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olin series IV 양고운 씨의 연주를 듣기 위해 하콘에 첫 방문한 모녀의 감동
  • 등록일2007.06.24
  • 작성자우민지
  • 조회7175
지난 일요일 우연히 하콘을 알게 되었다. 장유진 씨의 홈페이지를 통해서...
바이올린을 즐겨 연주하는 딸 민지의 독주곡(오디션 등을 위한) 선정을 위해,
그리고 민지에게 적절한 full-size 악기를 물색하는 과정에서 old 악기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인터넷 검색을 하고 있던 중이었다.

하콘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이곳저곳 둘러보니 당장 가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이 솟았다.
딸 민지에게 홈페이지를 보여 주었더니 꼭 데려가 달라고 한다.
일요일이어서 우선 회원가입부터 하고, 다음 날 아침 예약이 가능한지 전화로 문의하였다.
그냥 오면 된다는 응답을 듣고도 혹시 청중이 많아 못 들어갈까 걱정되어
일찍 가야지 하는 마음으로 플래너에 적어 두었다.
이렇게 딸과의 특별한 데이트는 계획되었다.

지난 해 가을부터 매주 토요일은 민지에게는 바이올린의 날이다.
늦은 오전에 바이올린 레슨을 한 시간 받고, 오후 세 시부터 두 시간 동안은
청소년오케스트라 단원으로 연습에 참여하기 때문이다.
레슨 전 연습시간까지 포함하여 토요일은 거의 바이올린과 함께 지낸다.
민지는 연주자로, 엄마는 로드매니저 겸 감독관으로...
오늘은 저녁시간까지 하콘에서 양고운 연주자와 함께 한 정말로 특별한 바이올린의 날이었다.

일찍 도착하려던 마음과는 달리, 늦을까봐 걱정하며 하콘을 향했다.
연희동 지리에 비교적 익숙한지라 다행히 늦지 않게 도착하여 연주자와 가까운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우리 모녀에게는 처음 참가한 콘서트로 주변의 청중들이 모두 생소한 얼굴들이었지만,
음악을 즐기는 공통점 때문인지 이웃같고 가족같은 분위기로 그리 어색하지 않았다.

연주 시작 전, 박창수 선생님의 차분하고 조용조용한 설명을 들으며,
하콘에 대하여 좀 더 이해할 수 있었고,
하콘에서는 음악을 소리로 듣는 것에서 더 나아가서
피부로 느낄 수 있겠구나를 기대할 수 있었다.

잠시 후 등장한 연주자 양고운 씨를 만난 느낌은 이루 말로 설명하기 어려울 만큼 감동적이었다.
그의 바하와 파가니니의 곡 연주에 대해서는 그 명성을 익히 들었었기에,
‘정말 잘 한다,’ ‘역시 다르구나’ 라는 것을 확인하고 감격하였다.
싱그런 미소와 솔직 담백한 그의 모습과 태도는 시종일관 청중들을 편안하게 해주었던 듯하다.
특히 연주를 시작하기 전,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설명하신 Bach 음악에 대한 기독교 정신과 Bach의 가족적인 특성에 대한 이해는 오늘의 음악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미리 준비 없이 연주하신 파가니니 24번을 통해서는 변주의 다양한 기술을 이해하는 것 보다
인간으로서 이러한 다양한 변주가 가능하구나 하는 감동의 느낌이 앞섰다.

이러한 전문가로서의 연주 역량을 가까이서 보고 느낄 수 있었음에서 더 나아가서
우리 모녀의 하콘 참여를 더욱 의미있고 경이롭게 만든 것은 인간으로서의 양고운 씨를 만났음이다.
연주후 턱받침과 목의 땀을 닦으시면서 습기 찬 손을 드레스에 문지르시는 모습,
에어콘에 다가가 손을 대 보시는 모습 등등 너무나 인간적이었다.
또한 이전 협연에서 지하 준비실의 영향으로 바이올린이 습기를 먹어
바로 소리가 나지 않고 목이 쉬었다는 듯한 표현에
바이올린을 생명체로 소중하게 다루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딸 민지와 함께 하콘에 참여함을 더욱 기쁘게 만든 것은 딸의 반응이었다.
오늘 아침 바이올린 레슨에서도 활을 잡는 오른 손을 여러 번 지적받은 딸아이는
양고운 씨의 연주를 보고 나서, “활 쓰는 모습이 정말 완벽해” 하면서 감탄을 하더군요.
바이올린을 취미로만 하겠다던 딸이 “엄마, 나 바이올린 전공하고 싶어졌어” 라고 하기도 하고...
“내가 연주하던 유모레스크가 아니야, 어떻게 그렇게 다르지?” 하면서
모든 연주가 다 같지 않음을 느끼는 것 같더군요.
다음 주 금요일 연주회에도 꼭 오자고 하면서...

연주회가 끝난 후, 양고운씨께 딸 민지가 싸인과 사진 촬영을 부탁하길래
딸이 양고운 씨의 연주를 듣고 전공하고 싶어한다는 말씀을 드렸더니,
민지에게 ‘굉장히 힘들다’고 해주신 말씀 또한 정말 감사하다.
처음 하콘을 방문하면서 카메라조차 제대로 준비 못해
휴대폰 사진을 찍었더니 해상도가 만족스럽지 못했다.
그래서 용기를 내어 스탭 선생님께 사진을 부탁드려 보았는데,
흔쾌히 배려해 주셔서 양고운 씨와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엄마까지도 함께...
스탭 분들의 친절한 배려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이번 하콘 첫 방문을 통해서 콘서트홀에서 멀리서 소리로 듣는 음악이 아니라,
연주자를 인간적으로 만나고 피부로 느끼는 음악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음악도 인성도 모두 ‘양고운’ 존함에 딱 맞는 착하고 고우신 성품을 느낄 수 있었음이 무척 좋았다.
155회가 되도록 왜 내가 하콘을 알지 못했을까를 안타까워하면서,
그리고 특히 첫 3회의 바이올린 시리즈를 놓쳤음을 아쉬워하면서,
돌아오는 금요일 마지막 바이올린 시리즈를 위한 우리 모녀의 하콘 방문을 기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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