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2011년 8월 7일 - "음의 진동까지 온몸으로 느껴야 음악들은 것"
- 등록일2011.08.08
- 작성자박창수
- 조회1614
"음의 진동까지 온몸으로 느껴야 음악들은 것"
공연 300회 앞둔 하우스콘서트 주인장 박창수
(서울=연합뉴스) 임은진 기자 = "왜 콘서트를 꼭 콘서트홀에서만 들어야 할까?"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 박창수(47) 씨는 콘서트홀에서만 연주하는 기존 음악회에 대해 반발심을 가졌다. 그리고 그것은 집 마룻바닥에 앉아 음의 미세한 떨림까지도 느낄 수 있는 하우스콘서트를 국내에 정착시키는 힘이 됐다.
"고등학생 때부터 콘서트를 콘서트홀에서만 하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어요. 다른 방법이 없을까 생각하다 유럽에서는 집에서도 연주회를 연다는 것을 알게 됐고, 2002년부터 제 연희동 집에서 하우스콘서트를 시작했습니다. 벌써 올해 말이면 하우스콘서트를 연 지 300회가 되네요."
최근 서울 을지로에서 만난 박 씨는 하우스콘서트의 공연 횟수를 곰곰이 가늠해보며 수줍게 웃었다.
처음이라는 것이 늘 그렇듯 그의 하우스콘서트도 시작은 험난했다.
연주자를 초청하려고 해도 "집에서 무슨 음악회냐"라며 퇴짜 맞기 일쑤였다. 다른 연주회를 위한 연습 공연이 아니라 하우스콘서트만을 위한 프로그램 요청에 출연을 거절하는 연주자도 있었다.
그러나 연주자와 가까이 앉아 음악을 생생하게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이 입소문을 타면서 박 씨의 거실은 관객으로 점점 가득 찼다.
"멜로디뿐 아니라 음의 떨림까지도 온몸으로 느껴야 진짜 음악을 들었다고 할 수 있죠. 이를 위해 연주회가 열리는 거실의 네 면을 음의 진동을 잘 느낄 수 있는 나무로 꾸몄어요."
9년 전 하우스콘서트 시작 때부터 300회를 앞둔 지금까지 그가 굳게 지켜온 원칙이 있다.
하우스콘서트만을 위한 레퍼토리를 연주할 것,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관객은 모두 마룻바닥에 앉을 것, 연주자의 출연료로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연주회 수입의 절반을 줄 것, 그리고 관람료를 2만 원으로 고정할 것 등 4가지다.
덕분에 오스트리아 출신의 노장 피아니스트인 외르크 데무스도 출연료로 "단돈 100만 원"만 받기도 했다. 데무스가 연주회 한 번 열면서 받는 출연료는 최소 5천만 원이다. "데무스가 하우스콘서트의 프로그래밍과 예술의 본래 가치를 이해해줬던 것"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박 씨는 이러한 하우스콘서트를 서울 곳곳에 뿌리내리고 싶어서 콘서트 둥지를 연희동에서 아차산, 역삼동, 그리고 현재의 도곡동까지 여러 차례 옮겨 다녔다. 덕분에 하우스콘서트처럼 집에서 연주회를 여는 곳이 서울 시내에만 200여 곳이 생겼다.
"양은 분명히 많아졌지만, 마냥 기쁘지만은 않아요. 좋은 연주자만 유치하면 좋은 음악회가 되는 줄 아는 분들도 많거든요. 하우스콘서트의 본질은 화려한 것이 아닙니다. 음악 그 자체보다는 잘 차려입은 귀부인의 진주 목걸이처럼 자신의 이력을 장식하기 위해 콘서트를 열려는 분도 있어 아쉬워요."
그는 음악의 순수함을 위해 연주 실황을 녹음한 음반도 전혀 보정 작업을 하지 않고 내놓는다고 강조했다.
"데무스도 연주하다 보면 틀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 열정에 감동하는 것이죠. 요즘은 녹음 기술이 매우 발달해서 음정이 틀리더라도 모두 수정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만든 음악은 어디까지나 성형 미인인 셈이죠. 저희는 연주자가 실력이 있다고 해서 무조건 연주를 요청하지 않습니다. 아마추어라고 해도 저희 하우스콘서트의 순수함을 이해하는 사람을 우선으로 선정하죠."
그는 오는 12월 24일 여는 300회 공연은 특별하게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출연진을 공개하지 않을 생각이에요. 관객이 하우스콘서트를 믿는다면 누가 연주하는지 몰라도 콘서트에 올 것이라는 믿음 때문입니다. 300회 공연 출연진은 자원 봉사하는 저희 스태프에게도 비밀입니다.(웃음)"
engine@yna.co.kr
공연 300회 앞둔 하우스콘서트 주인장 박창수
(서울=연합뉴스) 임은진 기자 = "왜 콘서트를 꼭 콘서트홀에서만 들어야 할까?"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 박창수(47) 씨는 콘서트홀에서만 연주하는 기존 음악회에 대해 반발심을 가졌다. 그리고 그것은 집 마룻바닥에 앉아 음의 미세한 떨림까지도 느낄 수 있는 하우스콘서트를 국내에 정착시키는 힘이 됐다.
"고등학생 때부터 콘서트를 콘서트홀에서만 하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어요. 다른 방법이 없을까 생각하다 유럽에서는 집에서도 연주회를 연다는 것을 알게 됐고, 2002년부터 제 연희동 집에서 하우스콘서트를 시작했습니다. 벌써 올해 말이면 하우스콘서트를 연 지 300회가 되네요."
최근 서울 을지로에서 만난 박 씨는 하우스콘서트의 공연 횟수를 곰곰이 가늠해보며 수줍게 웃었다.
처음이라는 것이 늘 그렇듯 그의 하우스콘서트도 시작은 험난했다.
연주자를 초청하려고 해도 "집에서 무슨 음악회냐"라며 퇴짜 맞기 일쑤였다. 다른 연주회를 위한 연습 공연이 아니라 하우스콘서트만을 위한 프로그램 요청에 출연을 거절하는 연주자도 있었다.
그러나 연주자와 가까이 앉아 음악을 생생하게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이 입소문을 타면서 박 씨의 거실은 관객으로 점점 가득 찼다.
"멜로디뿐 아니라 음의 떨림까지도 온몸으로 느껴야 진짜 음악을 들었다고 할 수 있죠. 이를 위해 연주회가 열리는 거실의 네 면을 음의 진동을 잘 느낄 수 있는 나무로 꾸몄어요."
9년 전 하우스콘서트 시작 때부터 300회를 앞둔 지금까지 그가 굳게 지켜온 원칙이 있다.
하우스콘서트만을 위한 레퍼토리를 연주할 것,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관객은 모두 마룻바닥에 앉을 것, 연주자의 출연료로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연주회 수입의 절반을 줄 것, 그리고 관람료를 2만 원으로 고정할 것 등 4가지다.
덕분에 오스트리아 출신의 노장 피아니스트인 외르크 데무스도 출연료로 "단돈 100만 원"만 받기도 했다. 데무스가 연주회 한 번 열면서 받는 출연료는 최소 5천만 원이다. "데무스가 하우스콘서트의 프로그래밍과 예술의 본래 가치를 이해해줬던 것"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박 씨는 이러한 하우스콘서트를 서울 곳곳에 뿌리내리고 싶어서 콘서트 둥지를 연희동에서 아차산, 역삼동, 그리고 현재의 도곡동까지 여러 차례 옮겨 다녔다. 덕분에 하우스콘서트처럼 집에서 연주회를 여는 곳이 서울 시내에만 200여 곳이 생겼다.
"양은 분명히 많아졌지만, 마냥 기쁘지만은 않아요. 좋은 연주자만 유치하면 좋은 음악회가 되는 줄 아는 분들도 많거든요. 하우스콘서트의 본질은 화려한 것이 아닙니다. 음악 그 자체보다는 잘 차려입은 귀부인의 진주 목걸이처럼 자신의 이력을 장식하기 위해 콘서트를 열려는 분도 있어 아쉬워요."
그는 음악의 순수함을 위해 연주 실황을 녹음한 음반도 전혀 보정 작업을 하지 않고 내놓는다고 강조했다.
"데무스도 연주하다 보면 틀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 열정에 감동하는 것이죠. 요즘은 녹음 기술이 매우 발달해서 음정이 틀리더라도 모두 수정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만든 음악은 어디까지나 성형 미인인 셈이죠. 저희는 연주자가 실력이 있다고 해서 무조건 연주를 요청하지 않습니다. 아마추어라고 해도 저희 하우스콘서트의 순수함을 이해하는 사람을 우선으로 선정하죠."
그는 오는 12월 24일 여는 300회 공연은 특별하게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출연진을 공개하지 않을 생각이에요. 관객이 하우스콘서트를 믿는다면 누가 연주하는지 몰라도 콘서트에 올 것이라는 믿음 때문입니다. 300회 공연 출연진은 자원 봉사하는 저희 스태프에게도 비밀입니다.(웃음)"
engi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