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증권人] 2010년 6월호(Vol.97) - 맛있는 트랜드 House Concert
  • 등록일2010.06.08
  • 작성자박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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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트랜드

House Concert




이제는 작은 공간에서의 콘서트로 의미가 확대되기도 했지만 하우스 콘서트는 집에서 시작된 작고 소박한 음악회이다.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하우스콘서트를 시작할 무렵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치밀한 기획이나 화려한 마케팅 수단도 없었고 뛰어난 연주자들을 섭외 할 자본을 갖추지도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하우스 콘서트는 이제 대중속으로 파고든 하나의 문화가 되었다. 필자가 진행하는 하우스 콘서트는  250회가 넘는 공연을 치러냈고, 많은 관객들에게 더 좋은 연주를 들려줄 수 있는 공간으로 성장해 왔다. 많은 사람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햇수로 9년 동안 하우스 콘서트를 운영하면서 얻게 된 것은 공터에 천막만 있어도 좋은 공연을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이다.





연주자, 관객, 스태프가 한 공간에서 어우러지다.



처음부터 하우스 콘서트는 대형 기획사나 공연장과는 다른 취지와 목적으로 시작되었다. 따라서 하우스 콘서트의 연주는 관객들에게 기존의 공연장과는 다른 경험과 감동을 제공한다. 하우스 콘서트를 여는 사람들에게 특별한 손님은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하우스 콘서트의  문은 누구에게나 열려있고, 그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관객들이라면 모두 특별한 손님이다. 애초에 연주자나 스태프들이 따로 드나드는 문 같은 것은 없다. 연주자만의 무대가 사라지고 관객과 스태프들의 낯선 거리가 사라질 때, 대형 공연장에 들어갈 때 느껴지던 엄숙함 또한 사라진다. 관객, 연주자, 스태프들이 한 공간 안에서 가깝게 호흡하고 교감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야말로 하우스 콘서트가 변함 없이 지켜온 최우선의 원칙이다.



관객들은 악기의 소리만 듣는 것이 아니라 연주자의 숨소리와 표정을 느낀다. 그래서 때때로 연주자들은 하우스 콘서트에서의 연주가 쉽지만은 않다고 고백한다. 하우스 콘서트 공연은 결코 뛰어난 연주자들이 리허설을 하는 무대가 아니다. 오히려 소수의 관객에게, 그것도 무척이나 가까운 거리에서 모든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관객에게 들려주는 특별한 무대이다. 필자가 진행하는 하우스 콘서트에서는 1회부터 지금까지 매번 현장의 소리를 녹음해 왔다. 많은 사람들이 그 소리에 놀라고 녹음 장비가 요란하지 않다는 것에 다시 한 번 놀라워한다. 좋은 녹음은 기계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귀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렇듯 좋은 공연장과 시설, 좋은 악기를 갖춘다고해서 훌륭한 공연이 만들어지지는 않는다.



연주자 역시 마찬가지이다. 사람들은 유명한 연주자들의 연주만이 뛰어날 것이라고 예상한다. 그러나 연주자의 프로필이 그 연주자의 연주력을 담보해주는 것은 아니다. 하우스 콘서트에서 무대 아닌 무대에 오른 연주자들의 공연을 본 관객들은 누구보다 그것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오히려 아직 음반 한 장 발매하지 않은 신인에게서 그 어떤 연주자의 연주에서도 느낄 수 없었던 감동을 느낄 수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연주자와 관객의 마음이 소통하는 공간



애초에 하우스 콘서트의 목적은 이윤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었다. 이윤을 추구하거나 다른 목적을 갖고 있었다면 하우스 콘서트의 매력은 그 빛을 잃어버렸을 것이다. 하우스 콘서트는 연주자와 관객의 마음이 소통하는 공간을 만들고, 가능성 있는 연주자와 다양한 음악들을 펼쳐 보일 수 있는 새로운 공간에 대한 실험이고 도전이었다. 그 중에서도 연주자와 관객의 유기적인 관계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관객들은 아무런 장비도 거치지 않고 들려오는 악기 고유의 소리에 감탄하고 공연이 끝나고 난 후에는 쉽게 낯선 사람들과도 대화를 나눈다. 연주자들 또한 하우스 콘서트가 언론이나 전문가들의 평가가 아닌 바로 앞의 관객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관객들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기회가 된다고 말한다. 그들을 그토록 가깝게 만들어 주는 것은 바로 그날의 공연일 것이다.



필자와 하우스 콘서트의 스태프들은 전문 기획자들이 아니다. 하물며 음악을 전문적으로 공부하지 않은 스태프들도 많이 있었다. 지금까지 하우스 콘서트가 열려온 공간은 공연만을 목적으로 하는 공간은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은 전문 기획자, 전문 공연장 못지 않은 곳도 많다. 하우스 콘서트가 지금까지 필요로 했던 것은 자본도 마케팅도 아니었다. 음악을 사랑하는 마음, 더 좋은 음악, 새로운 음악을 들려줄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자 하는 마음에서 이 모든 것이 비롯된 것이다.



이제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하면 하우스 콘서트를 잘 운영할 수 있는지 조언을 부탁한다. 그것은 무엇보다 하우스 콘서트가 잘 성장해 왔다는 반증일 것이다. 누구든 이런 공연을 운영할 수 있다. 하지만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내실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화려하고 요란하지 않아도 오랫동안 관객들에게 문을 열어둘 수 있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 이제는 하우스 콘서트를 펼치는 작은 연주 공간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모쪼록 그 공간들이 각자의 개성과 자생력을 가진 공연장으로 거듭나고, 더 많은 연주자와 관객들에게 새로운 의미를 주는 공간의 역할을 할 수 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리고 그런 공간들이 다양하게 활성화될 때, 공연 문화뿐만 아니라 우리가 누릴 수 있는 음악 역시 다채로워질 것이다.



글 박창수

작곡가, 피아니스트, 한국 최초 하우스 콘서트 진행, 전주세계소리축제.아타락시아.Voice of Asia.서울 프리뮤직 페스티벌 음악 감독, 저서<하우스 콘서트, 그 문을 열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