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2012년 6월 1일 -정감있는 하우스 콘서트
  • 등록일2012.06.01
  • 작성자박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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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감있는 하우스 콘서트

객석 - 무대 구분 없는 거실 음악회, 올해 10주년
클래식•국악•인형극 등…내달 전국 21곳서 연주

연주자와 관객들의 숨소리가 섞였다. 그 위에서 피아노 선율은 더 생동감 있게 날아다녔다.

2002년 7월 12일 밤 서울 연희동 단독주택 거실. 집주인 피아니스트 박창수 씨(48)는 관객 50명 앞에서 `하우스 콘서트`를 열었다. 25평 거실은 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허물었다. 피아노 가까이에서 음악의 진동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공연이 끝난 후에는 와인 파티를 열어 대화를 나눴다. 티켓 가격은 2만원으로 와인 값 정도밖에 안됐다.

그가 이 음악회를 연 이유는 `소통`이다. 박씨는 "대형 콘서트홀 무대에서 객석을 바라보면 20m 이상 떨어져 있어 음악을 교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대형 공연장에선 독주와 실내악 소리가 객석 구석구석에 제대로 전달되기 어렵다. 그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첨단 음향 장치를 설치한다.

박씨는 "보다 많은 사람을 수용하기 위해 억지로 좋은 음향 설비를 갖추지만 자연스러운 음악이 아니다. 버스 안과 자가용에서 듣는 라디오 음악 소리는 천지 차이"라고 강조했다.

안락한 거실에서 좋은 연주자들과 공감하는 하우스 콘서트가 벌써 10주년을 맞았다. 수십만 원짜리 티켓을 사서 서울 예술의전당에 가야 좋은 음악을 향유한다고 착각하는 사람들을 일깨우기 위해 멈추지 않았다. 그동안 312회 음악회가 열렸고, 연주자 1300명이 무대에 섰다. 회당 평균 관객은 50여 명이었고, 공연실황 음반 95개를 남겼다.

장르의 경계도 두지 않았다. 클래식 음악 외에도 국악과 대중음악, 실험음악, 인형극, 독립영화 등 다양한 예술로 거실 공간을 채웠다. 오스트리아 피아노의 거장인 외르크 데무스(84)와 피아니스트 김태형(27), 첼리스트 송영훈(38), 가수 강산에(49), 국악인 이자람(33) 씨 등 유명 음악가들이 이 무대를 빛냈다.

입소문이 나면서 하우스 콘서트 열풍이 불었고 전국에 300여 개가 더 생겼다.

초창기 5년 동안 매년 1000만~2000만원 손해를 보면서도 이 작은 음악회를 지켜온 박씨는 "돈 벌려고 시작하지 않았다. 좋은 음악회가 무엇인지 답을 제시하는 일종의 문화운동"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기업이나 독지가의 후원 없이 10년을 이어온 게 `기적`이다. 다행히 관객들이 차츰 많아지고 출연료를 받지 않은 연주자들이 생기면서 적자를 면했다. 그래도 10년째 관람료 2만원을 유지하고 있다. 출연료를 100만원 이상 줄 수 없어도 흔쾌히 허락하는 유명 음악가들 덕분이다.

박씨는 "섭외 성공률이 90%다. 나를 믿어주니까 늘 감사하다"고 말했다.

음악 영재와 신인들의 등용문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스타 피아니스트 김선욱 씨(24)는 중학교 3학년 때부터 이 무대에 서왔다.

10주년을 맞은 하우스 콘서트는 공연장 무대마저도 거실처럼 만들어 버리려 한다. 관객이 무대에 올라가 연주자 곁에서 감상하도록 할 계획이다. 7월 9~15일 전국 공연장 21곳에서 음악회 100회를 열 예정이다. 의정부 예술의전당, 하남문화예술회관, 구로아트밸리, 논산 문화예술회관, 계룡 문화예술의전당, 여수 시민문예회관, 울산 울주문화예술회관 등이 대관료를 받지 않고 무대를 빌려주기로 했다.

60개팀으로 나뉘어 하우스 콘서트 릴레이를 펼칠 연주자들도 출연료를 받지 않기로 했다. 덕분에 관람료도 무료 혹은 1만원이다. 무대 위에는 관객 500여 명이 올라갈 수 있다.

박씨는 "관객은 무대 바닥에 앉아 연주자와 거리를 좁히고 지방 공연장 활성화에 기여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전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