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고운 독주회를 보고 난 후
  • 등록일2007.06.25
  • 작성자곽미란
  • 조회7271

-샤콘느... 영원으로의 끝없는 비상이여....-

브람스는 클라라에게 보낸 편지에서 바흐의 샤콘느에 대해 이런 말을 남기고 있다고 음악동아에서 본 적이 있습니다.
“...샤콘느는 나에게 있어 가장 경이적이며 가장 신비로운 작품의 하나입니다. 그 작은 악기를 위해서 바흐는 그토록 심오한 사상과 가장 힘찬 감정의 세계를 표현한 것입니다. 내 자신이 어쩌다가 영감을 얻어서 이 작품을 썼다고 한다면 나는 너무나 벅찬 흥분과 감동으로 미쳐버리고 말았을 것임에 틀림없을 것입니다. 일류의 바이얼리니스트가 가까이 없다면 그것을 그저 마음속에서 울리게 해 보기만 해도 더 할 수없이 황홀한 음악이 샘솟을 겁니다....”
6월 23일 토요일 저녁에 바흐를 연주하는 브람스가 언급했던 “일류의 바이얼리니스트”중 한 분을 만났습니다.
바이올리니스트 양고운님의 연주는 브람스가 아마 살아있었다면 클라라에게 다시 샤콘느에 대한 두 번째 편지를 보내면서 “이 음악을 기막히게 표현하는 바이얼리니스트를 만났어요...마음속에 울려보던 바로 그 음악이라오....”라고 했을 것 같습니다.
양고운님은 평소의 독주회처럼 여전히 암보로 학구적인 평소의 겸손함으로 소박한 하우스콘서트의 무대를 압도했습니다. 이번 연주는 피아노나 오케스트라의 반주 없이 네 줄짜리 바이올린 하나만 가지고 여러 가지 성부를 동시에 연주하려면 상당한 기교가 요구되는 부담이 있었지만 마치 두세대의 바이올린이 함께 연주하는 듯, 어찌 들으면 오르간의 소리를 닮아 있는 듯이 능숙하고 거침없는 연주를 보여주셨습니다.
바흐이후에 부조니라는 이탈리아의 피아니스트겸 작곡가가 이 곡을 피아노곡으로 편곡했던 이유도 선율적 요소보다는 화성적 요소가 강조된 만큼 보다 풍성한 음악을 끌어내기 위함이었으리라 짐작해봅니다.
양고운님은 바흐의 음악의 컨셉이었던 신앙에 대한 주제를 놓치지 않고 자신의 신앙고백을 관객들에게 진지하고도 재미있게 설명을 곁들여 주셨습니다.
전날 지방에서 협주공연을 막 끝내고 올라오신 피곤한 몸으로 앵콜곡도 몇 안되는 관객들을 위해 그 어려운 파가니니 카프리스 24번을 멋지게 연주하시는 것을 보고 고마움이 막 밀려옴을 느꼈습니다. 관객들이 쉬운 곡을 주문하자 곧 명랑하게 드보르작의 유모레스크를 가볍고 찐~~하게 연주해주는 친절도 잊지 않으셨구요.

하우스콘서트를 접하고 느낀 점은요...
아~ 이 분들은 진정한 의미의 “문화 봉사”를 “소명”처럼 하고 계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벌써 155회를 맞은 만큼 보이지 않는 곳에서부터의 이런 훌륭한 시도와 실천은 클래식 음악계에 신선한 충격을 주기에 부족함이 없다고 생각됩니다. 연희동 저택의 하우스콘서트 주인장이신 박창수님의 순수한 음악사랑에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이런 희생과 봉사가 있기에 민들레 홀씨가 온 세상에 알게 모르게 퍼져 나가 세상 사람들의 마음에 꽃을 피우고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리더가 훌륭해서인지 옆에 스텝 분들에게서도 느껴지는 순수한 열정이 너무 아름다워 보였습니다. 와인을 일일이 따개로 따서 성의를 다해 서빙하는 모습에서 문화의 나무를 심는 소중한 모습을 마음에 담아 왔습니다. 접시에 예쁘게 썰어놓은 치즈 데코레이션처럼 당신들의 모습이 예뻤습니다.
제가 가르치는 중학생들에게도 이야기해주고 싶습니다.
학생들과 함께 가는 기회가 있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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