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2012년 1월 5일 - “음악은 귀만 아니라 진동을 통해 온몸으로 느끼는 것 ”
- 등록일2012.01.05
- 작성자박창수
- 조회1957
“음악은 귀만 아니라 진동을 통해 온몸으로 느끼는 것 ”<
301회 하우스 콘서트 여는 박창수씨
빌라와 단독주택이 이어진 서울 강남구 도곡2동 S빌딩 지하 1층. 30평쯤 돼 보이는 방 바닥에 엉덩이를 대고 앉자 그가 1978년산 스타인웨이 피아노를 연주하기 시작했다. 음악은 귀로도 들렸지만 바닥에 깔린 나뭇결을 따라 진동으로, 파동으로도 느껴졌다.
“귀로만 듣는 게 아니라 바닥을 통해 파동으로 듣게 되면 소리는 천지차이가 나죠. 감정전달이 몸으로 직접적으로 온다고 할까요. 유명한 페스티벌이 보통 작은 공연장에서 이뤄지는 이유입니다.”
2002년 7월12일 피아니스트 치노 슈이치의 첫 공연을 시작으로 10년째 하우스에서 콘서트를 열고 있는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 박창수(48)씨는 기자에게 큰 홀이 아닌, 집에서 콘서트가 진행될 경우 음악적으로 어떤 차이가 있는지를 이렇게 설명했다.
“큰 홀은 많은 관객을 소화하기 위한 장소예요. 문제는 한참 멀리 떨어질 경우 귀로는 들리지만 몸으로 감정 전달이 제대로 되지 않죠. 그래서 원음에 가깝게 전달하기 위해 수백억원을 들여 공사를 하고요. 사람들은 큰 공연장에 가야 좋은 소리를 듣는다는 착각에 빠져 있는 것 같아요.”
박씨의 설명을 들으며 실내를 둘러보니 공간은 온통 나무로 덮여 있었다. 그는 나무로 인테리어가 이뤄진 것에 대해 “악기 속에 들어있는 느낌과 함께 최대한 자연의 소리를 들려주기 위해서”라고 덧붙였다.
최근 300회 하우스 콘서트를 성료한 그는 6일 오후 8시 301회 공연으로 ‘유스 페스티벌Ⅱ-작곡’을 열 예정이다. 김유신과 윤현종 등 유망한 청소년 작곡가 10명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시간이라고 했다.
“표가 잘 나지 않지만 음악의 기본은 역시 작곡입니다. 젊은 작곡가를 발굴해 관객에게 알려주자는 차원으로 2009년에 이어 다시 열게 됐죠. 초등학교 1학년부터 고등학교 1학년까지 작곡가 10명을 초청, 그들의 곡을 들려줄 생각입니다.”
하우스 콘서트는 한 달에 2회, 주로 금요일에 열린다. 클래식과 프리뮤직을 비롯해 국악과 대중음악, 독립영화 등 다양한 장르의 예술이 공연된다.
외국인 연주자 200여명을 포함해 피아니스트 김선욱, 바이올리니스트 권혁주 등 연주자 1200명이 거쳐갔다. 관람료는 2만원. 초대권은 없으며 좌석은 미리 예약해야 가능하다.
그가 하우스 콘서트를 구상한 것은 서울예고 1학년이던 1980년 무렵. 청주에 사는 친구(채희철씨) 집 거실에서 첼로 소나타를 치던 친구와 함께 피아노 연주를 하다가 ‘거실에서 연주하는 걸 듣는 게 훨씬 감동적인데 왜 커다란 홀에서만 연주하고 들어야만 하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어른이 되면 집에서 콘서트를 열겠다고 생각했다.
20여년 뒤인 2002년 여름. 그는 2억원을 융자받아 서울 연희동 자택을 개조해 작업실 및 공연 공간으로 만들고 공연 섭외와 기획을 거쳐 7월12일 마침내 첫 하우스 콘서트를 열었다. 이후 사정에 따라 아차산 부근과 강남구 역삼동을 거쳐 현재의 곳으로 이전했다.
“초창기에는 연주자를 초청하는 데 애로가 많았죠. ‘지금 집에서 연주를 하라고요?’ ‘그 개런티를 받고요?’ ‘관객이 몇 명 이상이 되지 않으면 하지 않겠습니다’ 등의 이유로 거절하는 이도 있었어요. 지금은 거의 다 오케이하죠. 또 적은 관객에도 정식 레퍼토리를 요구하는 것에 까다롭게 생각했지만, 지금은 (레퍼토리를 준비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그것이 힘이라고 생각해요.”
박씨는 “관객들이 행복에 젖어 돌아가는 게 가장 기억에 남는 모습”이라며 “연주자들도 자신의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진지하게 소통하고 새 관객을 만나기 때문에 여기에서 공연한 뒤에 행복해 한다”고 전했다.
이제 하우스 콘서트는 하나의 흐름으로 자리 잡았다. 재작년 33명이 출연하는 갈라 콘서트는 17초 만에 예약이 완료되고, 올 1년치 연주 일정도 거의 다 채워질 정도로 관심을 끌고 있다. 유사한 콘서트도 수없이 생겨나고 있다.
그는 “최근 하우스 콘서트에 대한 인식이 개선된 것은 기분이 좋지만, 그냥 돈 많은 사람이 유명한 연주자를 불러 연주하는 식의 콘서트도 적지 않게 생겨나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유명한 연주자만 데려와 연주하는 게 아니라 유망한 음악인을 발굴하고 그들이 여는 음악회의 판매 루트가 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또 연주자와 관객 간 직접적인 교감을 하는 원칙을 지켜가야겠죠.”
김용출 기자 kimgija@segye.com
301회 하우스 콘서트 여는 박창수씨
빌라와 단독주택이 이어진 서울 강남구 도곡2동 S빌딩 지하 1층. 30평쯤 돼 보이는 방 바닥에 엉덩이를 대고 앉자 그가 1978년산 스타인웨이 피아노를 연주하기 시작했다. 음악은 귀로도 들렸지만 바닥에 깔린 나뭇결을 따라 진동으로, 파동으로도 느껴졌다.
“귀로만 듣는 게 아니라 바닥을 통해 파동으로 듣게 되면 소리는 천지차이가 나죠. 감정전달이 몸으로 직접적으로 온다고 할까요. 유명한 페스티벌이 보통 작은 공연장에서 이뤄지는 이유입니다.”
2002년 7월12일 피아니스트 치노 슈이치의 첫 공연을 시작으로 10년째 하우스에서 콘서트를 열고 있는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 박창수(48)씨는 기자에게 큰 홀이 아닌, 집에서 콘서트가 진행될 경우 음악적으로 어떤 차이가 있는지를 이렇게 설명했다.
“큰 홀은 많은 관객을 소화하기 위한 장소예요. 문제는 한참 멀리 떨어질 경우 귀로는 들리지만 몸으로 감정 전달이 제대로 되지 않죠. 그래서 원음에 가깝게 전달하기 위해 수백억원을 들여 공사를 하고요. 사람들은 큰 공연장에 가야 좋은 소리를 듣는다는 착각에 빠져 있는 것 같아요.”
박씨의 설명을 들으며 실내를 둘러보니 공간은 온통 나무로 덮여 있었다. 그는 나무로 인테리어가 이뤄진 것에 대해 “악기 속에 들어있는 느낌과 함께 최대한 자연의 소리를 들려주기 위해서”라고 덧붙였다.
최근 300회 하우스 콘서트를 성료한 그는 6일 오후 8시 301회 공연으로 ‘유스 페스티벌Ⅱ-작곡’을 열 예정이다. 김유신과 윤현종 등 유망한 청소년 작곡가 10명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시간이라고 했다.
“표가 잘 나지 않지만 음악의 기본은 역시 작곡입니다. 젊은 작곡가를 발굴해 관객에게 알려주자는 차원으로 2009년에 이어 다시 열게 됐죠. 초등학교 1학년부터 고등학교 1학년까지 작곡가 10명을 초청, 그들의 곡을 들려줄 생각입니다.”
하우스 콘서트는 한 달에 2회, 주로 금요일에 열린다. 클래식과 프리뮤직을 비롯해 국악과 대중음악, 독립영화 등 다양한 장르의 예술이 공연된다.
외국인 연주자 200여명을 포함해 피아니스트 김선욱, 바이올리니스트 권혁주 등 연주자 1200명이 거쳐갔다. 관람료는 2만원. 초대권은 없으며 좌석은 미리 예약해야 가능하다.
그가 하우스 콘서트를 구상한 것은 서울예고 1학년이던 1980년 무렵. 청주에 사는 친구(채희철씨) 집 거실에서 첼로 소나타를 치던 친구와 함께 피아노 연주를 하다가 ‘거실에서 연주하는 걸 듣는 게 훨씬 감동적인데 왜 커다란 홀에서만 연주하고 들어야만 하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어른이 되면 집에서 콘서트를 열겠다고 생각했다.
20여년 뒤인 2002년 여름. 그는 2억원을 융자받아 서울 연희동 자택을 개조해 작업실 및 공연 공간으로 만들고 공연 섭외와 기획을 거쳐 7월12일 마침내 첫 하우스 콘서트를 열었다. 이후 사정에 따라 아차산 부근과 강남구 역삼동을 거쳐 현재의 곳으로 이전했다.
“초창기에는 연주자를 초청하는 데 애로가 많았죠. ‘지금 집에서 연주를 하라고요?’ ‘그 개런티를 받고요?’ ‘관객이 몇 명 이상이 되지 않으면 하지 않겠습니다’ 등의 이유로 거절하는 이도 있었어요. 지금은 거의 다 오케이하죠. 또 적은 관객에도 정식 레퍼토리를 요구하는 것에 까다롭게 생각했지만, 지금은 (레퍼토리를 준비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그것이 힘이라고 생각해요.”
박씨는 “관객들이 행복에 젖어 돌아가는 게 가장 기억에 남는 모습”이라며 “연주자들도 자신의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진지하게 소통하고 새 관객을 만나기 때문에 여기에서 공연한 뒤에 행복해 한다”고 전했다.
이제 하우스 콘서트는 하나의 흐름으로 자리 잡았다. 재작년 33명이 출연하는 갈라 콘서트는 17초 만에 예약이 완료되고, 올 1년치 연주 일정도 거의 다 채워질 정도로 관심을 끌고 있다. 유사한 콘서트도 수없이 생겨나고 있다.
그는 “최근 하우스 콘서트에 대한 인식이 개선된 것은 기분이 좋지만, 그냥 돈 많은 사람이 유명한 연주자를 불러 연주하는 식의 콘서트도 적지 않게 생겨나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유명한 연주자만 데려와 연주하는 게 아니라 유망한 음악인을 발굴하고 그들이 여는 음악회의 판매 루트가 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또 연주자와 관객 간 직접적인 교감을 하는 원칙을 지켜가야겠죠.”
김용출 기자 kimgija@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