우려와 회의를 보내왔다고. 그는 “격식 있는 무대만 고집하는 연주자들과 하우스 콘서트(이하 하콘) 같은 공연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관객들의 인식을 바꾸기 위해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가정집에서 ‘콘서트’가 열릴 수 있단 말인가? 물론 조금의 손길이 필요했다. 하콘 초창기, 그는 서울 연희동에 위치한 자신의 저택을 콘서트에 맞게 개조해 작업실 및 공연 공간을 마련했다. 지금은 도곡동에 위치한 레코딩 스튜디오로 위치를 옮겼다.

  소규모 공연으로 출발한 하콘은 어느덧 10주년을 맞았다. 지난 7일 하우스의 문을 두드린 321번 째 손님은 ‘이지연의 12인조 재즈 오케스트라’ 팀이었다. 박창수 씨는 공연 시작에 앞서 “하우스콘서트를 찾아주셔서 감사드린다”며 “편하게 앉으시라고 방석을 준비하긴 했지만 마룻바닥의 울림을 그대로 느끼기 위해 잠시 방석을 치워두는 것도 좋다”고 말했다. 30여 평의 작은 레코딩 스튜디오에 연주자와 관객의 경계는 보이지 않았다. 연주 시작 전 긴장감이 흐르는 순간엔 서로의 숨소리마저 들릴 정도였다.

  “공연 재밌게 보셨나요? 곧이어 와인파티가 열립니다. 저희가 준비하는 동안 잠깐 바람을 쐬고 오셔도 좋습니다.” 공연이 끝나면 그곳에서 바로 작은 와인파티가 열린다. 관객과 연주자는 함께 어울리며 와인을 마시기도 하고 아예 마룻바닥 위에 둥글게 모여 앉는 사람들도 있다. 물론 대화 주제는 그날의 공연이다.

  도곡동의 특별한 마룻바닥 위에 서기 위한 자격은 무엇일까? 박창수 씨는 이렇게 말했다. “많은 분들이 제 인맥으로 연주자를 섭외할 거라고 생각하시겠지만, 그렇지는 않습니다. 하콘 초반에는 거절도 많이 당했었고, 아티스트를 섭외하는 데 어려움이 많기도 했죠. 저는 이미 잘 알려진 아티스트들을 섭외하는 것 보다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좋은 실력을 갖고 있는 아티스트를 찾아내는 것을 선호합니다.” 하콘 초창기, 다소 튀는 아이디어에 아티스트들은 섣불리 이 무대에 서려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굳이 섭외하려 하지 않아도 전에 거절했던 아티스트들을 포함한 많은 아티스트들이 먼저 연락을 해 오고 있다고. 그럼에도 그는 좋은 아티스트들을 찾아내서 알리고자 하는 시도와 노력은 멈추지 않을 것이라 말한다. 실제로 그간 하콘를 찾은 아티스트들을 되짚어 보면 가수 강산에, 피아노 거장 외르크 데무스를 비롯한 유명 아티스트부터 대중에겐 익숙치 않은 인디음악가까지 다양하다. 박창수 씨는 “간혹 의도적으로 아마추어 단체를 섭외하는 경우가 있는데 어떤 면에서는 프로들보다 더 진지한 자세에 놀라게 된다. 그래서 행복한 경험을 하기도 한다”고 했다. 하콘은 어느 한 장르에 치중하지도 않는다. 오늘 재즈 오케스트라가 공연을 했다면 다음엔 크라잉 넛과 같은 락밴드가 하콘을 찾을 수도 있는 것. 관객들은 늘 하콘의 ‘초이스’에 감탄하곤 한다.

  하콘에는 입장료 대신 ‘회비’가 있다. 박창수 씨는 “하우스콘서트는 입장 제한이 없다”며 “언제든 부담 없이 오실 수 있고, 관객과 연주자가 함께 만들어내는 비상업적인 공연이므로 굳이 ‘입장료’ 라는 표현을 쓰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다. 회비는 일반 2만원, 고등학생 이하는 만 원이다. 참여하는 아티스트들의 수준과 공연의 질을 따졌을 때 절대 많은 액수는 아니다. 기업과 단체의 후원 없이 꾸려지는 하콘은 그 탓에 늘 적자다. “돈을 벌 생각이었다면 애시당초 이렇게 시작하지도 않았을 겁니다. 저와 우리 스태프뿐만 아니라 아티스트들과 관객들 모두가 만들어 내고 있는 하우스콘서트인 만큼 더 좋은 공연문화가 자리 잡기를 바라는 마음인 거죠. 저 같은 사람도 하나쯤은 있어야 하지 않나요?”

  하우스 콘서트가 언제까지고 지속될 수 있을까? 이같은 물음에 박창수 씨는 이렇게 대답했다. “언제까지고 계속 할 생각은 없습니다. 우리나라에 제대로 된 하우스콘서트가 생기고 더욱 나은 문화가 정착되면, 그땐 관두고 다른 새로운 것에 도전해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