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심] 2010년 11월 1일 - 문화공감
- 등록일2010.11.07
- 작성자박창수
- 조회1798
문화공감
청심, 문화에 길을 묻다.
문화를 통해 세상을 더 아름답고 가치있게 만드는 행복한 사람들의 이야기
음악가 박창수의 문화는 ‘배설행위’다.
문화, 예술이란 것은 사회를 반영하고 표출한 결과예요. 문화를 바꾼다는 건 결국 사회를 바꾼다는 것.
*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박창수와 하우스 콘서트
음악가 박창수씨의 집에서 열리는 하우스 콘서트는 2002년 7월 12일 첫 공연을 시작으로 2010년 11월 1일 현재 266회 공연됐다. 클래식과 프리뮤직을 비롯해 대중음악, 독립영화, 퍼포먼스 등 다양한 장르의 다양한 예술가들이 하우스 콘서트와 함께 하고 있다.
* 박창수, 하우스 콘서트로 소통하다.
2002년부터 시작했어요. 대규모 공연이나 행사들이 많이 생겨났었는데, 지금까지도 좋은 공연장에 가야만 좋은 문화를 향유할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그런 생각에 대한 거부감이 있었고, 실제적으로 어떤 것이 더 강렬함을 줄 수 있는지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결국 외로움 때문에 시작하게 된 것 같아요. 제가 하는 음악 장르가 대중적인 것도 아니었고, 실험적인 걸 많이 했기 때문에 ‘아웃사이더’라는 느낌을 가졌거든요.
* 수익성을 바라지 말 것, 순수한 마음으로 할 것
운영하기 위해 제가 세운 원칙이 있어요. 하우스 콘서트를 수익성으로 생각하면 안 된다는 것이 첫 번째 원칙이에요. 어떤 하우스 콘서트에서는 입장료를 20만원씩 받더라고요. 전 2만원 받아요. 10년 동안 안 올리기로 스스로 약속했거든요. 이것 말고 제가 스테프들에게 강요(?)하는 기준은 순수한 마음이에요. 스테프를 지원한다는 연락을 자주 받는데, 일단 하우스 콘서트에 한 번도 와보지 않은 사람은 바로 ‘아웃’이에요. 하우스 콘서트를 제대로 느껴보지도 못한 사람은 안 받아요. 까다롭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저와 같이 일해야 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제 기준에 맞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 마룻바닥을 타고 전해오는 연주자의 떨림
하우스 콘서트에서 듣는 소리와 공연장에서 듣는 소리하고는 천지(天地) 차이죠. 경험하지 못한 사람들은 잘 몰라요. 음악은 귀로만 듣는 게 아니라 피부의 진동으로도 느끼거든요. 그런데 대형 공연장에서는 깊은 울림이 전해지지 않아요. 관객이 마룻바닥에 않는 이유도 그거예요. 의자에 앉으면 그런 울림이 반감돼요. 어떤 분들은 하우스 콘서트가 연주는 좋은데 앉는 게 불편하다 고 하는데, 불편한 곳이 하우스 콘서트예요.
* 연주자, 관객, 스테프가 한 공간에 들어오다.
사실 연주자들한테는 매우 떨리는 무대예요. 공연장에서는 무대와 객석 사이에 물리적, 심리적 거리가 있거든요. 하우스 콘서트는 그런 것이 없기 때문에 연주하는 입장에서 부담스럽죠. 그런데도 연주자들의 만족도는 매우 높은 편이에요. 공연장에서는 연습한대로 열심히 연주하면 어느정도 커버되는 부분이 있지만, 여기서는 관객들의 반응이나 호흡에 따라 끌려 들어가기도 하고, 내가 끌어가기도 하거든요. 그러한 점에서 관객들과 직접 교감되는 느낌이 일반 공연장보다 많아요.
연주가 끝나고 관객들이 ‘너무 행복했어요, 고맙습니다’ 라고 말해 줄 때가 가장 행복해요. 보통 공연장에서는 관계자한테 그런 인사를 하지 않잖아요. 스테프들도 자부심이 대단하고요. 예전에 문화예술위원회에서 지원금을 받게 돼서, 스테프들한테 보수로 조금씩 나눠줄까 상의해 봤는데 안 받겠대요. 그 동안의 보람이 없어진다고요.
* 문화란 ‘배설행위’다.
문화란 ‘배설행위’라고 생각해요. 예술이란 것은 사회의 여러 단면들을 반영하고 표출 할 수 밖에 없거든요. 문화를 바꾼다는 건 결국 사회를 바꾼다는 의미예요. 좀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그렇게 표현하고 싶어요.
* 문화의 다양성을 존중하려면 조급함을 버려라.
문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다양성을 존중하는 거죠. 예전보다 많이 나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내 것이 최고다, 내 것만 좋다’라는 생각에 함몰되는 경우가 많아요. 사회 전반적으로 ‘빨리 만들어서 빨리 성과를 내자’는 조급함이 깔려 있어서 그런 것 같아요.
최근 문화 나눔이나 후원에 관심 있는 기업들도 많은데, 가장 안타까운 건 검증된 데만 투자하려고 한다는 거예요. 그러나 이미 일등을 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후원을 하지 않아도 충분히 기회를 보장 받잖아요. 정말 투자를 하고 싶다면 아직 발굴되지 않은 예술가나, 공연 사업에 후원을 해야 해요. 그런 사람이 후원 덕분에 빛을 보게 되면 정말 고마워 하겠죠. 당장의 이익만 생각하는 근시안적인 사고를 버리지 않으면 문화 후진국에서 벗어날 수 없어요.
* 사명감 같은 건 없어요. 그만 됐다 생각되면 다른 일을 찾을 거예요.
하우스 콘서트를 언제까지 할거냐?는 질문을 많이 받아요. 그 중에서는 평생 사명으로 가져가겠다 는 식의 대답을 원하시는 분들도 있는 것 같은데, 그런 사명감은 없어요. 아직까지는 제가 해야 할 역할이 있기 때문에 계속하지만, 그게 다하면 다른 일을 개척할 거예요.
몇 년 전부터 나중에 해야 할 일들을 서너 가지 준비하고 있는데, 그 역시도 돈 안 되는 일이네요. 음악과 관련된 것도 있고, 아닌 것도 있고요. 그래도 하우스 콘서트가 3,4년 안에 없어지진 않을 거구요. 최소한 10년은 넘어야죠.(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