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저널] 2011년 10월 - 피아니스트, 작곡가, 프리뮤직 연주가 박창수
- 등록일2011.10.01
- 작성자박창수
- 조회2066
피아니스트, 작곡가, 프리뮤직 연주가 박창수
창조에 창조를 거듭하는 그의 행보에는 끝 세로줄이 없다
1.즉흥연주 [卽興演奏]
연주자 자신의 감흥에 따라 악곡의 전부나 일부를 그 자리에서 만들어 내어 하는 연주
2.하우스콘서트[The House Concert]
집이 주는 편안함과 흐트러짐을 부담 없이 즐기고, 연주자와 같은 높이의 마룻바닥에 앉아 그들의 작은 땀방울, 숨소리까지 보고 들을 수 있는 작은 공연장
지난 8월, 금호아트홀에서 [아름다운 목요일]이라는 기획아래 ‘박창수의 프리뮤직 on screen’이라는 공연이 있었다. 4, 11, 18일, 사흘에 걸친 공연으로, 작곡자이자 피아노퍼포머인 박창수가 독일의 1920년대 ‘흑백무성영화’인 <일요일의 사람들>, <들고양이>, <아라비아의 하룻밤> 이 세 편의 영화를 보고 그 즉각적인 영감이나 감흥을 끌어내어 무성영화의 배경음악을 즉흥으로 연주하는 식이었다. 즉흥연주회 자체가 익숙하지 않은 우리나라의 청중들은 매우 신비로운 경험을 했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겨우 열 명, 특히 피아노에서는 세 명만이 즉흥연주의 맥을 이어가고 있다. 그 세 명 중 한 명인 박창수를 만나보았다.
형식과 자유를 오가는 희열
‘그가 음악과 관계를 맺지 않았다면 도대체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이런 의문이 들 정도로 그는 태어나서부터 음악인이 될 수 밖에 없는 사람이었다. 즉흥연주라는 것이 흐르고 있는 시간에 그 흐름을 깨지 않고 음악을 담아내는 행위이기 때문에 무대에 오르기 전에는 누구나 그렇듯이 긴장할 것이지만 그에게는 예외기 때문이다.
무대에 오르면 그의 타고난 재능과 뒷받침된 작곡에 대한 소견, 음악사적 안목, 그리고 피아노 테크닉으로써 자신의 음악을 풀어나가면 되는 것이다.
그의 말을 빌리자면, 클래식연주는 다년간 이미 검증되어 많이 연주되고 있는 곡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리고 현대음악의 연주는 앞으로 검증 받아야 할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 둘은 모두 형태를 가지고 있다. 이에 반해 즉흥연주는 무형의 음악으로 그 순간순간에 청중들에게 검증 받아야 하는 것이다. 바로 이것에서 그는 많은 매력을 느낀다. 어떠한 제약 없이,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광활한 세계를 즉흥이라는 틀 아닌 틀 안에서 나타내는 것이다. 이것은 또한 그에게 일종의 모험심을 갖게 한다.
“청중들은 즉흥음악을 감상하기 전엔 ‘미리 짜여진 음악이 아니기 때문에 새롭고 신선한 대신 좀 어설플 수도 있겠다’ 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좋은 즉흥연주를 위해서는 앞서 말한 작곡에 대한 수준 높은 이해와 연주력이 필요한데, 이런 것을 다 갖추고 연주에 적용을 한다면 일반 작품만큼, 또는 그 이상의 구성력을 보이게 될 것입니다. 아마도 저에겐 작곡전공이라는 메리트(merit)가 제 즉흥연주의 구조성, 논리성에 있어 타 전공보다 긍정적인 작용을 하는 것 같아요.”
이렇게 그는 매 연주마다 머릿속에 담긴 수많은 톱니바퀴들을 순간순간 맞춰가며 작품을 이루어가는 희열을 느낀다.
누구보다 빠르게, 남들과는 다르게
피아노를 배우지도 않았던 6살 꼬마에게 악보는 운명적인 것이었고, 아이는 느낌에 따라 오선지에 음표들을 적어나갔다. 타고났다는 것은 이런 그를 두고 말하는 것이리라. 8살 때는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으나 1달 만에 그만두고 대학생 시절까지 독학으로 피아노를 공부했다. 이미 그는 그 때부터 ‘남들이 하지 않은 것’을 추구했던 그의 성미가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그의 성격이 ‘하우스콘서트’라는 각광받는 프로젝트를 만들어냈다. 평범한 연희동의 단독주택 하나에서 시작된 선율은 부드러운 흐름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휘감았고, 도곡동으로 자리를 옮긴 현재까지 연주자 1200명, 청중 2만명, 291회 9년 2개월이라는 역사를 이루어냈다.
“저는 하우스콘서트 자체를 하나의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내년 여름쯤이면 하콘이 만들어진지 10년이 되니, 10년간 작곡되고 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죠.”
하우스콘서트를 줄여 ‘하콘’ 이라고 부르는 것을 좋아하는 청중들. 그들에겐 하우스콘서트는 이미 친근한 존재가 되어버린 듯 하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점점 창대해져 가는 하콘. ‘성공적’이라는 꼬리표를 붙여도 될 만하다. 그러나 폭발적인 주위 반응과 좋은 시선들에 둘러싸인 그지만 마냥 마음이 편치만은 않다.
“좋은 재료로 음식을 만든다고 모두 맛있는 음식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좋은 연주자들을 초청하는 그 자체로 모두 좋은 기획과 공연이 탄생되는 것도 아니죠. 좋은 기획과 공연을 위해서는 ‘어떻게’ 구조적으로 편성하느냐가 관건입니다. 이를 위해서 저는 다양한 신예들과 세월이 묻어난 원로들의 연주계획을 균형 있게 배치합니다. 혹자는 박창수의 하콘이 이름난 음악가들에게 많은 출연료(guarantee)를 주고 초청을 해서 작은 공간이지만 화려한 인맥으로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라는 착각을 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하콘을 찾는 연주자들은 물질에 연연하지 않습니다. 단지 그들은 청중들과 더 가까이서 호흡하여 기쁜 마음으로 연주를 마치는 것 자체에 보람을 느낍니다.
여느 공연과 달리 따로 대중매체를 통한 홍보 없이도 입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청중들. 그리고 그들로 하여금 피부로 음악을 느끼게 하고 싶은 박창수의 하콘. 그를 시작으로 국내에 많은 하콘이 자리를 잡았지만 올곧은 그의 음악대중화에 대한 의지는 쉼이 없다. 오늘도 그는 진실한 음악의 선율이 흐르고 흘러 우리나라 구석구석에 울러 퍼지길 소망한다.
글_최보배 기자
창조에 창조를 거듭하는 그의 행보에는 끝 세로줄이 없다
1.즉흥연주 [卽興演奏]
연주자 자신의 감흥에 따라 악곡의 전부나 일부를 그 자리에서 만들어 내어 하는 연주
2.하우스콘서트[The House Concert]
집이 주는 편안함과 흐트러짐을 부담 없이 즐기고, 연주자와 같은 높이의 마룻바닥에 앉아 그들의 작은 땀방울, 숨소리까지 보고 들을 수 있는 작은 공연장
지난 8월, 금호아트홀에서 [아름다운 목요일]이라는 기획아래 ‘박창수의 프리뮤직 on screen’이라는 공연이 있었다. 4, 11, 18일, 사흘에 걸친 공연으로, 작곡자이자 피아노퍼포머인 박창수가 독일의 1920년대 ‘흑백무성영화’인 <일요일의 사람들>, <들고양이>, <아라비아의 하룻밤> 이 세 편의 영화를 보고 그 즉각적인 영감이나 감흥을 끌어내어 무성영화의 배경음악을 즉흥으로 연주하는 식이었다. 즉흥연주회 자체가 익숙하지 않은 우리나라의 청중들은 매우 신비로운 경험을 했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겨우 열 명, 특히 피아노에서는 세 명만이 즉흥연주의 맥을 이어가고 있다. 그 세 명 중 한 명인 박창수를 만나보았다.
형식과 자유를 오가는 희열
‘그가 음악과 관계를 맺지 않았다면 도대체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이런 의문이 들 정도로 그는 태어나서부터 음악인이 될 수 밖에 없는 사람이었다. 즉흥연주라는 것이 흐르고 있는 시간에 그 흐름을 깨지 않고 음악을 담아내는 행위이기 때문에 무대에 오르기 전에는 누구나 그렇듯이 긴장할 것이지만 그에게는 예외기 때문이다.
무대에 오르면 그의 타고난 재능과 뒷받침된 작곡에 대한 소견, 음악사적 안목, 그리고 피아노 테크닉으로써 자신의 음악을 풀어나가면 되는 것이다.
그의 말을 빌리자면, 클래식연주는 다년간 이미 검증되어 많이 연주되고 있는 곡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리고 현대음악의 연주는 앞으로 검증 받아야 할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 둘은 모두 형태를 가지고 있다. 이에 반해 즉흥연주는 무형의 음악으로 그 순간순간에 청중들에게 검증 받아야 하는 것이다. 바로 이것에서 그는 많은 매력을 느낀다. 어떠한 제약 없이,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광활한 세계를 즉흥이라는 틀 아닌 틀 안에서 나타내는 것이다. 이것은 또한 그에게 일종의 모험심을 갖게 한다.
“청중들은 즉흥음악을 감상하기 전엔 ‘미리 짜여진 음악이 아니기 때문에 새롭고 신선한 대신 좀 어설플 수도 있겠다’ 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좋은 즉흥연주를 위해서는 앞서 말한 작곡에 대한 수준 높은 이해와 연주력이 필요한데, 이런 것을 다 갖추고 연주에 적용을 한다면 일반 작품만큼, 또는 그 이상의 구성력을 보이게 될 것입니다. 아마도 저에겐 작곡전공이라는 메리트(merit)가 제 즉흥연주의 구조성, 논리성에 있어 타 전공보다 긍정적인 작용을 하는 것 같아요.”
이렇게 그는 매 연주마다 머릿속에 담긴 수많은 톱니바퀴들을 순간순간 맞춰가며 작품을 이루어가는 희열을 느낀다.
누구보다 빠르게, 남들과는 다르게
피아노를 배우지도 않았던 6살 꼬마에게 악보는 운명적인 것이었고, 아이는 느낌에 따라 오선지에 음표들을 적어나갔다. 타고났다는 것은 이런 그를 두고 말하는 것이리라. 8살 때는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으나 1달 만에 그만두고 대학생 시절까지 독학으로 피아노를 공부했다. 이미 그는 그 때부터 ‘남들이 하지 않은 것’을 추구했던 그의 성미가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그의 성격이 ‘하우스콘서트’라는 각광받는 프로젝트를 만들어냈다. 평범한 연희동의 단독주택 하나에서 시작된 선율은 부드러운 흐름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휘감았고, 도곡동으로 자리를 옮긴 현재까지 연주자 1200명, 청중 2만명, 291회 9년 2개월이라는 역사를 이루어냈다.
“저는 하우스콘서트 자체를 하나의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내년 여름쯤이면 하콘이 만들어진지 10년이 되니, 10년간 작곡되고 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죠.”
하우스콘서트를 줄여 ‘하콘’ 이라고 부르는 것을 좋아하는 청중들. 그들에겐 하우스콘서트는 이미 친근한 존재가 되어버린 듯 하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점점 창대해져 가는 하콘. ‘성공적’이라는 꼬리표를 붙여도 될 만하다. 그러나 폭발적인 주위 반응과 좋은 시선들에 둘러싸인 그지만 마냥 마음이 편치만은 않다.
“좋은 재료로 음식을 만든다고 모두 맛있는 음식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좋은 연주자들을 초청하는 그 자체로 모두 좋은 기획과 공연이 탄생되는 것도 아니죠. 좋은 기획과 공연을 위해서는 ‘어떻게’ 구조적으로 편성하느냐가 관건입니다. 이를 위해서 저는 다양한 신예들과 세월이 묻어난 원로들의 연주계획을 균형 있게 배치합니다. 혹자는 박창수의 하콘이 이름난 음악가들에게 많은 출연료(guarantee)를 주고 초청을 해서 작은 공간이지만 화려한 인맥으로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라는 착각을 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하콘을 찾는 연주자들은 물질에 연연하지 않습니다. 단지 그들은 청중들과 더 가까이서 호흡하여 기쁜 마음으로 연주를 마치는 것 자체에 보람을 느낍니다.
여느 공연과 달리 따로 대중매체를 통한 홍보 없이도 입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청중들. 그리고 그들로 하여금 피부로 음악을 느끼게 하고 싶은 박창수의 하콘. 그를 시작으로 국내에 많은 하콘이 자리를 잡았지만 올곧은 그의 음악대중화에 대한 의지는 쉼이 없다. 오늘도 그는 진실한 음악의 선율이 흐르고 흘러 우리나라 구석구석에 울러 퍼지길 소망한다.
글_최보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