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Prime Club] AUGUST 2010 - 눈앞에 펼쳐지는 감동, 하우스콘서트
  • 등록일2010.08.18
  • 작성자신호철
  • 조회2251
눈앞에 펼쳐지는 감동
하우스콘서트

음악과 생활이 어우러진 공간, 하우스콘서트의 가장 큰 장점은 연주자와 관객의 경계가 사라진다는 점일 것이다. 하우스콘서트에서는 연주자의 숨결까지 그대로 느끼며, 연주자와 관객이 교감하는 새로운 경험이 가능하다.
=동양종합금융증권 Writer_채의병 Photographer_이준호(주노스튜디오)


하우스콘서트란, 말 그대로 집에서 열리는 음악회. 집에서 음악회를 열고, 관객이 모인다는 것이 꽤 거창한 일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하지만 하우스콘서트의 가장 큰 장점은 연주자와 관객이 작은 공연장에서 함께할 수 있다는 점일 것이다. 작은 공연장에서 기대 이상의 더 큰 감동을 경험하는 관객이 많아지면서 하우스콘서트가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연주자와 관객의 교감
연주자의 숨결 하나까지 그대로 드러나기에 연주자에게는 하우스콘서트가 결코 쉬운 무대일 수 없다. 큰 무대에 설 때만큼이나 두렵고, 긴장되는 순간. 하지만 진정으로 자신의 음악을 즐기는 관객을 눈앞에서 확인하며, 자신의 모든 것을 보여주고자 혼신의 힘을 다하게 된다. 관객은 연주자와 교감하면서 행복해하고 매순간 열정적으로 호응해준다. 연주자와 관객이 서로 소통하고 함께 호흡하며 기쁨을 느끼게 되는 것이 바로 하우스콘서트. 국내 하우스콘서트는 이미 100여 개가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시행착오를 겪으며 금세 없어지는 곳들도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이다.
2002년 자신의 집에서 하우스콘서트를 시작한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인 박창수씨가 운영하는 박창수 하우스콘서트는 하우스콘서트의 시초이다. 클래식 공연뿐만 아니라 대중음악, 국악, 재즈, 퍼포먼스 등 다양한 공연을 선사하고 있는데 벌써 250회를 넘어섰다고 하니 가장 오래된 하우스콘서트라고도 할 수 있다.

온몸으로 느끼는 감동
“객석과 무대가 분리되지 않았다는 점이 하우스콘서트의 특징입니다. 물리적인 거리가 없어진 만큼 연주자와 관객 사이의 심리적인 거리도 자연스레 없어지지요. 또 하우스콘서트를 다니다 보면, 자신이 좋아하는 장르뿐만 아니라, 다른 장르의 음악으로 차츰 영역을 넓히게 됩니다. 대중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도 클래식까지 관심을 갖게 되고, 클래식을 좋아하는 사람도 대중음악을 듣는 기회를 갖게 되는 것이죠.”
박창수 하우스콘서트는 관객용 의자도 없고 오로지 마룻바닥을 고집한다. 단순히 귀로 음악을 듣는 것이 아니라, 마룻바닥을 통해 몸으로 전해지는 소리의 울림을 경험할 수 있게 해주기 위해서란다. 피부로 소리를 듣는 느낌 역시 특별한 체험이 될 수 있다는 것. 7월 한 달간 진행한 하우스콘서트 시리즈의 주제는 ‘언플러그드’로 크라잉넛, 강산에 등이 무대를 장식했다. 언플러그드 시리즈는 아무런 음향 효과 없이 목소리와 악기만으로 관객들에게 감동을 안겨주기 위한 의도로 기획되었다고 한다. 연주자에게도 관객에게도 특별한 시도가 되었다는 평이다. 8월에는 김응수와 채문영의 연주회가 있다. 현재 유럽음악계의 젊은 세대를 대표하는 바이올리니스트 김응수는 화려한 테크닉과 폭넓은 음악해석, 가슴을 울리는 연주로 이미 젊은 거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연주자이다. 피아니스트 채문영은 서울예고 재학 중 영국으로 건너가 장학생으로 학사 및 석사 학위를 마쳤고, 후진 양성에도 힘을 기울이고 있다. 쿠로다니 미야코의 퍼포먼스를 볼 수 있는 9월 공연도 흥미롭다. 쿠로다니 미야코는 1974년 인형극단에 입단, 인형사로 활동을 시작해, 1998년 현재까지 솔로 활동을 중심으로 제자들과 함께 독특한 작품들을 발표하고 있다. 현재 토호학원 대학 연극과에서 특별 강의를 담당하고 있다. 다양한 장르에서 최고 수준의 공연을 감상할 수 있는 행운이 존재하는 곳이 바로 박창수의 하우스콘서트이다.

열정적인 음악과 진솔한 대화
취재를 간 7월의 한 금요일 저녁, 폭우가 쏟아지는 악천후 속에 시작된 258회 공연을 위해 ‘우주히피’가 연주를 시작하였다. 기타, 베이스, 드럼이 어우러지는 경쾌한 리듬, 감미롭고 부드러운 음악이 흐르는 공간, 보컬의 독특한 음색에 빠져드는 관객들. 관객이 느끼기에는 마치 관객 한 사람 한 사람을 위해 연주를 하고 노래를 부르는 듯하다. 그만큼 연주를 직접적으로 느끼는 셈. 박수를 치거나 따라 부르는 사람도 있고, 저마다 흥에 겨워 리듬에 맞추다 보니 자연스레 몸도 흔들린다. 노래 중간 중간, 연주자는 노래를 작곡할 때의 느낌이나 생각에 대해서도 이야기하며 연주를 더욱 풍성하게 한다. 연주자의 진솔하면서도 위트있는 이야기에 관객들 사이에서는 웃음이 퍼지고, 친구와 대화를 나누듯이 편안하고 친밀한 기분에 사로잡히게 된다.
‘우주히피’의 베이스 연주자 김충선 씨는 연주자로서는 관객의 많고 적음보다 서로 얼마나 공감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한데, 그런 면에서 하우스콘서트는 연주자에게도 무척이나 감동적인 무대라고 말한다.
공연이 끝나면 보통은 와인 파티나 맥주 파티가 이어진다는 점이 하우스콘서트의 또 다른 매력. 연주자와 관객은 함께 사진을 찍기도 하고, 궁금했던 이야기들을 나누며 하나가 된다. 연주자와 관객이 음악과 공연에 대해 대화를 나누며 공감의 폭을 넓혀가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

개성을 살린 하우스콘서트
하우스콘서트를 운영하려면 기획과 섭외를 직접 해야 하기 때문에 어려움도 많다. 박창수 씨는 즉흥적으로 연주자를 선정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적인 맥락과 구성을 고려해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획이 이루어진다고 설명한다. 음악이나 연주자를 어떻게 배분하고 조화를 이룰 것인가가 관건이다. 이윤을 추구하는 공연이 아니기에 사실상 하우스콘서트는 적자를 면키 어렵다. 연주자에게도 많은 개런티를 줄 수 없지만 그래도 연주자들은 기꺼이 무대에 선다. 하우스콘서트의 매력에 빠진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하우스콘서트가 점차 많아지고 있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다. 박창수 씨는 하우스콘서트를 하고 싶다면 기존의 것을 흉내 내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스타일을 살린 하우스콘서트를 만들면 좋겠다고 말한다.
“각자가 개성을 살린 방식으로 하우스콘서트를 만들었으면 좋겠어요. 그렇지 않으면 한때의 유행처럼 일시적으로 나타났다가 곧 없어지게 되겠죠. 모든 조건이 갖추어지고, 여유가 있어야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누구라도 자신의 환경에 맞게 기획하고 시작해 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우스콘서트는 형식이 중요한 게 아니다. 아주 쉽게 생각하면, 작은 집에서 단 몇 명이 모여서도 할 수 있을 것이다. 피아노를 치는 아이가 가족이나 친구 앞에서 연주를 하고, 진심어린 박수를 받는 장면을 상상해 본다. 음악이 있고, 감동이 있다면 그곳이 바로 하우스콘서트의 현장이 될 수 있을 터. 자신의 일상에 음악을 채워 넣고, 생활에 리듬을 만들어 보려는 작은 노력들이 삶을 더욱 활기차게 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