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2009년 6월 25일 - 거실로 들어온 예술, 하우스 콘서트
- 등록일2009.06.25
- 작성자박창수
- 조회2260
[week&CoverStory] ‘개콘’은 알아도 ‘하콘’은 모른다?
거실로 들어온 예술, 하우스 콘서트
“지루한데 신나는 곡으로 분위기 좀 띄워주시면 안 돼요?”
관객이 연주자에게 이런 부탁을 할 수 있는 공연장이 있을까? 어림없는 얘기처럼 들린다. 그런데 실제로 이런 공연장이 있다. 이달 11일 서울 신당동 가례헌에서 열렸던 국악 콘서트에선 이런 일이 벌어졌다. 언뜻 들으면 예의 없는 관객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연주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흔쾌히 ‘그럽시다’고 대답했다. 그러곤 곧바로 월드컵을 모티브로 한 창작 판소리로 흥을 돋웠다.
공연자와 관객의 경계가 이렇게 무너져 있는 ‘요상한’ 콘서트들이 지금도 도처에서 열리고 있다. ‘하우스 콘서트’다. 말 그대로 집에서 여는 음악회다. 주택가에 있는 일반 주택에서, 영세 공장들이 몰려 있는 지역의 건물 꼭대기에서, 작은 카페와 레스토랑에서 콘서트가 열린다. 공연장이 아니다 보니 높은 곳이 무대이고, 그 앞이 객석이라는 개념도 없다. 연주자가 있는 곳이 무대고, 관객이 앉은 곳이 객석이다. 둘 사이에 경계가 없다 보니, 둘은 마구 섞인다. 음악을 듣다가 모르겠으면 묻기도 한다. 그러면 연주자는 때론 시원하게, 때론 ‘그것도 모르느냐’고 핀잔을 하면서 설명을 해준다. 그런가 하면 공연 도중 이야기를 주고받다 수다로 흐르기도 한다. 공연 후 뒤풀이에선 관객이 연주자가 되고, 연주자가 관객이 되기도 한다.
하우스 콘서트는 원래 유럽의 살롱 음악회에서 시작됐다. 과거 유럽의 귀족들이 자기가 후원하는 음악가를 집으로 불러 음악을 감상하던 것에서 유래한 것이다. 그렇다고 하우스 콘서트가 상류층의 놀이문화에 그쳤던 것은 아니다. 당대의 내로라하던 예술가들이 참여해 새로운 창작물을 발굴하거나, 재기 발랄한 신인을 찾아내는 일종의 아트 마켓 역할도 했다.
국내에서 열리는 하우스 콘서트 중에 이런 의미를 살리려 하는 곳이 있다. 이런 곳에 가면 쉽게 접할 수 없는 유명 음악가의 새로운 곡을 들을 수 있다. 처음 보는 음악가의, 예상을 뒤엎는 열정적인 무대를 볼 수도 있다. 공연 내내 소리가 몸을 타고 올라와 짜릿짜릿해지고, 공연 후에 와인과 막걸리로 수다의 밤을 보낼 수 있는 곳. 이제 우리는 하우스 콘서트의 세상으로 간다.
글=이가영·한은화 기자,
사진=권혁재 전문기자, 강정현 기자 shotgun@joongang.co.kr>
요상한 콘서트
코앞의 유명 연주자 숨소리까지 들린다
좌석은 선착순, 누워서 보라고 부추기기도 한다
하우스 콘서트 ‘초짜’라도 이것만 알면 얼마든지 즐길 수 있다. 하우스 콘서트를 여는 주인장들이 자주 받은 질문을 모아 대답을 찾았다.
어떻게 참가하나 - 예매가 필요 없는 공연이 많다. 각 하우스 콘서트의 인터넷 홈페이지를 참조해 공연 날짜와 시간에 맞춰 그냥 가면 된다. 예매가 필요할 때도 있다. ‘박창수의 하우스 콘서트’의 경우 1년에 3~4번 정도 예약 공연을 한다. ‘가례헌’의 경우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예약을 해도 되지만 그냥 가도 볼 수 있다.
좌석 - 먼저 가서 앉는 곳이 좌석이다. 선착순 입장이므로 일찍 가면 좋은 자리를 잡을 수 있다.
관람 자세 - 공연자와 관객이 밀착해서 공연을 하다 보니, 공연 중에 관객이 옆사람과 수다를 떠는 내용을 듣고 공연자가 말을 걸기도 한다. 궁금한 것이 있으면 언제든지 손을 들고 물어본다. 관객이 요청하면 즉석연주도 해준다. 드레스 코드도 따로 없다. 공연을 누워서 보라고 권장하는 곳도 있다.
뒤풀이 - 하우스 콘서트의 뒤풀이는 소박하다. 공연자와 관객이 섞여서 공연 평을 격식 없이 주고받는다. 꼭 끝까지 남아서 참석하는 게 좋다.
박창수 하우스 콘서트
김선욱부터 강산에까지 다양한 무대
하우스 콘서트를 제대로 즐기려면 방석 없이 마루에 앉는 게 좋다. 아주 미세한 음의 진동까지도 마루를 통해 신경을 타고 찌릿찌릿 올라온다. 몸으로 음악을 듣는 것이다.
서울 연희동 주택에서 하우스 콘서트를 여는 주인장 박창수(45)씨는 “큰 공연장에서는 귀로만 소리를 듣지만 이곳에서는 온몸으로 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했다. 2002년 처음 시작한 박창수 하우스 콘서트는 19일로 226회를 맞았다. 서울예고 재학 시절 친구들과 집에서 연습하면서 집 콘서트를 만들어 보겠다는 꿈을 꿨고, 20년이 지난 뒤 자택 2층을 터서 공연장을 만들었다. 그의 콘서트에는 지금까지 600여 명의 예술가가 출연했다. 연인원으로 따지면 1000여 명에 이르고, 관객은 1만2000여 명이 다녀갔다.
피아니스트 김선욱부터 가수 강산에까지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연주된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거장도 찾았다. 오스트리아의 피아니스트 외르크 데무스는 공연을 한 뒤 “관객과 바로 앞에서 함께 호흡하니 너무 행복하다. 한국에 올 때 꼭 다시 찾겠다”고 했을 정도다. 그러다 보니 2011년까지 공연 스케줄이 꽉 찬 상태다. 공연은 3부로 나뉜다. 1부는 ‘본 공연’이고, 2부는 뒤풀이인 ‘와인파티’, 3부는 뒤풀이 중에 열리는 ‘즉석공연’이다. 그만큼 하우스 콘서트의 뒤풀이는 유명하다.
하우스 콘서트는 지난해 10월 200회를 기점으로 박씨의 자택을 떠나 여행 중이다. 사당동·역삼동 등 다른 장소를 빌려 공연 중이다. 박씨는 “그 지역에 하우스 콘서트가 뭔지 정석을 보여줌으로써 문화의 흐름을 바꾸고 싶다”고 했다. 공연=격주 금요일 오후 8시/관람료 2만원(예약 공연 3만원)/010-2223-7061, www.freepiano.net
가례헌
국악 공연 끝나면 동동주·파전 뒤풀이
국악 하우스 콘서트도 있다. 서울 신당동 ‘가례헌’에서다. 지하철로 가면 된다. 지하철 5·6호선 환승역인 청구역에서 이면도로로 100여m를 따라 올라가면 재래시장과 낡은 건물들 사이로 허름한 연노란 건물이 나타난다. 1951년 세워진 영세 원단 하청공장 건물이다. 뜻밖에도 이 빌딩의 맨 꼭대기층에서 콘서트가 열린다. 엘리베이터도 없어 5층까지 걸어 올라가야 한다.
비록 허름하지만 2001년부터 8년째 계속된 ‘목요 예술의 밤’은 18일로 94회를 맞았다. 갈수록 관객들이 늘어 초창기엔 수개월에 한 번씩 하던 공연이 몇 년 전부터 격주로 자리를 잡더니 이달부터는 매주 이어진다.
기악·소리·춤이 한꺼번에 어우러지는 것도 이 집 콘서트의 매력이다. 대금독주, 대금-해금 이중주, 입춤, 경기민요, 서도민요에 판소리까지 등장하는 식이다. 공연은 가례헌 주인장 박정욱(44)씨의 ‘오락가락’으로 마무리된다. 관객들과 함께하는 ‘진도아리랑’도 빼놓을 수 없다. 경남 거창의 몰락한 종가의 6남매 중 막내인 그는 고교 중퇴 후 무작정 상경, 우연히 서도소리 인간문화재 김정연 선생을 만나 이 길로 들어섰다. 박씨는 ‘배뱅이굿’ 완창 공연을 수차례 연 실력파다.
가례헌 콘서트에서 절대 빼먹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공연 전 제공되는 저녁 식사와 뒤풀이 상에 오르는 동동주와 파전이다. 공연 시작 1시간 전에 도착해 1만원을 내면 박씨의 어머니가 내놓는 맛있는 저녁밥을 즐길 수 있다. 공연이 끝나면 동동주와 파전도 내놓는다. 1만원으로 즐길 수 있는 최대치를 본 듯하다. 공연=매주 목요일 오후 8시/서울 신당동 387-25 무학빌딩 5층, 02-2232-5749, cafe.daum.net/gareheon
오픈 스투디오 21
연주자 무료 출연, 문화를 기부한다
서울 역삼동 주택가에 있는 ‘오픈 스투디오21’은 매달 두 번씩 앙상블 공연을 한다. 초등학교부터 대학까지 16년 지기인 피아니스트 최수연·배은경(43)씨가 함께 의기투합해 연 하우스 콘서트장이다. 문을 연 것은 지난해 11월. 짧은 연륜에도 눈길을 끄는 것은 수익금을 모두 기부한다는 점이다. YWCA의 폭력 피해 여성 쉼터 기금과 빈곤층 자녀 장학금으로 보낸다.
처음부터 기부가 목적은 아니었다. “딸이 대학에 들어간 뒤 이젠 문화를 나누고 싶다는 생
각이 들더군요.” 전문연주자로 활동하는 최씨는, 그래서 궁리를 하다 배씨가 이사로 재직 중 인 YWCA에 기부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관람료(일반 2만원, 대학생 1만5000원 로다과 준비와 연주자 개런티를 제하면 남는 게 없었다. 다행히 기부를 한다니 연주자들이 무료로 출연해 주면서 고민이 풀렸다. 대신 최씨가 다른 연주자들의 공연에 피아노 협주로 ‘품앗이’를 하면서 ‘빚’을 갚곤 한단다. 13일 열린 첼리스트 정재윤씨와 최씨의 앙상블 공연 ‘화양연화’엔 50여 명이 왔다. 공연 뒤엔 간단한 저녁 식사를 하며 출연자들과 얘기를 나눌 수 있다. 공연=격주 토요일 오후 2시/서울 역삼동 609-21
MI 빌딩 지하 1층, 02-558-9041, openstudio21.com
돌체
“관객 수준 높아 대형 공연보다 더 긴장”
660회. 경기도 일산의 돌체 고전음악감상실에서 열린 음악회 횟수다. 1999년 시작된 돌체 음악회는 하우스 콘서트의 효시라 할 만하다. 그리고 지금은 웬만한 클래식 연주자들과 동호인들은 다 아는 유명 콘서트로 자리 잡았다. 김종수(55) 사장은 “유럽 여행 중 파리 소극장에서 만난 ‘살롱 음악회’에 반해 돌체를 차리게됐다”고 말했다. 처음엔 관객이 100~150여 명 오는 바람에 자리가 모자랄 정도였다. 하지만 요즘은 30~50여 명이 찾는다. 그만큼 클래식만으론 하우스 콘서트가 어렵다. 그래도 김 사장은 클래식을 포기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했다.
장마를 알리는 비가 추적추적 내린 20일 오후. 돌체에선 피아노 3중주단 ‘노바 트리오’의 공연이 열렸다. 연주자들은 모두 드레스를 차려입었고, 30여 명의 관객은 진지했다. 바이올리니스트인 김사강씨는 “연주자 입장에선 크든 작든 연주 공간과 기회가 많이 있을수록 좋은 일”이라며 “돌체 공연은 수준 높은 관객과 관람 태도 때문에 서울의 대형 공연장에 비해 오히려 더 긴장된다”고 말했다. 공연=매주 토·일 중 하루 또는 토·일 양일, 오후 8시/관람료 1만원/경기도 고양시 장항동 817-1, 031-902-4953, cafe.daum.net/dolceclassic
미술관 작은 음악회
비싸야 몇 천원이죠
하우스 콘서트 외에도 작은 공간에서 연주자와 함께 호흡하며 즐길 수 있는 음악회가 많다. 그중에 전시도 보고 음악도 들을 수 있는 ‘미술관 음악회’가 인기다. 공짜가 대부분이지만 관람료를 내더라도 몇 천원이면 충분하다.
대림미술관=매달 둘째, 넷째 주 토요일에 재즈콘서트를 연다. 공연은 오후 3시부터 약 한 시간. 미술관 테라스에서 바라보는 북악산과 인왕산 등 탁 트인 전망과 콘서트가 잘 어울린다. 현재 전시 중인 ‘지구를 인터뷰하다: 사진으로 바라본 기후변화’전도 감상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다. 입장객 한 명을 추첨해 공연 티켓을 주는 등 입장객을 상대로 다양한 이벤트를 펼쳐 알뜰족 커플들에게 인기다. 입장료는 2000원.
국립현대미술관=매월 마지막 토요일, 클래식 음악회인 ‘토요초대석’을 무료로 연다. 미술관 대강당에서 음악회를 하며,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선착순으로 접수한다. 만 5세 미만은 관람 불가. 27일에는 누리 브라스 앙상블의 초청 공연이 열린다.
고은사진미술관=부산에 있는 이 미술관에선 매월 사진이 있는 작은 음악회를 연다. 클래식부터 국악까지 다양한 장르의 곡이 연주되는 음악회에는 작품을 전시 중인 사진작가도 항상 참석해 관객과 자연스레 섞인다. 음악회는 사전에 예약한 50명만 들어갈 수 있다. 미술관 1층 카페에서 와인과 다과를 곁들이며 관객들은 연주자·사진작가와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서울시립미술관=매년 두 번 무료로 야외 음악회를 연다. 다음 달 9일에 ‘도시, 꿈을 꾸다’는 주제로 음악회가 열린다. 이번 공연에는 팝재즈 밴드 ‘푸딩’의 리더였던 김정범의 프로젝트 그룹 푸디토리움과 아카펠라 그룹 스윗소로우, 재즈 피아니스트 송영주 트리오가 출연한다. 다음 공연은 10월에 있을 예정이다.
금산 갤러리=매달 전시가 바뀔 때마다 ‘미술과 함께하는 음악회’를 연다. 무료다. 높은 층고의 갤러리 안에서 열리는 음악회는 울림이 좋아 음악가들에게도 인기다. 일본 작가의 전시가 있을 경우 일본 피아니스트를 초청해 독주회를 여는 등 전시와 음악회의 성격을 맞추는 것이 특징이다.
거실로 들어온 예술, 하우스 콘서트
“지루한데 신나는 곡으로 분위기 좀 띄워주시면 안 돼요?”
관객이 연주자에게 이런 부탁을 할 수 있는 공연장이 있을까? 어림없는 얘기처럼 들린다. 그런데 실제로 이런 공연장이 있다. 이달 11일 서울 신당동 가례헌에서 열렸던 국악 콘서트에선 이런 일이 벌어졌다. 언뜻 들으면 예의 없는 관객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연주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흔쾌히 ‘그럽시다’고 대답했다. 그러곤 곧바로 월드컵을 모티브로 한 창작 판소리로 흥을 돋웠다.
공연자와 관객의 경계가 이렇게 무너져 있는 ‘요상한’ 콘서트들이 지금도 도처에서 열리고 있다. ‘하우스 콘서트’다. 말 그대로 집에서 여는 음악회다. 주택가에 있는 일반 주택에서, 영세 공장들이 몰려 있는 지역의 건물 꼭대기에서, 작은 카페와 레스토랑에서 콘서트가 열린다. 공연장이 아니다 보니 높은 곳이 무대이고, 그 앞이 객석이라는 개념도 없다. 연주자가 있는 곳이 무대고, 관객이 앉은 곳이 객석이다. 둘 사이에 경계가 없다 보니, 둘은 마구 섞인다. 음악을 듣다가 모르겠으면 묻기도 한다. 그러면 연주자는 때론 시원하게, 때론 ‘그것도 모르느냐’고 핀잔을 하면서 설명을 해준다. 그런가 하면 공연 도중 이야기를 주고받다 수다로 흐르기도 한다. 공연 후 뒤풀이에선 관객이 연주자가 되고, 연주자가 관객이 되기도 한다.
하우스 콘서트는 원래 유럽의 살롱 음악회에서 시작됐다. 과거 유럽의 귀족들이 자기가 후원하는 음악가를 집으로 불러 음악을 감상하던 것에서 유래한 것이다. 그렇다고 하우스 콘서트가 상류층의 놀이문화에 그쳤던 것은 아니다. 당대의 내로라하던 예술가들이 참여해 새로운 창작물을 발굴하거나, 재기 발랄한 신인을 찾아내는 일종의 아트 마켓 역할도 했다.
국내에서 열리는 하우스 콘서트 중에 이런 의미를 살리려 하는 곳이 있다. 이런 곳에 가면 쉽게 접할 수 없는 유명 음악가의 새로운 곡을 들을 수 있다. 처음 보는 음악가의, 예상을 뒤엎는 열정적인 무대를 볼 수도 있다. 공연 내내 소리가 몸을 타고 올라와 짜릿짜릿해지고, 공연 후에 와인과 막걸리로 수다의 밤을 보낼 수 있는 곳. 이제 우리는 하우스 콘서트의 세상으로 간다.
글=이가영·한은화 기자,
사진=권혁재 전문기자, 강정현 기자 shotgun@joongang.co.kr>
요상한 콘서트
코앞의 유명 연주자 숨소리까지 들린다
좌석은 선착순, 누워서 보라고 부추기기도 한다
하우스 콘서트 ‘초짜’라도 이것만 알면 얼마든지 즐길 수 있다. 하우스 콘서트를 여는 주인장들이 자주 받은 질문을 모아 대답을 찾았다.
어떻게 참가하나 - 예매가 필요 없는 공연이 많다. 각 하우스 콘서트의 인터넷 홈페이지를 참조해 공연 날짜와 시간에 맞춰 그냥 가면 된다. 예매가 필요할 때도 있다. ‘박창수의 하우스 콘서트’의 경우 1년에 3~4번 정도 예약 공연을 한다. ‘가례헌’의 경우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예약을 해도 되지만 그냥 가도 볼 수 있다.
좌석 - 먼저 가서 앉는 곳이 좌석이다. 선착순 입장이므로 일찍 가면 좋은 자리를 잡을 수 있다.
관람 자세 - 공연자와 관객이 밀착해서 공연을 하다 보니, 공연 중에 관객이 옆사람과 수다를 떠는 내용을 듣고 공연자가 말을 걸기도 한다. 궁금한 것이 있으면 언제든지 손을 들고 물어본다. 관객이 요청하면 즉석연주도 해준다. 드레스 코드도 따로 없다. 공연을 누워서 보라고 권장하는 곳도 있다.
뒤풀이 - 하우스 콘서트의 뒤풀이는 소박하다. 공연자와 관객이 섞여서 공연 평을 격식 없이 주고받는다. 꼭 끝까지 남아서 참석하는 게 좋다.
박창수 하우스 콘서트
김선욱부터 강산에까지 다양한 무대
하우스 콘서트를 제대로 즐기려면 방석 없이 마루에 앉는 게 좋다. 아주 미세한 음의 진동까지도 마루를 통해 신경을 타고 찌릿찌릿 올라온다. 몸으로 음악을 듣는 것이다.
서울 연희동 주택에서 하우스 콘서트를 여는 주인장 박창수(45)씨는 “큰 공연장에서는 귀로만 소리를 듣지만 이곳에서는 온몸으로 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했다. 2002년 처음 시작한 박창수 하우스 콘서트는 19일로 226회를 맞았다. 서울예고 재학 시절 친구들과 집에서 연습하면서 집 콘서트를 만들어 보겠다는 꿈을 꿨고, 20년이 지난 뒤 자택 2층을 터서 공연장을 만들었다. 그의 콘서트에는 지금까지 600여 명의 예술가가 출연했다. 연인원으로 따지면 1000여 명에 이르고, 관객은 1만2000여 명이 다녀갔다.
피아니스트 김선욱부터 가수 강산에까지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연주된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거장도 찾았다. 오스트리아의 피아니스트 외르크 데무스는 공연을 한 뒤 “관객과 바로 앞에서 함께 호흡하니 너무 행복하다. 한국에 올 때 꼭 다시 찾겠다”고 했을 정도다. 그러다 보니 2011년까지 공연 스케줄이 꽉 찬 상태다. 공연은 3부로 나뉜다. 1부는 ‘본 공연’이고, 2부는 뒤풀이인 ‘와인파티’, 3부는 뒤풀이 중에 열리는 ‘즉석공연’이다. 그만큼 하우스 콘서트의 뒤풀이는 유명하다.
하우스 콘서트는 지난해 10월 200회를 기점으로 박씨의 자택을 떠나 여행 중이다. 사당동·역삼동 등 다른 장소를 빌려 공연 중이다. 박씨는 “그 지역에 하우스 콘서트가 뭔지 정석을 보여줌으로써 문화의 흐름을 바꾸고 싶다”고 했다. 공연=격주 금요일 오후 8시/관람료 2만원(예약 공연 3만원)/010-2223-7061, www.freepiano.net
가례헌
국악 공연 끝나면 동동주·파전 뒤풀이
국악 하우스 콘서트도 있다. 서울 신당동 ‘가례헌’에서다. 지하철로 가면 된다. 지하철 5·6호선 환승역인 청구역에서 이면도로로 100여m를 따라 올라가면 재래시장과 낡은 건물들 사이로 허름한 연노란 건물이 나타난다. 1951년 세워진 영세 원단 하청공장 건물이다. 뜻밖에도 이 빌딩의 맨 꼭대기층에서 콘서트가 열린다. 엘리베이터도 없어 5층까지 걸어 올라가야 한다.
비록 허름하지만 2001년부터 8년째 계속된 ‘목요 예술의 밤’은 18일로 94회를 맞았다. 갈수록 관객들이 늘어 초창기엔 수개월에 한 번씩 하던 공연이 몇 년 전부터 격주로 자리를 잡더니 이달부터는 매주 이어진다.
기악·소리·춤이 한꺼번에 어우러지는 것도 이 집 콘서트의 매력이다. 대금독주, 대금-해금 이중주, 입춤, 경기민요, 서도민요에 판소리까지 등장하는 식이다. 공연은 가례헌 주인장 박정욱(44)씨의 ‘오락가락’으로 마무리된다. 관객들과 함께하는 ‘진도아리랑’도 빼놓을 수 없다. 경남 거창의 몰락한 종가의 6남매 중 막내인 그는 고교 중퇴 후 무작정 상경, 우연히 서도소리 인간문화재 김정연 선생을 만나 이 길로 들어섰다. 박씨는 ‘배뱅이굿’ 완창 공연을 수차례 연 실력파다.
가례헌 콘서트에서 절대 빼먹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공연 전 제공되는 저녁 식사와 뒤풀이 상에 오르는 동동주와 파전이다. 공연 시작 1시간 전에 도착해 1만원을 내면 박씨의 어머니가 내놓는 맛있는 저녁밥을 즐길 수 있다. 공연이 끝나면 동동주와 파전도 내놓는다. 1만원으로 즐길 수 있는 최대치를 본 듯하다. 공연=매주 목요일 오후 8시/서울 신당동 387-25 무학빌딩 5층, 02-2232-5749, cafe.daum.net/gareheon
오픈 스투디오 21
연주자 무료 출연, 문화를 기부한다
서울 역삼동 주택가에 있는 ‘오픈 스투디오21’은 매달 두 번씩 앙상블 공연을 한다. 초등학교부터 대학까지 16년 지기인 피아니스트 최수연·배은경(43)씨가 함께 의기투합해 연 하우스 콘서트장이다. 문을 연 것은 지난해 11월. 짧은 연륜에도 눈길을 끄는 것은 수익금을 모두 기부한다는 점이다. YWCA의 폭력 피해 여성 쉼터 기금과 빈곤층 자녀 장학금으로 보낸다.
처음부터 기부가 목적은 아니었다. “딸이 대학에 들어간 뒤 이젠 문화를 나누고 싶다는 생
각이 들더군요.” 전문연주자로 활동하는 최씨는, 그래서 궁리를 하다 배씨가 이사로 재직 중 인 YWCA에 기부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관람료(일반 2만원, 대학생 1만5000원 로다과 준비와 연주자 개런티를 제하면 남는 게 없었다. 다행히 기부를 한다니 연주자들이 무료로 출연해 주면서 고민이 풀렸다. 대신 최씨가 다른 연주자들의 공연에 피아노 협주로 ‘품앗이’를 하면서 ‘빚’을 갚곤 한단다. 13일 열린 첼리스트 정재윤씨와 최씨의 앙상블 공연 ‘화양연화’엔 50여 명이 왔다. 공연 뒤엔 간단한 저녁 식사를 하며 출연자들과 얘기를 나눌 수 있다. 공연=격주 토요일 오후 2시/서울 역삼동 609-21
MI 빌딩 지하 1층, 02-558-9041, openstudio21.com
돌체
“관객 수준 높아 대형 공연보다 더 긴장”
660회. 경기도 일산의 돌체 고전음악감상실에서 열린 음악회 횟수다. 1999년 시작된 돌체 음악회는 하우스 콘서트의 효시라 할 만하다. 그리고 지금은 웬만한 클래식 연주자들과 동호인들은 다 아는 유명 콘서트로 자리 잡았다. 김종수(55) 사장은 “유럽 여행 중 파리 소극장에서 만난 ‘살롱 음악회’에 반해 돌체를 차리게됐다”고 말했다. 처음엔 관객이 100~150여 명 오는 바람에 자리가 모자랄 정도였다. 하지만 요즘은 30~50여 명이 찾는다. 그만큼 클래식만으론 하우스 콘서트가 어렵다. 그래도 김 사장은 클래식을 포기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했다.
장마를 알리는 비가 추적추적 내린 20일 오후. 돌체에선 피아노 3중주단 ‘노바 트리오’의 공연이 열렸다. 연주자들은 모두 드레스를 차려입었고, 30여 명의 관객은 진지했다. 바이올리니스트인 김사강씨는 “연주자 입장에선 크든 작든 연주 공간과 기회가 많이 있을수록 좋은 일”이라며 “돌체 공연은 수준 높은 관객과 관람 태도 때문에 서울의 대형 공연장에 비해 오히려 더 긴장된다”고 말했다. 공연=매주 토·일 중 하루 또는 토·일 양일, 오후 8시/관람료 1만원/경기도 고양시 장항동 817-1, 031-902-4953, cafe.daum.net/dolceclassic
미술관 작은 음악회
비싸야 몇 천원이죠
하우스 콘서트 외에도 작은 공간에서 연주자와 함께 호흡하며 즐길 수 있는 음악회가 많다. 그중에 전시도 보고 음악도 들을 수 있는 ‘미술관 음악회’가 인기다. 공짜가 대부분이지만 관람료를 내더라도 몇 천원이면 충분하다.
대림미술관=매달 둘째, 넷째 주 토요일에 재즈콘서트를 연다. 공연은 오후 3시부터 약 한 시간. 미술관 테라스에서 바라보는 북악산과 인왕산 등 탁 트인 전망과 콘서트가 잘 어울린다. 현재 전시 중인 ‘지구를 인터뷰하다: 사진으로 바라본 기후변화’전도 감상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다. 입장객 한 명을 추첨해 공연 티켓을 주는 등 입장객을 상대로 다양한 이벤트를 펼쳐 알뜰족 커플들에게 인기다. 입장료는 2000원.
국립현대미술관=매월 마지막 토요일, 클래식 음악회인 ‘토요초대석’을 무료로 연다. 미술관 대강당에서 음악회를 하며,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선착순으로 접수한다. 만 5세 미만은 관람 불가. 27일에는 누리 브라스 앙상블의 초청 공연이 열린다.
고은사진미술관=부산에 있는 이 미술관에선 매월 사진이 있는 작은 음악회를 연다. 클래식부터 국악까지 다양한 장르의 곡이 연주되는 음악회에는 작품을 전시 중인 사진작가도 항상 참석해 관객과 자연스레 섞인다. 음악회는 사전에 예약한 50명만 들어갈 수 있다. 미술관 1층 카페에서 와인과 다과를 곁들이며 관객들은 연주자·사진작가와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서울시립미술관=매년 두 번 무료로 야외 음악회를 연다. 다음 달 9일에 ‘도시, 꿈을 꾸다’는 주제로 음악회가 열린다. 이번 공연에는 팝재즈 밴드 ‘푸딩’의 리더였던 김정범의 프로젝트 그룹 푸디토리움과 아카펠라 그룹 스윗소로우, 재즈 피아니스트 송영주 트리오가 출연한다. 다음 공연은 10월에 있을 예정이다.
금산 갤러리=매달 전시가 바뀔 때마다 ‘미술과 함께하는 음악회’를 연다. 무료다. 높은 층고의 갤러리 안에서 열리는 음악회는 울림이 좋아 음악가들에게도 인기다. 일본 작가의 전시가 있을 경우 일본 피아니스트를 초청해 독주회를 여는 등 전시와 음악회의 성격을 맞추는 것이 특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