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national Piano] 2012년 7월 - 10주년을 넘어 미래를 열다
  • 등록일2012.07.03
  • 작성자박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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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주년을 넘어 미래를 열다
전국에서 프리 뮤직 펼치는 박창수의 하우스 콘서트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인 박창수가 열어온 하우스 콘서트가 어느덧 10주년을 맞이했다. 2002년 7월 12일 첫 공연을 한 뒤, 매주 성황리에 무대를 열어 어느 덧 315회를 넘어섰고, 세계적인 아티스트를 포함해 무대에 선 총 아티스트 수는 1300명에 달한다.

이를 기념하고 한국 공연계의 더 큰 전진을 위해 박창수와 하우스 콘서트 팀이 특별한 콘서트를 개최한다. ‘프리 뮤직 콘서트-대한민국 공연장 습격 작전’ 이라는 흥미로운 타이틀의 대형 공연 프로젝트로, 7월 9일부터 15일까지 66팀이 하남 • 의정부 • 강릉 • 논산 • 익산 • 김제 • 광주 • 목포 • 안동 • 대구 • 부산 • 울산 • 거제 등 전국 20여 개의 공연장에서 총 100회에 달하는 공연을 동시다발적으로 펼칠 예정. 여기에는 허원숙 • Duo Ryu(유승지 • 유종희) • 오현정 • 최영화 • 김태형 • 박종해 • 김소희 등 10여명의 피아니스트들도 포함되며, Trio Altus(유미정Pf • 김홍준Vn • 배기정Vc) • 김응수(Vn) • 김민지(Vc) • 박승희(바로크 테너) • 강은일(해금) • 박민희(판소리) • 전민재(작곡) • 강산에(Vo, Gtr) • 드니 성호(Gtr) • 고상지(반도네온) • 강태환(Sax) • 유진규(마임) 등 클래식을 비롯한 각계의 실력파 연주자들이 개런티 없이 무대에 오르게 된다. 이번 시리즈는 자체로도 대단하지만 내년에 펼칠 초대형 프로젝트의 초석이기도 하다. 박창수는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한국 음악계 발전을 위한 원대한 목표를 가지고 이 음악회 시리즈를 진행 중이다.

“700석 이상 좌석을 갖춘 전국 문화예술회관 중 전국에 등록된 곳이 150군데, 비 등록된 곳까지 합치면 400군데에 달합니다. 그런데도 사실상 제대로 공연이 이루어지지 않고 실제 공연은 서울에 집중되어있습니다. 이런 점이 안타까워서 추진하게 되었죠. 이번 공연 시리즈를 토대로 내년에 5,000회의 공연을 열 예정인데요. 올해 공연은 이것에 대한 프리뷰가 될 것입니다.”

경이로운 구상이다. 취지는 좋으나 현실적으로는 녹록해 보이지 않는 것이 사실. 그러나 그는 면밀한 계획과 도전 정신을 통해 불가능 하다는 평을 뒤엎고 이번 100회 공연을 추진해 냈기에 충분히 가능하다고 했다.

“이번 공연 시리즈에 대해 불가능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지만, 저는 가능하다고 생각했고 실제로 그렇게 되었죠. 이번 100회 공연은 20여 개의 공연장에서 66개 팀을 구성해 진행됩니다. 노 개런티 노 대관료로 말이죠. 연주자들은 적절한 환경과 명분이 갖추어진 무대가 있다면 공연을 갈망하고, 공연장에서는 연주자들은 필요로 하고 있기에, 저는 연주자와 공연장을 연결해 준 것입니다. 예상공연장 중 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1/4 에서 매주 하나씩의 프로그램 만 있으면 내년에 목표로 하는 5,000개 공연이 가능하죠. 최대 300개 연주팀을 구성할 생각이지만 작게 잡아서 250팀만 확보되었을 시 한 팀 당 20번씩 순회 공연을 하면 됩니다. 불가능하지 않아요. 내년 공연 시에는 정식으로 개런티를 지급할 예정인데요. 이렇게 되면 신인 연주자들은 연주를 통해 생계 유지비를 확보 하면서 음악 활동을 영위해 나가게 되죠. 일반적으로 연주자는 유학을 갔다온 뒤 강사나 교수직을 통해 실질적인 생계를 꾸리게 되는 안타까운 현실을 극복하는 계기가 될 수 있죠. 그런 점에서 문화 혁명이 될 수도 있습니다.”

물론 이번 공연 시리즈를 추진하는 것이 순탄했던 것은 아니었다. 특히 공연장의 경우 각지 역마다의 특성이 있어서 허가에 어려움을 겪었다고(제주도는 각고의 노력을 했으나 결국 허가를 못 받았고, 강원도와 충청도는 제한적으로 경연이 이루어진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거절을 당할 떄 더 오기가 생겨서 확신 있게 추진해 실현했고, 주요 언론에 보도가 된 이후로는 오히려 여러 공연장에서 이번 시리즈에 포함시켜달라는 요청과 문의가 쇄도하고 있을 정도가 되었다고. 하우스 콘서트 특유의 특성과 노하우로 빚어진 독특한 면도 있다. 무대 위로 관객들을 올려 연주자와 친근하게 교감을 할 수 있게 하고 하우스 콘서트 스태프 10명을 포함해 기본 스태프30명 외에는 자원봉사자를 모집해 진행하는 방식으로 진행 비용을 최소화한 것. 무엇보다 연주자 66팀을 섭외할 수 있었던 것은 하우스 콘서트를 통한 연주자들과의 교류와 신뢰감 덕분에 가능했다.

“전화를 했을 떄 연주자들의 90%가 흔쾌히 하겠다고 했어요. 매우 뿌듯했죠. 어떻게 보면 황당한 기획일 수도 있는 데 믿어주신 것이 고맙죠.”

기획이 아니라 예술이다
이렇듯 아티스트들을 섭외할 수 있었던 힘은 인맥이라기 보다는 그동안 구축해온 하우스 콘서트의 이미지를 믿기 때문이라고.
“우리보다 10배 이상 게런티를 주는 곳도 있는데요. 우리는 이윤 추구를 하지 않으며 관객들과 소통할 수 잇는 분위기를 조성해왔고 우리가 세운 원칙을 철저히 지켰죠. 1회부터 해온 원칙은 매주 악기와 장르 등을 철저하게 계획해 음악회를 펼치고, 자신의 독주회나 타 공연의 리허설식 무대를 방지하고 자리에 온 사람들을 위한 레퍼토리를 요구하는 것 등이죠. 또한 연주자는 긴장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하우스 콘서트의 연주용 의자에는 등받이가 없고 1.5센티가 낮아서 관객들의 시선을 인식하게 됩니다. 이런 여러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하나의 색깔이 되었고, 엄격한 모습이 신뢰를 주는 원인이 되었던 것 같아요.”

6살 때 작곡을, 8살 때 피아노를 시작해 서울대 작곡과를 졸업한 뒤 작곡가 겸 프리 뮤직 연주자로 활동해온 박창수는, 공연 기획을 기획자가 아닌 ‘프리 뮤직’ 작곡자의 마인드로 한다. 하우스 콘서트의 첫 공연이 개최 된지 10년이 되는 기념일인 7월 12일 날 열릴 프리 뮤직 공연에 참여하기도 하는 그는, 즉흥적이고 순간적으로 소리를 구조화를 하는 프리 뮤직 처럼 하우스 콘서트를 구조화해서 연다고 했다. 이런 점을 연주자들이 신뢰한다고.

“만일 이번 주에 바이올린 콘서트가 열리는데, 세계 정상의 바이올리니스트가 갑자기 전화해서 다음 주에 공연을 하고 싶다고 하면 정중히 거절하고 다음 일정에 초청하도록 할겁니다. 이런 일정을 통한 음악회는 1년 • 10년 단위로 구성하면 구조화된 작품이 되죠.”

실제로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외르크 데무스가 공연한 뒤, 다음해에 공연을 하고 싶다고 했지만 일정상 내 후년에 오라고 했다고. 첫 회부터 처음부터 녹음 • 녹화해서 수작업으로 CD룰 제작하는 작업을 꾸준히 해오며 기록으로도 남기고 잇는 것도 원칙 중 하나이다.

원칙은 바꾸지 않지만 변화는 있다. 가령 200회부터 연희동 자택에서 벗어났는데(현재는 대치동 율하우스에서 열린다), 이는 150회때 정도부터 사전 계획과 함께 고민해 추진했으며 이를 통해 새로운 힘이 생겼다고.
“똑같이 10년을 한다는 것은 나태한 것이라고 생각했죠. 집에서 나온 것은 성공적이었죠. 당시 다른 하우스 콘서트가 200개였는데 이를 롤 모델로 삼으며 300r에 육박하게 되었거든요. 집을 벗어났기에 이번 공연시리즈도 추진할 수 있었고요.”

그는 또 다른 10년을 준비하고 잇다. 어떤 방향이 되든 예술 작품처럼 생명력 있게 전개 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저는 사업가나 기획자라는 말을 듣고 싶지 않아요. 이번 100회의 콘서트가 출연료 없이도 연주자들이 흔쾌히 동참하신 것은 이윤 추구를 한 해 제가 늘 적자라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기도 할 테지만, 순수한 의도의 작품에 참여하려는 의미가 더욱 크다고 생각해요. 앞으로도 돈을 목표로 하지 않고 예술 작품을 만들 듯 하우스 콘서트를 만들어 나갈 것입니다.”

하우스 콘서트의 10주년을 향해 나아가는 서막을 장대하게 연 박창수. 이제 그가 추구하는 프리 뮤직 처럼, 원대한 꿈을 향해 나아가는 이번 공연 시리즈 및 미래의 하우스 콘서트가 성황리에 펼쳐지기를 바라는 것은 음악인이라면 공통된 바람일 것이다.


글 ㅣ 장재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