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일보] 2012년 7월 12일 - “끼있는 연주자들 전국 공연장과 연결시켰죠”
  • 등록일2012.08.02
  • 작성자류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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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스콘서트 대한민국 공연장 습격작전’ 기획 박창수 씨
• 김미은기자 mekim@kwangju.co.kr

지난 10일 광주문예회관 소극장에서는 조금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무대에 오른 연주자는 요즘 한창 떠오르는 아티스트인 피아니스트 김태형.

이날 ‘베토벤 소나타’, 프로코피에프의 ‘로미오와 줄리엣’ 등을 연주하는 김씨의 공연을 관객들은 무대 바닥에 깔아놓은 방석 위에 앉아 감상했다. 연주자와 가까이에 앉은 관객들은 객석에서 공연을 관람할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을 받았다.

9일에는 안은미 컴퍼니 등에서 보컬로도 활동중인 박민희씨와 월드뮤직 그룹 Vann가 같은 무대에서 공연을 가졌다. ‘비 그치는 소리’, 가곡 ‘버들은’, ‘바람은’ 등 전통 소리와 함께 넉넉한 이야기들까지 오고가면서 즐거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날 콘서트는 ‘하우스콘서트 대한민국 공연장 습격 작전’이라는 타이틀로 벌어진 공연이다.

대한민국에 ‘하우스 콘서트’라는 이름을 알린 건 작곡가 겸 피아노 연주자 박창수씨다. 지난 2002년 7월, 박씨의 연희동 2층 단독주택 마루에서 시작된 하우스 콘서트는 2주에 한번씩 꼬박꼬박 열렸고, 지금까지 317회 공연을 진행했다. 참여한 아티스트만 1307명, 공연 실황을 담은 음반도 95종이 출반됐다.

집에서 열리는 음악회, 마룻바닥에서 감상하는 음악회, 연주자와 관람자의 거리가 없는 음악회. 하우스 콘서트는 이후 카페, 음악감상실, 갤러리 등 다양한 공간에서 벌어지는 음악회로 확장됐고, 각 지역에도 하나둘씩 만들어져갔다.

박창수씨가 ‘습격’을 시작한 건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음악을 들려주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의 ‘뜻’에 동참한 뮤지션들은 가수 강산에, 드러머 강태환, 피아니스트 김태형씨 등 무려 158명에 이른다. 참여한 공연장은 광주문예회관 등 21곳, 공연횟수는 100회에 이른다.

목포문예회관에서는 오는 15일까지 하우스콘서트가 이어진다. 12일에는 한국의 대표적인 마임이스트 유진규가 출연하며 판소리의 왕서은, 피아니스트 현정, 기타리스트 정재영씨 등이 무대에 선다. 여수문예회관에서는 피아니스트 김제창, 소리꾼 박민희, 피아니스트 계수정과 박종해씨 등이 출연하는 공연이 15일까지 이어진다.

“전국에 연주자들이 많이 있지만 그 연주자들이 서울로만 집중돼 있어요. 또 지방 공연장은 많지만 활성화 되어 있는 곳은 몇몇 대도시를 제외하고는 없죠. 이 두 상황을 연결해보면 뭔가 의미있는 프로젝트가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했고, 충분히 가능할 거라 여겼죠. 지금 몇몇 공연을 진행했는데 무대 위에 올라가 공연을 보는 것에 큰 거부감이 없고 연주자와 친밀감을 느낄 수 있어 좋아들 하시는 것 같습니다.”

현재 하우스콘서트는 전국에 300여곳이 생겼지만 금방 문을 닫는 경우도 많다.

“지금도 하우스콘서트를 운영하고 싶다며 절 찾아오시는 분들이 많아요. 일관된 흐름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죠. 빠른 성과를 얻으려고 하면 안돼요. 잘 오래오래 준비하고 해주십사 하는데 다들 마음을 급하게 가지시더라구요. 그래서 오래 못가는 곳이 많은데 그게 가장 안타깝죠. 좋은 연주자들 데리고 공연하고 싶고, 자기 공간이 얼른 알려지게 하고 싶은 의도는 좋은데 급하게 서두르면 되지 않아요.”

박씨는 경제적인 이유 때문에 100회 쯤 됐을 때 접어야하나 고민을 했었다며 경제적 이득을 취하려 하면 절대 오래 운영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예술을 보는 안목을 가진 사람이 운영하면 좋을 것 같아요. 또 알려진 사람들을 초청하려고들 하는데 새로운 음악인들을 발굴을 해내는 작업도 재밌어요. 김선욱•김태형•진보라•조성진 같은 친구들이 신인 시절에 저희 무대에 섰던 친구들인데 지금도 좋은 인연을 맺고 있죠. 의리가 생기는지, 굳이 요청을 안하더라도 무슨 일이 있다 하면 선뜻 참여하더라구요.(웃음)”

그는 내년에 더 큰 꿈을 꾸고 있다. 다양한 장르로 구성된 250개 공연팀을 꾸려 전국 100여곳 공연장에서 20회씩 공연을 진행 ‘5000회 공연’을 벌일 계획이다.

목포•여수 일정은 프리뮤직 페스티벌 홈페이지(freemusicfestival.net)에서 자세한 일정과 참여 예술인들을 확인할 수 있다. 문의 061-270-8484(목포), 061-690-7103(여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