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생각] 2011년 11월 - 그 가수
- 등록일2011.11.01
- 작성자박창수
- 조회1740
그 가수
박창수 님 / 작곡가, 피아니스트
집에서 하는 연주회인‘하우스 콘서트’를 10년 가까이 해 왔다. 물론 이 사랑방의 손님은 관객과 연주자다. 클래식만 연주할 거라는 오해를 종종 사지만, 대중음악도 가끔 선보인다.
상업적인 이윤을 포기했기 때문에, 박한 출연료로 좋은 연주자를 섭외하는 것이 가장 어렵다. 겨우 술자리에서 안면만 튼 그 가수에게 며칠을 망설이다 수화기를 들었다. 어색한 인사 후에 한번 초청하고 싶다고 얘기하자 느릿느릿, 짧은 대답이 돌아왔다.“좋습니다.”
너무 쉬운 대답에 조금 불안해져 설명을 덧붙였다. 출연료는 보장할 수 없다. 그리고 여기선 마이크를 쓸 수 없다 등등. 어떤 가수에게나 무리한 요구였다. 그런데 이번에도 그는 선선히 대답했다.“그쪽에 맞추겠습니다.”통화 시간은 겨우 10분 남짓. 그 짧은 시간 이후 나는 그를 그저 노래 잘하는 가수에서 조금 특별한 가수로 인식하게 되었다.
공연 날, 그의 이름 하나만으로 적정 인원 50명 자리에 120명이 넘는 관객이 몰렸다. 하지만 관객들은 불평 없이 조금씩 양보하며, 계단까지 빼곡히 채웠다. 드디어 모습을 드러낸 가수. 숨소리와 표정, 열창할 때 잡히는 주름살과 그 위를 타고 흐르는 땀방울을 눈앞에서 본 관객들은 열광했다. 사실 그런 분위기에서 웬만한 연주자는 압도되게 마련이다. 그러나 땀을 흠뻑 흘리면서도 흔들림 없이 목청 터지게 노래를 뿜어내고, 그 좁은 틈을 신기할 만큼 비집고 다니며 모두에게 다가가고, 공연이 끝난 뒤 무릎 꿇고 사인해 주던 모습은 진정한 프로였다. 그 역시 그런 분위기가 새로웠는지, 이후에도 몇 번 하우스 콘서트를 찾아 주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지인이 대학 축제에 그를 초대하고 싶다며 출연료를 물어 왔다. 사실 나는 그때까지 그 문제에 대해 전혀 감이 없었다. 가수에게 전화하자, 매니저와 이야기하는 것이 좋겠다며 전화번호를 가르쳐 주었다. 그에게 매니저가 있는 것도 몰랐는데……. 전화를 걸어 학교 측의 제안을 전하자 대학 축제에서는 보통 얼마 받는다고 하는데 내심 놀랐다. 우리가 준 출연료와 차원이 달랐던 것이다. 미안한 마음이 들어 조심스럽게 물어보았다.“저……. 그런데 저희는 늘 조금밖에 드리지 못했는데 어떻게…….”
그러자 그 가수, 강산에 씨에게서는 한 번도 듣지 못한 답이 돌아왔다.“우리 형님이 거는 다른 데랑 다르다 캅디다.”
박창수 님 / 작곡가, 피아니스트
집에서 하는 연주회인‘하우스 콘서트’를 10년 가까이 해 왔다. 물론 이 사랑방의 손님은 관객과 연주자다. 클래식만 연주할 거라는 오해를 종종 사지만, 대중음악도 가끔 선보인다.
상업적인 이윤을 포기했기 때문에, 박한 출연료로 좋은 연주자를 섭외하는 것이 가장 어렵다. 겨우 술자리에서 안면만 튼 그 가수에게 며칠을 망설이다 수화기를 들었다. 어색한 인사 후에 한번 초청하고 싶다고 얘기하자 느릿느릿, 짧은 대답이 돌아왔다.“좋습니다.”
너무 쉬운 대답에 조금 불안해져 설명을 덧붙였다. 출연료는 보장할 수 없다. 그리고 여기선 마이크를 쓸 수 없다 등등. 어떤 가수에게나 무리한 요구였다. 그런데 이번에도 그는 선선히 대답했다.“그쪽에 맞추겠습니다.”통화 시간은 겨우 10분 남짓. 그 짧은 시간 이후 나는 그를 그저 노래 잘하는 가수에서 조금 특별한 가수로 인식하게 되었다.
공연 날, 그의 이름 하나만으로 적정 인원 50명 자리에 120명이 넘는 관객이 몰렸다. 하지만 관객들은 불평 없이 조금씩 양보하며, 계단까지 빼곡히 채웠다. 드디어 모습을 드러낸 가수. 숨소리와 표정, 열창할 때 잡히는 주름살과 그 위를 타고 흐르는 땀방울을 눈앞에서 본 관객들은 열광했다. 사실 그런 분위기에서 웬만한 연주자는 압도되게 마련이다. 그러나 땀을 흠뻑 흘리면서도 흔들림 없이 목청 터지게 노래를 뿜어내고, 그 좁은 틈을 신기할 만큼 비집고 다니며 모두에게 다가가고, 공연이 끝난 뒤 무릎 꿇고 사인해 주던 모습은 진정한 프로였다. 그 역시 그런 분위기가 새로웠는지, 이후에도 몇 번 하우스 콘서트를 찾아 주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지인이 대학 축제에 그를 초대하고 싶다며 출연료를 물어 왔다. 사실 나는 그때까지 그 문제에 대해 전혀 감이 없었다. 가수에게 전화하자, 매니저와 이야기하는 것이 좋겠다며 전화번호를 가르쳐 주었다. 그에게 매니저가 있는 것도 몰랐는데……. 전화를 걸어 학교 측의 제안을 전하자 대학 축제에서는 보통 얼마 받는다고 하는데 내심 놀랐다. 우리가 준 출연료와 차원이 달랐던 것이다. 미안한 마음이 들어 조심스럽게 물어보았다.“저……. 그런데 저희는 늘 조금밖에 드리지 못했는데 어떻게…….”
그러자 그 가수, 강산에 씨에게서는 한 번도 듣지 못한 답이 돌아왔다.“우리 형님이 거는 다른 데랑 다르다 캅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