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그리고 봄
  • 등록일2007.06.11
  • 작성자권유정
  • 조회7423
한참 늘어지는 일요일 오후 다섯시…
웬만하면 자다가 받는 전화가 드문데…
오랜만에 걸려온 친한 선배 전화에 비몽사몽 전화를 집어들었습니다.
벌써 안지 10년이나 되어버린 이 선배의 꿈은 소설가였는데요,
주업은 시사 프로그램 작가,
부업은 게임 시나리오 작가로 주위에 몇 안되는 -_-; 잘 나가는 선배였어요.
그런데 갑자기 이 선배가 모든걸 접고
지금 고향으로 내려가는 길이라고 하더군요.
(예전부터 노래를 부르긴 했습니다만... 정말 갈 줄은 몰랐는데 말이죠)
할만큼 했으니 더 늦기전에 소설을 쓰고 싶다고 했습니다.
와이프에게 동의를 얻어서 딱 2년... 동안의 기간을 얻었다고,
당분간은 연락이 안될꺼라며 걸어온 일종의 잠시만 안녕 전화인 셈이죠.

놀란건 잠시, 정말 부럽고 기쁜 마음으로 축하를 해주었더니
예의 그 너털웃음을 터트리며 그러더군요.
“2년안에 하긴 해야 되는데...
어중간하게 농어민 신문 가작 이런거 받으면 더 골치아파 야... ”

금요일 하콘 마룻바닥에 앉아선 그런 생각을 했던거 같습니다.
다시 저 나이로 되돌아갔으면 좋겠다…
사실 이런 생각을 한다는거 자체가 나이가 들어간다는 증거지만
지난 주 이경선씨가
풍성한 느낌의 빛 좋고 바람 좋은 가을이었다면,
우예주양은 조금 거칠긴 했지만
푸릇푸릇한 기운이 느껴지는 봄 같아서
온 몸에서 쏟아져 나오는 에너지를 바라보며
나에게도 다시 봄이 왔으면 좋겠다 하고 아쉬워하던 참이었는데요

막상 선배의 전화를 받고보니
아… 계절은 돌고 도는 거였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꼭 나이만이 계절을 가늠할 수 있는 잣대가 되는건 아니니까요
어쨌든 새로운 봄을 맞이하러 가기 위해
다시 겨울의 시간으로 돌아간 선배의 건투를 빌면서
다음 연주자들은 어떤 계절을 보여줄지 기대가 됩니다.

그나저나
우예주양은 무얼 먹고 그리 에너지가 넘치는걸까요.
그나저나
김태형군은 왜 와인파티 때 연주를 안 들려 주셨을까요
아주 예쁜 소리가 난다고 해서 기대 했었는데 말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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