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초입...그들을 만나다..
  • 등록일2007.09.22
  • 작성자류혜정
  • 조회6618
하콘을 처음 방문하는 날...
무슨 일을 해도 하루종일 입가에 미소가 떠나질 않고 (실은 배실배실~) 설레는 맘으로 하루를 정리하며 7시부터 오픈한다는 박창수님의 말씀과 함께 정말로 7시에 하콘에 도착했습니다.
미모의 스텝분들의 친절한 안내를 받으며 2층에 올라간 순간..."속았구나" 를 연발하며(ㅋㅋ), 이미 도착한 많은 인파에 입 떡 벌리며 중간쯤에 자리를 잡았지요.

예상은 했어도 놀랄만한 방문객수에 연신 놀라며, 책상다리 하고 앉기는 이미 포기한 상황에 아쉬운 목소리들이 여기저기서 들렸습니다만....우리는 어차피 다 같은 목적으로 그 곳에 앉아있는만큼 서로를 배려하며 뜨거운 열기에 끈적뜨끈한 살들을 마주하고도 즐거운 상황이 연출되었던 것 같습니다.

무대까지 나아가기에도 힘든 상황에 관객들을 보고 흠칫 웃음을 짓던 혁주씨 표정이 생각나는군요.
이번 연주의 관람포인트는, 두 솔리스트의 앙상블이었답니다.
혁주씨의 리사이틀은 꽤 많이 봐왔던 터, 김선욱군 (왜 "군" 이라는 표현이 자연스러운건지 ㅋ)은 실제로 처음 만나고, 그의 연주도 실제로 처음 듣는 거였거든요.
아직은 나이상, 경험상 서로에게 만족스런, 완벽한 호흡을 자랑할만한 파트너를 못찾았을 그들의 호흡이 너무 궁금했단 말이지요^^
여담이지만, 피아노 볼륨이 너무 컸던 것이 좀 아쉬웠습니다. 마이크는 욕심이었던거 같아요 ㅎㅎ

제게 가까이 있는 연주자가 언젠가 그러더군요. "왜 연주를 보고 들을때, 저 연주자가 음정이 얼마나 틀리고, 실수하는지만 보고 그걸로 연주를 판단하니? 왜 그가 표현하는게 무엇인지를 느끼고 생각하려고 하지 않니?"
정말 뜨끔한 얘기였어요. 왜 귀만 자꾸 트인다고 가끔 저도 그런 식으로 판단할 때가 있었거든요.
프로그램 한곡한곡 찝어서 평하지는 않겠습니다. 다들 비슷하게 느꼈을 거 같기도 하구요.
제가 본 두 연주자는 분명 제가 이전까지 봐왔던 연주자들의 호흡과 다른 무언가가 있었더랬어요.
열정적으로 서로 배려하고 눈맞추고 함께 숨쉬고 대화를 나누고..
자칫 우려되었을지 모를 "기싸움" 같은 것보다는 "배려"하고 있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습니다.

어제와 같은 무대상황 속에서 연주를 해본적이 있었는지 어땠을지는 모르겠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더욱 안정되어가는 연주에 아쉬움과 행복함이 교차되었고 그들이 표현하는 그 음악을 거기서 "듣고 느낄 수 있어서" 나는 참 행복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말 안쓰러울 정도로 비오듯 땀을 쏟아내며 그런 소리와 연주를 뽑아낸 두 연주자에게 진심어린 고마운 마음과 박수를 보내주고 싶습니다.

청중을 대할때는 말없고 수줍어하지만, 자신의 연주를 통해서 모든 것을 표현할 줄 알고, 끌어들일 수 있는 매력을 가진, 그에 반해 겸손함까지 갖춘....하지만, 일상으로 돌아왔을 때는 그야말로 나이에 맞는 귀여운 동생같은 바이올리니스트 권혁주 (제가 아는 한은 그래요 ㅋ).
청중을 대할때는 나이에 맞는 당차고 귀여운 모습이 묻어나지만, 연주할 때는 그야말로 연륜이 묻어나는(?) 노련함과 성숙진지함을 보여주는 피아니스트 김선욱 (저는 선욱씨는 잘 몰라요 ㅋ).

이 흐뭇한 두 연주자와 함께 할 수 있어서 행복한 금요일 밤이었습니다.
땀도 많이 흘리고...왠지 살 빠진 느낌이에요 ㅎㅎㅎ

하콘 스텝진 모두들 화이팅하세요^^ 즐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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