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내일] 2009년 1월호 - 살아있는 음악이 숨쉬는 곳, 하우스 콘서트
  • 등록일2009.02.02
  • 작성자박창수
  • 조회2395
대학내일 452호



[Column] 살아있는 음악이 숨쉬는 곳, 하우스 콘서트



최다은 프리랜서 jam0729@naver.com



교문에 들어서기만 하면 꽃동산이 펼쳐질 줄 알았다가 또 다른 현실을 마주하고 실망하는 과정은 대학생이라는 이름표를 달고 자연스레 밟게 되는 수순. 하지만 무너진 기대 틈새로 기대하지 않던 선물을 얻은 경험 또한 대부분 가지고 있을 게다. 필자에게는 ‘음대 복도’가 대학시절 최고의 ‘뽀나스’였다. 연습실이 모여 있는 어두운 복도를 지나가던 어느 날이었다. 차이코프스키 바이올린 협주곡이 들려왔고, 수없이 들었던 곡이거늘 멈춰 설 수 밖에 없었다. 피아노 반주 하나 없이 연주되는 그 선율 속에서 음악의 ‘결’을 발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음반 속의 매끈한 소리도 대형 연주회장의 공간감 넘치는 소리도 아니었지만, 묘한 잡음과 함께하는 생생한 진동이 온몸 안에 울려 퍼지는 걸 느끼며 한참을 연습실 문 앞에 서 있었다. 그리고 그 때, 대학오길 참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가 많은 가수들에게서 라이브를 원하는 것, 비싼 돈을 들여 공연장을 찾는 것은 단지 ‘얼마나 잘하나 보자’ 혹은 ‘실제로 보고 싶다’의 이유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생(生)음악이 주는 묘미를 다들 알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무대의 마이크마저 떼어버리고 아무런 포장 없이 듣는 진짜 날 것의 음악은 또 다른 차원의 이야기. ‘하우스 콘서트’를 처음 만든 박창수씨는 누구보다도 이를 잘 아는 사람이었다. 서울예고 재학시절, 연습을 하러 친구네를 오가며 집에서 직접 듣는 음악의 맛을 잊지 못한 그는 20여년이 흘러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그 감동을 전하고자 움직였다. 먼저 자신의 연희동 집을 개조해 작업실 및 공연공간으로 만들고, 연주자 섭외부터 공연 마무리까지 거의 모든 부분을 직접 기획했다. 그렇게 소박한 꿈으로 시작한 ‘하우스 콘서트’는 2002년 7월 12일 첫 공연을 시작한 이래 관객들의 순수한 입소문을 타고 발전, 200회가 훌쩍 넘는 공연을 치러오며 독특한 문화공간으로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201회부터는 아차산 역 근처의 스튜디오인 "클래식 뮤테이션"으로 자리를 옮겨 공연을 이어가고 있다.  



‘하우스 콘서트’의 매력은 좋은 연주를 코앞에서 들을 수 있다는 것 뿐만이 아니다. 누구나 1~2만원이라는 부담 없는 입장료로 참여할 수 있다는 점, 공연 후 쫑파티와 같은 다과회가 열린다는 점은 음악을 잘 모르던 사람도 활동 자체로서 한번쯤 경험해보고 싶은 마음을 갖게 한다. 7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공연의 내용이나 형식도 더욱 다양해 졌다. 클래식 음악이 주를 이루지만, 국내 가요 및 국악, 재즈와 월드 뮤직 등을 연주하기도 하고 때로는 연극무대가 펼쳐지기도 한다. 어린 학생부터 저명한 국내외 음악인까지, 장르만큼이나 연주자의 지명도 또한 스펙트럼이 무척 넓다.





‘음악’과 ‘나’의 온전한 결합



직접 ‘하우스 콘서트’를 찾은 지난 2일에는 피아니스트 김선욱의 연주회가 열렸다. 요즘 가장 뜨겁게 주목받고 있는 연주자인 만큼 공연 시간 한참 전부터 긴 줄이 늘어섰고, 기존 연희동 공간보다 두 배가 늘어난 곳이거늘 스튜디오 안은 발 디딜 틈 없이 꽉 채워졌다. 평소보다 연주자와 관객이 더 밀착할 수밖에 없는 상황. 모두에게 불편할만했지만 오히려 짜릿한 긴장감은 최고조에 이르렀다. 모두의 환호 속에 등장한 김선욱은 자리에 앉아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감정을 전환하기 시작했다. 그의 그런 모습은 들뜬 분위기를 가라앉히는 동시에 마치 그의 연습실에 몰래 들어와 있는 기분을 느끼게끔 하였다. 첫 곡은 모차르트 론도. 어디 하나 묻어갈 부분 없이 정갈한 스타일의 곡인만큼 연주자의 역량이 그대로 드러나는 작품이다. 세밀한 아티큘레이션의 차이와 페달링까지 여실히 드러난다는 점에서 하우스콘서트의 프로그램으로는 굉장한 도전인 동시에 최적의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어진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31번과 슈만의 작품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음악은 같은 연주자, 같은 프로그램이라고 하더라도 ‘어느 곳에서’ 듣느냐에 따라 굉장한 차이를 불러일으킨다. 장소에 대한 인식이 감상의 태도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것 때문일까, 신발을 벗고 피아노 옆에 앉아 음악을 듣는 관객들은 빳빳하게 몸을 세우고 ‘음악 듣는 행위’를 하지 않는다. 저마다의 모습으로 눈을 감고, 고개를 숙이고 모든 신경을 활성화 시켜 음악을 자기 안에 구석구석 담고자 할 뿐이다. 가까이서 경험하는 연주자의 숨소리, 표정 등은 이런 노력에 몰입을 더한다. 무언가를 거치지 않고, 아무런 방해를 받지 않고 온전히 음악과 일대일로 만나는 상황 - ‘하우스 콘서트’에서만 누릴 수 있는 최고의 축복이라 할 수 있다.  



스타 연주자를 가까이서 볼 흔치 않은 기회로 어느 때보다 많은 인원이 몰린 이 날, 공연 시작을 앞두고 잠시 대화의 장이 열렸다. 예약 없이 직접 가서 표를 구매해야 하는 시스템에 이의를 제기하는 관객도 있었지만, 박창수씨는 티켓팅의 방식이 공연 콘텐츠에 미칠 영향을 이미 잘 알고 있는 듯 ‘불편해서 좋은 게 하우스 콘서트이다’라고 답했다. 더불어 연주자의 유명세만 쫓아다니는 관객이 아닌, 숨어있는 뮤지션도 찾아가며 좋아할 수 있는 능동적인 관객이 되어줄 것을 당부했다.



어느 때보다 클래식 바람이 강하게 부는 요즘이다. 단순히 유행에 편승하는 게 아닌, 음악의 진짜 매력을 느끼고 싶다면 하우스 콘서트가 가장 좋은 지름길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